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김정은 찾아간 3가지 이유]
['가치 외교 4원칙'을 제안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김정은 찾아간 3가지 이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와중에, 그것도 내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summit)을 앞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엊그제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pay a surprise visit). 왕이는 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at a time of rising uncertainty) 북한을 찾아가 김정은을 만난 걸까. 미국의 외교·안보 매체 ‘더 디플로맷(The Diplomat)’은 막후에 세 가지 전략적 셈법(strategic calculation)이 숨겨져 있다고(lie behind the scenes) 분석한다.

첫째는 ‘트럼프·시진핑’ 회담을 앞둔 한반도 상황 관리다. 최근 북한이 잇단 무력 시위로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 중국에는 ‘양날의 검(double-edged sword)’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전략적 구상을 복잡하게 하는 지렛대가 될(serve as leverage) 수도 있지만, 통제 불능의 긴장 고조(uncontrollable escalation of tensions)는 인접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하기(give rise to instability)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안정적인 지역 환경(stable regional environment)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수록 의제 설정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중국의 외교적 입지(diplomatic room for maneuver)는 좁아지기 때문이다. 왕이의 방북은 북한에 ‘도발 수위 조절’을 당부해 한반도 상황을 관리 범위 내에 두려는 포석(strategic move)으로 보인다.
둘째, 미국의 군사력 행사에 위협을 느끼는(feel threatened) 북한을 다독이는 의도도 있다. 최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압송(capture and extradition),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폭살 등 미국의 전격적·압도적 군사 작전(swift and overwhelming military operations)에 체제 생존을 최우선시하는(prioritize regime survival) 김정은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원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과도한 모험주의를 억제하는(deter excessive adventurism)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세 번째로는 한·중·일 동북아 균형 상태에서 중국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심산(ulterior motive)도 깔려 있다고 디플로맷은 분석한다. 북한의 행동이 한국과 일본 정세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계산한 이중적 접근법(dual-track approach)이라는 얘기다.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는 북한이 지나치게 도발 행위를 벌여(engage in excessive provocations) 한·일 양국 보수 세력의 입지가 강화되고, 한·미·일 3각 협력 강화(enhanced trilateral cooperation)와 미국의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적절한 긴장은 미국의 힘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임계치를 넘어서는(exceed a critical threshold) 긴장은 오히려 대중국 포위망을 공고히 하는 역효과(reverse effect)를 낸다. 그래서 왕이를 북한에 보내 ‘지지와 절제’라는 상충된 신호(dual messages)를 동시에 전달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maximize its strategic leverage) 방향으로 북한을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6-04-16)-
______________
'가치 외교 4원칙'을 제안한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이스라엘 규탄 발언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의 SNS 게시글 캡처를 언급하며 신중한 작성과 관리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X에 남긴 이스라엘 비판 게시물을 두고 정치권이 갈라졌다. 여권은 “본질은 생명과 인권”이라며 엄호에 나섰고, 야권 인사들은 “북한 정치범 수용소, 중국의 위구르 수용소도 같은 강도로 비난하겠나”라며 비판했다.
이 해프닝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은 ‘인권’이라는 가치를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앞세워야 하는가? 이는 현 여당과 청와대만의 고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역시 ‘가치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에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는 정파를 초월한 국가 전략의 영역이다.
인권을 중심에 둔 가치 외교에는 필자가 ‘거리의 딜레마’라 부르는 현상이 작동한다. 우리에게 가장 가시적인 인권 유린 현장은 인접한 이웃들이다. 가깝기 때문에 더 잘 보이고, 더 신경 쓰인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의 이웃인 만큼 경제·정치적으로 밀접하기에, 강력한 비판은 후과를 수반한다.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는 우리에게 익숙하나, 이를 최고위급에서 거론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반면, 지구 반대편의 인권 유린은 이에 비해 ‘안전하게’ 비판할 수 있다.
공개적인 인권 침해 규탄의 역효과도 있다. 시카고대 로셸 터먼 교수에 따르면 타국, 특히 적대국의 망신 주기는 방어적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잦다. 2022년 12월 제임스 클레벌리 당시 영국 외무장관은 “(비민주적인 국가들을 대할 때) 10년, 15년, 20년 이상을 내다보며 존중과 경청에 기반한 관계에 투자해야 한다”며 급진적인 민주주의 전파가 아닌 ‘인내심 있는 외교(Patient Diplomacy)’를 주창했다.
우리 역시 정교한 인권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한국이 인권 문제를 제기할 때 적합한 타이밍에, 수단과 목적을 정렬한 후, 가능하다면 유사 입장국들과 함께, 정제된 언어로 하는 ‘4원칙’을 제안한다.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날에, 검증되지 않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공유하며, 유대인 학살에 비유하여 홀로 이스라엘을 비판한 이재명 대통령의 행동은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국내 가치’뿐 아니라 우리의 이익과 직결된 ‘국제적 가치’에도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인도·태평양의 반패권주의’, ‘항행의 자유’,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 반대’ 등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정체성에 부합하면서도 국가 번영에 핵심적인 가치들이다. 이는 보수 진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외적으로 반공주의를 고집한다면 핵심 경제·안보 파트너인 베트남과 손을 잡을 수 없다. 이때는 ‘지역 반패권주의’라는 가치로 연대하는 것이 옳다. 혹자는 이런 국제적 가치들이 지나치게 좁다고 할 수 있으나, 당장 이마저도 충분히 강조하고 실천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재명 대통령이 교전국들을 향해 먼저 던져야 했던 ‘가치’ 메시지는 따로 있다. 장기화되는 전쟁으로 인한 항행의 자유 침해다. 싱가포르의 발라크리슈난 외무장관은 “통과 통행은 연안국이 부여하는 특권이 아니다”라며 호르무즈 통행료의 선례가 말라카 해협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오만의 알마왈리 교통장관도 “호르무즈 해협은 자연적 수로이므로 통행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란의 요금 징수안을 거부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에 이보다 절실한 국제적 가치이자 실리는 없다.
대한민국의 가치 외교는 지정학적 현실과 이념 사이에서 원칙과 실리를 보호하는 정교한 균형이어야 한다.
-홍태화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아시아 펠로, 조선일보(26-04-16)-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정권 바뀌었는데도 "방북 비용 대납" 증언, 이게 사실 아닐까] .... (0) | 2026.04.16 |
|---|---|
| ["문제는 기름값이야, 바보야"] [주사기까지 부족 우려.. ] (0) | 2026.04.16 |
| [트럼프의 自己愛] [‘브레이크’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결정 구조] (0) | 2026.04.16 |
| [천안호두과자 단죄와 까르띠에시계 면죄부] .... (1) | 2026.04.15 |
|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정치] (0) | 2026.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