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街]--
[내게 검찰을 돌려 주세요]
["성폭력 피해 누가 구제하나"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
[검열과 싸웠던 정당이 어쩌다]
내게 검찰을 돌려 주세요

지난 9일 법무부가 스토킹 피해자로서의 경험을 '탁월한 피해자'라는 책으로 낸 곽아람 기자를 초청해 연 북토크에서 정성호(왼쪽) 법무부 장관이 곽 기자를 소개하고 있다. /법무부
범죄 피해자가 된 지 7년째다. 2019년부터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스토킹 및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다. 2021년 11월부터 가해자를 형사 6회, 민사 1회 고소했다. 가해자는 수감된 후에도 음란물을 그린 편지를 보내는 등 범행을 지속했다.
검찰 보완 수사권 폐지 논란을 보고 있자면 ‘내가 세금 내고 이용 중인 법률 서비스를 왜 국회의원들이 마음대로 없애버린다는 건가’ 싶어 울화가 치민다. 수사란 법리적 판단을 포함한다. 스토킹이나 디지털 성폭력처럼 미비점 많은 신생 법률이 적용되는 범죄일수록 법리를 더 정교하게 따져야 한다. 그간은 검찰이 피해자를 위한 무료 형사 변호사 역할을 해 왔다. 경찰이 법리에 어두워 잘못 판단한 사건도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재판단하곤 했다.
겪은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첫 소송 때 가해자가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당장 빨고 싶을 정도로 섹시하다”는 내용으로 일베에 수차례 글을 올린 행위를 통신매체이용음란, 모욕 등으로 고소했더니 경찰은 “‘섹시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외모나 언행에 성적 매력이 있다’는 뜻이라 고소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인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모욕죄를 불송치했다. 소송 초보 때라 불송치가 뭔지도 몰랐고, 이의 신청할 생각도 못 했는데 검찰이 알아서 모욕죄로 기소했고,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는 검수완박 초기였기에 피해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형사 사법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한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시스템은 차근차근 무너졌다. 수사 과부하로 지친 경찰은 고소장도 받아주지 않고 다른 부서에 얘기하라며 뺑뺑이를 돌린다. 출소를 앞둔 가해자가 기소되길 애타게 기다렸으나 검찰이 거듭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경찰로 돌려보내 애를 태운 적도 있다.
수사도 수사지만 공판의 질이 떨어진 것도 문제다. 검찰 개혁 여파로 베테랑들은 사직하거나 특검 등에 차출되고,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의 표현처럼 ‘학도병’들로 근근이 유지하는 지방의 검찰청일수록 사태가 심각하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이 공판검사의 역할이건만, 피아(彼我) 구분 못 하는 학도병에게 “‘저희’ 재판장님이 좋아하지 않으셔서…”, “높이 구형했다 법원이 깎으면 곤란하다” 같은 말을 듣고 있자면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아 참담하다. 어느 변호사는 “피고인 변호할 땐 검사가 무서워야 정상인데 법정에 초임들만 있으니 만만하다”고 했다. 대체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검찰청 폐지에 동의한 정치인들은 힘 있는 자신들은 피해자가 될 일이 없고, 피해자가 되더라도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경험자로서 단언하는데 그런 생각은 오만이다. 시스템이 망가지면 아무리 탁월한 개인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오만에는 내일이 없다. 그러니 돌려줘, 검찰.
-곽아람 기자, 조선일보(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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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누가 구제하나"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

광주 여고생 살인 피고인이 재판에서 “성범죄를 목적으로 살인했다”고 자백했다. 계획적 납치와 성범죄 시도 과정이 녹화된 차량 동영상과 그가 준비한 결박 도구 등을 증거로 제시하자 그제야 시인했다고 한다.
이들 증거는 검찰의 보완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경찰은 피고인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이란 이유로 증거를 은폐하고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강간 살인은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무거운 반면 증거가 부족하면 입증하기 어렵다. 이를 아는 경찰이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번 사건은 수사권을 경찰이 독점했을 때 성범죄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예고한다. 고의적 은폐가 아니더라도 경찰은 입증이 까다로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거나 다른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는 경향이 있다. 성범죄가 대표적이다. 4년 전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경찰이 무시한 성범죄 증거를 검찰이 보완 수사 과정에서 찾아내 중상해로 송치된 범인을 강간 살인미수로 기소해 엄벌했다.
당시 피해자가 검찰의 보완 수사권 폐지에 공개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이런 경찰을 겪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청바지를 두고도 누군가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고, 누군가는 집념으로 진실을 밝혀냈다”는 피해자의 말은 성폭력 위협에 노출된 여성 전체를 대변한다. 여성 범죄 피해자는 2021년 40만명에서 2024년 47만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여성 단체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검찰 보완 수사 폐지 법안에 반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들에게 보완 수사는 민주당처럼 정치나 이념이 아니라 인권과 생존의 문제다.
여성만이 아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원 장애인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수많은 장애인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억울한 일을 겪고 있다”고 했다. 보완 수사를 호소하는 것은 그것이 폐지됐을 때 “약자와 서민의 고통, 억울함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란 것이다.
검찰의 보완 수사는 정치 수사의 도구가 아니라 경찰이 놓친 부분을 바로잡는 민생의 도구다. 여성, 장애인, 서민 등 한국 사회의 약자가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다. 국민, 특히 약자들의 권리다. 보완 수사권 폐지는 이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명색이 국민 정당이라면 이럴 수 없다. 민주당은 법안을 처리하기 전에 무엇을 위해 약자를 고통에 몰아넣으려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조선일보(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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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장윤기 사건 증거 인멸’, 검경 투트랙 수사. 서로 견제해야 사건 덮기 막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
-팔면봉, 조선일보(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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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과 싸웠던 정당이 어쩌다

1990년 3월, 마포의 지하 셋방 화재로 세 살, 다섯 살 남매가 숨졌다. 충남 계룡면 금대 2리에서 상경한 서른 살 아빠는 경비원, 스물여덟 살 엄마는 파출부였다. 월 65만원을 벌기 위해 부부는 아이들이 유괴라도 당할까 문을 잠근 채 일을 나갔다. 가수 정태춘은 “손톱에서 피가 나게 방바닥을 긁어대기 전에 엄마, 아빠가 함께 있었다면”이라고 노래했다. 그는 ‘아, 대한민국’ 앨범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집중 조명했다.
▶정태춘은 사전 심의를 거부하고 ‘비합법 음반’을 만들었다. 사전 심의에 대한 공개 도전이었다. 1993년에는 ‘92년 장마, 종로에서’ 앨범을 흥사단에서 발표하며 “악법을 의도적으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의 옆에는 변호사 노무현이 있었다. 음반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고 사전 심의를 규정한 ‘음반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소송을 제기했다. 노무현, 천정배 변호사가 그를 도왔다.
▶1995년 서태지가 ‘시대유감’을 발표했다. 심의 기구는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다’는 가사를 고치라고 했지만 서태지는 이를 거부하고 연주곡으로 발표했다. 팬들이 들고 일어났고 당시 야당 총재 김대중은 당 차원의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정태춘과 서태지가 앞장서고, 노무현·김대중이 함께했던 투쟁은 1996년 헌재의 사전 심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냈다. 가수들은 ‘자유’라는 이름의 공연으로 이를 자축했다.
▶금지 이유는 다양했다. 송창식의 ‘왜 불러’는 반말이라며,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불신 조장, ‘아침이슬’은 붉은 태양이 불순 사상을 연상시킨다며 금지곡이 됐다. 이장희의 ‘그건 너’는 책임 전가, 배호의 ‘0시의 이별’은 통금 비판이 이유였다. 개그맨 심형래의 캐럴은 ‘가창력 부족’, 조혜련의 ‘아나까나’는 ‘수준 미달’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위헌 판결 30년 만에 검열 논란이 다시 제기됐다. 7월 7일부터 시행된 ‘정보통신망법’에 대해 민주당은 “허위 조작 근절”이라 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입틀막법’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에 청소년 유해 음원 제재 권한을 부여하고 음반유통사에 심사 의무를 규정한 법안을 발의했다. 문화단체들은 “사전검열 부활”이라 반발했다. 민주당은 “민주적 통제, 청소년 보호”라고 했다. 과거 권력도 비슷한 이유를 댔지만 결국 그들이 지키려 했던 건 권력이었다. 듣기 싫고 보기 싫은 것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지켜야 할 것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걸 ‘기득권’이라고 한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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