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담당 차관]
[수십 년 지나도 끊기 어려운 父子의 인연]
[나의 나무 친구를 소개합니다]
‘외로움’ 담당 차관

사회적 고립이란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거나 단절된 상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잠깐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받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사회적 고립’으로 판단한다. 그 극단적인 사례가 고독사다. 해마다 늘어 2024년 사망자 100명 중 1.09명이 고독사였다. 홀로 사망하더라도 가족이나 지인이 뒤늦게 시신을 수습하거나 뜸하게 왕래가 있었다면 통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고독사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사회적 고립이라는 물리적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이 외로움이다. 미 공중보건 최고책임자인 비벡 머시 전 의무 총감은 외로움을 감염병으로 정의하면서 마음뿐만 아니라 몸을 병들게 한다고 했다. 마약 중독자부터 심혈관 질환자까지 질병의 기저에는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뇌에서 외로움과 배고픔은 동일한 부위에서 처리된다. 음식에 대한 욕구만큼 관계에 대한 욕구도 본능적이란 뜻이다. 집단생활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외로움은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된다.
▷SNS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쉽게, 많이 연결을 경험할 수 있는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친구와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더 외롭다고 느낀다. SNS에선 가장 보여주고 싶은 나를 순간 포착해 올리고,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는 쉽게 차단한다. 갈등 없는 피상적인 관계만 맺다 보니 정작 내적 감정을 공유할 사람은 없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이른바 인공적 친밀감(Artificial Intimacy)도 문제가 되고 있다. AI가 심리상담사를 자처하고 친구나 연인을 대체한다. 인간 대신 기계와의 관계로 도피하지만 거절도, 상처도 없는 안전한 관계에서 오는 인공적 친밀감은 결코 외로움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 ‘인공적 친밀감’을 연구하는 셰리 터클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목마른 사람에게 물 사진을 건네는 격”에 비유했다. 인간의 취약성을 이용해 감정을 조종하는 알고리즘은 진짜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다.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해지면서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한국의 초대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으로 지정됐다. 2018년 영국이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고, 2021년 일본이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신설한 데 이어 우리도 범부처 대응을 선언했다. 전담 차관을 복지부에서 맡은 건 복지 자원을 동원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뜻일 터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외로움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 생계 지원 같은 복지 정책을 넘어선 공동체 복원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6-05-15)-
______________
수십 년 지나도 끊기 어려운 父子의 인연

두려움이 지나고 찾아든 소망, 강원 평창 금당계곡 골짜기에서. /이주연 산마루교회 목사
50대 중반인 한 형제가 술 기운에 찾아왔다. 때때로 노숙을 하면서 자주 술에 취해 지냈던 사나이다. 그는 노숙인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시작한 산마루해맞이대학에 열심히 참여했다. 하지만 늘 마음의 고통을 견디느라 힘들어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애처로운 마음으로 그를 맞았다.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찾아가시지요. 집을 모르시나요?” “어디인지 알지만 두렵습니다.” “왜요?” “중학교 2학년 때 집을 나왔습니다. 하도 공부 못 한다고 때려서 도망쳤어요….”
그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빛이 과거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며 버텼던 세월이 40년이다. 그럼에도 마음 깊은 곳의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아버지를 뵈러 가라며 선물 살 돈을 찔러줬다. 하지만 그는 집에 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무서워 못 갔다는 것이다. 나는 팔순이 넘은 아버지가 때려봐야 얼마나 아프겠느냐고 했다. 무서우면 함께 가자고 했다. 그가 실제로 두려워한 건 아버지의 폭행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불쑥 나타난 아들을 아버지가 인정하지 않고 거절할까 봐 두려워했던 것이다. 거절당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깊은 두려움이다. 결국 그는 아버지를 찾아가지 못했다.
최근에는 30대 초반의 한 형제가 할 말이 있다며 찾아왔다. 그는 “목사님의 새벽 기도회 말씀을 듣고 회개했습니다. 목사님께 거짓말한 게 있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다 했는데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안 계시다는 것은 15년 전에 한 말이었다. 그는 10대 시절 아버지 때문에 겪었던 험난했던 일들을 몇 마디 이야기했다. 그것만으로도 그가 어린 날 얼마나 어려웠을까 느껴졌다.
“목사님, 아버지께 다녀오겠습니다. 제가 일해서 저축한 것에서 200만원만 주십시오.” 그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아버지와 통화해 만날 날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한 그날 낮에 아버지 집 앞에서 돌아섰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아서 결국 그날 해 질 녘에 아버지와 상봉했다. 눈물로 불효를 사과했다. 아버지의 문제로 집을 나오게 됐어도 그는 아버지를 떠났다는 죄책감을 느껴왔다. 아버지도 눈물로 사과하며 “너는 여전히 내 아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로써 그는 인생의 막힌 담과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었다. 영혼의 평안과 자유를 얻었다.
인간은 부모를 단순한 타인처럼 끊어낼 수 없다. 기억되는 부모의 체온과 목소리와 냄새가 영혼 깊은 곳에 남아 있기 때문일까? 본래 자신을 낳아준 한 몸으로 이어진 존재이기 때문일까? 성경이 가르치는 인륜의 첫번째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한다. 자식을 먼저 사랑하라고 하지 않는다. 감정에 앞서 창조의 질서가 먼저 있기 때문이리라. 부모의 잘못으로 관계가 깨어졌을지라도 자녀들은 다시 공경하게 되는 순간이 와야 참 행복을 누리게 된다. 예수께선 하늘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시니, 회개하고 돌아오기만 하면 인류가 천국을 살게 된다고 하신다.
-이주연 산마루교회 목사, 조선일보(26-05-15)-
_____________
나의 나무 친구를 소개합니다
바람에 날려온 씨앗에서 자라난 작은 나무 몇 그루를 보았다.
그렇게 장수하는 나무의 시작이 그토록 미약하다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유고 ‘씨앗의 산포’ 중에서
번역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뒷산으로 산책을 나간다. 어린나무가 한창 자라나는 철이라 여기저기 눈이 가는데, 요즘 나를 가장 위로해주는 건 바로 칠엽수. 믿기 힘들 만큼 커다란 잎이 일곱 개씩 약간 처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어찌나 편안해지는지.

어린 칠엽수의 모습도 참 재미있다. 가녀린 줄기 하나가 곧게 쭉 뻗은 것도 신기한데, 그 꼭대기에 저 거대한 잎 일곱 개가 너무 무거워서 돌아가지도 못할 듯한 선풍기 날개처럼 달려 있다. 어린 칠엽수 뒤에는 분명 그 부모일 칠엽수가 위용을 자랑하며 거대한 촛불이나 사원 모양의 기묘한 꽃을 잔뜩 매달고 있었다. 그 둘 사이의 시간을 생각하니 잠시 아득해져 인간의 하찮은 고민 따윈 까맣게 잊고 말았다.
-황유원 시인·번역가, 조선일보(26-05-15)-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國內-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쉿, 그 '오빠'는 안 돼] [오빠] (1) | 2026.05.17 |
|---|---|
| [‘보복 대행’에 메뉴판까지 등장] [배달 앱 개인정보 털어 ‘보복대행’] (0) | 2026.05.16 |
| [가짜 대학생] [리플리 증후군] (0) | 2026.05.15 |
| [시니어 비율 1위, 서울 제기동역] [도시철도 무임승차.. ] .... (1) | 2026.05.13 |
| [오빠는 한탄한다] [요리사가 그것도 모르냐] .... (1) | 2026.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