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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주의 중등국가] [나는 왜 태극기를 질투하나]

뚝섬 2026. 4. 17. 07:37

[중화주의 중등국가]

[나는 왜 태극기를 질투하나]

 

 

 

중화주의 중등국가

 

한자를 쓸 때는 ‘가운데’를 놓치면 곤란하다. 쓰는 글자들이 비틀거린다. 가지런함을 잃어 글자의 미감(美感)을 살리지 못한다. 따라서 붓으로 한자를 적을 때는 늘 글자의 중심(中心)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집과 도시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전통 건축에서는 ‘가운데’가 펄펄 살아 숨 쉰다. 복판 축선을 제대로 살려야 가족과 사회 구성원의 상하존비(上下尊卑) 관념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다. 이른바 ‘중축선(中軸線) 사유’다.

 

‘가운데’와 ‘복판’을 가리키는 한자는 중(中)이다. 글자 초기 꼴은 어딘가의 복판에 꽂힌 깃대의 모습이다. 바람 불어와 깃발이 아래위로 휘날리는 꼴이다. 풍향을 재는 행위, 제사와 관련이 있는 동작 등 해석이 뒤를 따른다.

 

3500여 년 전의 갑골문에 등장한 이 글자는 지금까지 중국인이 쌓은 문명체의 핵심 개념으로 쓰였다. ‘가운데’를 향한 강한 집착은 일종의 문화적 심리로 작용해 이젠 나라와 그 사람들을 지칭하는 데도 ‘중국(中國)’이 따라붙는다.

 

제 문화를 중화(中華)라 부르고, 제가 사는 곳을 중원(中原)이나 중토(中土)로 적어 주변 ‘오랑캐’와 차별한 점이 다 그렇다. ‘가운데’에 집착하다가 만들어낸 도덕률은 중용(中庸)이다. 글자 ‘중’은 중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이다.

 

현대 중국 집권 공산당도 제 권력을 중앙(中央)이라 부른다. 국기에는 스스로를 큰별로 그려 가운데 두고, 뭇별을 주변에 늘어놓았다. 개혁·개방으로 국력이 조금 상승하자 이제는 세계의 ‘중심’을 버젓이 자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모두 평면(平面) 지향이다. 땅에서의 권력과 현세적 영화(榮華)를 위한 탐착이다. 그로써 광활한 공역(空域)으로 시선이 뻗지 못해 인권·자유 등 높은 가치 체계는 키우지 못했다. 경제로는 대국이라지만 문명의 수준에서는 중국이 아직 중등(中等)을 못 넘는 이유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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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태극기를 질투하나 

 

잉글랜드 국기인 성 조지 십자가. /팀 알퍼

 

어린 시절 세계 국기 사전을 보다가 태극기에 매료된 기억이 있다. 평범하고 단순한 대부분의 국기와 달리 태극기의 독특한 문양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런 인연 때문이었는지 나는 한국에서 12년을 살았다. 태극과 건곤감리 4괘가 자연과의 일체·조화와 같은 동양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게 됐다. 광복절 같은 국경일이면 아파트 창문마다 걸린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태극과 괘들이 어우러져 마법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일부 정치 단체가 태극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지만, 대다수 한국인은 여전히 태극기를 경외심으로 대한다.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과 잉글랜드 국기인 성 조지 십자가에 나도 같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1990년대 이후 두 국기는 갈등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공공장소에서 두 국기를 게양하는 것조차 인종차별이나 백인 우월주의를 지지하는 행위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1992년 영국 가수 모리세이는 스킨헤드 팬들이 모인 행사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공연 중 한 팬이 무대로 유니언 잭을 던졌고 모리세이는 그것을 몸에 두르고 공연을 이어나갔다. 이 행동으로 그는 극우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고 인기와 명성에 치명타가 됐다. 그날부터 유니언 잭은 분열의 상징이 됐고, 스포츠 경기나 세계대전 기념식이 아닌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잉글랜드 국기인 성 조지 십자가./팀 알퍼

 

최근 몇 년 동안 영국 정치 단체들은 국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도우파와 극우 단체 연합은 유니언 잭과 성 조지 십자가를 가로등이나 건물에 거는 ‘국기 게양 작전(Operation Raise the Colours)’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 진영의 강한 반발을 불러와 애국심 고양보다는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태극기가 대다수 한국인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상징으로 존재하는 반면, 유니언 잭과 성 조지 십자가는 영국에서 분열을 심화시키는 불씨가 되고 있다.

 

Why, As a Brit, the Taegeukgi Makes Me Jealous

 

-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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