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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뚝섬 2026. 4. 24. 05:25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몇 년 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큰맘 먹고 두 줄 서기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한 줄 서기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더니 바로 이런 말이 들려왔다. “출근 시간 급한데 좀 비켜주시겠어요.” 결국 얼마 버티지 못했다.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다. 두 줄 서기로 인한 폭행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출퇴근 시간 서울 지하철에서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두 줄 서기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이런 혼란이 생긴 건 지난 30년간 에스컬레이터 줄 서기에 대한 정부 정책 기조가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8년 한 줄 서기를 홍보하다 안전 문제와 에스컬레이터 고장 우려가 제기되자 2007년부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민들 호응이 적었다. 한 줄 서기가 나름 효율적인 부분이 있는 데다 이미 여기에 익숙해진 탓이다. 2015년 정부는 두 줄 서기 캠페인을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이 혼란은 다른 선진국도 겪고 있다. 영국은 한 줄 서기 문화가 뿌리 깊은 나라다. 1940년대부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런던 지하철 홀본역이 2015년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두 줄 서기를 독려했더니 이전보다 약 30% 더 많은 인원을 수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반발이 커 확대 시행은 되지 않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후쿠오카시가 장애인 안전 논란이 제기되자 몇 년 전부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대세는 여전히 한 줄 서기다.

 

▶한 줄 서기 논란이 이어지는 건 안전과 효율의 문제가 정면으로 부딪치기 때문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한 줄 서기보다 두 줄 서기를 권장했을 때 사고 건수가 15%쯤 줄었다고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한 줄로만 이용하면 하중이 한쪽으로 치우쳐 기계 고장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급한 사람은 걸어 올라가고 아닌 사람은 서 있는 한 줄 서기의 효율성도 만만찮다. 11년 전 한 국내 방송사 여론조사에서도 10명 중 6명이 한 줄 서기를 선호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줄 서기 문화를 두 줄 서기로 바꾸기 위한 캠페인 추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번 정착된 관행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자칫 혼란만 빚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서두를 필요가 없는 곳부터 우선 적용하면 어떨까 한다. 그 결과를 본 뒤 확대 여부를 정하자는 것이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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