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끼리 '계급 갈등']
[반도체 파업, '주식 보상'으로 절충하길]
[삼성 노조와 ‘야만인’의 과일 따는 법]
노조끼리 '계급 갈등'

제국주의 시기 인도에 진출한 영국 동인도회사 직원들은 차별 대우를 받았다. 1858년 인도에서 터진 동인도회사 용병 무장 폭동은 회사의 차별 대우와 그에 따른 노노(勞勞) 갈등이 이유였다. 회사는 직접 돈벌이를 맡은 행정 직원에게 두둑한 보너스를 줬다. 반면 식민지 관할 영역을 늘리기 위해 전투에 나선 용병에게 지급하던 생명수당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삭감했다.
▶내부의 보상 격차가 너무 커서 조직이 인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을 ‘수평적 형평성의 붕괴’라 한다. 자동차 대량생산을 위해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한 포드가 직원의 대량 확보를 위해 신입 미숙련공의 급여를 대폭 올리자 중간관리자와 숙련 노동자들이 반발했다. 일본 자동차의 미국 진출이 본격화된 1980년대 미국 GM에선 정반대 일이 벌어졌다. 수익성이 악화되자 신입사원만 임금을 삭감했는데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는 선임과 후임간 임금 격차가 두 배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역대급 이익을 올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과실 배분 문제를 두고 노노 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갈등은 대기업끼리, 대기업과 협력업체 사이, 심지어 같은 회사 노조원들 사이에서 전방위로 빚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노동자의 과도한 요구가 다른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하자 삼성전자 노조 위원장이 “LG 유플러스를 지적한 말”이라고 과녁을 돌렸다. 유탄을 맞은 LG 유플러스 노조가 반발하며 신경전이 벌어졌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900억원이어서 30%를 받아도 임직원 1인당 돌아가는 돈은 2700만원, 삼성 반도체 부문은 15%만 받아도 6억원에 육박한다. 수퍼리치 노조와 보통 노조 사이의 계급갈등이란 말까지 나온다.
▶SK하이닉스와 협력업체들 사이에선 협력사들 연봉 평균이 하이닉스가 주는 성과급의 절반 수준이란 사실 때문에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고, 삼성전자에선 반도체 부문(DS)과 여타 가전·모바일 부문(DX) 간 내부 노노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성과급 차별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DX 부문 근로자들이 “우리는 수원전자냐” “메모리 아니면 들러리냐”라며 노조 탈퇴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란 전쟁이란 악재를 맞고도 우리 경제가 버티는 데는 삼성과 SK의 눈부신 활약 덕이 크다. 그런데 정작 두 회사 노조의 이익 배분을 두고 안팎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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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업, '주식 보상'으로 절충하길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 노조의 1인당 7억원 성과급 요구와 최대 30조원의 생산 손실을 예고한 총파업 선언은 개별 기업의 갈등을 넘어 대통령까지 우려를 표할 만큼 국가 경제의 난제가 되고 있다. 1분기에만 53조원이 넘는 기록적 흑자를 내고도 삼성전자가 마주한 현실은 축배 대신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갈등의 현장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파업을 ‘부적절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보상 액수를 조절하는 임시방편으로 넘기기보다 회사의 성장과 직원 가치를 하나로 연결하는 ‘주식 보상 제도화’를 통해 근본적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삼성은 성과급을 주식과 현금 중 선택하여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자율적인 선택을 맡겨서는 ‘현금 쏠림’ 현상을 막기에 어렵다. 이런 방식은 실적이 좋을 때마다 미래 가치보다는 당장의 현금 보상 규모에만 매몰되게 만들어 노사 갈등을 주기적으로 반복시킬 우려가 크다. 대안으로 현금 성과급은 연봉의 일정 수준(50%)으로 상한을 두어 안정적으로 보장하되 초과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주식으로 보상하는 ‘가치 공유형’ 모델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때마침 제도 개편을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임직원 지급용 자사주 8200만 주는 종가 기준 18조4300억원 규모다. 이 막대한 자산은 단순한 재무적 수단이 아니라 임직원을 단기 수혜자가 아닌 장기 주주로 변모시킬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사 TSMC가 핵심 인재들에게 주식을 3~4년에 걸쳐 나누어 주는 보호예수 방식을 우리 실정에 맞게 이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존의 성과연동 주식보상(PSU)을 전사적으로 확대하고 지급된 주식을 1년 후 20%, 3년 후 30%, 7년 후 50% 식으로 분할 매각하게 함으로써 직원이 회사의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파업 등을 스스로 반대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현금 유출을 줄여 재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실익이 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핵심이란 말로도 부족한 중요성을 갖고 있다. 삼성 노사가 소모적 협상을 끝내고 주식 보상을 포함한 합리적 해법을 찾아 글로벌 1위를 지키는 상생의 길을 찾길 기대한다.
-조선일보(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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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 ‘야만인’의 과일 따는 법
과일이 먹고 싶으면,
나무 밑동을 벴던 ‘루이지애나 야만인’
성과급 더 달라고,
韓 경제-안보 ‘미래’에 도끼질하려는 노조
“루이지애나에 사는 야만인들은 과일이 먹고 싶으면, 밑동을 베어 나무를 쓰러뜨린 뒤 열매를 딴다.”
1748년 출간된 몽테스키외의 저서 ‘법의 정신’에 나오는 구절이다. 전제 정치가 얼마나 파괴적 결과를 낳는지를 경고하기 위해 든 비유다. 하지만 그보다는 현재 한국에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놓고 벌어지는 쟁탈전에, 이 비유가 더 잘 들어맞을 것으로 보인다.
성과급에 눈이 멀어 한국 경제의 성장과 고용, 수출과 경상수지, 국가 재정과 경제 안보의 ‘버팀목’인 반도체 생산라인을 파업으로 멈춰 세우겠다는 것이, 오늘 한 끼를 위해 나무 밑동을 베는 ‘야만’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 사업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봉의 최대 50%’로 되어있는 개별 상한도 풀라고 한다. 내년 성과급으로 40조 원이 넘는 돈을 챙기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작년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비 37조7000억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회사 측이 “업계 최고 대우” 약속과 함께 특별보상안까지 제시했지만, 노조는 파업을 기어이 강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반도체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액이 하루에만 1조 원, 파업 장기화 시 영업이익이 최대 10조 원 감소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직접적인 손실도 크지만 ‘파업 리스크’로 인한 신뢰 손실과 브랜드 가치 훼손은 훨씬 더 아프다.
회사야 어찌 되건 내 몫만 많이 챙기면 된다는 노조의 이기주의적 행태는 ‘길 가던 나그네’까지 “내 몫 내놓으라”고 덤비게 만드는 ‘촌극’까지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반도체 호황은 특정 산업만의 성취가 아니라 여러 차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이라는 막대한 부담을 감내해 온 농어민들의 희생이 축적된 결과”라며 농어민 환원 확대를 주장했다. 또 국회의원 재선 도전에 나선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익균점법’까지 들고나왔다.
문제는 메모리 수요가 꺾이는 날이 언젠가는 온다는 점이다. ‘사이클’이라는 말이 왜 있겠는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존재도 위협적이다. 천문학적인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반도체산업은 한발만 삐끗해도 ‘천 길 낭떠러지’다. 과거 메모리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흔히 반도체 하면 떠오르는 게 ‘클린룸’인데, 이 클린룸을 처음으로 ‘발명’한 곳이 일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한때는 ‘일본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반도체 톱10’의 1위부터 6위까지가 일본 기업이었다. D램만 따지면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일본 기업들이 장악했다. 그러나 지금은 메모리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은 흔적조차 없다.
일본이 메모리 시장에서 몰락한 데는 미일반도체협정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신규 설비와 R&D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투자 치킨게임’에서 제대로 응전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가 좋을 때는 수익으로 ‘잔치’를 벌이고, 경기가 나쁠 때는 비용 절감을 하느라 투자를 뒷전으로 돌리다 보니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충격적인 실적 부진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최고경영진이 연이어 ‘반성문’을 내고, 삼성전자의 미래에 의문을 품은 외국인 주식투자가들이 33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였던 게 불과 1년 반 전이다. 운 좋게 ‘AI 투자 붐’에 올라타 기사회생했다고 해서,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을 때인가.
메모리와 함께 반도체의 두 축이 돼야 할 파운드리의 경쟁력은 또 어떤가. 2021년 말 34%포인트였던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작년 말 6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고작 7%다. 이대론 희미한 반전의 불씨마저 사그라질 판이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MS 어디에도 노조가 없습니다. 그 회사들의 성공에는 노조가 없다는 점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이테크 기업의 회장과 CEO들은 제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할 겁니다.”
‘자기 발등 도끼로 내리찍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보면서 창 회장과 전 세계 하이테크 기업의 CEO들이 삼성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날들이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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