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가 다시 청와대에 간다면]
["과오 없는 대통령이 어디 있겠나.. "]
[어깨동무한 전직 美대통령들.. ]
[CIA 파일 까대면 오바마도 성치 않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가 다시 청와대에 간다면
전·현 대통령 만남 16년째 '0'
지방선거 후 당청 동반 하락세
상대 무시하면 국정 성공 못해
이·박 초청해 얘기 들어보라

시카고서 뭉친 美 전직 대통령 4명 18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잭슨 파크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 센터’ 개관식에 참석한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 바이든,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미셸 오바마 여사와 두 딸의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시카고에 ‘오바마 대통령 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난 18일 개관식에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조 바이든 등 전직 대통령 부부가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생존해 있는 전직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들의 우정과 도움, 이 나라에 대한 헌신에 감사한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오바마는 공화당 출신 부시에 이어 대통령이 됐다. 둘 사이가 좋았을 리 없다. 부시 재임 시절 상원의원이던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며 미국이 테러 용의자를 고문한다고 비난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자 부시는 ‘오바마 케어’로 불린 의료보험 개혁 등 각종 정책을 비판했다. 서로 얼굴을 붉혔지만 퇴임 후엔 사이좋게 어울린다.
우리도 그런 적이 있었다.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2층에 가면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등 전직 대통령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찍은 것이다. 사진에는 “용서는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그의 말이 적혀 있다. 그는 1980년 신군부가 주도한 ‘김대중 내란 음모 조작 사건’으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 10여 차례 초대했다.
2004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 초청했다. 전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자주 초청해 주고 여행도 많이 시켜줘 좋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임기를 마치고 나갈 때 좀 당할 것을 각오했다”며 “후임자가 세 번째쯤 오면 전·후임 관계가 정상적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그렇게 되도록 잘하겠다”고 답했다.

2004년 1월 13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장으로 함께 향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그러나 당이 다른 전·현직 대통령 만남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때 이명박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전두환·김영삼 두 사람만 참석했다. 김대중·노무현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 후 전직 대통령 청와대 초청이 아예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부터 ‘적폐 청산’, ‘내란 척결’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광화문 ‘국민 임명식’에 전직 대통령을 초대했지만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은 불참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지방 선거 결과를 “정권에 대한 경고”라고 했다. 민주당이 16곳 중 12곳을 이겼지만 광역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 국민의힘과의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에 불과했다. 선거 후 대통령 국정 지지도도 하락 중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분열에 시달린다. 앞으로 2년은 선거가 없어 이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기인데, 국정 운영 동력은 약해지는 분위기다.
더 이상 야당과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무시하는 방식으로는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없다. 이 대통령도 통합과 실용을 강조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전직 대통령은 훌륭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야 갇혀서 재판을 받는 중이니 어쩔 수 없지만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만나려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이 대통령 주변에선 말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사형시키려던 사람도 만났다. 이 대통령이 이·박 두 사람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여당 내 갈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정 현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박 전 대통령도 이번에는 응했으면 좋겠다. 한 번의 만남으로 대단한 성과나 변화가 있을 순 없겠지만 통합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황대진 정치부장, 조선일보(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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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오 없는 대통령이 어디 있겠나…"
미국인들 뭉클하게 만든 사진 한 장
바버라 부시 여사 장례식서 前대통령 4명 '어깨동무 사진'
"미국 최고 권력의 정점에 흑인과 백인, 부유층과 서민… 미국 민주주의 힘 보여줘"
22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전직 백악관 전속 사진가였던 폴 모스가 찍은 것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 짐 맥그래스가 올린 것이었다.
사진 속에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41대)이 가운데 앉아 있고, 그 뒤쪽에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43대) 부부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42대) 부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44대) 부부,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나란히 서서 어깨와 등을 감싸 안은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전날 휴스턴 세인트마틴 교회의 장례식장에서 열린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4명의 전직 대통령과 전·현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참석하면 경호·의전 문제로 유족에 누를 끼칠까 봐 불참했다고 한다.
사진 속 인물들은 지난 30년간 정권을 뺏고 빼앗겼던 정적(政敵)들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92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공격적인 캠페인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그 클린턴 대통령을 아들 부시가 "르윈스키 스캔들이 신성한 백악관을 더럽혔다"고 공격하며 진보적 경제·환경 정책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들 부시가 초래한 이라크 전쟁과 금융 위기를 비판하며 '역사 바로잡기' 수준의 8년을 보냈다. 그 오바마의 고비용 복지와 우유부단한 군사·안보 정책을 '재앙'으로 본 보수 트럼프 정부가 2016년 들어섰다. 모두 결함이라면 결함을 가진 대통령들이었고, 지지자와 반대자도 명확히 갈렸다.
이들이 한데 어울려 웃고 있는 사진을 미국 정·관계 인사들이 너도나도 리트윗(퍼나르기)하면서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이 한장에 미국의 품격이 담겼다-지난 21일(현지 시각)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4명의 전직 미국 대통령과 4명의 전·현 퍼스트레이디가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지난 30년간 정권을 뺏고 빼앗겼던 정적(政敵)들이다. 흑인과 백인, 혼혈과 이민자, 남부와 북부 출신, 부유층과 서민이 모두 들어 있는 이 사진에 미국인들은“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감동했다. 휠체어에 앉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뒤에 로라 부시 여사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현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왼쪽부터) 여사가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직 중앙정보국(CIA) 관료 데이비드 프리스는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사진 속 각 대통령은 내가 정치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일들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이기심'이 아닌 '애국심'이라는 핵심 가치에 기반해 행동했다는 점은 결코 의심치 않는다"고 썼다. 이 글 뒤에는 "서로 성향이나 캐릭터는 판이했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국 대통령직의 위상을 높인 사람들이다" "과오 없는 완벽한 대통령이 어디 있겠나. 그 사람의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엔 반대할 뿐" "△△△는 개인적으로 반대했지만, 그를 지지했던 동년배 미국인의 추억은 존중한다" "정파를 떠나 손잡을 수 있는 옛날식 정치가 그립다"는 댓글이 1000여개가 달렸다.
역사학자인 미쉘린 메이나드는 호주 ABC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사진은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했다. "미국 최고 권력의 정점에 흑인과 백인, 혼혈(오바마)과 이민자(멜라니아), 문화가 전혀 다른 북부 출신과 남부 출신, 정치 명문가·부유층과 서민 출신이 모두 들어 있다. 이들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권력을 행사했고 이제는 어깨동무를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도 "배경이 전혀 다른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들을 필두로, 장례식장을 찾은 8000여명의 조문객에는 유명한 부유층부터 이름 없는 노동자 계급이 섞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어깨동무가 설령 노련한 정치인들의 카메라용 포즈라 해도, 다원화된 사회에서 상대의 지지 세력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라는 국민의 요구가 그만큼 무겁다는 얘기다.
-정시행 국제부 기자, 조선일보(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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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한 전직 美대통령들..

29일 미국 뉴저지주(州) 저지시티 리버티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어깨동무를 하고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9일 외신에는 미국 대통령을 지낸 버락 오바마(민주당), 조지 W부시(공화당), 빌 클린터(민주당) 전 대통령이 함께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하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미국 뉴저지주 리버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미국팀과 세계연합팀 간 골프 대항전) 행사에 세계적인 선수들을 응원하러 온 것이었다. 전직 대통령 3명 모두 환하게 웃으면서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은 30일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요즘과 같은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서는 사실상 보기 어려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SNS) 상에는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을 하면서도 부러운 건 사실이다”, “우리와는 의식이 달라 보인다. 서로 당이 달라도…” 등과 같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현재 우리 정치권은 ‘적폐청산’을 외치는 여권(與圈)과 이를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는 보수 야당 간 신경전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해 구속 상태에서 국정 농단 재판을 받고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연일 총공세를 받고 있다.
특히 여당은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공영방송 장악 시도 의혹’ ‘방산 비리’ 등의 몸통이라면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30일에도 “전전 정부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범죄행위가 드러나도 면책특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적폐청산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부대변인 브리핑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 측과 자유한국당은 “현 정부와 여당이 지난 2008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 전 대통령의 책임으로 보고 정치보복을 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전(前前)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성공하지도 못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이런 와중에 한국당에선 지난 2008년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중단됐던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을 다시 꺼내들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9일 “노 전 대통령의 가족도 뇌물 수수에 관련된 공범인 만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 가족들에 대한 고발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30일에는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이 “민주당이 말한대로 적폐 청산에 공소시효가 없다면 박연차 게이트 당시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의 640만불 수수 사건도 재조사하는 것이 당연지사”라고 논평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자국 국민들에게 화합된 장면을 보이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정치권은 현 대통령과 전전전 대통령, 전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사생결단식 충돌 직전까지 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봉기 기자, 조선닷컴(1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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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파일 까대면 오바마도 성치 않을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권을 단죄하고 씨를 말리는 나라는 생각보다 적다
대개 후진국에 속한다… 우리도 그중 하나다
그제 본지에 미국 대통령 사진이 실렸다. 전직 대통령 5명이 허리케인 피해자를 돕는 행사장에 모였다. 카터·부시·클린턴·부시(아들)·오바마. 셋은 민주당, 둘은 공화당이다. 사진엔 이런 설명이 있다.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전(前) 대통령을 넘어 전전(前前) 대통령을 수사하고, 이에 맞서 전전전(前前前) 대통령의 비리를 끄집어내는 한국 정치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왜 이렇게 다를까. 미국 대통령은 훌륭하고 정의롭기 때문일까. 만약 미국이 나에게 사법의 칼을 쥐여준다면, 그리고 지금 한국식 잣대에 따라 심판할 수 있다면 이 미국 대통령 대부분을 탄핵 위기에 빠뜨리거나 감방에 몰아넣을 수 있다.
도덕(道德) 정치를 내세운 카터. 그는 우방 이란이 이슬람 급진파 손에 떨어진 것을 자연스러운 역사라고 여겼다. 한국이 북한에 잡아먹혔어도 정의라고 여겼을 인물이다. 물렁물렁하게 굴다가 이란 미 대사관이 급진파에게 털렸다. 인질 수십 명이 444일 동안 조리돌림당했다. 대선을 앞두고 서두른 구출 작전의 실패로 창창한 특공대원 8명이 희생됐다. 동생이 리비아의 구린 돈 22만달러를 꿀꺽한 건 문제도 아니다. 카터는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 한국식 잣대로 볼 때 그는 탄핵당해 마땅하다.
다음은 아버지 부시. 이란·콘트라 사건은 레이건 행정부가 적국 이란과 내통해 무기를 팔아먹은 사건이다. 의회 결정을 무시하고 뒷구멍으로 거래했다. 부시는 당시 부통령이었다. 레이건·부시 둘 다 가담했다는 증언이 있다. 헌정 질서를 짓밟은 국사범들이다. 탄핵은 물론 심판대에 세워야 마땅하다. 하지만 중령급 행동대장을 단죄하는 선에서 끝냈다. 레이건은 존경받았다. 지금 한반도 주변 바다를 누비는 핵(核) 항공모함도 그의 이름을 땄다. 부시는 아들까지 대통령을 만들었다. 한국식 잣대로 보면 탄식이 나온다. 이게 나라냐!

생존한 미국 전직 대통령 5명 전원이 허리케인 '어마'와 '하비'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및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이재민을 돕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은 지미 카터(왼쪽부터), 조지 H.W. 부시,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A&M대학 리드 아레나에서 열린 자선 음악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전(前) 대통령을 넘어 전전(前前) 대통령을 수사하고, 이에 맞서 전전전(前前前) 대통령의 비리를 다시 끄집어내는 한국 정치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AFP 연합 뉴스
다음은 클린턴. 이런 가정을 해보자. 한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인턴 처녀와 ××하다가 들켰다면? 들통나자 자기가 한 행위는 ××가 아니라고 구질구질하게 변명했다면? 대통령의 청와대 ××를 상세히 묘사한 '19금(禁)'급 수사 보고서가 2000만명이 열람하는 세계적 대박을 쳤다면? 이런 클린턴에겐 '르윈스키 스캔들' 말고도 '지퍼(zipper) 게이트'란 성추문도 있었다. '게이트' 역사상 가장 너저분한 이름으로 꼽힌다. '화이트워터 사건'이란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도 수사를 받았다. 그에 대한 미국의 단죄는 하원 탄핵까지 갔다. 하지만 상원 문턱은 넘지 않았다. 재선 임기를 꽉 채우고 퇴임한 클린턴은 세계를 돌면서 강연료를 쓸어 담는다. 한국식 잣대로 보면, 이건 정말 나라가 아니다.
아들 부시 때 일어난 '리크(leak) 게이트'는 내용이 무섭다. 부시는 이라크가 보유했다는 대량 살상 무기를 내세워 전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무기가 없었다. 없다는 사실을 보고했는데 부시 행정부가 뭉갰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쟁은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부당한 전쟁을 만들어낸 전범(戰犯)으로 다뤄야 할 중대사 아닌가. 하지만 폭로 과정에서 CIA 요원 신분이 누설된 문제로 지루하게 논쟁하다가 대충 끝냈다. 취임 1년도 안 돼 러시아 스캔들에 휩싸인 현직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다. 미국 국민은 뭐 하나? 워싱턴 광장에서 100만명이 촛불을 들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한국식 잣대로 그날 허리케인 구호 행사장에 나타날 자격이 있는 대통령은 오바마 정도다. 물론 두고 봐야 한다. CIA 파일을 까다 보면 오바마라고 비켜 나갈까.
미국은 이런 식이다. 워터게이트 역시 닉슨 사임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었다. 물러난 대통령을 포승에 묶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했다. 그게 한국식이다. 그런데 미국은 수사가 끝나기 전에 그를 사면했다. 워터게이트의 사법적 진실은 영영 밝혀지지 않았다. 이란·콘트라, 리크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행동 요원 몇 명 잡아넣고 끝냈다. 미국은 종종 정치적 해법이 사법적 해법을 앞선다. 사법의 칼날이 아무리 예리해도 정치가 연결한 봉제선을 뜯어내지 않는다. 흠집투성이 대통령이라도 살려내 국민 통합의 도구로 사용한다. 갈등이 피바람을 일으킨 남북전쟁을 겪었기 때문일까. 법의 테두리에 한정하기엔 미 대통령의 사명이 너무 크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게 선진국 정치일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의의 칼을 휘둘러 지난 정권을 단죄하고 상대 세력의 씨를 말리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걸 정의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지 않다. 독재 또는 내전 국가를 제외하면 아프리카와 남미, 동남아 몇 나라가 그 수준이다. 세계가 '후진국'으로 얕보는 나라들이다. 밖에서 보는 우리 수준도 그 정도일 것이다.
-선우정 사회부장, 조선일보(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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