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이 와 이리 무섭노]
[역사 왜곡, 혐오 발언도 '내편 네편'이 기준인가]
스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투리 안 쓴다. 서울 오자마자 부산 사투리를 고쳤다. 서울말을 쓰기 시작했다. 이유는 하나다. 쎄련된, 아니 세련된 스울, 아니 서울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사대주의자다.
나는 외국어에 재능이 좀 있다. 영어도 두 종류를 한다. 원래는 캐나다에서 배운 북미식 영어를 썼다. 지금은 영국 살며 익힌 영국식 영어를 쓴다. 언제든 전환할 수 있다. 부산 사람에겐 서울말도 외국어다.
사실 나는 완벽한 부산 사람은 아니다. 태어난 곳은 마산이다. 중학교 시절 부산으로 갔다. 마산과 부산 사투리도 다르다. 나는 부산에서도 “~예”로 끝나는 사투리를 쓰곤 했다. 아이들은 촌스럽다고 놀렸다. “밥 뭇스예?” 이건 마산이다. “밥 뭇습니꺼?” 이건 부산이다. 대체로 그렇다. 나는 곧 부산 사투리를 익혔다. 역시 나는 외국어에 재능이 있다.
내 서울말은 완벽에 가까워졌다. 20년 넘게 서울말 쓰고 살았더니 서울 사람으로서 서울에 대한 글을 써달라 요청받는 경지에 이르렀다. “부산 출신인데요?”라고 하면 “서울 사람 아니었어요?”라는 말을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나도 쎄련, 아니 세련된 스울, 아니 서울 사람이 됐다.
그럴 리가. 부산 사람은 내가 부산 사람이라는 걸 바로 파악한다. 고치지 못한 디테일이 있어서다. 나는 아직도 월요일을 ‘워료일’이 아니라 ‘월료일’이라 발음한다. 사람들 말에 “진짜?”라는 추임새를 넣는다. 그건 진짜냐고 묻는 게 아니다. 그냥 부산식 추임새다. 서울 사람들은 왜 자꾸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드냐고 화낸다.
바뀌지 않는 게 또 있다. 혼잣말이다. 누가 헛소리를 하면 꼭 “머라카노”라고 중얼거린다. 에어컨 바람이 세면 “춥노”라고 중얼거린다. 배가 고프면 “배고프노”라고 칭얼댄다. 본능적 반응이라 입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다만 영남 사투리도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다. 분명 이 글을 읽으며 ‘그런 거는 갱상도 사투리가 아이다’라고 불평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오늘따라 글 보내기가 좀 무섭노.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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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와 이리 무섭노

1970년대 다니던 서울 초등학교에 충청도 아이가 전학 왔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는데 그 아이가 “왜유?”라고 했다. 순간 교실이 웃음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그 뒤 그 아이는 “야, 왜유!”라고 불렸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배우 최민수가 연기한 태수도 어릴 적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했다. 첫날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에게 태수는 “야~”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당황한다. “너 지금, 나한테 ‘야’라고 했냐?”는 표정이었다. 그 일로 태수는 ‘간 큰 전학생’으로 찍혔다. 이런 일을 겪으면 사투리 콤플렉스가 생긴다.
▶지역적 이질감이 사투리를 통해 표출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민주당에서 영남 출신인 당 대표가 DJ계와의 갈등으로 당무를 거부한 적이 있다. 당직자들이 그를 찾아가 복귀를 설득했다. 대표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내가 그놈의 ‘~잉’ 소리 듣기 싫어 당에 나가기 싫다”고 했다. ‘잉’으로 끝나는 호남 어투에 거부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가 유튜브에서 ‘무섭노’라고 말한 게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말끝에 ‘노’를 붙인 것이 부산 사투리를 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일베식 조어법 아니냐는 거였다. 부산 출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가세했다. “일베들은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이는데 영남 사람들은 ‘무섭노’라 안 하고 ‘무섭나’라 쓴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엔 “와 이리 무섭노”처럼 감정을 토로할 때는 ‘노’를 쓴다는 반박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 참석한 조국 지지자들이 부른 가수 강산에의 ‘와그라노’도 소환됐다. ‘와그래싼노’, ‘뭐라 케싼노’ 등 가사에 ‘노’ 투성이인데 그건 왜 문제 안 삼느냐는 거였다.
▶어떤 해명도 부질없게 만드는 비난도 등장했다. “원이가 고향 거제도를 핑계로 삼았다”느니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한 것” 같은 공격이 그에 해당한다. 중세 종교 재판관들은 마녀로 의심되는 이의 몸에 돌을 매달아 물에 빠뜨렸다. 살아 나오면 마녀라며 화형에 처했고 익사하면 풀어줬다. 마녀 시비가 붙으면 결론이 어떻게 나든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것과 이번 사투리 시비가 비슷해 보이는 이유다.
▶직장 다니는 20대 딸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딸은 대답 대신 “어른들이 무슨 일만 있으면 편 갈라 싸우는 통에 우린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사투리까지 감별하고 감별당하는 세상이 된 걸까.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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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혐오 발언도 '내편 네편'이 기준인가

5·18민주화운동 조롱성 응원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원과 학생주장이 6일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사과문을 전달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배재고 선수들의 스타벅스 응원 논란과 중징계 이후에도, 5·18 혐오 발언과 표현의 자유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 총리급인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5·18이 성역화됐다”고 비판하자, 6일 청와대는 “사안이 엄중하다”며 사퇴를 권고했다. 이 부위원장은 그 직후 “정치적 민감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제 불찰”이라며 사퇴했다. 배재고 선수들과 학부모, 교직원 등 86명은 이날 광주일고를 방문해 사과했다.
조국 전 대표는 일부 아이돌의 말투까지 문제 삼아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웹툰의 ‘5분 23초’ 장면을 두고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인 5월 23일을 연상시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야당은 “이제는 말투나 만화 내용까지 트집 잡아 사상 검증을 하려 한다”며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지역·계층·성별에 대한 혐오 및 차별 발언은 비판 받아야 한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과 배재고 사태를 보며 2030이 진보 진영에 반감을 갖는 것은 혐오 및 차별 발언의 기준이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민주당 진영은 자신들의 혐오 및 비하 발언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상대 진영에 대해서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교육부 장관은 과거에 ‘천안함 음모론’ 글을 공유해 용사들과 유족들을 모욕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일을 ‘탕탕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문제 발언에도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임명됐다. 민주당이 배출한 전 대통령에 대해 이런 막 말을 했다면 민주당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는 보지 않아도 훤하다.
5·18 ‘탱크데이’ 이벤트를 문제 삼았던 인사들은 친여 유튜버가 “일베는 온라인상에서 탱크로 밀어 버려야 한다”고 말한 것은 문제 삼지 않았다. 스타벅스 응원 고교 선수들은 대학 입시와 프로야구 입단까지 불이익을 받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5·18 모욕 유튜버는 자기들 편이라는 이유로 형식적 사과만 했을 뿐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스타벅스 ‘탱크듀오 세트’의 21% 할인율이 계엄군의 발포일인 5월 21일을 연상시킨다는 ‘음모론’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최근 한 화장품 회사의 ‘잊지 말자 625%, 침투하자 더 깊게’ 광고는 문제 삼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나 혐오·차별 발언 여부도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따지고 있다. 자기 진영에는 너그럽고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가혹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2030들이 민주당 사람들의 위선을 비웃는 이유다.
-조선일보(2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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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성역" 논란 이병태 결국 사퇴. ‘대통령 뜻’이 표현의 자유보다 센 ‘대체불가 대한민국’.
-팔면봉, 조선일보(2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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