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뒤에 숨겨진 진실]
[트럼프 “대만 무기 판매는 협상 칩”… ‘거래적 동맹관’의 현주소]
[이란 전쟁으로 북한 핵 문제가 실종됐다]
악수 뒤에 숨겨진 진실

Two Door Cinema Club 'Handshake' (2012)
악수의 기원에 대해 역사가들은 무기를 숨기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었다는 설을 유력하게 꼽는다. 검이나 창을 쥘 수 없도록 손을 펼쳐 보이는 행위, 그것이 악수의 출발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부조에도, 아시리아의 석판화에도 이 몸짓은 등장한다. 그러나 외교의 역사는 그 선언이 얼마나 자주 거짓이었는지를 끈질기게 증명해 왔다. 악수를 나누고 돌아서는 순간 비수를 꺼내 드는 것이 국가 간 관계의 또 다른 전통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베이징 톈탄(天壇)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눈 악수는 그 오랜 아이러니의 현대판이다. 두 정상은 명나라 시대 건축물 앞에 깔린 긴 붉은 카펫을 나란히 걸으며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의 팔을 두 번 토닥이며 특유의 친근함을 연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손을 19초간 놓아주지 않았던 지배적 악수도, 젤렌스키를 백악관 집무실로 불러 몰아붙이던 전투적 분위기도 이번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란 전쟁으로 코너에 몰린 쪽은 트럼프였고, 시진핑은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회담 직후 양측이 내놓은 공식 발표문은 마치 서로 다른 두 회담을 묘사하는 것 같았다. 미국 측은 대중 투자와 펜타닐 차단을 강조했고, 중국 측은 대만과 전략적 안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같은 악수였지만 각자가 기억하는 온도는 달랐다.
북아일랜드 뱅거 출신의 인디팝 트리오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2012년 이 노래를 통해 악수라는 행위 속에 깃든 불가해한 이중성을 포착했다. 이 밴드는 친밀함과 배신, 열림과 닫힘이 하나의 몸짓 안에 공존할 수 있음을 담담하게 묻는다. “악마는 당신을 되찾으려 할 것이고/ 열린 손에서는 결코 사랑을 찾을 수 없다(The devil will want you back/ And you’ll never find love in an open hand).”
열린 손에서는 사랑을 찾을 수 없다. 톈탄에서 교환된 악수는 과연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더 정교하게 감춰진 무기의 전주곡일까?
-강헌 음악평론가, 조선일보(2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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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만 무기 판매는 협상 칩”… ‘거래적 동맹관’의 현주소

사진출처= 트럼프 트루스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다음 날인 15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매우 좋은 협상 칩”이라며 무기를 팔 수도, 팔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미국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문제를 “아주 상세히” 논의했다고도 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우방이자 중국 억제 전략의 최전선인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 여부가 중국과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미국은 1982년부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중국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비롯해 ‘6대 보장’을 대만에 약속하고 이를 지켜 왔다. 대만은 유사시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이 담긴 ‘대만 관계법’과 함께 미국의 이런 보장을 양자 관계의 기본 축으로 여겨 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44년 만에 그 원칙을 깬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말 승인한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 판매 계획까지 철회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 온 대만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막아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미국 무기 구입 확대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제품의 중국 수출 확대,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시 주석의 협조 같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대만에 대한 안보 공약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는 아무리 우방과 맺은 약속이라도 강대국 간의 흥정에 따른 미국의 이득이 먼저라는 ‘트럼프 리스크’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이유로 중국이 일본에 파상적 보복을 가할 때도 별다른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동맹이 수세에 몰려도 미국에 득이 되지 않는 분쟁에는 끼어들지 않겠다는 트럼프식 우선주의가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차례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거래적 동맹관 앞에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이익이 달린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며 주한미군의 방공 무기를 차출해 가면서도 대북 방어는 한국이 주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핵 문제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는 미 본토를 위협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을 중국이나 북한과 먼저 논의한 뒤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이 없도록 동맹의 소통 체계를 치밀하게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동아일보(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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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만 무기판매, 中 관계에서 좋은 협상 칩”. 대만 하면 ‘반도체 칩’인데, ‘포커 칩’ 취급하다니.
-팔면봉, 조선일보(2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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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북한 핵 문제가 실종됐다
[朝鮮칼럼]
미·중 정상회담에서 또 건성으로 다뤘다면 北 오판 부를 수 있어
이른바 '전략적 인내'가 북핵 고속질주를 허용한 뼈아픈 교훈 잊지 말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에서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미국 대통령이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이란 전쟁 종식과 미·중 무역 분쟁 해결의 분수령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당장 가시적 성과는 미미했다. 다만 9월 유엔총회, 11월 APEC 정상회의, 12월 G20 정상회의 등 후속 회담이 이어질 수 있어 글로벌 위기 상황을 관리할 기반이 마련된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해 6월 이란을 겨냥한 ‘한밤의 망치’ 작전이 성공하고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축출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서도 손쉬운 정권 교체를 예상한 듯하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승부수로 던져 봤으나, 호르무즈 해협 인질 사태는 국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심화라는 새로운 위기를 불러왔다. 이란 전쟁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교훈이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전쟁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이다.
첫째, 이번 이란 전쟁은 오바마 행정부 이후 미국이 핵심 국가 전략으로 추진한 ‘Pivot to Asia’, 즉 안보 중심축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긴다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이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배후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를 지목한다.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미국의 전략 중심축을 다시 중동으로 되돌리는 기회를 확보했다. UAE 등 걸프 산유국들이 미사일 방어망 강화와 이란에 대응할 안보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면 이스라엘의 전략적 역할이 강화되고 이를 토대로 중동 질서의 개편까지 시도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중동 회귀 정책은 오바마의 ‘Pivot to Asia’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전략과도 모순돼 귀추가 주목된다.
둘째,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핵심 방공 미사일과 정밀 타격 미사일을 대량 소모했다는 내부 보고서들은 심각한 경고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개전 이후 39일 만에 4대 핵심 미사일 체계가 절반 또는 그 이상 사용됐고, 복원까지 1~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도 일부 핵심 무기 재고가 한 달 안에 바닥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 패트리엇 미사일로 5000만원대 이란 샤헤드 드론을 방어해야 하는 심각한 ‘비용 역전 현상’이 우리에게도 중요한 과제로 다가온다. 북한의 이른바 ‘섞어 쏘기’식 대량 공격에 대비할 저비용·고효율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북한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항일빨치산 결성 9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인화성-17형을 공개했다.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은 최대 사거리 1만 5000㎞의 다탄두 미사일로 미국 전역을 동시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이날“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해 핵무기를 이용한 선제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셋째, 이번 이란 전쟁은 전통적인 1대1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 블록 전쟁으로 진화했다. 전쟁 수행 범위, 특히 미사일 공격 사정거리가 대폭 확장됨에 따라 여러 국가가 동시에 전장에 포함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은 서태평양 멀리 떨어진 외딴섬처럼 지정학적 고립을 면치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가 지난달 서울 방문에서 강조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군수물자 상호제공)의 조속한 체결과 우리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한다. 이번 전쟁 중 정확도와 사거리 면에서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 이란의 주력 탄도미사일은 주로 북한의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넷째, 국가 안보에서 기밀 유지와 보안 시스템 강화는 기본이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우주 분야에서 한·미·일 간 위성 영상 정보 공유와 이에 기초한 미사일 대응 체제 공동 구축이 미래 전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한국이 미·일의 감시 정찰 정보뿐 아니라 미국 정지궤도 위성의 탄도미사일 감시 자료까지 공유하게 되면 북한 핵 전력 무력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만 군사 기밀 유지에 대한 한·미 양국 간 신뢰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영·캐나다·호주·뉴질랜드가 맺고 있는 Five Eyes 같은 국제 정보통신 감시망과 유사한 협력체제 구축이나 한·미·일 원자력 잠수함 기술협력을 위한 협력체제(가칭 KOJUS)를 만들어 가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다섯째, 이란 전쟁은 북한 핵 문제의 실종 가능성을 높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주도로 타결된 이란과의 핵 합의(JCPOA)를 2018년 탈퇴한 주요한 이유는, 비핵화를 목표로 한 북한 핵 협상과 달리 이란 핵 협상은 15년간 우라늄 농축의 범위를 제한하는 일시적 합의라는 점에 큰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를 묵인하면 향후 이란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통제 역시 어려워질 것이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결국 아무 조치 없이 북한 핵 무장을 방관하며 북핵 고속질주를 허용했던 뼈아픈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25년 미국 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핵 문제가 누락돼 북한 비핵화 문제의 실종을 우려했는데,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건성으로 다뤘다면 북한은 국제사회가 북핵을 묵인한다고 오판해 또 다른 형태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내일 개최되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이슈가 실종되지 않고 글로벌 어젠다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한국이 주요 7국 정상회의(G7)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힘을 합해주기를 기대한다. 한국이 G7 정식 멤버가 되면 중국과 러시아의 방해에 영향을 받지 않고 북핵 문제를 국제사회의 최우선 어젠다로 유지하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인국 前 주유엔대사, 최종현학술원 초대원장, 조선일보(2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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