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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슐랭, 우슐랭, 빵버스… 기사님 믿고 가는 맛집]

뚝섬 2026. 5. 31. 05:46

택슐랭, 우슐랭, 빵버스… 기사님 믿고 가는 맛집


'미슐랭'만큼 빠삭한 가이드
발품으로 검증한 식당 정보

매년 5월 축제 기간 ‘택슐랭 가이드’ 맛집으로 승객을 태워다주는 전용 택시. /부산축제조직위원회

 

“가장 맛있는 길로 모십니다.” 배는 고픈데 초행길일 때, 그렇다고 아무 데나 들어가 입맛 버리기는 싫을 때, 걱정할 필요 없다. ‘미슐랭(미쉐린·Michelin) 가이드’ 못지않은 인간 내비게이션이 있으니까. 택시 기사. 온 동네 식당의 주력 메뉴와 가격표, 공깃밥 밥알 개수까지 빠삭히 꿰고 있다. 그리하여 부산에는 ‘택슐랭 가이드’가 무료 배포되고 있다. 경력 10년 이상 베테랑 택시 기사 362명이 추천한 식당 중 상위 35곳을 선별해 담은 책자. 국밥부터 횟집까지, 광고비 일절 없이 경험으로 검증된 맛집만 이름을 올렸다.

 

거친 도로에서 거리의 온갖 해적과 상대하느라 혓바늘 곤두선 택시 기사의 미각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이들이 가는 식당은 고로 맛은 기본이요, 양으로 장난질 치지 않으며, 느려 터진 서빙으로 부아를 자극해서도 안 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밥 먹으러 가는 길, 경치도 중요하다. 가성비 식당을 뜻하는 미슐랭 ‘빕구르망(Bib Gourmand)’을 패러디한 ‘바퀴구르망(드라이브 맛집)’ 식당까지 따로 선정하는 이유다. 2024년부터 ‘택슐랭 가이드’를 발간해 온 부산축제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미식과 관광을 연계하기 위해 가이드 발간을 겸해 매년 축제도 개최한다”며 “특히 로컬의 맛을 즐기려는 젊은 세대 여행객 반응이 좋다”고 했다.

 

방방곡곡 구석구석 누비는 정의의 기사는 우체국에도 있다. 정보로 둔갑한 광고, 거짓된 스팸 메일을 이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일명 ‘우슐랭 가이드’로 불리는 우체국 추천 맛집 가이드를 무료 배포하는 이유다. 부산·울산·경남 소재 37개 우체국 직원들이 5개월간 제작에 투입된다. “소셜미디어에서 맛집이라길래 혹해서 갔다가 실망한 적이 너무 많다”는 불만이 지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맛집 목록을 택배처럼 정확히 배송하기 위함이다. 다음 달 나올 ‘2026 우슐랭 가이드’에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240개 식당이 이름을 올릴 예정. 부산지방우정청 관계자는 “사업장 이전 등의 변동 사항까지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며 “고객 요청이 늘면 전국 단위로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트래블은 지난 5일 한국 관광 체험 기사를 통해 “서울에서만 하루에 혼밥을 두 번 거절당했다”며 “죄지은 것처럼 부끄럽고 어리둥절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역시 지난해 11월 “외로움은 팔지 않습니다, 혼자 오지 마세요”라는 안내판을 단 한국 식당을 조명한 바 있다. 그러나 혼밥족(族)의 원조, 기사들의 추천 식당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일부 식당의 냉대로 인한 뜨내기 관광객들의 혼밥 공포 ‘솔로망가레포비아’(Solomangarephobia) 역시 여기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정머리 없는 곳을 기사들은 참지 않기 때문이다.

 

푸짐함과 푸근함, 국적 불문 맛집의 근본 요소. 이를 표방해 ‘동남사거리 기사식당’이란 한글 간판을 내걸고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개업한 한식당 ‘Kisa’는 오픈 2년 만에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 배우 제이크 질렌할 등도 방문할 정도의 명소가 됐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제공하는 반찬 리필, 믹스커피와 율무차를 뽑아 마실 수 있도록 출구에 비치한 무료 자판기 같은 한국의 정을 내세운 덕이다. 1980년대 백반집을 재현해 돼지불백·오징어볶음 등을 내놓는 이 식당은 지난 10일 뉴욕타임스 선정 뉴욕 100대 식당으로 뽑혔다.

 

밥만큼 디저트도 중요해진 시대, 대전에는 ‘빵버스’가 있다. 말 그대로 대전 시내 주요 빵집 여러 곳을 순회하는 가이드형 관광버스다. 동선을 설계해 영춘모찌~성심당~플래닛 에그타르트~하레하레~파이가든 등으로 이어지는 3시간 코스. 같은 콘셉트로 지난해부터 ‘빵택시’를 몰던 안성우(64)씨가 최근 25인승 버스로도 보폭을 넓힌 것이다. 유명 연예인이 잇따라 방문하고, 수개월 치 예약이 미리 찰 정도로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양손 가득 빵 봉투 들고 뒤뚱대며 대중교통을 오가던 번거로움이 해소된 데다, 가미되는 구수한 빵 얘기까지 재미가 쏠쏠하다고. 이용 수료증도 준다. “귀하는 대한민국 빵 성지 대전 빵티칸 순례에 참가해 배불리 맛있게 먹으며 훌륭히 마쳤음을 인증합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주의.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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