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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컵 참사… ‘카르텔과 독단’에 무너진 한국 축구] ....

뚝섬 2026. 6. 29. 10:58

[2026 월드컵 참사… ‘카르텔과 독단’에 무너진 한국 축구]

[추락한 월드컵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홍명보가 배신한 월드컵 정신]

[카보베르데의 노래]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는 축구, AI와 로봇은 왜 못 하나]

 

 

 

2026 월드컵 참사… ‘카르텔과 독단’에 무너진 한국 축구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포판=박형기 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2강 문턱에서 탈락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같은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주축인 역대 최강 전력이란 평가 속에 이런 참담한 결과가 벌어졌다. 일차적인 책임은 홍명보 감독에게 있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백서에서 “변화 없는 전술과 다양한 경기 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 부재”를 패인으로 꼽았는데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하지만 이번 한국 축구의 몰락은 감독 개인을 넘어, 축구협회 전체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홍 감독은 2년 전 선임될 때부터 불공정 특혜 시비로 논란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홍 감독은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와 면담한 뒤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고, 이사회는 사후 추인만 해주는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게 당시 감사 결과다. 특정 대학 출신들이 협회의 요직을 독점하면서 ‘카르텔’을 형성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불공정 논란 속에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었겠는가.

축구협회가 감독 선정 절차를 무력화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도 정 회장이 독단적으로 뽑았다가 재택 근무 등 논란으로 경질되자 막대한 위약금만 물어준 바 있다. 축구협회는 이런 실패를 겪고도 이미 12년 전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한계를 드러냈던 홍 감독을 또다시 밀실에서 재선임한 것이다. 감독 추천권을 가진 전력강화위원회 역시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로 검토할 만한 외국인 감독들의 이름조차 모를 정도로 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감독을 다수결로 뽑는 일까지 있었다는 내부 폭로도 나왔다.

 

이 지경이 되도록 축구계의 내부 자정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문체부가 정 회장에 대해 축구협회에 중징계 요구를 했고,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정 회장은 지난해 4선 연임에 성공했다. 외부 비판에 귀를 닫은 축구협회의 오만함에 축구인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실망과 냉소가 팽배해졌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평가전에서 듬성듬성한 관중석이 그런 징표였다. 국가대표팀의 인기가 한국 축구 생태계 전체를 지탱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의 참담한 탈락은 한국 축구의 심각한 위기 신호가 아닐 수 없다.

 

-동아일보(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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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월드컵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한국의 손흥민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안타까워하고 있다. 과달루페=뉴시스

 

 ‘영웅들의 시대’가 추락하는 것을 보는 일은 슬프다. 구성원들의 뛰어난 역량과,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의 강렬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참담한 결말로 끝나는 것을 보는 것은 안타깝다.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더 비극적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월드컵부터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참가국 수가 대폭 늘어 상대적 약팀들이 더 많이 참가했음에도 성적은 지난 대회 16강에서 뒷걸음쳤다. 기존 대회 체제와 비교하면 사실상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결과다.

팬들은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 손흥민(LA FC), 테크니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철벽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 최강이라 할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항로를 잃은 듯 헤매다 산산이 난파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영웅들로 구성된 이 팀을 좌초하게 만든 것은 외부에서 불어온 풍랑이나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이미 그 과정을 지켜봐서 알고 있듯이 그건 우리 내부 원인으로 발생한 인재(人災)였다.

 

지난 3년간 한국 축구는 극도의 몸살을 앓았다. 그 이유는 ‘승부조작 기습사면’ ‘클린스만, 홍명보 감독 불공정 선임’ 등과 같은 불합리로 인한 것이었다. 이 사태가 전해주는 내용은 분명하고 명확하다. 불합리와 불공정으로는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자명한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온갖 구실을 대고 자기 합리화와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 회피하기 바빴지만 그 최종 결과는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벌어진 참사였다. 선수들도, 홍 감독도, 정몽규 협회장도 모두가 최악의 결과 속에 퇴장하게 됐다.

막강한 스쿼드를 지니고도 무력한 경기력을 보인 한국팀의 문제점은 비탄력적 전술 운용이었다. 시작 전부터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은 스리백 포메이션을 끝까지 고집했고 그 틀에 선수들을 끼워 넣었다. 선수들에게 익숙했던 포백 포메이션을 갑작스레 버리고 스리백을 도입해 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스리백 운용의 핵심인 빠른 윙백의 부재로 인해 핵심 전술이 사실상 막혀 있었는데도 이를 고집했다. 결국 선수들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한 포지션에서 실수를 연발했고 공줄 곳을 찾지 못해 헤매었다. 더 큰 문제는 상대 팀이 바뀌는데도 계속 같은 포메이션과 전술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감독이 한국 전술은 뻔하다는 모욕적인 발언까지 했을까. 나이가 들긴 했어도 손흥민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감독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부차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월드컵뿐만 아니라 축구계 전체에 만연한 미래 준비와 장기 전략 부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용해온 불합리한 의사 결정 구조들이었다. 이 대회 결과는 이런 근본적 문제의 산물이다. 이번 대회 결과를 계기로 협회에 대한 대대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월드컵이었기에 전국적인 비판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유독 달갑지 않은 목소리가 있으니 그건 바로 정치인들의 축구 비판이다. 축구계가 아무리 비판받을 일을 했어도 정치인들만 할까. 축구는 패했어도 민생에 끼치는 영향은 정치보다 덜하다. 비리 혐의에 연루된 일부 정치인이 팬들을 위하는 척하고 축구협회 개선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월드컵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여전한 현실 문제들이다. 당장 눈앞의 선거관리위원회 문제부터 시작해 온갖 답답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강렬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은 제대로 바뀌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이 “불공정, 무능, 무원칙” 운운하며 협회 개혁을 거론했는데, 이를 협회가 아닌 정치에 대입하면 그 역시도 들어맞는다. 많은 이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염원했는데도 제대로 바뀌지 않고 당리당략에 따라 저항해온 모습은 축구계뿐만 아니라 선관위와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서 볼 수 있는 모습 아닌가. 강렬한 염원과 희망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불합리와 불공정이 이를 꺾어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일 수 있다. 이 대회는 이러한 모습을 새로 고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동아일보(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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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가 배신한 월드컵 정신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오른쪽) 감독이 7일(현지 시간) 2026 북중미월드컵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베이스캠프 훈련장에서 손흥민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월드컵 경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의외로 2002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과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을 꼽는 사람이 많았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말하면서 사람들은 왜 준결승 진출을 이룬 스페인과의 8강전보다 이탈리아전을 더 떠올릴까. 또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6강행을 확정한 포르투갈전 역전승보다 2대3으로 분패한 가나전이 더 생생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뭘까.

 

명승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현상의 배경에 월드컵의 진짜 의미가 있다. 우리가 월드컵에 열광하는 이유는 승리나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하며 보여주는 경기력과 조직력,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집념과 도전 정신이 빚어내는 예측 불허의 감동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월드컵에선 결과 자체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깜짝 스타로 떠오른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롬이 그렇다. 두 베테랑은 사상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조국을 위해 스페인과 에콰도르가 퍼붓는 소나기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값진 무승부를 만들었다. 일방적인 경기였지만 압도적인 전력 차를 극복한 무승부 자체가 감동이었다.

 

한국 축구도 2002 월드컵 전까지 그랬다. 축구 변방의 약소국으로 단 ‘1승’을 바랐다. 한 골만 들어가도 우승한 것처럼 환호했고 세계적 강팀과 비기기만 해도 ‘기적’이라 했다. 40년 전 마라도나를 향한 허정무의 날아차기는 지금 기준으론 ‘국제적 망신’이지만, 당시엔 세계 최강팀에 맥없이 지지 않겠다는 절박함과 투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 축구는 그런 결과나 투지로만 감동을 줄 수 없다. 2002년 4강 진출,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로 ‘변방 콤플렉스’를 털어낸 지 오래다. 박지성과 손흥민의 등장 이후 한국 대표팀은 세계 축구 팬들이 주목할 만큼 위상이 올랐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이 북중미 월드컵 3경기에서 보여준 축구는 이와는 정반대였다. 손흥민·이강인·김민재를 보유하고도 실점하지 않으려는 소극적 축구만 반복했다. 그렇다고 월드컵에 걸맞은 치밀한 수비 조직력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도전과 감동은커녕 매번 패배를 피하는 데 급급했다. 그렇게라도 ‘결과만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홍 감독은 월드컵의 달라진 의미를 전혀 읽지 못한 것이다.

 

국민이 ‘북중미 월드컵 참사’에 분노하는 이유는 32강 진출 실패 때문이 아니다.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무기력한 경기력과 도전을 회피한 리더십에 화가 난 것이다. “남아공전 패배는 감독 책임”이라는 홍 감독의 말이 한없이 가볍게 들린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월드컵에서 뒷걸음만 치는 리더십과 축구는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배준용 기자, 조선일보(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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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베르데의 노래

 

Cesaria Evora 'Sodade'(1992) 

 

<Sodade>, Cesaria Evora (1992)

 

21아프리카 서부해안 세네갈 앞의 대서양 한가운데 점점이 박힌 10개의 화산섬.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이 섬들이 1975년에야 독립하여 세운 나라 카보베르데. 이 섬에 사는 사람보다 섬 밖으로 이주하여 사는 동포가 두 배 더 많은 나라다. 오랫동안 노예무역의 중계 기지였던 이 가난한 땅의 역사는 곧 떠남의 역사였다. 1940년대 대기근이 닥치자 수많은 사람이 미국, 포르투갈, 포르투갈령 다른 아프리카 지역으로 떠났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노래였다. 느리고 애잔한 모르나(Morna)는 201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다. 그 선율에는 떠난 자의 그리움과 돌아오지 못한 자의 한이 함께 배어 있다. 한 카보베르데 음악가는 모르나를 두고, 고향과 멀리 떠난 자들을 잇는 다리라 했다. 카보베르데 사람들은 이 감정을 크리올어로 ‘소다드(sodade)’라 부른다. 번역되지 않는 단어다.

 

이번 월드컵에 스페인과 우루과이 같은 강호들과 선전을 펼치며 32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쓴 이 작은 나라의 이름을 세계에 처음 알린 것은 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민델루는 일찍이 대서양 항로가 드나들던 국제 항구, 떠나는 자와 남는 자가 늘 부두에서 엇갈리던 도시였다. 그 가난한 항구의 선술집에서 노래하던 세자리아 에보라. 한때는 생계 탓에 노래를 접기도 했던 그를, 세계는 쉰을 넘긴 뒤에야 발견했다. 그와 조국을 세계에 알린 이 노래는 타지로 떠나는 머나먼 길과, 두고 온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모든 악절마다 되풀이된다. 

 

서울의 강남구와 비슷한 50여만의 인구를 가진 이 작은 섬나라가 전통의 강호 카메룬을 제치고 본선에 진출한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본선 첫 무대에선 마흔 살의 골키퍼 보지냐가 우승 후보 스페인의 슈팅을 모조리 막아내며 0의 균형을 지켰고, 이어 우루과이마저 케빈 피나의 30m 프리킥으로 따라잡았다. 주장인 라이언 멘데스의 고향은 다름 아닌 민델루, 에보라가 노래하던 그 항구다. 

 

22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보베르데와 우루과이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카보베르데 케빈 피나(등번호 6번)가 선제골을 기록한 뒤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강헌 음악평론가, 조선일보(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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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는 축구, AI와 로봇은 왜 못 하나

 

오프사이드 회피는 변하는 미래를 몸과 연결해 예측하는 문제
피지컬 AI도 현실 변수 학습해야 '모라벡의 역설' 넘어설 것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황인범이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고 있다. 이강인이 오프사이드를 무너뜨리는 패스를 그에게 찔러 줬다. /김지호 기자

 

축구는 감정의 스포츠다. 한 번의 슈팅에 환호하고, 한 번의 실수에 탄식한다. 특히 축구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무너뜨리는 장면일 것이다. 한 치의 오차 없이 패스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관중석은 폭발한다.

 

한편으로 축구는 과학이다. 오프사이드를 피하는 장면에 인간 지능의 정교함이 드러난다. 얼핏 서로 신호만 잘 맞추면 될 것 같지만, 인간의 뇌가 눈으로 본 상황을 처리하는 데만 약 0.2초가 걸린다. 여기에 몸을 움직이는 시간과 공이 날아가는 시간까지 더하면, 보고 움직이는 것은 이미 늦다. 그럼에도 수비 라인을 깨뜨린다. 현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이 찰나의 순간이 오늘날 휴머노이드 로봇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뛰어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고, 복잡한 코딩을 하며, 어려운 수학 문제도 해결한다. 하지만 정작 휴머노이드 로봇은 울퉁불퉁한 길에서 넘어지고, 어린아이도 쉽게 집는 물건을 다루는 데 쩔쩔맨다. 바둑에서 인간을 압도한 AI가 딸기 하나를 따는 일조차 서툴다. 이를 컴퓨터 과학자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의 이름을 따 ‘모라벡의 역설’이라 부른다. 인간에게 어려운 계산은 컴퓨터에 쉽지만, 인간에게 너무나 쉬운 지각과 운동은 기계에 어렵다는 뜻이다.

 

이 역설은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유효하다. 군대에서 총기 분해·조립은 조교의 시범 몇 번이면 익힐 수 있지만, 이런 작업을 로봇에게 가르치는 일은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가 된다. 공장 노동자는 새로운 작업을 몇 분 만에 익히지만, 로봇은 비슷한 작업이라도 다시 학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딸기를 따는 로봇을 만들었다고 해서 상추나 토마토도 바로 수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형태와 질감이 조금만 달라져도 다시 데이터를 모으고 학습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 AI 연구의 중심에 ‘피지컬 AI(Physical AI)’가 있다. 연구자들은 현실과 유사한 가상 공간에서 로봇에게 수백만 번의 경험을 제공한다. 현실에서 수년이 걸릴 시행착오를 몇 시간 만에 해치우는 것인데, 알파고가 무수한 가상 대국을 거치며 실력을 키운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진짜 어려움은 현실에 있다. 시뮬레이션은 바닥의 마찰, 물체의 미세한 변형, 예상하지 못한 충돌과 같은 현실 변수를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다. 이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간극(sim-to-real gap)’은 오늘날 피지컬 AI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장벽이다. 

 

19일(한국 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슈팅 시도 후 오프사이드에 아쉬워하는 손흥민. /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그렇다면 인간은 왜 하나를 배우면 다른 상황에도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을까. AI 연구자 얀 르쿤은 인간 지능의 핵심을 ‘월드 모델(World Model)’로 설명한다. 인간은 단순히 데이터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내부 모델을 만든다. 공이 어디로 튈지, 물체가 어떻게 떨어질지,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몸에 익힌다. 중요한 점은 이 모델이 바깥세상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 세계 속에서 나의 몸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도 함께 예측한다.

 

축구 공격수는 수비수의 현재 위치만 보는 것이 아니다. 패스가 연결되는 순간 수비 라인이 어디에 형성될지, 자기 몸이 그 시점까지 어디에 도착할지를 동시에 예측한다. 야구 타자 역시 머릿속에서 공의 궤적을 계산한 뒤 배트를 휘두르는 게 아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예측 모델이 뇌와 신경계, 몸의 움직임을 하나로 연결해 순간적으로 반응하게 만든다. 인간의 월드 모델은 ‘세계를 이해하는 모델’인 동시에 ‘자기 몸을 이해하는 모델’인 셈이다.

 

물론 오늘날의 로봇도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계산하고 최적의 행동을 계획한다. 그러나 인간처럼 세계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를 하나의 모델 안에서 유연하게 통합하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축구에서 오프사이드 함정을 깨는 일은 단순히 현재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미래를 내 몸과 연결해 예측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몸으로 이 능력을 배운다. 수없이 넘어지고, 기어다니고, 달리며, 사물을 만지고 던지는 과정에서 세상과 몸의 관계를 익힌다. 이 경험은 단순한 데이터의 축적이 아니라, 세계와 자신을 함께 이해하는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다. 어쩌면 지능의 본질은 시험 문제를 푸는 능력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자신의 몸으로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모라벡의 역설은 로봇공학의 기술적 난제를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 온 인간 신체 지능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AI는 이미 언어와 이미지의 세계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물리 세계에서 타인과 공감하고 상대의 의도를 읽으며, 자기 몸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인간의 능력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AI 경쟁의 다음 무대는 더 큰 언어모델(LLM)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 같다. 세계를 이해하는 모델과 내 몸을 이해하는 모델을 하나로 통합해 ‘예측하는 몸’을 구현하는 일, 그것이 바로 모라벡의 역설을 넘어서는 진짜 인공지능의 시작일지 모른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뜨리는 공격수의 한 걸음에는 인간 지능의 가장 압축된 경이로움이 담겨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뉴스1

 

-민태기 '판타레이' 저자·공학박사, 조선일보(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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