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미국 간판 박물관] [사람은 얼굴을 보고, 나무는 껍질을 보며, 사업 성패는 간판을 보라]

뚝섬 2022. 11. 24. 08:09

[미국 간판 박물관] 

[사람은 얼굴을 보고, 나무는 껍질을 보며, 사업 성패는 간판을 보라]

 

 

 

미국 간판 박물관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미국 간판박물관(American Sign Museum)’이 있다. 가족이 운영하던 간판 전문 잡지에서 26년간 근무하던 창업자 토드 스웜스테드(Tod Swormstedt)가 1999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계획, 2005년 박물관을 개관했다. 전국을 다니면서 흩어져있던 간판들을 모으고, 제작 회사들로부터 오래되고 쓰지 않는 간판들을 기증받으면서 컬렉션을 완성했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미국 사인박물관(American Sign Museum)’ 외관. /박진배 제공

 

2000평이 넘는 면적에 19세기 말부터 1980년대까지 거의 100년간 미국의 주요 도로와 건물에 걸렸던 간판과 네온사인, 그 작동 장치들 200여 점을 전시해 놓았다. 주유소나 쇼핑센터, 모텔의 간판은 물론이고 반짝이 조명의 도넛 사인, 빅보이 햄버거 간판 등 친숙한 상표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큰 시골 헛간의 외벽에 칠한 대형 광고물이나 지금은 사라진 각종 회사, 은행들의 간판도 눈에 띈다. 

‘미국 사인박물관(American Sign Museum)’ 내부 전시. 주유소나 쇼핑센터, 모텔의 간판은 물론이고 반짝이 조명의 도넛 상점, 빅보이 햄버거 간판 등 친숙한 상표들이 관람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미국 산업과 상업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값진 기록이다. 이곳의 특별한 프로그램은 고장 난 간판을 박물관 내부에 마련된 공방에서 수리, 복원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관람객들에게 공개되어 교육적 효과도 증진시킨다. 이런 사인을 만든 디자이너와 기술자에게 감탄과 존경하는 마음도 가지게 된다. 

 

포스트모던 건축의 대가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는 유명한 그의 1972년 저서 ‘라스베이거스의 교훈’에서 일반 대중과 소통이 없는 근대건축의 폐쇄성과 오만함을 비판하였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라스베이거스의 건물과 거리를 뒤 덮은 간판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사인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과 유머를 제공하는 상황을 비교했다.

 

실제로 여행을 하거나 도시를 방문할 때 간판은 낮선 환경 속 거의 유일한 정보이며, 간판을 보고 레스토랑, 주유소, 상점, 유적지, 호텔 등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간판들은 또한 먼 거리에서도 잘 보이도록 대형으로 제작되었기에 박물관 내부에서 바로 앞에 놓고 볼 때 다가오는 커다란 스케일의 느낌도 색다르다. 간혹 이렇게 상업적 생산품이 하나의 문화가 되고 역사가 되는 현상을 발견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미국 사인박물관(American Sign Museum)’ 내부 전시. 미국의 상업과 산업의 역사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상업적 생산품이 하나의 문화가 되는 현상을 발견하는  즐거운 일이다.

 

‘미국 사인박물관(American Sign Museum)’의 특별한 프로그램은 고장  간판을 박물관 내부 한편에 마련된 공방에서 수리, 복원하는 점이다.  과정도 모두 관람객들에게 공개가 되어 교육적 효과를 증진시킨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2-11-24)-

________________

 

 

사람은 얼굴을 보고, 나무는 껍질을 보며, 사업 성패는 간판을 보라

 

가난하여 배우지 못한 사람이 큰 기업을 일군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한 기업인은 존경받을 만하고 큰 사표로 삼기에 충분하다. 호설암(胡雪岩)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비천한 출신으로 12세 때 아버지가 죽자 홀어머니를 떠나 항저우(杭州)의 어느 전장(錢莊·금융업체)에서 허드렛일로 세상에 나선 그는 중국 최고의 거상(巨商)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살아 있는 재물의 신(活財神)'으로 모셨고, "정치를 하려면 모름지기 증국번(?·19세기 중국 정치가)을 보아야 하고, 장사를 하려거든 호설암을 읽어야 한다(爲官須看曾?爲商必讀胡雪岩)"고 말할 정도였다. 일개 상인으로서 청나라 조정으로부터 2품 벼슬을 받은 것도 중국 역사상 드문 사건이었다.

그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고 그 하나하나마다 상인들과 CEO들에게 금과옥조가 되고 있다. 그는 풍수도 사업에 적극 활용했다. 그는 말한다. "기업이나 점포의 외관은 사람의 얼굴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며야 한다. 이는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얼굴을 보고, 나무는 껍질을 보며, 사업의 성패는 간판을 본다."(김태성 역 '상경')

호설암은 이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첫째 적당한 위치, 둘째 깨끗하고 운치 있는 건축, 셋째 정교하고 단아한 실내장식, 이 세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고 한다. 터와 건물 그리고 인테리어, 즉 풍수 전반에 관한 것이다.

말은 쉬우나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큰 기업이나 부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지만, 여유가 없는 중소 상인의 입장에서는 적당한 터를 잡는 것부터 한계에 부딪힌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설암의 핵심 요지는 '간판을 통해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간판을 통해 점포와 상인의 의도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조형물이다.

사진 1은 강남 '두꺼비빌딩' 앞에 세워진 금두꺼비상이다. 금두꺼비는 '돈을 토해 사람에게 준다(토전급인·吐錢給人)'는 전설이 있다. 빌딩 이름에 어울리는 조형물이다. 사진 2는 여의도 대신증권 건물 앞에서 세워진 황소상이다. 황소상은 증시 강세장을 뜻하는 불마켓(bull market)을 상징하는데 황소가 뿔로 주가(株價)를 치받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1과 2가 재물을 부르는 초재(
招財)풍수라고 한다면, 사진 3은 의미가 약간 다르다. 사진 3은 서울역 부근 '아스테리움 서울' 앞에 세워진 코끼리 석상이다. 건물이 바라보는 곳이 서쪽인데, 서쪽을 사신(四神) 가운데 백호(白虎)로 오해한 데서 비롯한다. 백호란 문자 그대로 흰 호랑이이다. 호랑이가 건물을 노려보니 건물이 불안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를 제압하기 위해 코끼리 석상을 세웠다. 일종의 진압(鎭壓)풍수 관념이다.


사진 4는 이천 '치킨대학(BBQ 연수원)' 입구에 세워진 닭 석상이다. 금닭이 알을 품는 금계포란(
金鷄抱卵)을 상징한 것이다. 연수생들을 알()로 보았다면 연수원을 이를 품어 부화시키는 금닭으로 상징한 것이다. 연수원의 의도를 닭 석상 하나로 넉넉히 설명하고 있다.

건물 앞에 세워진 조형물은 일종의 '야립(
野立)간판'이다. 그것은 법령이 정한 '미술 장식품 설치'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사운(社運)을 상승시키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사업의 성패는 간판을 본다'는 의미는 간판 하나로써 그 점포(회사)를 자신 있게 홍보하여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지에 달렸음을 의미한다.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조선일보(16-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