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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범 ‘징역 최대 18년’ 상향] [막을 수 있었던 ‘스토킹 살인’]

뚝섬 2024. 3. 27. 07:37

[기술 유출범 ‘징역 최대 18년’으로 상향, 이것도 낮다] 

[막을 수 있었던 ‘스토킹 살인’] 

['중소기업 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기술 유출범 ‘징역 최대 18년’으로 상향, 이것도 낮다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을 받는 삼성전자 전 수석연구원 A씨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4.1.16/연합뉴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업 기술의 국내 유출은 최대 권고 형량을 징역 6년에서 9년으로, 국외 유출은 징역 9년에서 15년으로 각각 높였다. 특히 국가 핵심 기술의 국외 유출은 최대 징역 18년까지 가능하게 했다.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너무 낮다는 한국경제인협회 등 각계의 의견을 이제야 반영한 것이다.

 

양형 기준을 최대 징역 18년까지 높였지만 이는 상한선일 뿐 보통 선고되는 형량은 징역 10년 안팎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세계 주요국은 산업 기술 유출을 중대 범죄로 다룬다. 대만은 간첩죄를 적용해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 미국은 피해 액수에 따라 최대 33년 9개월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 다른 범죄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기업 직원이 최근 2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은행 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은행 직원도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와 나라의 미래를 빼앗는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이 이런 개인 횡령 범죄보다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앞으로 양형 기준을 더 높여야 하고 법도 필요하면 바꿔야 한다.

 

판사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33건 중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전체의 87.8%에 달했다. 2022년 선고한 영업 비밀 해외 유출 범죄 형량도 평균 1년여에 불과했다. 이러니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퍼져 기술 유출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판사들은 대개 기술 유출 범죄자들이 초범이거나 개인적으로 취한 이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 범죄는 성격상 거의 다 초범일 수밖에 없고, 범죄 이익을 떠나 국가에 미친 해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경제 안보 차원에서 이 사안을 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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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있었던 ‘스토킹 살인’

 

A씨는 작년 9월 11일 전 여자 친구를 흉기로 살해했다. 그는 여자 친구와 이별한 후 다시 그녀의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치거나 주위를 맴돌았다. 범행 당일에도 스토킹을 하다 전 여자 친구가 새 연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살인을 결심했다고 한다.

 

B씨는 작년 5월 25일 전 여자 친구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는 상대가 헤어진 후 연락을 받지 않자, 발신번호 표시 제한 등을 이용해 10일간 480여 차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주지 않으면 극단적 선택을 할 것처럼 피해자에게 말하고 불러낸 뒤 범행을 저질렀다.

 

2022년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벌어진 후에도 비슷한 참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스토킹 단계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예방 조치 등이 있었다면 없었을 죽음이다.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도입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솜방망이 판결’로 후속 범죄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법은 최대 징역 3년(흉기 휴대 시 최대 징역 5년)으로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러나 판사들은 가해자의 여러 사정을 봐주며 풀어줬다. 스토킹범이 근무지에 찾아와 칼을 빼들어도 “자성하고 있다”고 했고, 사생활을 감시하며 밤중에 집 문을 1시간씩 두들겨도 “이별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스토킹 재범 위험이 클 때 검사가 접근 금지, 구치소 유치 등을 청구하는 ‘잠정 조치’도 매달 수십 건씩 법원에서 기각되고 있다.

 

그 결과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스토킹으로 정식 기소돼 1심 결론이 나온 3406명 중 징역 등 실형(實刑)을 선고받은 사람은 638명(18.7%)에 불과하다. 2022년 형사 1심 재판 전체 실형률(29.2%)보다 10.5%포인트 낮다. 1110명(32.6%)이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949명(27.9%)은 벌금형에 그쳤다. 약식기소돼 재판 없이 벌금만 내고 끝난 이도 3296명이나 됐다.

 

판결이 법과 현실에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일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스토킹 양형 기준을 신설했다. 살인까지 이어질 수 있는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과, 법이 정한 형량 등을 고려해 더는 가벼운 처벌을 내리지 말라는 취지다. 흉기를 휴대한 스토킹 범죄를 가중처벌할 때는 원칙적으로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게 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이사‧휴학을 해야 하거나, ‘잠정 조치’ 등을 위반한 경우 더 강하게 처벌하도록 했다.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진작에 법원이 스토킹을 중범죄로 처벌했다면 피해자들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스토킹 피해자가 또 살해됐다’는 사건은 멈출 때가 됐다. 판사들이 새로운 양형 기준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가능한 일이다.

 

-방극렬 기자, 조선일보(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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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양형위, 스토킹·기술 유출·마약 범죄 刑量 대폭 올려. 시대 따라 ‘사회적 엄벌 기대치’도 달라져.

 

-팔면봉, 조선일보(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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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기술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지만 허술한 보안 체제로 첨단 기술 유출 사고 또한 증가하고 있다.

기술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개발에 성공하고도 기술이 유출돼 유사 기술이 개발되면서 거액을 들여 개발한 제품이나 기술이 사장되는 일도 많다. 특히 IT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기업의 핵심 기술을 빼내는 방법 또한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기술 유출 방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책 마련과 유관 단체들의 다양한 지원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제정된 '중소기업 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정부로 하여금 3년마다 중소기업 기술 보호에 관한 지원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수준 등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기술 유출 방지 등에 관한 보호 지침을 정하고 기존 기술 임치 제도를 더욱 확대하며 기술 보호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중소기업 기술의 유출 방지와 보호를 위한 각종 지원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률은 특히 판사, 교수, 변호사, 기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중재위원회'를 통해 기술 유출·탈취 등으로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으며 그에 따라 지난 1월 조정·중재위원회가 발족해 활동 중이다.

예전엔 기술 또는 경영상 정보 유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피해 입증의 어려움, 과다한 비용, 장기간에 걸친 소송 과정 등으로 실제 손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이제는 저렴한 비용에다 단기간에 이뤄지는 조정·중재를 통해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니 기술 유출 등의 피해를 본 중소기업은 주저 없이 위 조정·중재위원회의 문을 두드려도 좋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도 기술 개발, 개발 기술의 사업화 및 판로 개척도 중요하지만 개발한 기술을 지켜나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기술을 지켜야 살 수 있는 시대다. 한편으로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허락 없이 유용하거나 탈취하는 행위는 중소기업을 해치고 나아가 국가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파렴치한 행동으로서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임을 기업인들은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이창구 변호사, 조선일보(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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