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중국이 넘어야 할 세 가지 함정] [미군 역할 바꾸는 전작권 환수] ....

뚝섬 2026. 6. 23. 09:09

[중국이 넘어야 할 세 가지 함정]

[시진핑의 해양굴기, 이제 동해도 위험하다]

[미군 역할 바꾸는 전작권 환수, 한미 동맹의 미래 묻는다]

['항미원조'는 중국 선전선동 용어… 침략 은폐하고 6·25 피해자 모독]

[“팽려원이 미제 간첩이라며?”]

 

 

 

중국이 넘어야 할 세 가지 함정

 

[朝鮮칼럼]

미·중 무력충돌 우려와 선진국 문턱서 긴 저성장.. 패권국다운 리더십 없어
특히 북핵 문제에서 역량과 의지가 잘 안 보여.. 위기 전 中이 결단해야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함께 중난하이 정원을 산책 하며 이야기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을 거론하며 미·중 간 전략적 공존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집권 후 오바마·바이든·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때 직간접으로 그 이슈를 화두로 던져왔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그리스 시대 기존 패권국인 스파르타와 신흥 도전국인 아테네가 상호 견제하는 과정에서 결국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치닫게 된 것을 일컫는다. 이를 개념화한 당시 역사학자 투키디데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는 2012년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이 용어를 세계적으로 유행시켰고 미래 패권 세력으로서 중국의 입지를 각인시켰다.

 

시 주석은 미국의 과도한 중국 견제가 파국적 충돌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대등한 라이벌로서 타협과 공존을 강조하기 위해 그것을 언급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의 핵심 전제는 기존 패권국이 도전국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는 것인데, 미국은 최근 서태평양과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 군사력의 급속한 증강을 우려한다. 특히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실전 배치에 대응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우주와 AI를 결합한 군사기술 활용, 첨단기술 기반 해공군의 합동군사 작전력 등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해, 단기간에 중국이 군사력에서 미국 패권에 정면 도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나 첨단 미사일 비축재고나 원거리 투사능력에서 보여준 미국 군사력의 한계는 미국이 2개 이상의 광역전장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능력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이 넘어야 할 함정은 투키디데스 함정 외에도 두 가지가 더 있다. 둘째는 ‘중진국 함정’이다. 저임금·저비용을 기반으로 성장한 개발도상국이 임금 상승과 생산성 정체로 인해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채 긴 저성장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2025년 IMF 추정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GDP는 약 1만3800달러로, 세계은행이 정한 고소득국 기준선인 약 1만4000달러에 가깝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났거나 탈출 직전에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중국의 1인당 GDP가 아직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고 내수 부진 등 만성적 장애로 여전히 중진국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향후 5~10년은 중국이 고소득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지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세 번째 함정은 ‘킨들버거 함정’이다. ‘킨들버거 함정’은 1930년대 대공황의 원인을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패권국의 리더십 부재에서 찾은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의 이론을 재조명한 것이다. 마셜 플랜 설계자 킨들버거는 1차 세계대전 후 쇠퇴하던 영국이 더 이상 국제 질서를 유지할 역량이 없었고, 신흥 패권국 미국은 그 역할을 떠맡을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은 1930년 스무트-홀리법을 제정해 평균 59%에 달하는 고관세를 부과해 보호무역 전쟁을 촉발했다. 대공황에 따른 세계경제난은 독일에서 나치 정권을 출현시켜 2차 대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미·중 모두가 자국 우선주의에 사로잡혀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하지 않거나 못하게 될 경우 세계는 다시 ‘킨들버거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대실패를 거울 삼아 2차 대전 후 획기적인 글로벌 공공재를 세계대전 방지와 인권 신장(UN), 관세 철폐(GATT), 금융·통화·개발(IMF/WB) 분야별로 제도화해 ‘평화의 80년’ 달성에 기여했다. 현재의 중국은 국제 질서가 요구하는 글로벌 공공재 공급에서 미국을 대체할 만한 역량과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한반도 문제가 그렇다. 과거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에 중심국 역할을 했고, 6자 회담 의장국으로 2005년 한반도 비핵화를 명문화한 9·19 공동성명 도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북·중·러 연합전선이 구축된 뒤 6월 북·중 정상회담과 5월 중·러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실종돼 버렸다.

 

물론 아직 ‘북·중·러 초밀착 시대’라고 단정하기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변화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특히 대북 제재 모니터링 시스템의 와해가 우려된다. 그동안 안보리의 대북 전문가 패널은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을 감시하는 CCTV 역할을 해 왔는데, 2024년 3월 러시아 주도로 안보리 북한 제재위 전문가 패널 연장 결의안이 부결됐다. 중국의 원유 수출이나 북한산 석탄 수입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감시 체계가 무력화된 것이다. 이란 전쟁이 증명했듯이 제재는 국제 규범을 위반할 경우 벌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대북 제재가 의미 없다면 러시아는 왜 북한 감시 CCTV를 제거하기 위해 상임이사국 비토권을 무리하게 행사했을까?

 

한국은 중국과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중국이 ‘세 가지 함정’을 모두 극복해 한반도 평화와 안보는 물론 글로벌 번영의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하는 게 당연하다. 세가지 함정 중 투키디데스 함정은 이미 미·중 정상 간에 지속적인 소통과 위기관리 메커니즘이 작동되고 있어 파국적 상황으로 내닫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진국 함정은 중국의 과학, 기술, 산업혁신 성과에 따라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중국이 국제 평화와 핵 비확산 차원의 공공재 공급 문제에서 킨들버거 함정을 어떻게 극복할지 염려된다.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개발 고도화를 막지 못해 동북아 안보 불안이 한계치에 도달하면, 결국 한·일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고 동북아는 핵무기 초밀집 지역이 될 것이다. 심각한 위기 상황이 오기 전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박인국 前 주유엔대사, 최종현학술원 초대원장, 조선일보(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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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해양굴기, 이제 동해도 위험하다

 

中에 北은 미국의 공세 막는 '단검'
두만강 통한 동해 진출 방안에 합의
동해가 중국 앞마당 될 가능성도
희망회로 돌리지 말고 의도 직시를
 

 

지난 6월 8일 평양체육관에서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는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화통신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8~9일 1박 2일간 북한을 방문했다. 일부 해외 언론은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중국과 북한이 서방에 맞서기 위한 연대를 강화했다고 평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국제사회에 대한 개입과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있는 반면, 시 주석은 이로 인해 형성된 공간을 파고드는 중국식 국제주의를 확대하고 있으며, 그 힘은 중국의 자본력과 ‘세계의 공장’이라는 제조업 기반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이 고립된 북한과 손을 잡고 서방에 맞서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방북이 이뤄진 6월 8일 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우리는 길을 바꾸거나 뜻을 변치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러 밀착으로 멀어졌던 북한에 대한 경고성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시 주석은 또한 기고문에서 한반도 또는 비핵화라는 용어는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대신 ‘세계의 다극화’와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 등을 언급함으로써 트럼프 정권에 대한 견제와 아울러 중국의 세계 전략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북을 통해 시 주석이 북미 관계 개선을 주선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있어 북한은 미국의 대중국 공세를 막아내는 완충 지대이자 전략적 자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주한 미군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용도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 미군 사령관은 한국을 “아시아 심장부에 꽂힌 단검”이라고 발언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김정은 간 관계 개선을 주선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도울 이유가 없는 셈이다. 

 

두만강 유역의 북한-중국-러시아 경계 /세종연구소

 

따라서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은 중국의 전략적 자산으로서 북한의 중요성을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동시에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 성격이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기여라는 우리의 희망 회로를 돌릴 것이 아니라 중국의 숨겨진 전략적 의도를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의 동해 출해(出海) 가능성이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두만강을 통해 동해에 진출하는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두만강을 통한 중국의 동해 출해는 북한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따라서 당시 중·러 양국 합의문에도 ‘북한과 함께’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중국이 두만강을 통해 동해로 나오는 수로를 확보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거대한 지각 변동을 겪게 된다.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동해와 인접한 연해주를 상실한 중국의 숙원은 동해 출해이며, 이를 위해 북한의 동해 항구를 빌려 쓰는 차항 출해 전략을 모색해 왔다. 중국이 북한 나진항의 사용권을 일찌감치 확보한 이유다. 중국이 두만강을 이용한 동해 출해권까지 확보할 경우 동해가 중국의 앞마당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해수욕장 사진. 노동신문은 이곳을 방문한 주민들이 “최상의 문명을 맛보았다”며 감격했다고 보도했지만, 앞서 다녀간 러시아 기자는 해변이 텅 비어 있고 종일 여기 머무르는 사람들이 정말 관광객인지 의심스러웠다고 했다. /노동신문 뉴스1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을 위해 중국의 지원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북한 역시 대외 교역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일일 숙박 능력 2만여 명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성공을 위해 중국 관광객 유치가 필수적인 처지다. 지금은 중국이 동해 출해의 숙원을 풀기에 가장 유리한 상황인 셈이다.

 

중국이 두만강 출해와 북한 동해 항구를 활용한 차항 출해를 본격화하게 되면 북한과 중국의 동북 3성은 교통·물류는 물론 경제까지 통합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동해 출해로 우리 안보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발생함은 물론 북극 항로 시대에 우리의 북방 진출이 중국에 가로막히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 거꾸로 중국이 북한을 ‘단검’으로 사용할 가능성과 위험해지는 동해,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조선일보(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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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역할 바꾸는 전작권 환수, 한미 동맹의 미래 묻는다

 

오늘날 우리는 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요구하는가. 그리고 미국은 왜 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것일까. 흔히 그 이유를 한국군의 능력 향상에서 찾는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미국은 주한미군에 북한 억제를 넘어 중국 견제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부른 데 이어 “중국을 향한 비수”라고 표현했다. 이는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작권 환수는 단순한 주권 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문제가 된다.

 

특히 전작권 환수 이후 현재와 같은 연합사령부 체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한국군이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지휘통제 능력을 갖추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심지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내일 전작권이 전환돼도 아무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심은 한국군의 능력 여부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세계 최강대국 군대가 중견국 장군의 지휘를 수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유사시 수만 명의 미군과 전략 자산이 투입될 한반도에서 최종 작전 지휘권을 한국군 장성이 행사하는 구조는 미국의 군사 문화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NATO를 보자. 서유럽 국가들의 국력이 결코 약하지 않음에도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국 장군이 아닌 적이 없다. 문제는 한국군의 준비 수준이 아니라 미국이 그러한 지휘 구조를 받아들일 것이냐에 있다. 설령 한국군이 완벽한 지휘 통제 능력을 갖춘다 하더라도, 미국이 주한 미군을 한국군 연합사령관의 작전 통제 아래 두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작권 환수 이후 현재와 같은 한미 연합 체계는 존속하기 힘들다. 연합사의 건물과 간판은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작전지휘가 분리된다면 연합사는 사실상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 경우 가장 큰 변화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자율성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까지 한미연합체제의 핵심 목적은 대한민국 방어와 대북 억지에 있다. 그러나 전작권 환수 이후 한국군이 대북 방어를 주도하게 되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작전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작권 환수는 한국에 더 많은 자주권을 안겨줄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한미연합방위체제에 대한 영향력은 축소될 수 있다. 연합사가 약화되고 주한미군이 독자적인 전략 목표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면,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방어를 위한 연합군이 아니라 한국에 주둔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한미군은 점차 ‘외국 군대’에 가까워질 것이다.

 

국가주권의 관점에서 전작권 환수는 충분히 정당한 목표다. 그러나 정책은 명분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정부는 전작권 환수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한미연합사는 유지될 것인가. 주한미군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중국은 이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전작권 환수 이후 대한민국이 마주할 새로운 위험은 무엇인가. 정부는 이러한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전작권 환수의 진짜 쟁점은 지휘권 회수 자체가 아니다. 그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 있다.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선일보(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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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는 중국 선전선동 용어… 침략 은폐하고 6·25 피해자 모독 

 

중국 단둥에 있는 ‘항미원조 기념관’의 내부 모습. /이벌찬 특파원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6·25를 한국과 중국의 관점에서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면서, 포스터에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용어를 버젓이 쓴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초·중·고 교사 대상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관’ 탐방 일정을 넣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점입가경이다.

 

‘(중공군이)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항미원조’란 말은 6·25 참전을 정당화하는 중국 측의 일방적인 용어로, 침략 전쟁의 피해자인 우리 입장에선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그렇게까지 민감할 필요가 있느냐’는 두 갈래 의견이 보인다.

 

하나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볼 수는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이것은 6·25 침략 전쟁의 피해자가 대한민국이며, 전쟁이 발발한 것은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승인을 받은 김일성의 남침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역지사지한다고? 북한 어린이를 내세워 ‘조국해방 전쟁’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하면 어떨까. 난징 대학살을 가르치며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고 하고, 아우슈비츠에 대해 가르치며 히틀러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고 하면 어떻겠는가.

 

또 하나는 ‘항미원조’라는 말 자체가 사실을 반영한 객관적 용어라는 주장이다. “6·25 당시 중공군이 ‘항미’를 한 측면도 있고 ‘원조’를 한 측면도 있으니 그것은 일견 타당한 용어로서 금기시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라는 말이다.

 

이것은 그 용어가 한반도 침략이라는 중공군 참전의 본질을 은폐하는 프로파간다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중공군의 전쟁 개입으로 군사적 공격을 당해 숱한 희생자를 내고 영토를 잃은 나라는 도대체 어디인가?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전쟁 개입을 통해 한반도 전체를 중국 공산당의 세력권에 넣으려 했던 제국주의적 야욕은 그 용어에서 전혀 찾을 수 없다. 전쟁 피해자에 대한 모독이자 2차 가해다.

 

돌이켜 보면 ‘항미원조’는 신생 중화인민공화국의 내부적 단합을 위한 정치적 선전선동이었다. 중국의 3대 건국 전쟁은 ‘항일전쟁’ ‘해방전쟁(국공내전)’ ‘항미원조 전쟁(6·25)’이며, 1840년 아편전쟁으로 중국이 제국주의에 침탈당한 지 100여 년 만에 제국주의 최강국과 싸워 ‘이긴’ 전쟁이라고 선전됐다. 

 

1951년 중국의 선전 포스터. ‘항미원조, 구린자구’라 쓰여 있다. ‘미국에 저항하고 조선(북한)을 도와 이웃을 구하고 자신도 지키자’라는 뜻이다. /한담 교수

 

중공군을 ‘중국인민지원군’이라 부른 것 자체가 국가 동원이 아니라 의용군인 것처럼 내세운 턱없는 위장이었는데, 그 성격도 중국 내 정치적 변화에 따라 농민→프롤레타리아 전사→사회주의 후계자로 계속 바뀌었다.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이 일어나자 ‘항미원조’는 또다시 소환됐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 ‘장진호’(2021) ‘저격수’(2022) 등이 나와 미국과 ‘용감히’ 싸우는 중국 전사들을 그렸다.

 

‘항미원조’의 서사에선 미국이 ‘과거 일본 제국주의와 연대해 중국을 재침공하려는 악의 무리’로 묘사됐고, 정작 침략을 당한 남조선(대한민국)은 ‘미 제국주의의 하수인’ 정도로 그려졌다. 당시 중국 당국은 대놓고 혐한(嫌韓)을 조장했다. 상당수 중국인이 한국인을 ‘가오리방즈(高麗棒子)’라는 멸칭으로 부르며 북한을 돕는 것을 꺼리자, 중국 정부는 “가오리방즈는 북조선이 아니라 미제의 하수인이자 장제스 정부 같은 남조선”이라고 선전했다. 이것이 ‘항미원조’의 실체였다. 이제 이걸 우리 학생들에게 어떻게 교육하겠다는 것인가.

 

-유석재 역사문화전문기자, 조선일보(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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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려원이 미제 간첩이라며?” 

 

김정은(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이달 9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왼쪽)와 평양 순안공항에서 악수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지난해 여름, 북한 사람들이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었다.

“팽려원이 미제 간첩이라면서?”

“응. CIA(미국 중앙정보국) 첩자라던데….”

 

팽려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이름을 한자어 표기 그대로 지칭한 말이다. 북한에선 시 주석도 습근평 주석이라고 공식 표기한다.

팽려원 간첩설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북한 내부에서 몰래 유통되는 USB메모리들엔 비단 한국 드라마나 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앙 기관 강사들이 특정 기관에서 하는 비공개 강연 또는 ‘녹음 강연’도 담겨 퍼진다.

세상 소식을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에서 몇 줄 또는 몇 초만 접하는 북한 사람들에겐 이런 강연은 매우 귀한 정보로 간주돼 빠르게 퍼진다. 실제로 엄선된 특정 계층 대상으로만 진행되는 비공식 강의에서는 공식 매체를 통해선 알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공식 매체 보도에 없는 이야기를 섞어 강연해야 청중이 ‘우리는 신임받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지난해 초부터 북한군 총정치국에서 고위 군관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의 USB가 북한에 쫙 퍼졌다. 유창한 말발을 자랑하는 강사 육성이 녹음된 MP3 파일이 저장된 USB였다.

해당 강연엔 러시아에 파병된 군인들의 ‘전설적인 위훈’, 여러 나라의 정치 정세 등이 담겨 있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군의 존재를 지난해 4월 인정했으니, 강연이 진행된 시기는 그 이후로 추정된다.

강연 중 북한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던 내용은 중국 관련 내용이었다. 해당 강사는 중국이 공화국(북한)을 우호적으로 대하지 않았다고 비방하다가 급기야 “습근평의 부인 팽려원이 CIA 첩자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팽려원이) 미국으로 도주하는 바람에 습근평의 권위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모든 권력을 내려놓았다”고 주장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조중 친선의 역사를 열거하며 중국의 대조선 정책이 그릇됐다고 단죄하자 왕 부장이 진땀을 뺐다는 내용도 있다.

북한 내부에서 유포되는 이 같은 강연 파일들은 다 실제로 했던 강연을 녹음한 것이다. 개인이 몰래 이런 파일을 만들어 퍼뜨릴 수도 없지만, 만에 하나 만들었다가 적발되면 사돈의 팔촌까지 멸족되는 심각한 정치적 범죄로 간주한다. 앞서 중국 관련 내용의 강연도 당국 승인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인지라 사람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모여 앉을 때마다 “팽려원이 미국 간첩이라며…”라며 웅성거린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부터 인민군 보위국(과거 보위사령부)이 나서서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USB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당국이 규정한 불법적인 파일도 아닌 데다, 내놓으라는데 더 이상 퍼뜨렸다간 처벌받을 것 같으니 북한 사람들은 이런 지시는 잘 따른다.

그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3일 김정은은 중국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식에 참가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았다.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오르기 전 김정은은 시 주석, 펑 여사와 만나 악수를 나누었다. 이 모습을 신문과 방송에서 접한 북한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아니, 팽려원이 간첩이 아니었네.”

이달 초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펑 여사도 동행했다. 이설주와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펑 여사의 모습을 지켜보며 북한 사람들은 USB 속 강사 음성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북한에선 이런 괴이한 강연이 진행된 것일까. 강사가 자기 마음대로 떠벌리는 강연은 당연히 있을 수 없다.

이를 통해 우리는 1년 전 북한 내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첫째, 대중 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있었다는 것. 둘째, 팽려원을 간첩으로 몰아서라도 중국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막으려 했다는 것. 셋째, 중국이 나쁜 놈이어서 북한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 등이다. 물론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배경에는 러시아에만 붙으면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 없이는 절대 살 수가 없다. 시 주석 방북 이후 북한 사람들은 어려운 생활이 조만간 해소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또 미제 간첩인 줄 알았던 팽려원이 평양에서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갔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동아일보(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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