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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세력 교체인가… 외교관·군인·검사의 위기] [ .. 중국 '3차 침공']

뚝섬 2026. 7. 1. 09:14

[주류세력 교체인가… 외교관·군인·검사의 위기]

[압록강 대신 강남역으로, 중국 '3차 침공']

 

 

 

주류세력 교체인가… 외교관·군인·검사의 위기

 

이재명 정부 들어 검찰·軍에 이어
외교부도 흔들리며 사기 저하돼
능력보다 '적폐' 여부가 인사 기준
"공관장은 주민센터 동장" 논란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직 사회가 전에 없던 변화를 겪고 있다. 청와대가 중앙부처의 국장급 인사까지 관여하며 장관의 인사권이 사실상 소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청장이 대통령 취임 1년 넘게 공석이고, 국가수사본부장도 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역대 모든 정권이 공직 사회 개혁을 내세우곤 했는데 현 정부의 인사는 범위와 속도, 방식에서 이전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재명 정부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조직으로는 단연 검찰과 군(軍)이 꼽힌다. 이 대통령을 대장동,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기소한 검찰은 조직 자체가 형해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깡패 검찰”이라고 외치고 있어 보완 수사권도 끝내 갖지 못할 전망이다.

 

‘윤석열 비상 계엄’에 어쩔 수 없이 동원된 군은 ‘숙군(肅軍)’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불고 있다. 명령에 따라 잠깐 ‘계엄 버스’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역량 있는 지휘관들이 고초를 겪는다.

 

검사, 군인들이 집단적으로 받는 고통만큼은 아니지만 외교부도 정상이 아니다. 지난해 외교부 1차관에 전임자보다 11기수 아래 외교관과 큰 공직 경험이 없는 40대 교수가 2차관에 임명되면서 파란이 시작됐다. 청와대는 윤 정부에서 임명된 특임 공관장 30여 명을 일시에 모두 귀임시켰다. 이에 따라 미리 귀임한 주중 대사를 포함, 미국·일본·중국·러시아 4강 주재 대사가 동시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외교부는 그동안 차관보급 이상의 보직을 맡았던 능력 있는 간부들이 유엔 대표부, 영국·프랑스·독일 등에 부임, 고급 정보들을 뽑아냈지만 이런 전통은 철저히 무시됐다. 정치적 배려에 따라 외부 인사들과 외교부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교관들이 대거 임명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교부 주변의 한 빌딩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직으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직을 받지 못한 외교관 수십 명이 대기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대사 신임장 수여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은 외교관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초 이 대통령의 유럽연합(EU) 방문 직전 브뤼셀 주재 대사가 교체되면서 갓 부임한 신임 대사가 급히 정상 외교를 준비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이 벨기에 방문 중 “재외 공관장의 역할은 주민자치센터 동장과 비슷하다”고 발언, 외교관들의 사기가 많이 꺾였다. 영사 업무 강화도 중요하지만, 국가를 대표해 협상하고 주요 정보를 수집하는 대사의 본질적인 역할을 경시한 비유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 대통령이 외교부의 주요 업무를 의전과 영사로 한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현직 고위 간부가 후배들에게 “(외교부)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때 빨리 나가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도, 군도, 외교부도 시대 변화에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과 전문성의 부정은 또 다른 문제다. 결국 특정 조직 전체를 적폐로 규정하고, ‘우리 편’을 심는 방식의 인적 교체를 감행하는 배경엔 공무원 사회의 ‘주류 세력 교체’라는 정치적 구상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외교관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는 대외 관계가 약해지고, 군인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안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의 해체는 결국 ‘범죄자들 전성시대’로 이어지게 돼 있다. 국가의 핵심 전문 조직은 어느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이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조직을 흔드는 인사가 반복된다면, 그 대가는 결국 대한민국 국력과 국가 경쟁력 약화로 되돌아올 것이다.

 

-이하원 외교안보에디터, 조선일보(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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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대신 강남역으로, 중국 '3차 침공'

 

1차 침공 인해전술
2차는 저가 공산품
소프트파워 3차 침공
안보북한, 경제한국 모순
'新한중관계' 요구해야
 

 

서울 강남역의 한 상가 1층에서 라부부로 유명한 중국의 캐릭터 샵 '팝마트'가 개장을 예고하고 있다.

 

50대 이상에게 강남역 뉴욕제과는 빵집 그 이상이었다. 삐삐도 휴대폰도 없어, ‘토요일 몇 시 뉴욕제과’ 이런 식으로 약속을 잡던 시절을 보냈다. 뉴욕제과는 오래전 없어졌지만, 그곳에는 시대의 상징들이 있었다. 여기에 최근 중국 밀크티 ‘차지(CHAGEEㆍ패왕차희)’ 매장이 들어섰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투박함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2030들은 매장에 들어가려 줄을 섰고, 주말에는 앱으로 사전 주문을 해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덕수궁 옆의 미국 ‘던킨도너츠’를 밀어낸 것도 중국 ‘차지’였다.

 

강남역 1㎞ 반경에는 또 다른 중국 밀크티 ‘헤이티’와 ‘차백도’가 성업 중이다. ‘라부부’ 캐릭터로 유명한 ‘팝 마트’가 대형 매장을 준비 중이고 그 옆에는 대륙의 다이소라는 ‘미니소’가 있다. 코로나 이후 40%에 육박했던 강남역 1층 상가 공실률은 현재 4%대로 떨어졌는데, 그 중심에는 중국 브랜드 입점이 있다. 조선족들이 대림동에서 영세하게 운영했던 ‘마라탕’은 이제 강남역과 홍대 앞에서 ‘하이디라오’ ‘용가’ ‘따롱이’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훠궈’로 변신했다. 중국의 자본과 시스템으로 현지와 동일하게 운영된다.

 

현대 한국이 중국의 물량 공세를 처음 접한 건 1950년 압록강에서였다. 인해전술로 알려진 ‘중국의 1차 침공’으로 국군과 미군은 치명적 타격을 입고 후퇴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은 총과 칼이 아닌 ‘메이드 인 차이나’ 공산품을 앞세운 2차 침공으로 한국 경제를 흔들었다. 의류, 신발 등 노동집약 산업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타격을 입고 사업을 접거나 중국과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했다. 그만큼 국내 일자리도 줄었다. 철강, 화학, 조선 같은 중화학 공업도 중국의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그러나 이에 맞서 한국은 반도체와 전자, 자동차 같은 첨단 부가가치 사업에서 기술 격차를 만들기 위해 분투했고, 그 기술이 지금의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다. ‘2차 침공’은 위기였지만 기회였다. 자유무역에 대한 로망이 남아 있던 시대였다.

 

현재 ‘3차 침공’의 전장은 압록강 대신 강남역과 홍대 앞이다. 중국의 ‘소프트 파워’가 이끌고 있고, 공략 대상은 미래를 이끌어 갈 2030세대다. 86세대는 반미(反美)를 외치면서도 나이키를 신고 콜라와 햄버거를 먹었다. 할리우드 영화와 팝을 앞세운 미국 ‘소프트 파워’의 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중국이 절대 미국을 앞설 수 없는 분야가 국방력과 문화라고 생각했다. 그런 중국이 이번에는 밀크티, 훠궈, 캐릭터 같은 ‘문화’를 첨병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배터리, 전기차(BYD), 이커머스(알리, 테무, 쉬인) 등 한국이 앞섰다고 판단했던 기술 분야에서도 거침없이 진출하고 있다. 작년 4월 국내에 출시한 BYD는 수입차 순위에서 테슬라, BMW, 벤츠에 이은 4위를 차지하며 일본의 렉서스를 앞섰다.

 

대통령이 반중 시위를 “깽판”이라 비판하고 민주당이 혐중 시위 처벌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이 유별난 반중 국가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올해 초 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중국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35.2점이었다. 미국(53.9점), 일본(44.6점)보다 낮지만 2025년 30.2점, 2024년 27.9점에서 점차 개선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16.8점) 호감도는 낮지만, 중국 문화(47.7점) 호감도는 높다. 정치와 문화의 분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잠실에서 중국 공산당(CCP) 아웃을 외치던 2030들은 강남역의 중국 밀크티 매장에 줄을 선다. 보안 문제에도 주부들은 집에서 로보락과 드리미 로봇 청소기를 돌리고, 직장인들은 BYD 전기차를 타고, 대학생들은 샤오미 헤드폰을 끼고 중국 드라마(중드)를 본다. 소프트파워의 ‘3차 침공’은 이미 우리 깊숙한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부의 자극은 내부 혁신의 기회다. 중국의 ‘1차 침공’으로 인한 안보 위기는 한·미 동맹으로 극복했고, ‘2차 침공’에 따른 제조업 위기는 첨단 산업으로 극복했다. 국민의 노력과 기업인들의 역량, 그리고 천운(天運)이 있어 가능했다. 이번 3차 침공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나 자문해 봐야 한다. 이는 친중, 반중을 넘어선 문제다.

 

잔뜩 몸을 웅크렸던 중국은 13년 전 미국에 ‘신형(新型) 대국관계’를 요구했다. 미국이 핵심 이익만 건드리지 않으면 잘 지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도 중국에 새로운 관계를 요구할 때가 됐다. 지금 중국은 안보는 북한 손을 잡으면서 경제·문화 파트너로 한국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국의 핵심 이익인 안보를 침해하며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면 한중 관계는 머지않아 ‘진실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안보와 경제에서 공존을 추구할 ‘새로운 한중 관계’를 만들지 못하면, 중국의 ‘3차 침공’은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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