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궁합, BTS와 공권력]
[광화문 인파 미스터리]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 더 커질 수 있다]
최악의 궁합, BTS와 공권력
최악의 궁합, BTS와 공권력
[선우정 칼럼]
'자유와 책임' 의식이 사라진 한국 사회
모든 책임은 경찰에
철통 경비로 흥을 깨면서 그들이 보호한 건
경찰 자신이다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컴백하는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경찰 및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부터 공연 무대가 설치되는 세종대로를 시작으로 우회 운행이 시행됐다. 통제 구간은 무대가 있는 광화문광장 북단부터 시청까지 약 1.2㎞으로 공연 다음 날인 22일 오전 6시까지 통행이 제한되었다. /뉴스1
공권력이 국민을 아이 취급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의 BTS 공연을 다루는 정부의 방식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공연 며칠 전부터 세종대로 일대에 울타리를 쳤고, 공연 전날 밤부터 광화문 일대 도로를 봉쇄했고, 공연 당일 아침부터 시민에게 안전 문자를 재난 문자처럼 반복 발송했다. 서울과 경기 버스를 우회시키고, 도심 지하철역 3곳을 폐쇄했다. 31곳에 금속 탐지 게이트를 설치해 관객 소지품까지 검열했다. 좋게 말하면 보호, 나쁘게 말하면 단속이다. 한국 국민은 공권력이 이 정도까지 개입하지 않으면 사방이 뚫린 대도시 광장에서 자기 안전도 지킬 수 없는 수준일까.
공연은 관객 숫자만큼 열기가 중요하다. 26만명이 아니라 5만명이 모였다고 해도, 관객이 에너지를 충분히 분출하면 성공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기대에 못 미쳤다. 대전 화재 참사가 분위기를 가라앉힌 영향도 컸을 것이다. 팬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BTS 파워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공연 직후 소속사인 하이브 주가가 폭락한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기대했는데 1989 평양 축전을 본 것 같다’는 평을 소셜미디어에서 읽었다. 올드하지만 핵심을 건드린다. 자유와 속박의 결과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공권력의 지나친 개입이 시민의 발을 묶어 광화문 공연의 흥을 깼다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경찰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공권력의 이번 대응은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 일어난 핼러윈 참사 때 트라우마가 극단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핼러윈 참사가 세월호 참사와 다른 점, 그래서 더 진지하게 논의했어야 할 것이 ‘자기 책임’ 문제다. 학생을 태운 배가 침몰하고 승객을 실은 비행기가 둔덕을 박은 게 아니다. 그들은 자유 의지에 따라 축제를 즐기려고 좁은 골목에 들어갔다. 밀고 밀리다가 사고가 났다. 대부분 성인이었다. 잔인해지자는 게 아니다. 개인의 선택과 책임도 함께 말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책임이 공권력에 돌아갔다. 경찰 지휘부가 날아갔고, 그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수난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인의 자유 의지를 얕보는 사회일수록 권력에 과잉 의존한다. 한국 경찰은 로보캅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다. 내려온 명령이 합헌인지, 위헌인지 판단해 행동해야 한다. 넋 놓고 따랐다가 경찰 1·2인자가 12년형, 10년형을 받았다. 한국 경찰은 전국 유흥가 뒷골목에 몰려들 인파까지 예측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어쩌다 대형 사고가 터지면 경찰은 수사와 재판에 평생 시달려야 한다. 이번에도 사고가 났다면 모든 책임을 경찰에 물었을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내가 경찰이었어도 예상 인파를 26만명까지 부풀려 도심 전체를 철통 방어했을 것이다. 그날 경찰이 보호한 것은 BTS도, 시민도 아니다. 경찰 자신이다.
K-컬처는 개인의 자유 의지가 성공시킨 대표적인 분야다. 한국이 후진국이던 때 태어난 나에게 한국 문화의 대성공은 반도체와 자동차의 성공보다 기적적이다. 이 분야에서 초기에 성공해 떼돈을 번 사람에게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그는 “하찮은 ‘딴따라’라고 공무원이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속도, 보호도 없는 샌드박스에서 자유 의지를 불태웠다. 미성년자가 혹사당하고, 열등생은 누구도 챙겨주지 않는 나락에 떨어져도 다들 스타를 꿈꾸며 전진했다. 워라밸과 주 52시간 근로에 얽매였다면 가능했겠나. 자유 의지의 상징이 K-컬처이고, 지존의 영웅이 BTS다. 그들의 축제를 단속과 규제에 이골이 난 공권력이 관리했으니 열기는 사라지고 행사는 경직됐다.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 당시 광화문에 모인 거리 인파 /조인원 기자
서울 도심 광장은 공공재다. 아무나 독점하면 안 된다. 사기업인 하이브와 넷플릭스 이벤트에 왜 공공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느냐는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35년 이상 광화문에서 노동단체와 종교단체의 굉음에 시달려온 입장에서 그날 공연은 축복과도 같았다. 주말 광화문은 시위대가 장악한 금단(禁斷) 지역이 된 지 오래다. 매주 공연을 열었으면 좋겠다. 대신 쉽게 접근할 자유를 달라.
2002년 월드컵 당시 서울 광화문에 수십 만이 몰렸을 때 이번과 같은 경찰의 철통 경비가 없었어도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공권력이 총동원돼 단속하고 보호해야 할 만큼 지난 24년 동안 국민의 질서와 안전 의식이 약해졌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들 핼러윈 트라우마에 빠져 허덕이는 것이다. 이태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국민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국민은 나라가 자식처럼 보호해야 할 금쪽이들이 아니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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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인파 미스터리

BTS 광화문 공연. / 빅히트 뮤직 제공
인류는 의외로 많지 않다. 부피로만 따지면 그렇다. 80억 인류를 빽빽하게 세운다면 얼마나 큰 공간이 필요할까? 미국 가장 작은 주 로드아일랜드 면적이면 충분하다. 경기도도 너무 크다. 서울은 좀 부족하겠다. 서울에 부족한 건 사람은 아니니 괜찮다.
사실 한국인이 가장 궁금한 건 인류 숫자는 아니다. 우리는 인류 숫자 감축에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국가다. 인구 폭발로 망한다던 맬서스의 ‘인구론’이 통하던 시대였다면 한국은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것이다. 우주 인구 절반을 없애려던 타노스도 수퍼히어로와 싸울 이유가 없었다. 한국인을 우주 곳곳으로 보냈어야 한다. 전쟁 없이도 해결할 방법은 있다.
내가 가장 궁금한 숫자가 있다. 광화문 인파 숫자다.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세종대로 구간에 모일 수 있는 사람 숫자다. 집회가 열릴 때마다 달라진다. 일단 모이면 100만이다. 다들 100만이라고 한다. 나는 항상 의아하다. 작년 집회 절반도 모이지 않았는데 어쨌든 100만이다.
그나마 과학적인 방법이 있다. ‘페르미 추정법’이다. 기준 면적에 들어갈 사람 수와 집회 면적을 곱해 추산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방법을 쓴다. 그렇게 따지면 광화문 일대 최대 수용 인원은 26만명이다. 주최 측은 유동 인구도 추산한다. 경찰은 그렇지 않다. 모든 주최 측은 더하고 싶다. 모든 관리 측은 빼고 싶다. 영원한 줄다리기다.
BTS 광화문 공연이 끝났다. 최종 숫자는 언제나처럼 각각 다르다. 서울시 추산은 4만, 행안부 추산은 6만, 주최 측 추산은 10만이다. 마지막은 덤핑이나 음반 밀어내기 관습이 횡행하는 업계 추산이라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서울시가 믿음직한 것도 아니니 대충 7만 정도로 합의하자. 누가 알겠는가. AI가 완벽하게 셀 수 있는 날이 와도 광화문 숫자는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다. 그 숫자는 이미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피·땀·눈물로 불타오르는 마음의 영역이다. 마음은 갈대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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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 더 커질 수 있다
[박상준 칼럼]
전통-현대 결합 BTS 공연에 전 세계 매혹돼
한국에 대한 관심 높으나 관광 성과는 아직
日 ‘오모테나시’ 내세워 관광으로 경제부활
관광을 새 성장동력 삼아 산업 재설계할 때
21일 광화문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열렸다. 앨범명이자 공연명이 ‘아리랑’이라는 소식에 다소 걱정스러웠다. 굳이 한국적 색채를 과하게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고, BTS의 현대적인 안무와 아리랑이 과연 조화를 이룰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아리랑 선율을 잇는 전통 악기의 연주와 BTS의 화려한 등장, 그리고 첫 곡 이후 이어진 국악인들의 아리랑 병창은 현대적 퍼포먼스와 묘하게 어우러지며 깊은 감동을 줬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전통 예술의 미학을 세계 무대에 녹여내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한복을 입고 등장한 유튜브 영상에는 전 세계 팬들의 찬사가 가득하다. 전통 의상과 전통 음악을 재해석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One Dance)’는 올해 1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뉴욕 댄스 & 퍼포먼스 어워드’, 이른바 ‘베시 어워드(The Bessies)’를 수상했고, 뉴욕 공연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3월 중순, 와세다대 학생들과 함께 서울을 방문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경복궁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해산하려는데,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새삼 놀랐다. 평일임에도 수문장 교대 의식을 보려는 인파로 궁궐 안마당이 가득 찼다. 2025년 넷플릭스 흥행작 ‘폭군의 셰프’나 서울시무용단 ‘일무’ 속 장면이 현실로 재현되는 듯했다.
이제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알고 있고, 더 알고 싶어 한다. 이렇게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고 볼거리가 풍부한 나라인데, 아직 한 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00만 명(2025년 기준 189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상하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2024년 데이터를 보면 관광 대국 프랑스가 1억 명을 웃도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고, 9위 일본과 11위 태국은 3500만 명을 조금 넘겼다. 같은 해 한국에는 1600만 명의 외국인이 다녀갔다.
한국이 면적이나 인구 면에서 더 작은 나라이니 관광객도 더 적을 수 있다. 그러나 20년 전인 2004년에는 일본(610만 명)과 한국(580만 명)을 찾는 관광객 수에 큰 차이가 없었고, 10년 전인 2014년에는 오히려 한국 2840만 명, 일본 2680만 명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더 많았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1000만 명 늘어나는 동안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1200만 명 감소했다. 단순히 환율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 역시 엔화 못지않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그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본에 거주하는 내 입장에서도 호텔이나 외식 물가의 가파른 상승은 부담스럽다. 도쿄의 신주쿠와 시부야는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인파가 몰려, 서민 유흥가로 알려진 신주쿠 가부키초를 걷다 보면 이곳이 도쿄인지 미국 뉴욕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일본 경제를 생각하면 분명 좋은 일이다. 10년 전 손님이 너무 없어 걱정스러웠던 도쿄의 백화점들이 지금은 외국인 손님들로 북적인다. 얼마 전 방문한 신주쿠의 노포 레스토랑 지배인은 예전 같으면 벌써 문을 닫았어야 할 맛없는 가게들까지 외국인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불평했다. 요리에 정성을 쏟는 그 레스토랑으로서는 못마땅한 일이겠지만, 요식업계의 호황이 일본 경제와 고용에는 나쁠 리 없다.
경제 기반이 점점 약해지고 국가 재정이 바닥을 보이던 일본은 2013년 ‘일본재흥전략’을 발표하면서 관광을 국가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지정했다. 그리고 ‘진심 어린 환대’를 뜻하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관광가이드 체계를 정비하고 면세 시스템을 혁신한 결과 일본은 세계경제포럼(WEF)의 ‘2024년 여행·관광 개발 지수’에서 세계 3위에 올랐다. 반면 한국은 14위에 머물러 있다.
현장에서 본 경복궁은 과거보다 훨씬 웅장하고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지방의 관광지들 역시 몰라보게 발전했으며, 우수한 외국어 인력 풀도 갖추고 있다. 지금 한국은 청년은 청년대로, 퇴직자는 퇴직자대로 일자리가 부족해 고민이다. 관광산업의 성장은 고용 창출과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인의 관심과 국내 인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일본 이상으로 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동아일보(26-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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