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조사가 왜 이래?"]
[여론조사 홍수 속 “응답 샘플 모자라 중단”]
"여론 조사가 왜 이래?"

1936년 미국 대선에서 당선자 맞추기 경쟁이 붙었다. 잡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전화 가입자와 자동차 소유자 1000만명에게 엽서를 발송, 236만장을 회수해 공화당 승리를 예측했다. 반면 조지 갤럽은 인구 통계학적 비율에 맞춰 전화나 차가 없는 사람을 포함해 1500명을 면접 조사해 민주당 루스벨트 대통령의 당선을 맞췄다. 현대적 선거 여론조사 시대가 열렸다.
▶우리는 1987년 대선이 시작이었다. 한국갤럽이 노태우 후보의 당선을 실제 득표율과 2.2%포인트 차이로 예측했다. 1997년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0.4%포인트 차로 맞췄다. 그런데 휴대전화 보급으로 집 전화 응답률이 떨어지자 틀린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로 바꾸고 통신사에서 유권자의 성·연령·지역 정보가 포함된 안심 번호를 받아 쓰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 이번 6·3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너무 들쑥날쑥하다. 자동응답(ARS)과 전화면접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같은 전화면접인데도 결과가 크게 다르다. 서울시장의 경우 A 조사는 정원오 후보가 13%포인트 앞선 반면, B 조사는 오세훈 후보와 동률로 나왔다. 전문가들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고 짐작만 할 뿐이라고 한다. 우선 조사 문항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한다. 문항이 많을수록 중도 이탈자가 많고 응답률도 떨어진다. A 조사는 문항이 16개, B 조사는 10개였다. 중도 이탈자가 A 조사는 7300여 명, B 조사는 4900여 명이었다. 최종 응답률도 A 조사 9.8%, B 조사 14%였다. 권역 설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서울시장의 경우 법정 표본 800명을 보통 동남, 동북, 서남, 서북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 200명씩 채우는데, 어떤 구를 어느 권역에 붙이느냐는 조사 회사마다 다르고, 그에 따라 결과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피로감도 있다. 최근 한 달간 공개된 조사만 30여 건에 이른다. 조사 당 안심 번호 2만개씩을 부여하고, 해당 선거구 유권자가 10만명이라고 하면 1인당 5~6번씩 전화를 받는 셈이다. 여기에 후보자나 정당이 실시하는 비공개 조사도 있다. 조사 전화를 받아도 바로 끊거나 아예 수신 차단을 설정하는 사람이 많다.
▶응답을 피하는 ‘샤이 보수’ 또는 ‘샤이 진보’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정치인의 수준 저하와 정치 양극화,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 낮은 응답률의 원인이라는 데에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여론조사가 이번 고비는 어떻게 넘길까.
-황대진 기자, 조선일보(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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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홍수 속 “응답 샘플 모자라 중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조사를 진행할 때 대상자의 연령, 성별 등 비율을 전체 유권자 분포에 맞추도록 하고 있다. 그에 따라 확보해야 할 응답자 수가 100명이라면 최소 70명은 조사에 응해야 가중치를 줘서라도 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 재선거를 치르는 경기 평택을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20대의 응답 샘플이 그 최소 기준에도 모자라 중단됐다. 평택지역신문협의회는 27일 “무차별적인 조사 공세로 인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응답 거부가 잇따랐다”고 중단 원인을 설명했다.
▷평택을은 여야 후보 5명이 맞붙으면서 격전지로 부상한 곳이다. 그에 따라 여론조사도 몰리면서 3월 말 이후 공표된 조사만 20건이었다. 협의회에 따르면 조사 기관들이 공표용 여론조사를 위해 전화를 건 횟수는 23만1508번이나 됐다. 평택을 선거인 약 18만 명보다도 많은 숫자다. 협의회는 비공표 여론조사와 정당 내부 조사까지 합치면 평택을 유권자 한 명당 평균 4차례 이상 전화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여론조사 범람은 평택을만의 문제가 아니다. 6·3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2월 초부터 이달 말까지 4개월간 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건수를 세어봤더니 무려 1850여 건에 달했다. 28일 하루에만 61건의 여론조사 결과가 올라왔다. 평일과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여론조사 전화가 몇 번씩 걸려오면 일상과 업무가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거부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끊어버리는 일이 늘어나자 어떻게든 응답자 수를 채우려는 조사 기관들이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횟수가 급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설사 최소 응답자 수를 채웠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20대 응답자 100명이 필요한 조사에서 70명만 응답했다면 조사 기관들은 답을 듣지 못한 30명도 70명과 비슷한 답변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보고 가중치를 부여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는 그야말로 가정의 영역이기 때문에 실제 민심과는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결국 응답 거부가 확산될수록 여론조사의 정확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민심과 동떨어진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에게 여론 지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혼란을 가중시키고 심지어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학계에선 조사 기관의 공신력을 평가한 등급제를 도입해 일정 등급 이상의 기관만 선거 기간에 여론조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 여러 해법들이 거론되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 민심 왜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여론조사 홍수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윤완준 논설위원, 동아일보(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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