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 찍으려다 전투기 접촉사고]
[오폭 36분 뒤 합참의장에게 보고, 전시였다면]
‘인생샷’ 찍으려다 전투기 접촉사고

미국은 얼마 전 이란 공습에 투입된 F-15 전투기가 추락하자 네이비실 등 특수부대원 수백 명을 투입해 조종사를 구출해 냈다. ‘어떤 전우도 전장에 버려두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을 테지만, 특히 전투기 조종사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양성하는 핵심 전력 자산이기도 하다. 우리 공군도 숙련된 전투기 조종사 1명을 길러내려면 KF-16은 122억여 원, F-15K는 210억여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만큼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과정은 엄격하다. 20개월 동안 3단계의 비행 교육을 마치고도 1년을 더 훈련을 받아야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조종사는 비행 전날부터 이륙 직전까지 다른 조종사들과 함께 임무 계획과 예상 위험을 확인하는 ‘브리핑’을 수차례 거치며 비행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 모든 건 작은 실수 때문에 대형 사고가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F-15K 조종사가 작전 중 개인 소장용 기념사진을 남기겠다며 전투기를 함부로 기동하다 다른 전투기와 접촉한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2021년 12월 당시 공군 A 소령은 대구 11전투비행단에서 F-15K 2대가 편대를 이룬 임무 중이었다. 인사이동 전 마지막 비행이었다. 그는 비행 중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이를 본 다른 전투기의 편대장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A 소령은 갑자기 기체를 상승시킨 뒤 조종석이 아래를 향하게 뒤집으며 편대장 전투기 위로 접근했다. 두 전투기가 너무 가까워지자 편대장 전투기는 하강했고 A 소령은 왼쪽으로 피했지만, 편대장기의 주날개와 A 소령 전투기의 꼬리날개가 부딪쳤다.
▷두 전투기가 무사히 착륙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민가에라도 추락했다면 인생샷 한번 찍으려다 자신은 물론이고 민간인들까지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게 하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공군은 사고를 쉬쉬하면서 A 소령에게 수리비 8억여 원을 변상하라고 했고 A 소령은 감사원에 재검토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비행 중 촬영 관행을 통제하지 않은 군에도 책임이 있다며 변상액을 10분의 1로 줄여줬다. 이런 내용이 담긴 감사 보고서를 22일 공개한 뒤에야 4년 4개월 만에 전말이 드러났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것 자체가 아찔한 일인데, 안전에 신경 쓰기도 빠듯할 비행 도중 개인 사진을 찍는 것이 이전부터 반복된 관행이라니 어이가 없다. 여전히 공군은 사건 이후에도 그런 관행이 이어졌는지, 재발 방지 대책이 있었는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엔 KF-16 전투기 조종사가 사격 좌표를 3차례 확인해야 하는 수칙을 지키지 않아 민가에 오폭하는 사고가 났다. 기강 해이를 다잡지 않으면 언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윤완준 논설위원, 동아일보(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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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폭 36분 뒤 합참의장에게 보고, 전시였다면

7일 오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의 가정집이 통제되고 있다. /뉴스1
6일 공군 전투기의 경기도 포천 민가 오폭 사고는 조종사가 타격 지점 좌표를 잘못 입력한 탓이라고 군이 밝혔다. 실사격 훈련 중인데 좌표 입력 오류를 공군의 누구도 잡아내지 못했고 조종사는 폭탄 투하 지점을 눈으로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다. 전투기가 8km 이상 훈련장을 이탈했는데 관제사 등의 경고도 없었다고 한다. 계엄과 탄핵 사태로 국군 통수권이 불안한 상황에서 군의 기강 해이를 드러내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오폭 사고 발생 시각은 오전 10시 4분이었다. 군 작전을 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가 이 사실을 최초 보고받은 것이 10시 24분이고 합참의장에게는 10시 40분에 보고했다고 한다. 최악의 오폭 사고가 났는데도 합참의장 보고까지 36분이나 걸린 것이다. 합참의장은 사고를 모르는 채 한미연합사령관과 훈련 관련 행사까지 마쳤다.
반면 소방은 수분 만에 오폭을 확인했다고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방부에서 보고받은 것도 사고 1시간이 지나서였다. 뉴스 속보보다 늦었다. 만약 이 지역에 북한의 포탄이 떨어졌을 때 합참의장이 36분 뒤에 알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나.
사람이 하는 일에서 불의의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대형 사고 보고가 30분~1시간 늦은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대전에서 36분은 승패를 좌우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북한 장사정포는 10분 안에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다. 군 지휘부가 신속한 보고를 받아야 반격도 할 수 있다. 그 짧은 시간이 많은 장병과 국민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 군은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사고가 났다고 실전 훈련을 아예 하지 않는 비전문적이고 안이한 결정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조선일보(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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