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조 달러, 5강 도약”… ‘반도체 초격차’ 유지가 관건]
['반도체 초과 세수 국부펀드로' 옳은 방향이다]
“수출 1조 달러, 5강 도약”… ‘반도체 초격차’ 유지가 관건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 뉴스1
지난달 수출이 월간 기준 최대인 877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수출액은 중동 전쟁과 고유가 등의 악재를 딛고 석 달 연속 800억 달러를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조 달러 안팎의 사상 최대 수출 실적과 세계 ‘수출 5강’으로의 도약을 기대할 만하다.
수출 호황의 주역은 반도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372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9.4% 증가했다.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증가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다. 컴퓨터 수출도 290.7% 늘어나는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92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수출 7000억 달러’를 돌파한 지 1년 만이다. 이렇게 되면 홍콩 일본 이탈리아를 제치고 수출 5강으로 도약한다. 수출이 1조 달러를 넘으면 세계 4위 네덜란드마저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
화려한 수출 실적 이면에 반도체 의존도 심화라는 숙제도 남았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1년 만에 24%에서 42.3%로 뛰었다. 반면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는 조업일수 감소, 부품 공급 차질,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 불안, 미 관세 등의 악재로 5월 수출이 감소했다. 석유 제품은 유가 상승에 따라 수출액이 늘었을 뿐 수출 물량은 줄었다.
반도체는 ‘2년 호황, 2년 불황’이라고 할 정도로 경기 순환적 품목이다. 호황일 때 생산 설비를 늘렸다가 불황이 오면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최근 반도체 경기를 PC나 스마트폰이 아니라 빅테크의 AI 투자가 주도하고 있고, 반도체가 ‘선주문 후생산’의 수주형 산업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호황 사이클이 길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도 금리 인상 등에 따라 빅테크 투자가 불시에 위축될 경우 한국 수출이 동반 급락할 위험은 남아 있다.
반도체 수출을 유지하려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국 등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반도체 단일 품목의 수출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외끌이 구조’는 불안하다. 수출 구조를 중소·중견기업과 소재·부품·장비 산업으로 다각화하고 수출 시장을 동남아시아, 인도, 중남미 등으로 다변화하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 호황일수록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
-동아일보(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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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과 세수 국부펀드로' 옳은 방향이다

반도체 공장 찾은 구윤철 부총리 /뉴시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반도체 수퍼 사이클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 상당액을 국부펀드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 부총리는 “반도체로 벌어들인 돈을 그냥 배분하고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자산으로 키우겠다”며 “초과 세수는 국부펀드 재원으로 두고 그걸로 투자해서 다시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려 한다”고 했다. 호황의 과실을 민생지원금 같은 현금 살포로 흩뿌리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뜻으로 옳은 방향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500조원으로 작년(91조원)의 5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세율 20%를 곱하면 두 회사가 낼 법인세만 100조원이 된다. 작년 나라 전체의 법인세 세입(84조원)보다 많다. 여기에 영업이익의 10%가량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면 직원들이 내는 소득세(최고 세율 45%)가 늘어나고, 법인·소득세의 10%인 지방세 세입도 급증한다. 증시 활황으로 증권거래세도 늘어난다.
그동안 정부 일각에서는 이 돈을 미래 투자보다 나눠먹기 분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노령연금 강화 등 ‘국민배당금’을 제시했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기업 초과 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사회적 대화밖에 없다”고 했다.
반도체는 경기를 타는 산업이기 때문에 수퍼 사이클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호황기에 일시적으로 불어난 세금을 고정 수입으로 착각해 정부 지출을 대폭 늘리면 나중에 불황이 닥쳤을 때 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세금을 충당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실제 2021년과 2022년 각각 61조3000억원, 52조6000억원의 초과세수가 생겼을 때 정부가 이를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성 지출로 소진했다가 다음 2년간 90조원 가까운 세수 결손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초과 세수를 반도체 경기 하강에 대비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재원으로 축적해야 한다. 북해 유전 개발로 얻은 막대한 수입을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노르웨이가 모범 사례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30년간 연평균 6.6% 수익률을 올리며 자산을 3000조원 규모로 불렸고, 정부 예산이 부족하면 이를 메워주는 완충판 역할도 한다. 일시적 호황으로 생긴 초과 세수를 어떻게 쓰느냐도 장기적인 국가경쟁력과 미래 세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선일보(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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