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주의보 98회, 올여름 '도깨비 오존' 심상치 않다]
[야행성 집중호우]
5월 주의보 98회, 올여름 '도깨비 오존' 심상치 않다
다른 오염 다 개선됐는데 오존만 지속 상승
주의보 10년 사이 네 배로
인체 건강 피해는 초미세먼지 수준 심각
마스크 써도 막을 수 없어

서울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돼 시청역 인근 전광판에 해당 지역이 안내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환경은 지난 수십 년 드라마틱한 개선 경로를 밟아왔다. 예를 들어 지난 50년간 한강 노량진 지점 수질 오염도는 10분의 1로 떨어졌다. 안양천 오염도는 100분의 1이 됐다. 여전히 더 개선됐으면 하는 수준이긴 하다. 그렇지만 50년 사이 변화는 거의 천지개벽이다.
공기질도 그렇다. 지난해 서울 아황산가스 농도(0.0027ppm)는 1980년(0.094ppm)의 35분의 1로 떨어졌다. 1970~80년대 서울 공기 오염은 ‘멕시코시티 다음 세계 2위’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끔찍했다(멕시코시티도 지금은 괄목할 수준으로 공기가 깨끗해졌다고 한다). 지금 세대는 그때의 오염을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몇 년 주된 관심사는 초미세먼지 오염이었다. 초미세먼지는 2015년 공식 측정이 시작됐다. 그 후 10년 사이 전국 평균 오염도가 40% 개선(공기 ㎥당 26㎍→16㎍)됐다. 1986년 연세대 연구팀이 서울 신촌에서 1년간 초미세먼지를 측정했던 비공식 자료(109㎍)를 기준으로 한다면 40년 사이 거의 7분의 1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 모든 환경질 개선과 완전히 거꾸로 가는 지표가 있다. 공기 중 오존 오염이다. 오존(O₃)은 산소 원자 세 개가 결합한 형태로 반응성이 강한 산화 물질이다. 하수 살균, 수돗물 고도 정수 처리, 악취 제거 등에 활용된다. 하늘 꼭대기 성층권 오존은 해로운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이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린이나 노인 등 민감한 사람들이 들이마시는 공기가 오존으로 오염돼 있으면 눈과 호흡기를 상하게 만든다. 그 오존의 연평균 농도가 2001년에서 2024년까지 1.6배(0.02ppm→0.033ppm)로 악화했다.
평균 농도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이 오존주의보 발령 빈도다. 오존의 공기 중 농도가 일정 수준(0.12ppm)을 넘으면 전국 권역별로 오존주의보가 발령된다. 미국 연구를 인용한다면, 우리의 주의보 수준 오염에 지속 노출되면 식물 조직이 파괴돼 콩 수확량이 50%, 옥수수는 25% 감소한다고 한다. 오존주의보 연간 발령 횟수를 5년 단위 평균치로 비교해보면 109회(2011~15년)에서 428회(2021~25년)로 10년 사이 네 배로 늘었다. 그런데 지난달 전국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가 98회에 달했다. 연 발령 횟수로 최악이었던 2024년의 5월 발령 횟수(82회)를 넘어섰다.
오존 농도가 높아지고 오존주의보가 수시 발령돼도 시민들이나 환경당국이 크게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존은 굴뚝이나 배기통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오염 물질이 아닌 점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존은 자동차, 공장, 업소 등에서 배출한 오염 물질이 재료가 돼 강한 햇빛과 반응할 때 생성되는 2차 오염 물질이다. 다시 말해 오존이 만들어지는 데는 고온과 강한 햇빛 등의 기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래서 오존 오염은 5월에 시작해 6~8월에 최고조에 달한다.
희한한 것은 공기 중에 오존의 원료 물질이 많다고 해서 오존 농도가 비례적으로 상승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주된 재료 물질인 질소산화물은 햇빛이 강한 낮에는 오존의 생성 원료로 쓰이지만, 밤이 되면 거꾸로 오존을 깨뜨리는 반대의 작용을 한다. 그래서 도심보다 교외의 농도가 더 높은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도깨비 같은 생성 메커니즘 때문에 지난 20여 년 전반적 대기 오염이 개선됐는데도 오존 오염은 악화돼 왔다. 생성과 소멸이 복잡하고, 자연 기상이 중요한 작용을 하는 데다, 뚜렷한 배출원을 지목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얽혀 경계심을 낮추고 대책 마련을 어렵게 했다.
그러나 오존 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의외로 심각하다. 울산과기대 옥유진 교수의 2023년 건강 위해성 평가 논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초미세먼지로 인한 심혈관·호흡기 질환 연간 초과 사망자 숫자는 1만431명이었고, 오존 오염 기인 초과 사망자는 1만419명이었다. 오존 오염과 초미세먼지는 거의 동등한 수준의 건강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존 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초미세먼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슨하다.
초미세먼지는 앞으로 꾸준히 더 개선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석탄 발전이 축소되고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는 추세 때문이다. 대기오염 가운데 마지막 남은 개선 목표는 오존이라고 생각한다. 오존은 가스 오염 물질이어서 입자 형태의 초미세먼지와 달리 마스크를 쓴다고 걸러낼 수도 없다. 오존 생성은 고온, 강한 일사량 조건에서 왕성해지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진전되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올해는 수퍼 엘니뇨 도래가 예상돼 여름 폭염은 한층 가혹해질 가능성이 크다. 오존 오염은 장마 이후 특히 극성을 부린다. 올여름 오존 오염을 경계해야 한다.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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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집중호우
시간당 100㎜ 물폭탄, 주로 밤과 새벽에 집중된대요
뉴스나 TV 방송에서 여름철 집중호우를 ‘게릴라(불규칙적인 유격전이라는 군사 용어) 폭우’나 ‘송곳 폭우’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으로 표현하는 것을 본 적 있나요? 이런 별칭은 그만큼 여름철 집중호우가 인명과 재산 등에 많은 피해를 주기 때문에 생긴 거예요.
최근 우리나라 여름철 날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낮에는 멀쩡하다가 모두가 잠든 깊은 밤부터 새벽 사이 갑자기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지며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를 ‘야행성 집중호우’라고 해요. 오늘은 야행성 집중호우가 왜 내리는지 알아볼게요.

수증기 바람 ‘하층 제트’는 밤에 더 빨라
왜 비는 낮보다 밤에 더 강해지는 걸까요? 여기에는 ‘하층 제트(Low-Level Jet)’라는 비밀 요원이 숨어 있습니다.
하층 제트는 지상에서 약 1.5㎞ 상공에서 부는 아주 빠르고 강한 바람을 말해요. 이 바람은 남쪽 바다의 뜨겁고 습한 수증기를 우리나라로 실어 나르는 ‘배달 트럭’ 역할을 합니다. 비가 안 올 때에도 밤사이 이 바람을 통해 열기와 수증기가 계속 공급되면 여름철 잠을 설치게 하는 열대야가 심해지기도 합니다.
여름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아지랑이가 이글이글 올라오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낮에는 태양열이 땅 위 공기를 데워요. 이때 뜨거워진 공기는 위아래로 마구 뒤섞이게 됩니다. 지면의 열기가 공기를 위로 솟구치게 만들면 마찰이 생기면서 바람의 흐름을 방해하고 바람 속도도 느려지게 된답니다.
하지만 해가 지면 공기는 다시 식고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마찰이 줄어들어요. 이런 현상 때문에 하층 제트라는 배달 트럭이 마치 장애물이 사라진 고속도로를 달리듯 훨씬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수증기를 몰고 오게 되는 거지요. 제트 기류가 비의 ‘씨앗’이 되는 수증기를 낮보다 밤에 더 많이 더 빨리 들여오기 때문에 비구름대의 덩치가 밤 시간대에 더 커지는 것입니다.
‘대기 불안정’ 더해져 비구름 기둥 탄생
여기에 밤이 되면 공기가 아주 요란하게 움직이는 현상도 나타나요. 해가 지면 하늘 위의 공기는 빠르게 식고, 지면 공기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식어서 위아래 온도 차가 밤에 커지기 때문인데요. 위쪽은 온도가 낮고, 아래쪽은 온도가 높으면 공기는 어떻게 될까요? 뜨거운 공기는 가벼워서 위로 올라가려 하고, 차가운 공기는 무거워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공기가 아주 심하게 뒤섞이게 됩니다. 이를 ‘대기 불안정’이라고 해요.
밤사이 빠른 속도로 배달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대기 불안정으로 만들어진 비구름과 만나면, 구름은 순식간에 몸집이 커져요. 그렇게 ‘적란운’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비구름 기둥이 순식간에 만들어져 물 폭탄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죠. 기상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름철 강수 강도는 낮보다 밤과 새벽 시간에 훨씬 강하답니다.
시간당 100㎜ 비의 위력은?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리는 걸까요? 지난 2024년 7월 10일 새벽, 전북 군산에는 한 시간 만에 무려 146㎜의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습니다. 시간당 100㎜의 비가 내리면 우리가 흔히 쓰는 커다란 양동이 수만 개를 하늘에서 한꺼번에 쏟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비를 맞으면 우리는 눈을 뜨기조차 힘들고, 운전 중이라면 아무리 자동차 와이퍼를 움직여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랍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더 자주 나타나고 있어요. 지난해 7월 20일 새벽에도 경기 가평에 강한 야행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어요.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시간당 10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한 사례는 2024년 16회, 2025년 15회 있었습니다.
야행성 집중호우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우리가 대비하기 힘든 시간에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잠자는 동안 물이 불어나 제방을 넘는 위험한 상황이 되거나, 지반이 약해진 산비탈이 갑자기 무너지면 대피하기가 매우 어렵거든요. 그래서 기상청은 이렇게 매우 위험한 수준의 비가 예상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호우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서 위험을 알리고 있어요. 호우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는 기준은 ‘1시간에 50㎜ 이상이면서 3시간에 90㎜ 이상의 비’가 내릴 때나 ‘1시간에 72㎜ 이상의 극심한 비’가 쏟아질 때예요. 이 문자는 휴대폰이 무음 모드여도 아주 큰 소리로 경고음을 울려 잠든 사람들을 깨웁니다. “지금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세요!”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올해부터는 시간당 100㎜ 이상의 기록적인 호우가 내릴 때 ‘재난성 호우긴급재난문자’를 추가로 발송하기로 했답니다.
여름철에는 잠들기 전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호우긴급재난문자’가 울리면 당황하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날씨 과학을 이해하고 미리 대비한다면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미선 기상청장/기획·구성=정해민 기자, 조선일보(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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