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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삼무원, 오늘은 삼노총, 내일은?] [ ..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뚝섬 2026. 5. 6. 09:49

[어제는 삼무원, 오늘은 삼노총, 내일은?]

[국가 경제 리스크로 번지는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어제는 삼무원, 오늘은 삼노총, 내일은?

 

위기 땐 삼성+공무원, 특수 땐 삼성+민노총
"굴하지 않는 열정으로 불가능 없다는 믿음으로 싸운"
최강 삼성을 만든 비밀은 지금 삼성의 글로벌 경쟁사에 있다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삼성 서울 태평로 본관에 도서관이 있었다. 1990년대 얘기다. 경제 관련 일본 서적과 양질의 다큐멘터리 비디오가 많았다. 도쿄 중급 규모 서점을 옮겨놓은 듯했다. 삼성 담당 기자를 할 때 홍보실에 부탁해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는데 일본 책이 귀할 때라 정말 행복했다.

 

특별한 도서관이었다. 삼성 재팬이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보낸 책과 다큐 비디오를 모아서 사원들이 보라고 만들었다고 했다. 이 회장의 독서량과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30년 전인데도 몇 권의 책과, 특히 1991년 방영된 ‘전자입국 일본의 자서전’이란 NHK 다큐가 기억난다. 1991년은 일본이 세계 반도체를 장악할 때다. 내용에 감명을 받고 일본으로 출장 가 다큐에 나온 회장 인터뷰도 했다. 칼갈이 숫돌에서 시작해 세계 반도체 절삭 업체가 된 ‘디스코’란 기업이다.

 

시리즈 1편에 등장한 최첨단 반도체 제조 현장은 미쓰비시전기 공장이었다. 사실 일본 반도체는 이 다큐가 방영된 시기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큐에 등장한 미쓰비시 사이조 공장은 훗날 히타치, NEC 반도체 공장과 합병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로 거듭났지만 옛 영광을 찾지 못했다. 지금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주식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25분의 1, SK하이닉스의 18분의 1이다.

 

이건희 회장도 이 다큐를 봤을 것이다. 양질의 NHK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명작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일본 반도체 신화를 보면서 그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일본은 반도체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연구자, 마이크로프로세서 시대를 연 연구자를 배출한 나라다. 맨땅의 후발 주자로서 기업의 살길을 찾기 위해 읽고 모아온 도서관의 책들이 이 회장의 고민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을 드나들 때 삼성은 큰 위기였다. 새로 진출한 자동차는 합병과 매각 위기에 몰렸고, 주력인 전자는 불과 한 달 동안 17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던 삼성이 몇 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그때 한 주간지 기사가 일본 재계에 큰 충격을 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행하는 닛케이 비즈니스 2000년 11월 6일 자 ‘삼성전자 대부활, 일본이 반면교사’ 제목의 특집 기사다. 그해 삼성전자 순이익이 일본 전자 7개사의 총 순이익을 넘어선다고 했다. 소니, 히타치, 도시바, 마쓰시타, NEC, 후지쓰, 미쓰비시 등 쟁쟁한 브랜드였다. 일본에선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건 “일본과 반대로 해서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일본과 달리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한국 산업화 시대의 ‘일본 따라 하기’ 성공 방식은 이때 폐기된 듯하다.

 

당시 윤종룡 삼성 부회장의 인터뷰를 잊을 수 없다. 그동안 내가 읽은 인터뷰 중 가장 잔인했지만 가장 솔직한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사람 30%를 줄이는 것은 임금 60%를 줄이는 것이다. 사원 한 사람이 월급의 2배를 사내에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테크 기업이 사람을 수시로 줄이는 논리가 이렇다. 외환 위기 직후라는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삼성의 구조 조정은 너무나 단호해 그때도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구성원의 희생으로 자본을 축적했고, 축적된 자본으로 불황기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투자의 결과 지금의 삼성전자가 됐다는 것이다. 당시 회사를 나간 사람보다 수백 배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에 들어왔다. 지금 삼성맨은 자신이 그 수혜자라는 것을 인식이나 할까. 그때 알았다. 이 회장은 90년대 그 많은 일본 책을 읽으면서 일본과 다른 길을 생각한 것이다. ‘비범’이란 이런 것이다.

 

10년 후 나온 특집 기사 한 편을 더 소개한다. 같은 닛케이 비즈니스 2010년 7월 5일 자 ‘삼성 최강의 비밀, 일본이 잊은 약육강식의 경영’ 특집이다.

 

“적기 투자, 마케팅 파워, 오너 경영을 삼성의 강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동력은 다른 데 있다. 격렬한 경쟁에 굴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불가능은 없다고 믿으면서 싸우는 사원들이다.”

 

이렇게 덧붙인다. “일본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하는 나라가 됐다. 장시간 노동을 꺼리고 여성이 선호하던 직종에 남학생이 지원한다. 그런데 삼성에는 업무 시작 2시간 전에 출근해 일을 시작하는 ‘모레츠(맹렬) 사원’이 가득하다.” 한때 일본인은 ‘경제 동물(이코노믹 애니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맹렬 기업 전사였다. 그런 일본이 삼성을 보면서 이런 탄식을 했다.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 2010년 7월 5일 자 특집 '삼성 최강의 비밀'. '격렬한 경쟁에 굴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불가능은 없다고 믿으면서 싸우는 사원들이 삼성 최강의 비밀'이라고 했다.

 

물론 옛날 얘기다. 몇 년 동안 ‘삼무원(삼성+공무원)’이란 말이 신조어로 유행했다. 도전적인 조직 문화가 사라지고 일보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삼성 사원들을 풍자한다. 그런데 AI 특수로 위기를 모면한 올해는 파업을 내걸고 천문학적 이익 분점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를 볼모로 같이 죽자고 덤벼드는 민노총 투사처럼 변했다. 이제 ‘삼노총’인가. 돈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삼성 조직 문화의 이런 역변(逆變)은 한국을 향해 점멸하는 최악의 적신호라고 생각한다. 돈만 벌었을 뿐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오랫동안 하향 평준화했다. 그동안 수많은 핍박에도 ‘삼성 정신’으로 버티던 삼성마저 동물원 ‘늑구’처럼 순치돼 ‘한국’이라는 거대한 우리 안으로 끌려가고 있다.

 

맹렬 사원?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웃는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고 한다. 아니다. 한국이 변한 것이다. 일본이 말하던 ‘삼성 최강의 비밀’은 이제 한국엔 없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와 대만의 경쟁사 조직 문화엔 그대로 살아 있다. AI 특수를 만든 주역들이다. 한국이 그들보다 특별할 리 없다. 그러면서 글로벌 정글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는 것은 중학생도 안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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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제 리스크로 번지는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지난 3월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HBM4/4E 70:1 확대 모형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백억 달러의 수출과 수십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 유발로 국내총생산이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그동안 노사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온 신 의장이 공개 입장을 표명한 것은 반도체 생산 차질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그만큼 크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15%인 45조원 성과급은 지난해 주주 배당(약 11조원)과 연구개발비(약 38조원)를 뛰어넘는 규모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언급했었다. 노조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내 밥그릇만 챙기면 된다”는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이다.

 

노조 계획대로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이 진행되면 최대 30조원 손실과 함께 공급 차질, 고객 이탈, 시장 지배력 약화라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37%,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반도체 의존’이 심화된 상황에서 파업 충격은 성장률 하락과 증시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

 

기업은 주주와 경영진, 노조만의 것이 아니다.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정부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고, 사회적 책임에는 노사가 따로 없다. 삼성전자 노조가 단기적 실리에만 매몰되지 않고, 미래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공동체의 상생을 함께 고려하는 성숙한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 장기적으로는 노조원에게도 그것이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조선일보(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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