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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이라는 방패] [훈육의 역사]

뚝섬 2026. 6. 30. 10:06

['촉법'이라는 방패]

[훈육의 역사]

 

 

 

'촉법'이라는 방패

 

화제의 드라마 ‘참교육’에 등장하는 소년범들은 “어차피 잡혀가도 훈방이야”라며 뻔뻔하게 소리친다. 실제로 2020년 대전에서 중학생들이 훔친 렌터카로 대학생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을 옮겨왔다. 이들은 경찰 조사 와중에도 셀카를 찍고 “우린 ‘촉법’이라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해서 공분(公憤)을 샀다. 가해자에게 내려진 최고 처분은 전과가 남지 않는 소년원 송치가 전부였다.

 

▶‘촉법 소년’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 대신 보호 처분을 받는 대상이다. 생소했던 법률 용어가 요즘엔 유행어가 됐다. 친문과 친이 권력 다툼 중인 민주당에서 유시민 작가는 최근 친문 정치인을 공격하는 젊은 평론가들을 ‘촉법 평론가’ ‘용역 평론가’라며 비난했다. 지적·정치적 무책임으로 틀린 말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그러자 반대 진영은 “60세 넘으면 뇌가 썩는다더니 정작 그 나이 되자 나이로 깔아뭉개냐”며 ‘촉새 노인’이라고 받아쳤다.

 

▶이런 조롱과 혐오의 언어는 늘 빨리 번지기 마련이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무례한 행동을 일삼으면서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제재를 피하려는 일부 고령층에게는 ‘촉법 노인’이라는 멸칭이 붙었다. 또 익명성 뒤에 숨어 악플과 비방을 퍼뜨리는 이들을 조롱하는 ‘촉법 네티즌’, 쓰레기봉투 뜯어 동네를 엉망 만드는 길고양이와 이를 옹호하는 동물 보호론자들을 풍자하는 ‘촉법 고양이’도 등장했다.

 

▶정부는 최근 촉법 소년 연령 기준을 만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모든 범죄가 대상이 아니라 ‘조건부 하향’이다. 살인이나 성범죄 등 강력 범죄와 상습 범죄의 경우 중학생이라도 정식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다. 촉법 소년 범죄의 절반이 만 13세에 몰려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영악하게 촉법 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아이들은 처벌해야 한다”며 연령 하한에 찬성하는 비율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80%를 넘었다고 한다.

 

▶연령 하향 추진은 1953년 소년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열기에는 책임 없는 권리만 주장하는 ‘촉법 마인드’에 대한 분노와 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년은 어리다는 이유로, 평론가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서, 일부 노인은 연륜을 방패 삼아 ‘면죄부’를 주장한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는 문명 사회일 수 없다. 법 적용 기준 나이를 낮추는 만큼이나 중요한 건, 우리 사회 전체의 무너진 책임 의식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어수웅 논설위원, 동아일보(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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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의 역사

 

동서양 교육에서 오랜기간 이뤄진 체벌…

부모가 훈장님께 회초리도 보냈답니다

 

학교 폭력, 청소년 범죄 등과 같은 문제를 교육부의 ‘교권보호국’이 해결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최근 화제랍니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줘 벌하는 ‘체벌’이 금지돼 있지만,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체벌을 꺼리지 않죠. 원래 체벌은 오랜 기간 훈육의 방법 중 하나로 사용돼 왔어요. 오늘은 과거 교육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엄격한 훈육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조선 화가 김홍도의 작품 ‘서당’. 아이가 손을 얼굴로 올린 채 눈물을 훔치고 있는 가운데, 훈장님의 책상 아래에는 회초리가 놓여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험난한 방식의 교육을 칭할 때 흔히 ‘스파르타식’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죠. 그만큼 고대 스파르타의 훈육 방식은 혹독했답니다. 당시 스파르타 시민이 낳은 남자아이들은 일곱 살이 되면 훈련 과정인 ‘아고게(Agoge)’에 입소해야 했습니다. 소년들은 가족과 단절된 채 스물한 살까지 교육을 받았는데요. 현대의 기숙사와 달리 아고게에서는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지 않았어요. 음식을 구하거나 훔치기까지 하고, 갈댓잎으로 잠자리를 만드는 등 스스로 생존해야 했습니다. 폭력이나 동급생과의 경쟁은 일상이었습니다. 사냥도 배웠고요. 물론 이런 방식의 교육은 현대 사회에선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 스파르타는 사회 유지 방법으로 아고게를 택했죠. 이를 거쳐야만 가장 높은 특권 계층인 ‘시민’이 될 수 있었습니다. 노예 계급을 다스리는 시민은 전체 인구의 10% 미만이었는데요. 다수인 하층 계급이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키면 시민은 이들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스파르타는 다수를 상대할 수 있는 전사를 길러내려고 혹독한 아고게를 운영한 거랍니다. 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다른 계급과의 차별성도 아고게가 만들어낸 거지요.

 

중세 유럽, 성직자를 길러내던 수도원에서도 체벌이 이뤄졌습니다. 특이한 점은 스스로 체벌했다는 거예요. 혈기 왕성한 청소년들이 머리를 깎고 욕망을 버리는 수행을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죠. 이들은 성경에 나오는 ‘내 몸을 쳐 나를 복종하게 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답니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면 이런 방식의 수행이 두드러졌습니다. 재난 상황을 신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라고 보고, 스스로를 채찍질해 인간의 죄를 참회하려 한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체벌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조선 화가 김홍도의 그림 ‘서당’을 보면 훈장님에게 회초리를 맞고 엉엉 우는 아이의 모습이 나와요. 예의범절과 효, 도덕을 중시한 유교 국가 조선에서는 공부를 게을리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아동에게 회초리질을 했답니다.

 

공부를 못하면 맞기도 했어요. 훈장님은 아이가 전날 배운 문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회초리로 때리거나, 오랫동안 무릎 꿇고 앉아 있기, 손 들고 서 있기 같은 벌을 줬습니다. 어린아이들은 훈장님이 밉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는 부모가 자식을 서당에 보낼 때, 떡·과자와 함께 회초리 한 다발을 만들어 보내는 문화가 있던 시기였어요. 부모가 ‘때려서라도 우리 아이를 가르쳐 달라’고 하던 시대였으니 아이가 삐딱한 마음을 품고 훈장님을 거역하긴 쉽지 않았고, 훈장님의 권위도 높았답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 조선일보(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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