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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홍해·지중해·흑해, 이름에 얽힌 사연] [호르무즈의 대안]

뚝섬 2026. 4. 21. 07:36

[호르무즈·홍해·지중해·흑해, 이름에 얽힌 사연] 

[호르무즈의 대안]

 

 

 

호르무즈·홍해·지중해·흑해, 이름에 얽힌 사연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과 미국의 봉쇄·역봉쇄(counterblockade)로 차단돼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유조선이 홍해를 통해 공해로 빠져나오는(escape to the high seas) 데 성공했다. 홍해는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를 가르는 바다로, 북쪽으로는 수에즈 운하(Suez Canal)를 통해 지중해와 연결된다.

 

그나저나 호르무즈·홍해·지중해·흑해 등에는 왜 그런 이름이 붙은 걸까.

 

호르무즈는 해협 부근 고대 무역 도시 이름에서 유래했다고(be derived from an ancient trading city) 한다. 고대 페르시아인들이 ‘지혜와 빛의 신’으로 숭배하던 조로아스터교의 최고신 ‘아후라 마즈다’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말하자면 호르무즈 해협은 ‘신의 이름으로 명명된 바닷길(sea passage named after a deity)’이다.

 

그렇다면 홍해(Red Sea)에는 어째서 ‘붉은’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be given the modifier ‘red’) 걸까. 고대 그리스어 ‘에리트라 탈라사(붉은 바다)’를 직역한 것이라는데, 바다 속에 서식하는 붉은 조류(藻類)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 미세 조류(microalgae)가 번식하고 죽을 때 붉은 갈색을 띠면서(turn reddish-brown) 바다 표면을 붉은빛으로 물들인다고(tint the sea surface red) 한다. 홍해 연안의 붉은 산맥·산호 때문이라는 설, 고대 중동·중앙아시아에서 붉은색은 남쪽, 검은색은 북쪽, 흰색은 서쪽, 파란색·녹색은 동쪽을 가리켰던 방위 표기법에 따른 것이라는 설도 있다.

 

지중해는 영어로 Mediterranean Sea라고 하는데, 라틴어 ‘메디테라네우스(mediterraneus)’에서 유래했다. ‘medius(중간)’와 ‘terra(땅)’의 합성어(compound)로, ‘땅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유럽·아프리카·아시아 세 대륙에 둘러싸여 있는 내해(內海·inland sea)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한자어로도 ‘땅 지(地)’ ‘가운데 중(中)’ ‘바다 해(海)’로 불리게 됐다.

 

지중해 북동쪽의 흑해는 튀르키예·러시아·우크라이나·루마니아·불가리아·조지아 6개국에 둘러싸인 호수 같은 바다(nearly landlocked sea)로, 어원(etymology)에 여러 설이 있다. 항해가 어렵고 연안 부족들(coastal tribes)이 적대적이어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검은 바다’로 명명했다는 설, 유입되는 담수 침전물로 인해(due to sediments carried by inflowing freshwater) 검게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 심해에 황화수소층(hydrogen sulfide layer)이 있어 생물이 살지 못하는 ‘죽음의 바다’임을 나타낸 것이라는 설, 북쪽은 검은색으로 명명했던 관습의 결과라는 설 등으로 나뉜다.

 

이름에 색깔이 들어간 바다(seas with colors in their names)로는 홍해·흑해·황해·백해가 있다. 황해(Yellow Sea)는 한국·중국 사이의 서해를 일컫는 명칭으로, 중국에서 유입되는 황토로 인해 바닷물이 누런 빛을 띤다고 해서 붙여진(be named for the yellowish tint) 이름이다.

 

백해(White Sea)는 러시아 북서부의 만(灣) 형태 바다(gulf-like sea)로, 전체가 러시아 영해(territorial waters)에 속한다. 연중 8개월간 얼어붙어 하얀빛을 띠고, 북극의 새하얀 하늘빛이 그대로 비쳐 보이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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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의 대안

 

1980년 터진 이란·이라크 전쟁이 서로의 석유 수출 길을 겨냥한 ‘유조선 전쟁(Tanker War)’으로 번지자 세계는 경악했다. 이라크가 이란의 유전 지대를 타격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깔았다. 이라크를 지원하는 미국 등에 대한 보복이었다. 3차 오일 쇼크로 이어졌다.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는 폭 33㎞의 좁은 해협이 이란 종교 정치 집단의 천혜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세계가 뼈저리게 깨달은 시발점이었다.

 

▶당시 트라우마로 중동 산유국들은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으며 탈(脫)호르무즈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UAE는 아부다비 유전에서 해협 바깥쪽 푸자이라항까지 370㎞를 잇는 하브샨 송유관을 깔았다. 사우디는 아예 아라비아 반도를 동서로 1200㎞ 가로질러 홍해 얀부항으로 이어지는 거대 송유관을 건설했다. 하지만 경제성이 문제다. 원유를 밀어내기 위해 거대 펌프를 24시간 돌리는 전기료와 강철관 부식에 따른 유지비 등은 유조선 운임보다 훨씬 비쌌다. 총 수송량도 하루 700만 배럴 남짓으로 호르무즈 물동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송유관은 평소 절반 정도 가동하고 비상용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이 송유관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오만의 ‘무산담 운하’ 구상도 그 연장선에 있다. 호르무즈 길목인 무산담 반도의 해발 2000m 석회암 산맥을 통째로 도려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직결해 이란을 피하는 새 바닷길을 내자는 담대한 구상이다. 1000억달러(약 150조원)의 비용과 30년의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구상으로만 머물러 왔다. 하지만 최근 이 거대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재검토하자는 목소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호르무즈만이 아니라 좁은 바닷길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 2021년 수에즈 운하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이 좌초했다. 단 일주일 운하를 막았을 뿐인데 하루 10조원 규모의 물동량을 틀어막으며 세계 공급망을 마비시켰다. 배 한 척 사고로 지구촌 물류가 동맥경화에 걸리는 것은 충격이었다.

▶19세기 수에즈 운하, 20세기 파나마 운하를 만들며 인류는 역사를 새로 써왔다. 태국의 크라 운하나 니카라과 운하 구상도 지리(地理)의 제약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이다. 인공지능과 위성이 지배하는 시대라지만 인류는 여전히 좁은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하는 우리에게 산유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대안 찾기는 결코 남 얘기가 아니다. 숨통이 하나인 것보다는 둘이 낫다. 지금 중동 국가들의 움직임을 잘 지켜봐야 한다.

 

-이인열 논설위원, 조선일보(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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