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과 '아시아판 NATO']
[정동영 정보 누설에 美 ‘공유 제한’… 대북 조급증이 부른 불신]
['AI 괴물 해커' 등장, 북한이 가장 관심 있을 것]
이란 전쟁과 '아시아판 NATO'
[朝鮮칼럼]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에 군사적 위협 고조되면서 핵공유 등 실질 협력 필요
아시아판 NATO로 한·미·일이 한 배를 타고 안보협력시대 새 판 짜야

중국 동부전구 사령부 육군 부대가 작년 12월 30일 대만해협 포위 훈련을 실시하면서 장거리 실사격을 하고 있다. (동부전구) /로이터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는 4월 8일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아산플레넘에서 “한반도와 대만해협에서 동시에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런 위기 상황을 방지하려면 장차 ‘아시아판 NATO(나토)’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미국 동맹국 간의 연계 강화가 가장 현실적이라며 아시아판 나토 추진 의지를 재점화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가능성을 진지하게 언급한 시점에서 아시아판 나토 추진이 한반도 안보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란 전쟁은 CRINK(중국·러시아·이란·북한) 권위주의 국가 연대가 단순한 외교적 공조를 넘어 실전적 군사기술 공유 체제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대함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활공비행체, 저가형 자폭 드론(샤헤드 시리즈), 이지스함 대상 벌떼 공격(swarm attack), 지하 미사일 도시 건설 등에서 북한과 이란은 이미 상당한 실전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핵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재선 이후 북핵 문제는 미국 외교 의제에서 실종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바 전 총리가 강조한 ‘한·미·일 핵 공유’ 개념은 향후 한·일 양국의 대미외교 공동추진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판 나토 추진 경위를 보면 2014년 일본 아베 총리의 인도·태평양 구상에 이어, 2023년 G7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총리도 아시아판 나토의 적극 추진 의사를 밝혔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헌법 개정 없이는 완전한 집단자위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인식 아래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대만해협과 한반도, 남중국해를 하나의 ‘단일전구(theatre)’로 묶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구상에 발맞춰 미·일을 중심축으로 새로운 서태평양 안보질서 형성에 우선적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은 2020년 8월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쿼드(미·일·인도·호주)를 기반으로 한 아시아판 나토 설립 의사를 표명했으나 2023년 8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반대 입장이었다. 2023년 12월 마이클 롤러 미 하원의원이 아시아판 나토에 해당하는 인도·태평양조약기구(IPTO) 출범을 위한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추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판 나토 추진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대세로 보인다.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과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아시아판 나토는 동북아 안보의 양축인 한·미, 미·일 상호방위조약과는 차이가 있다. 지지자들은 이 안보 협력 체제를 동북아에 도입하면 NATO처럼 회원국의 피침 시 미국의 자동 개입을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NATO 조약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다. NATO 조약 5조는 “당사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고 규정해 얼핏 보면 미국이 유사시 자동 개입 의무를 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약 11조는 “각국이 헌법 절차에 따라 비준하고 제반 조항을 이행한다”고 규정해, 미 의회의 동의 없이는 미국이 NATO의 다른 당사국을 위해 참전할 수 없게 돼 있다. 1949년 나토 조약 가입 당시 에치슨 국무장관도 청문회 발언에서 이를 명확히 밝혔다.
아시아판 나토의 실현 여부는 미지수지만 회원국 후보로는 한·미·일 외에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캐나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판 나토라기보다는 소위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에 입각한 ‘한·미·일 플러스’ 형태의 국가간 협의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차 세계대전 당시 교전 상대였던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돼 NATO를 끌어온 것처럼, 아시아판 나토가 되든 한·미·일 플러스가 되든 한·일이 주축이 돼 새로운 동북아 안보협력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한·미·일 간에는 우주정찰과 북한핵 정보 공유, 잠수함 초계 활동, 잠수함·군함 구조, 해안 봉쇄 시 기뢰 제거,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전후 정보 공유 및 대응, 일본 소재 7개 유엔사 후방기지의 유사시 전쟁물자 신속 전개, 유엔사 회원국 참전 지원 등 한·일 간에는 실질적 협력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우려는 한반도 위기상황과 첨단 과학기술 전쟁의 시대에 특성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오히려 전후 어느 때보다 밀착된 미·일 관계를 이용해 한·일이 한 배에 탄 채 미국을 견인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판 나토 구상을 넘어서는 또 다른 대안으로는 한·일이 핵추진잠수함 건조 능력과 첨단 방산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영국 등 유럽 핵심 국가들과 지역을 초월한 새로운 안보 협의체를 모색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독자적 핵억제력과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영국은 AUKUS(호주·영국·미국 안보협력체)를 통해 핵추진잠수함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한·미·일·프·영 또는 한·일·프·영·독으로 구성되는 5자 산업·안보 협의체가 출범하면 첨단기술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위상을 안보와 결합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란 전쟁에서 목도한 것처럼 CRINK 체제로 결속된 권위주의 국가들에 맞서려면 한·일이 공동으로 미국에 핵 공유와 확장 억제 제도화를 촉구하고, 유럽 안보·기술·산업 핵심 강국들과는 MP5(5 Middle Powers·중견국) 안보 협의체 결성 등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높여 가야 할 것이다.
-박인국 前 주유엔대사, 최종현학술원 초대원장, 조선일보(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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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정보 누설에 美 ‘공유 제한’… 대북 조급증이 부른 불신

정동영 통일부 장관. 2025.11.28 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이미 알려진 평북 영변과 평남 강선 외에 평북 구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미국 측이 우리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미국이 제공한 민감정보를 공개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한미 간 정보 공유에서 일부 대북 정보를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동맹 간 공유 정보의 유출을 이유로 일종의 제재 조치까지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 정 장관의 누설은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고에 가까워 보인다.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답변 과정에서 “오늘 이 시각에도 째깍째깍 북의 핵능력은 커지고 있다”며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이사회 보고 내용이라고 했는데, 정작 그로시 총장은 ‘구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측 민감정보가 정 장관 발언에 섞여 들어간 셈이다.
그렇다고 단순 실수로 넘길 일도 아니다. 싱크탱크의 자료나 비공식 자료도 아닌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 석상에서 거론한 정보다. 정보 유출은 그 출처나 수집 방법을 드러내 향후 정보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정보는 향후 대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데, 섣부른 유출로 유용한 카드를 날린 꼴이 됐다.
다만 미국 측의 민감한 대응에는 그간 누적된 불만이 깔려 있는 듯하다. 비무장지대(DMZ) 출입 통제권이나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둘러싼 동맹 간 마찰의 한복판에는 늘 대북 유화파인 정동영 장관이 있었다. 그는 특히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내세워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지난해에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2000kg 보유를 언급하며 미국 등 정보기관의 추정치라고 했다가 전문가 의견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부분적이라고 해도 미국의 정보 공유가 축소되면 그만큼 우리의 대북 감시태세 약화도 우려된다. 그간 외교부가 맡았던 미국과의 대북정책 조율까지 통일부가 맡겠다고 주장했던 정 장관이다. 대북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에 동맹 간 불신을 낳았다. 예민한 정보를 허투루 다루면서 주도권을 내세울 수는 없다. 무거운 처신과 함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동아일보(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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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괴물 해커' 등장, 북한이 가장 관심 있을 것

북한 해커 이미지. /뉴시스
앤스로픽의 초거대 보안 인공지능(AI) ‘미토스’에 이어 오픈AI가 보안 특화 모델인 ‘GPT-5.4-사이버’를 공개했다. 미토스는 인간 전문가들이 27년 동안이나 발견하지 못한 운영체제(OS)의 치명적 결함을 단숨에 찾아냈고, 오픈AI의 모델은 프로그램 설계도인 소스 코드 없이도 실행 파일만으로 보안의 허점을 지목했다.
이들 모델은 시스템 방어를 위한 ‘방패’로 개발됐지만 공격용 ‘창’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공격 경로 설계부터 침투와 실행까지 전 과정을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수행하는 ‘AI 괴물 해커’의 시대가 곧 열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미국·영국·캐나다 등이 국가 차원의 보안 시스템 점검에 나섰고, 우리 금융감독원도 주요 은행 보안 책임자들을 소집해 긴급 비상회의를 열었다.
‘AI 괴물 해커’의 등장은 안보 위협으로 직결된다. 해킹은 북한 정권의 생존 수단이다. 북한이 AI 해커를 눈여겨보지 않을 리 없다. 북한만이 아니라 세계의 악성 해커들이 모두 달려들 것이다. 온 국민이 스마트폰 하나로 경제 활동 대부분을 처리하는 모바일 뱅킹 시대에 내 계좌에서 돈이 갑자기 증발하거나 국가 결제망이 일시에 멈춰 서는 대혼란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이는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연이은 금융 사고들은 고성능 AI의 공격을 얘기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허술한 민낯을 드러냈다. 토스뱅크에서는 환율 입력 오류로 7분 만에 1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하는 ‘반값 환전’ 소동이 벌어졌고,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직원의 단순 입력 실수로 61조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금액의 코인을 오입금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 역시 해킹으로 수백억 원을 탈취당하기도 했다.
‘설마’ 하는 안이함으로 보안을 뒷전으로 미루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해킹에 대처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민관 합동으로 적의 AI 해킹 공격을 실시간 탐지하고 차단하는 ‘AI 방어 자동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상 거래는 즉각 차단하는 ‘사이버 서킷브레이커’ 도입과 보안 기준 미달 기업에 대한 징벌 체계도 시급하다. AI 해킹에 국가 시스템이 당하면 소 잃고 고칠 외양간도 없어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조선일보(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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