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선동' 이석기 징역 9년, '내란 가담' 박성재는 징역 25년]
['무술옥사'(戊戌獄事)]
'내란 선동' 이석기 징역 9년, '내란 가담' 박성재는 징역 25년

이진관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선고문을 읽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이진관 부장판사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장관에게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20년보다 5년을 더 높였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도 특검 구형보다 8년이나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특검도 두 사람에 대해 법원이 선고 가능하다고 판단한 최대치를 구형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특검 구형을 훨씬 뛰어넘는 형량을 선고했다.
내란죄는 형법상 가장 무거운 죄목 중 하나다. 혐의가 인정되면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전 총리, 박 전 장관에게 선고된 형량이 지나치다고 느낀 국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한 전 총리 등 당시 국무위원 거의 모두가 계엄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대통령 지시를 받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끌려 들어간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비상계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5년 중형을 선고했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은 2015년 ‘내란 선동’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이 확정됐다. 유사시 국가 기간 시설 타격 등을 논의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비상계엄 후속 조치에 관여한 박 전 장관 혐의가 내란 선동보다 무겁다고 할 수 있나.
과거 12·12 군사반란, 5·18 재판에서 박 전 장관과 같은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들도 대부분 징역 6~8년을 선고받았다. 12·3 비상계엄 때 군이 국회에 진입해 국민에게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상계엄에 가담한 이들을 유혈 사태를 동반한 12·12, 5·18 사건 관련자들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법리에 부합하나.
비상계엄 관련자들 간의 양형 형평성도 논란이다. 박 전 장관처럼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1심에서 징역 7년, 2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장관 1심은 박 전 장관과 다른 재판부에서 선고한 것이다. 그래도 두 사람 다 비슷한 혐의인데 형량이 10년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 양형이 들쭉날쭉하면 사법 형평성과 법원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재판부가 ‘내란 단죄’를 외치는 정권 의도에 휩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조선일보(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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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옥사'(戊戌獄事)
선조 때인 1589년 황해도관찰사가 비밀 보고서를 올렸다. 동인(東人) 정여립이 황해도와 전라도에서 군사를 일으켜 서울로 쳐들어갈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여립은 자살했지만 그와 같은 당파 사람들이 줄줄이 잡혀와 심문받고 처형됐다. 사건 조사를 맡은 이가 서인인 정철이었다. 실체도 불분명한 이 사건으로 1000명 넘게 죽어나갔다. '기축옥사'(己丑獄事)다.
▶적장자(嫡長子)가 아니면서 왕위에 오른 광해군은 정통성 시비에 휘말렸다. 광해군을 지지한 신하들은 선조의 적자인 영창대군을 옹호한 반대파를 제거하려 했다. 일반 살인 강도죄로 잡혀온 일당을 심문하다 사면을 미끼 삼아 허위 자백을 시켰다. '영창대군 장인인 김제남과 함께 영창대군을 옹립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영창대군 어머니인 인목대비까지 끌어들여 대비 자격을 박탈했다. '폐모살제'(廢母殺弟)의 비극을 부른 '계축옥사'(癸丑獄事)였다.

▶'내가 만약 학문을 하지 않고 글도 몰랐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소?' 서른한 살에 김해에 귀양간 문인 이학규는 23년 유배 생활 동안 어머니와 아내, 어린 두 자식을 모두 잃고 탄식했다. 정조 사후 노론 벽파는 천주교 신자가 많은 남인을 숙청하기 위해 옥사를 일으켰다. 신유옥사(辛酉獄事)는 결국 세도정치로 이어져 망국(亡國)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그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옥중입장문'을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은 "댓글 관련 수사로 조사받은 군인과 국정원 직원 200여명을 제외하고도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100명 넘는 사람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무술옥사'(戊戌獄事)라 할 만하다"고 했다. 올해가 무술년이다. 박근혜 정부 적폐 수사로 기소된 고위 공무원과 기업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주변 인사만 40명 가깝고, 1심에서 선고된 실형 형량을 합하면 110년 정도다. 이명박 정부 적폐 수사로 기소됐거나 기소 예정인 사람 숫자도 엇비슷하다.
▶조선시대 정권 교체는 역모(逆謀)를 조작하거나 고변(告變)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곤 어김없이 피바람 섞인 옥사가 이어졌다.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연려실기술'을 쓴 18세기 실학자 이긍익은 이런 당파 싸움을 두고 "암까마귀와 수까마귀를 가리기 어려운 것과 같고 솥 밑과 가마 밑이 서로를 흉보는 것과 같다"고 개탄했다. 그가 21세기의 대한민국을 보고는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김기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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