[이란과 수니파 국가의 전쟁]
[두들겨 맞아도 버티는 이란, 권력 결속과 '수평적 확전'의 비밀은?]
[편안하고 미련이 없는 죽음, 고종명(考終命)]
이란과 수니파 국가의 전쟁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공격했다. 미국을 상대하기도 벅찬 이란이 왜 이렇게 적을 확대하는지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 나라에 있는 미 군사기지, 즉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나라에 대한 공격이다. 중동의 바다와 하늘을 폐쇄해 세계 경제와 미국을 압박하려는 간접 공격인 셈이다. 사우디의 군사력이 스펙상으로는 낮지 않지만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이 약하다는 점, 카타르 같은 소국들의 군사력이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이란의 행동이 과해 보인다. 주변국과 영원히 틀어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할 반대급부도 명확하지 않다. 이란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지금 중심을 잡을 권력이 없고, 군부가 군벌화하면서 통제가 안 되는 것일까?
이 전쟁의 배경에는 사우디, 카타르 같은 국부(國富) 두둑한 부국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중동을 운영하겠다는 미국의 장기적인 플랜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이란은 중동에서 왕따를 고민할 상황이 아니라 이미 왕따가 예정된 수순에 놓여 있다. 그러니 수니파 국가들과의 갈등과 절연에 대한 우려는 이미 강을 건넌 얘기가 됐다.
두 번째로, 이란 혁명정부의 종교적 규율과 고립성은 자국 내에서도 반발을 일으켜 외세의 간섭을 불러오는 이유가 됐지만, 반대로 이란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으로서는 수니파의 배신과 공격이 시아파의 단합을 유발하는 힘이 된다. 이란 내에서 균열이 커져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수니파 국가들의 이란 공격은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의 중동 정책을 반대하지 않는 점을 드러내고, 미래의 수혜자로서 성의 표현을 하는 것이다. 당장 확전과 세계대전의 위험은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세계는 균열을 정당화하고 고착시키는 길로 가고 있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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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겨 맞아도 버티는 이란, 권력 결속과 '수평적 확전'의 비밀은?
이라크와 8년 전쟁서 익힌 생존본능, 4순위까지 짠 승계 구도
순교자 각오한 모즈타바는 판 키운다… 전쟁의 끝 가늠 안 돼

지난해 1월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 검은 복면을 쓰고 붉은색 머리띠를 두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바시즈 민병대 대원들이 미사일 모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미사일에는 ‘가자(Gaza)에 신이 함께한다’ ‘쿠드스(예루살렘)여 우리가 간다’ ‘하마스는 살아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전쟁이 3주 차로 접어들었다. 애초부터 이란의 열세다. 방공망은 무력화되었고, 미사일 및 해군 전력 모두 약화되고 있다. 개전을 결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공식을 떠올렸을 것이다. 수장을 제거하면 이란도 친미 정권으로 자연스레 변화되는 수순을 예상했을 법하다. 이란 국민들이 들고일어날 줄 알았다. 불과 두 달 전 거리에서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을 외치며 격렬히 저항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전쟁 시작 48시간 안에 하메네이를 제거했음에도 이란 체제는 아직 굳건해 보인다. 온 나라가 공습으로 초토화되는 중에도 강공으로 맞서고 있다. 이란은 어떻게 버티는 걸까?
첫째, ‘지배 연합의 결속력’ 때문이다. 이란은 최고 지도자가 권력의 정점이다. 동시에 다양한 권력 주체들의 결합이기도 하다. 성직자, 혁명수비대, 이권 결집체인 각종 재단(보니야드), 그리고 선출직 대통령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평상시에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다. 하지만 외부 위협을 만나면 지배 연합은 깨지는 게 아니라 더욱 단단해졌다. 혁명 직후 이라크와 8년 전쟁을 벌이면서 만들어진 생존 본능이다. 지난 47년간 안팎의 위기에도 지배 연합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1월 대규모 시위로 이란 체제는 최대 위기를 겪었다. 정부 공식 발표만 3117명이 죽었다. 시민단체는 최대 3만명 사망설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다. 죽어가는 시민을 편들며 이탈한 군경이 없었다.
둘째, ‘신성한 방어’라 불리는 고유의 방위 전략 때문이다. 역시 이라크와의 전쟁 이후 구축한 개념이다. 체제를 지키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는다는 의지를 담았다. 수장이 죽거나 종심이 타격받으면 전열이 흐트러지는 게 통례다. 그러나 이란은 수뇌부가 제거되더라도 4순위까지 승계 구도를 짜놓았다. 여기에 모자이크 독트린이라 불리는 분산형 방어 체제를 구축했다. 전국이 초토화되고 지휘 통제선이 끊어질 경우 단위 부대 지휘관들은 자율적 작전권 행사를 위임받았다. 미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검토한 이란은 유사시 지역 단위 소모전, 지구전 계획을 준비했다. 특히 7~8개 독립 편성된 특수작전 부대는 전시에 바로 자율적 작전권을 행사하는 훈련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셋째, ‘순교의 서사’가 작동하고 있다. 순교는 종교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다. 이란산 드론의 이름도 ’순교‘(샤헤드)다. 하메네이는 무능했고 부패했다. 올 1월은 물론이고, 이전에도 체제에 저항하다 죽어간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이번에 일가족과 함께 폭살당하자 묘한 반전이 나타났다. 86세 노구의 지도자는 순교자가 되었다. 곧 자연 유고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독재자를 영웅으로 만든 셈이다. 그리고 부모와 가족을 잃고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아들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평상시라면 될 수 없었다. 세습 왕정을 무너뜨린 이슬람 공화국이 최고지도자 승계를 용인한다면 내부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메네이도 아들의 승계를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승계를 탓하거나 비판하는 여론이 들리지 않는다. 이란 국민의 눈에는 적에게 가족을 잃은 모즈타바가 자신도 죽음의 제단 위로 스스로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체제에 반대하는 이가 적지 않지만, 적어도 당분간 거리에서 “모즈타바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는 어렵다.
이번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고 더 어려워지는 3가지 이유다. 특히 새 최고 지도자가 순교에 대한 감정 과잉 상태라면 위험하다. 만에 하나 모즈타바가 이교도에 의해 죽어 순교자의 반열에 올라 천국에서 가족들을 만난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면 무슨 일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 이란은 자해에 가까운 확전 전략을 펴고 있다. 냉전기 군사 전략가 허먼 칸이 제시했던 ‘수평적 확전(horizontal escalation)’이다. 군사력 열세인 국가는 강한 화력을 가진 적국과 기존 전선에서 직접 맞서 싸우는 ‘수직적 확전’은 버겁다. 대신 전장의 범위와 대상을 옆으로, 수평적으로 넓힌다. 이란은 지금 걸프 국가들을 때리고 호르무즈를 실질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판을 크게 벌이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이란은 주변 미국 우방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무너뜨리겠노라 맞서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성명이 국영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교전 당사국도 아닌 제3국에 대한 공격은 반칙이다. 외교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이란은, 특히 아버지의 죽음에 이어 최고 지도자가 된 모즈타바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심정일까? 출구 전략을 언급한 미국의 신호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공세에 나서자 급기야 지난 토요일 미군은 이란 석유 집산지 하르그섬을 공습했다. 2500명 미 해병대원도 현지로 이동 중이다. 전쟁이 얼마나 격화될지,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할 수 없다.
이란을 정확히 읽지 못하는 미국도 답답하지만 이념과 체제를 지키기 위해 자국민의 생명과 국제 경제를 볼모로 잡는 이란도 답답하다. 모즈타바가 얼마나 권력을 지탱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어떻든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그게 최고 지도자 직위에 걸맞은 소임이다. 꼭 10년 전 오늘 이 코너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을 때 ‘사우디 왕위 계승의 앞날’이란 주제를 다루었다. 당시 빈살만 왕세자는 초기에는 좌충우돌했고 거칠었지만 이후 점차 국민, 특히 여성과 젊은 세대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포착하고 실제로 구현했다. 아직도 한계는 있지만 지금은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란판 빈살만’은 어디 있을까?

지난 14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 연료 저장 시설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AFP연합뉴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정치, 조선일보(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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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미련이 없는 죽음, 고종명(考終命)
이 세상에서 돈이 센 것 같지만 돈보다 더 센 것이 바로 죽음이다. 죽음이야말로 인간의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이다. 한자 문화권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고종명(考終命)’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바 있다. 편안한 죽음을 뜻한다.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고 ‘잘 놀다 간다’고 생각하며 가는 것이다.
충북 청원의 어느 허름한 암자에 살았던 탄공 스님은 100세가 넘어 돌아가셨다. TV 프로 열린음악회를 소파에 앉아서 보며 박수 치다가 그냥 그대로 돌아가셨다. 고종명이다. 내 지인의 친구는 일행들과 고스톱 치던 중 ‘쓰리고에 피박을 때리다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운명했다.
이런 죽음을 개인적 차원의 고종명이라 한다면 사회적 차원의 고종명이 있다. 폭격으로 죽은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죽음이 그것에 해당되지 않나 싶다. 콘크리트 블록에 깔려 죽은 그의 얼굴 표정 사진을 보니까 조작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비참한 죽음을 당한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원수의 죽음이니까 잘 죽었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왠지 죽음의 미학이 느껴진다.
하메네이는 죽을 복도 타고난 팔자였다. 1939년생이니까 나이도 87세다. 아쉬운 나이가 아니다. 전립선암도 있었다고 한다. 1989년부터 최고 권좌에 앉아 37년간 칼자루를 휘둘렀으니 원도 한도 없이 대장놀이는 충족한 셈이다. 전립선암으로 소변도 잘 못 누고 시달리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데모 진압하면서 이란 국민을 3만명 정도 죽였다는 원망을 막 듣기 시작하던 시점에 죽어 버렸다. 죽지 않고 마두로처럼 생포되었더라면 온갖 망신 다 당했을 것이다. 아니면 러시아나 중국으로 돈다발 챙겨서 망명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수도 있다. 이런 추한 모습도 보여주지 않고 지하 벙커 자기 처소에서 죽었으니 순교가 된 셈이다. 미국의 폭격이 하메네이의 죽음을 장엄한 순교(殉敎)로 격상시켜 줬다. 그 순교가 개인의 죽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란 국민을 똘똘 뭉치게 하여 전의에 불타게 만드는 후폭풍 효과, 즉 사회적 고종명을 하게 한 셈이다.
몇 년 전 안국선원(安國禪院)의 신도회장 보살님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내가 언제 죽을지는 대충 짐작이 가요. 다만 내 죽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물질 세계가 전부가 아니고 정신 세계도 있다’는 신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조용헌 동야학자, 조선일보(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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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동내 대리세력 규합해 ‘제2전선’ 구축 모색. 그들은 ‘저항의 축’이라지만 반대편에게는 ‘惡의 축’.
-팔면봉, 조선일보(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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