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인 특성]
[토종 방송 초토화시키고 ‘넷플릭스 천하’ 연 규제 불균형]
[우리 안의 嫌韓]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인 특성
한류의 원산지(birthplace of the Korean Wave)를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유학생·체류자가 늘어나면서 그들 눈에 비친 한국인의 사회적 행동(social behavior), 가치관(values), 삶의 방식(way of life)도 회자되고 있다(be bandied about).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개중에는 감탄에 가까운(verge on admiration) 찬사도 있지만, 일부는 답답함과 거부감을 토로하는 반응도 나온다.
익히 알려진 대로(as is well known) 외국인들이 가장 탄복하는 한국인 특성(trait)은 지칠 줄 모르는 근면성(tireless diligence)이다. 모든 일상생활에서 “빨리빨리” 무언가를 이뤄내려는 집중력(concentration)과 집요함(persistence)이 놀랍다고 말한다. 집착에 가까울(border on obsession) 정도의 인내심(patience)과 끈기(perseverance)는 말문이 막히게 한다며(leave them speechless) 경외감을 나타낸다(express awe).
회사 회식(company dinner)부터 국가적 재난(national disaster)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뭉치는 공동체 의식(sense of community)과 서로 돕는 모습도 인상적이다(be impressive). “한국에선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feel alone) 않는다. 누군가는 늘 곁에 있으면서(be always by your side) 도와주고 밥도 함께 먹는다”고 말한다.
연장자에게 존댓말을 쓰며(use honorifics for elders) 존중하고, 효도(filial piety)와 위계질서(hierarchical order)를 중시하는 문화에선 인간적 풍미를 느낀다. 두 손으로 물건을 건네거나 고개 숙여 인사하는 등 사려 깊고 정중한 태도(thoughtful and polite attitude)도 감흥을 준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경이로운 건 기술·인프라·대중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발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고 적용하는(adapt to and apply changes) 신속성과 혁신성이다. “한국에선 일 처리가 정말 빠르다. 문제가 생기면 늦어도(at the latest) 몇 주 안에 해결책이 나온다”고 치켜세운다.
거북하고 못마땅하게 느껴지는(feel awkward and displeasing) 것도 있다. 외모·행동·의견 등 모든 면에서 ‘같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너무나 생경하다. “모두 비슷하게 옷 입고, 공부하고, 살아가는 듯하다. 획일화된 기준에 얽매여(be stuck in uniform standards) 사느라 각자의 개성(individual uniqueness)은 뒷전으로 밀린(take a back seat) 느낌”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직장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경쟁(fierce competition)은 숨이 막힐 것 같고(feel suffocating), 연공서열(seniority system)에 따른 소통 방식은 답답하다고(be frustrating) 지적한다. 직설적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에겐 돌려서 말하는(beat around the bush) 한국식 간접 화법이나 분위기 파악하는(read the room) 눈치 보기가 혼란스럽다고(be confusing) 입을 모은다. “한국에선 ‘아니요’라고 말하지 않아요. 눈치 보는 게 생존 기술(survival skill)이에요.”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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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방송 초토화시키고 ‘넷플릭스 천하’ 연 규제 불균형
올해는 대표적인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한국 드라마를 최대 30개 언어로 서비스하며 한류 확산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던 넷플릭스지만 요즘은 국내 방송 생태계를 초토화시킬 ‘황소개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 국내 방송과 광고 시장은 OTT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이 해마다 증가하는 동안 방송 채널 시청 시간은 2020년 161분에서 2023년 121분으로 3년 새 25% 감소했다. 국내 방송 프로그램 제작도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OTT가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19년 3편에서 2023년 22편으로 7배 넘게 급증한 반면 국내 방송사 드라마 제작 편수는 109편에서 77편으로 줄어들었다. 전체 광고에서 방송광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3년 연속 하락해 17.6%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OTT에 날개를 달아준 건 방송과 통신을 구분하는 시대착오적인 비대칭 규제다. 시청자 입장에선 OTT든 방송이든 차이가 없지만 법적으로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사실상 ‘규제 프리존’에 놓여 있는 반면 방송사는 방송법에 따라 소유와 겸영부터 편성, 심의까지 깨알 같은 규제의 감시를 받는다. 광고 규제를 예로 들면 모유 수유를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조제분유 광고까지 금지하는 등 관련 조항이 140가지가 넘는다. OTT는 표현의 제약 없이 참신한 시도를 하는 동안 방송사들은 콘텐츠에 투자할 역량을 규제 리스크 관리에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OTT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 의무도 없다. 2023년 국내 방송 사업자들은 6092억 원의 발전기금을 냈지만 넷플릭스는 국내 매출 8233억 원을 기록하고도 발전기금 납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방송사에만 불리한 역차별일뿐더러 글로벌 OTT에 수익의 5∼20%를 기금으로 부과해 자국 콘텐츠 제작에 지원하는 해외 주요국들의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에게 요구하지 못하는 규제를 국내 사업자에게만 요구하는 건 부당한 시합을 하는 것” “시장 현실에 부합하도록 규제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허무는 인터넷TV(IPTV)가 등장할 때부터 비대칭 규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만들고도 방송 따로 통신 따로인 규제는 그대로 방치하면서 ‘넷플릭스 천하’로 가는 길을 열었다. 무역 수지 불균형 해소에 기여해온 국내 방송 산업이 고사되기 전에 OTT는 되고 방송은 안 되는 불합리한 규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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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嫌韓
라딘(Ladin)족은 이탈리아 북동부 알프스 중심부에 있는 돌로미티 지역에 산다. 인구 3만9000명에 대국 이탈리아·독일 사이에 끼어 있지만 무려 2000년 동안 자기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살아왔다. '실용'이 생존 비결이었다. 해발 2000~3000m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험지에 살지만 이들은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영어에 능하다. 관광업이 밥벌이라서다. 지독한 근면 성실도 생존 철학이다. 어영부영 살다간 추위와 굶주림에 무너지기 십상이니 일곱 마을 지도자들이 힘을 합쳐 혹독한 자연과 싸운다. 그 중심에 민족적 자긍심이 있었다. 이들은 신문과 TV를 모국어인 라딘어로 제작한다. 전통 음식을 먹고 전통 복장을 즐겨 입는다. 4년간 이탈리아 주재원으로 살면서 소수민족을 연구한 이창현 코트라(KOTRA) 박사는 "이들 생존 방식이 초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에게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생존 전략 중 으뜸이라는 '자긍심' 석 자가 명치에 걸렸다. 바야흐로 '헬조선'이란 말이 범람하는 '셀프 혐한(嫌韓)'시대다. 당장 먹고살 일 암담한 청년층뿐 아니다. "재패니스?"냐고 묻는 외국인에게 "코리안"이라고 답하며 자랑스러웠던 적 얼마나 될까. 그 많은 나라 중 난 왜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태어난 건지 자괴한 적은 없는가.
그런데 '제3 한류(韓流)'를 취재하면서 기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치부로 여기는 것을 바깥에선 한류를 꽃피운 저력으로 보았다. 우리는 압축 성장이 낳은 '빨리빨리'의 폐해가 대한민국을 사고 공화국으로 만들었다고 자조하지만, 외국인들은 불같이 끓어오르고 사그라지는 한국인 특유의 성정(性情)이 서울을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패셔너블한 도시로 바꿔놨다고 평했다. 사교육 주범인 영어도 한류엔 일등 공신이다. 한류를 연구하는 외국 학자들은 영어에 대한 한국인들의 투지와 욕심이 한류가 일류(日流)를 압도한 결정적 토대가 됐다고 말한다. 1000번 외침(外侵)에 시달린 '굴종의 역사'조차 한류엔 날개였다.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 없는 평화와 굴기(屈起)의 역사에 세계는 경의를 표했다. 툭하면 미사일 쏘아 올리는 미치광이 집단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도 삼성과 K팝과 한식을 만들어 지구촌을 열광시키는 나라! '코리안 쿨' 저자 유니홍은 "운명에 대한 천년 묵은 분노와 한(恨)이 한국인 끈기와 지구력의 원천이었고, 이것이 글로벌 문화 강국의 바탕이 됐다"고 썼다.
'슬픈 족속'은 윤동주의 시(詩)다. '흰 수건 검은 머리에 두르고, 흰 고무신 거친 발에 걸리운 채, 흰 띠로 가는 허리 질끈 동여맨' 이 족속은 슬픔의 강물에 마냥 떠밀려가지 않았다. 운명의 강을 거슬러 오른 연어처럼 전쟁과 가난, 구제금융을 이겨냈고 모두가 삼류라 비난했던 한류로 세계를 물결치게 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족속인지 모른다. 또다시 불어닥친 사나운 북풍(北風)앞에서 우리 안의 혐한과 분열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유다.
-김윤덕 문화부 차장, 조선일보(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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