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은 왜 감자에 열광하나

영국에서는 소매점에서도 10kg 단위로 포장된 감자를 흔히 판매한다. 영국 감자는 특유의 포슬포슬한 맛이 별미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혹시 집에 감자가 있다면 먹지 말고 잠깐 기다려라. 감자 덕분에 횡재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5월 중순 유럽 선물 시장에서 감자 가격은 약 700% 급등했다. 중동 지역 분쟁의 여파로 감자 품귀 현상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감자에 관해서라면 영국인은 전문가를 자처한다. 연간 1인당 감자 소비량이 70㎏이 넘는다. 감자로 만든 냉동식품 소비량 또한 유럽 최고다. 한국 살이를 시작했을 때 한식의 맛에 푹 빠졌지만, 영국 감자가 그리웠다. 이 이야기를 하면 여러 한국인이 귀한 별미라도 되는 것처럼 수미감자를 추천했다. 평생을 감자의 찐팬으로 살아온 나는 포슬포슬한 감자를 맛볼 꿈에 부풀어 바로 수미감자를 구매한 후 삶아 으깨서 영국식 감자 요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크게 실망했다. 영국에서는 외면당할 맛과 식감이었다. 반찬에는 적합하겠지만, 영국식 식사의 주된 탄수화물 공급원이 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한국 감자로 영국식 감자 요리를 만들면 맛이 확연하게 다르다. 서양에서 재배한 배추로 담근 김치처럼 뭔가 부족하고 엉성한 맛이 난다.
영국은 16세기에 남미에서 건너온 감자를 재배하기 시작해 현재 80개가 넘는 품종을 엄청난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감자가 19세기에 재배되기 시작했고 현재도 대량 생산되는 품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영국이 맛있는 감자를 생산하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가 아니다. 형편없는 날씨가 비결이다. 비가 많고 해가 빨리 지는 영국 겨울은 감자 재배에 적합한 축축한 흙을 만들기 최적의 조건이다.
영국인에게 감자는 만능 해답과도 같다. 입맛이 까다로운 손님을 초대해 메뉴가 고민일 때 재킷 포테이토(껍질째 오븐에 구운 통감자 구이)를 내놓는다면 얼굴을 찡그릴 영국인은 없다. 원자재 시장 투자자들이 감자 가격이 들썩인다고 해도 무시해라. 그들은 저녁상에 올릴 감자가 부족해질까 봐 걱정하는 영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Here’s Why Us Brits Are So Obsessed With Potatoes
-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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