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거짓도 고집할까?… ]
[갖고 놀기 좋은 나라]
[訪中 의원들, 중국 뜻 증폭시켜 전달하는 역할 맡을 건가]
인간은 왜 거짓도 고집할까?…
진실 자체보다 승리를 원하는 게 본능

쇼펜하우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우기기 위해 동원하는 방법을 ‘논리적 논증’과 구분해 ‘논쟁적 토론술’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토론술은 정신으로 하는 검술”이라고도 표현했다. 사진은 도메니코 안젤로의 펜싱 판화(1763년).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논리학과 토론술의 차이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랫동안 연구한 논증과 설득의 방법을 집대성한 학문이다. 이 학문은 이성의 법칙에 따라 논증 상대방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성을 통해 합의가 가능하려면,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합리적인 추론으로 밝혀진 진리라면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학과는 반대로 쇼펜하우어의 ‘논쟁적 토론술’은 누구나 옳다고 생각되는 주장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인간의 잘못된 성향을 비판한다. 남은 틀렸고 자신은 옳다고 끝까지 우기는 사람을 보면, 인간의 본성이 선하기보다는 악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면, 타인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며 진실에 기꺼이 동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옳은 주장에 쉽게 수긍하지 않는 이유로 ‘인간 종족의 본질적인 사악함’을 들기도 한다. 남과 생각이 다를 때, 사람들은 상대의 오류만을 지적하며 자신의 신념을 고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 심리의 밑바탕에는 허영심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특히 허영심이 큰 사람일수록 논쟁에서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자신이 남보다 훨씬 낫다고 확신하게 되면, 자신의 견해가 항상 옳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마르틴 루터와 요한 에크 사이의 종교 논쟁을 그린 카를 프리드리히 레싱의 작품(1867년).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이러한 사람은 진실을 거짓으로 꾸미고,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럴 때 사용하는 비열한 방법이 바로 ‘토론술’이다. 논리적인 논증과 달리, 토론의 기술은 진리나 정당성과 무관하게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증명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논리학이 합리적 이성을 중시한다면, 토론술은 감정과 욕망의 작용이 크게 개입된다.
그렇다면, 타인의 고집을 꺾는 방법은 무엇일까. 완고한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토론의 꼼수는 마치 칼을 사용하는 싸움과 같다. 쇼펜하우어는 “토론술은 정신으로 하는 검술이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토론술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봤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이웃이 약점을 보일 때 그것을 공격하라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이웃이 다시 반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에 대해 신의나 정직함을 가져서는 안 된다. 토론에서도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공격과 방어가 목숨을 건 싸움처럼 전개되기 때문이다.
토론술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기술’로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우기는 사람의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동시에 상대방의 주장을 공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참된 주장뿐 아니라 거짓된 명제를 방어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부정한 수단을 써서라도 논쟁에서 이기려면 올바름에 대한 판단보다는 교활함과 민첩성이 더 중요하다. 토론술은 자신의 주장을 방어하고, 상대의 주장을 무너뜨리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논쟁이 끝날 때까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토론술에서는 ‘누구 말이 옳은가’보다 ‘누가 싸움에서 이겼는가’가 더 중요하다. 결국 싸움에서 이긴 사람의 말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논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술을 익혀야 한다. ‘부정직한 요령’을 모른다면 상대의 술수를 간파하지 못해 크게 당할 수 있다. 상대의 계략을 잘 알고 있어야만, 그에 속지 않고 논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 상대의 주장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중요하지 않다. 잔꾀를 써서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이성에 호소하기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쇼펜하우어.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상대의 고집을 꺾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꼼수가 있다. 가령 질문을 연달아 던지거나 빠르게 말을 쏟아내면, 이해력이 느린 사람은 그 속의 오류를 파악하지 못한다. 무의미한 말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아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면, 대개 그 안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또한, 상대방을 화나게 하면 흥분 상태에서 올바른 판단이 어려워지므로, 약점을 비방하거나 트집을 잡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이는 마치 상처 난 부위를 칼로 다시 찌르는 것처럼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목소리를 크게 하면 더 타당한 주장처럼 들릴 수 있고, 당당하고 뻔뻔한 태도로 마치 이미 증명된 사실인 것처럼 말하면 상대방의 반론을 차단할 수 있다. 대인논쟁을 통해 상대의 주장과 실제 행동, 가치관 사이에 모순이 없는지를 지적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컨대 염세주의를 주장한 쇼펜하우어에게 “왜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묻는 식이다.
쇼펜하우어의 토론술은 상대방과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의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야비한 술책’이다. 그러나 상대가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신념을 수정할 수 있다. 감정보다 이성이 제대로 작동해야 다양한 의견의 수렴과 합의가 가능하다. 차분하고 냉정한 논리로 문제를 함께 풀어간다면, 쇼펜하우어식 ‘대화의 검술’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고, 거짓이 진실로 둔갑되는 야만의 사회를 우리는 늘 경계해야 한다.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동아일보(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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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놀기 좋은 나라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직후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서해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앞둔 전날이었다. 다이빙궈 일행은 11월 27일 오후 3시 "한국에 갈 테니 서울공항을 비워 달라"고 통보하고 15분 뒤 중국 공항을 이륙했고, 도착 직후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한국 외교장관이 방중(訪中) 직전 이를 통보하고 시진핑 주석 면담을 요구하는 상상을 해보면 중국의 '무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다이빙궈는 한 시간 동안 역사 이야기 등 잡담을 이어가다 불쑥 북핵 6자 회담을 제안했다. 다이빙궈는 지난 4월 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우정을 나눈 친구'로 표현하며 '그와 쌓은 우정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이빙궈를 통해 중국의 '실재'를 봤다면 중국 언론의 모습은 천안함 폭침 직후 한국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중국 언론인들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이들은 인민일보, 청년보 등 소속 매체가 다양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인들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을 비판했더니 이들은 "긴장 유발은 미국과 한국이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인민일보 기자가 가이드라인 성격의 발언을 하니 다른 기자들도 비슷한 의견으로 거들었다. 언론인이라기 보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공보 담당 공무원 같았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북한의 연쇄 도발은 동북아시아 안보의 '속살'을 드러냈다. 국제사회는 미국과 G2로 불리던 중국에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응징도 아닌 '제재' 수준의 요구마저 외면과 방해로 일관했다. 중국은 천안함 관련 대북 제재 요구에는 "북한이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고, 한·미 연합 훈련에는 "역내(域內)긴장을 불러온다"며 극렬히 반대했다.
중국이 오만한 태도로 일관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내부의 분열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정치 세력과 언론은 끊임없이 천안함 음모론을 제기했고, 연평도 포격 이후에도 대북 대응을 놓고 사분오열했다. 야당에선 '전쟁이냐, 평화냐'는 논리로 북한보다는 우리 정부를 겨냥했고, 정부·여당은 야당 설득보다는 "어느 나라 정당이냐"며 안보 문제를 내정(內政)에 이용했다. 전직 외교 당국자는 "중국 입장에선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한국만큼 '가지고 놀기 쉬운 나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을 두고 벌어지는 국내 상황과 중국의 모습은 지난 6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닮았다. 자국(自國)
이익만 좇는 중국에는 당분간 강대국으로서의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변화는 중국이 한국을 '갖고 놀기 좋은 나라'로 여기지 못하게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한·중 관계에서 중국을 오만하고 무책임하게 만든 책임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정우상, 조선일보(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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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中 의원들, 중국 뜻 증폭시켜 전달하는 역할 맡을 건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싱크탱크인 판구(盤古)연구소와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중국 전문가들이 참석해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 입장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며 '사드 반대' 논리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의원들이 전했다. 중국 측은 "한국에 가장 안 좋은 것은 중국이 북한과 다시 혈맹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며 사드로 인해 동북아가 신냉전 체제로 갈 수도 있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김영호 의원은 "중국은 사드가 한국의 안보 수요를 넘어서고 그 뒤에 미국이 있다고 생각하더라"고 했다.
더민주 의원들이 베이징까지 가서 확인했다는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는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수없이 나온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토론해보니 중국의 반대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베이징대 교수와 판구연구소 연구진은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학자들이 아니라 당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중국을 오래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그들이 중국 정부·군과 미리 의견을 조율하고 나왔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 뭘 바라고 베이징까지 달려가 중국 정부에 멍석을 깔아주었는지 모를 일이다. 의원 6명 중 2명은 중국 유학파라고 한다. 그러고도 대외 문제에 관한 한 중국 학자들에겐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기본 사실조차 몰랐단 말인가.
사드 이슈의 핵심은 사드 배치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방어적 조치라는 것이다. 방중 의원들이 이 점을 중국 측에 납득할 만하게 설명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곧 제재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등 중국 측의 협박성 발언을 증폭해 국내에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외교 안보 문제는 무엇보다 국익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분야다. 그래서 어느나라나 의원 외교는 정부와 충분한 조율을 거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외교 경험도 없는 초선들이 정부의 공개적 반대를 묵살하고 방중을 강행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더민주 지도부도 도리어 정부를 비판하면서 방중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앞으로 의원 6명이 중국에서 들은 중국의 뜻을 어떻게 국내에 확대 전달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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