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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골프' 김영찬의 도전은 진행 중] [스크린 골프의 진화] ....

뚝섬 2025. 5. 28. 06:46

['IT 골프' 김영찬의 도전은 진행 중]

[스크린 골프의 진화] 

[“이제 골프를 화~악! 끊어 버릴 겁니다”]

[내가 골프를 못 치는 46가지 핑계는?]

 

 

 

'IT 골프' 김영찬의 도전은 진행 중

 

스크린 골프의 시초는 골프 클럽 제조사들이 만든 골프 시뮬레이터였다. 비거리, 탄도 등 신제품 품질 점검을 위한 용도로 개발됐다. 스윙 궤도, 헤드 속도, 볼의 비행 각도 등을 그래프나 텍스트로 보여줬다. 컴퓨터 기술과 함께 디스플레이 기술도 발전하면서 고화질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돼 골프 연습용, 레슨용으로 용도가 확장됐다.

 

▶1990년대 외국산 골프 시뮬레이터는 대당 가격이 1억원이 넘을 정도로 비쌌다. 한국에선 일류 골프 연습장이나 특급 호텔 헬스클럽에서나 볼 수 있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삼성전자 부장 출신 김영찬씨가 국산화에 도전했다. 그때 나이가 54세였다. 외국 장비를 사서 뜯어봐야 하는데 돈이 없었다. 골프 연습장 레슨 코치에게 통사정했다. “손대지 않고 보기만 하는 조건”으로 영업이 끝난 새벽 2시부터 연구를 했다. 2년여 악전고투 끝에 2001년 12월 시제품을 완성했다. 매출 1조2700억(2024년 기준) 기업 골프존의 시작이다.

 

▶골프존은 골퍼의 스윙을 녹화, 반복해 보여주는 기술, 실제 골프장을 옮겨 놓은 듯한 고화질 영상, 움직이는 스윙 플레이트 등 차별화된 신기술을 속속 선보이며 ‘스크린 골프’라는 세상에 없던 산업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스크린 골프를 즐긴 횟수가 1억 라운드를 넘었다. K골프방은 53국에 수출돼 ‘글로벌 놀이 문화’로도 자리 잡았다.

 

▶“내가 잘 알고, 좋아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 뭘까?” 골프를 좋아했던 김 회장은 20여 년 전 골프, 인터넷, 정보기술(IT), 네트워크 등의 창업 키워드를 조합하다 ‘스크린 골프’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거리가 짧으면 1~2타 손해 보지만, 방향이 틀리면 3~4타를 한꺼번에 잃는다. 기업 경영이나 골프나 거리보다 방향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고비용, 장시간 소요 등 필드 골프는 한계가 있는 데다 IT가 혁명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스크린 골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자신한다.

 

▶미국 골프 전문지가 ‘아시아 골프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골프존 김 회장을 3년 연속 선정했다. 골프존은 지난해 중국 톈진에 세계 최대 스크린 골프장 ‘시티골프’를 열었다. 티샷부터 어프로치까지는 스크린에서, 그린 플레이는 실제 그린에서 진행한다. 골프존은 필드 골프장 18홀 전체에 카메라, 센서를 설치해 골퍼 자신이 매 홀 라운딩 상황을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골프와 IT의 접합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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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골프의 진화

 

국내 스크린 골프 1위 업체 골프존 김영찬 회장은 삼성전자를 거쳐 2000년 직원 5명 벤처기업으로 골프존을 시작했다. 전국 골프 연습장을 돌아다니며 시뮬레이터를 판매했는데, 사람들이 연습 타석은 제쳐두고 시뮬레이터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때는 소수 지인들끼리 모여 감염 위험이 적은 장소로 인식되면서 스크린 골프장 인기가 더 높아졌다. 최근엔 일반 골프의 축약 버전인 파크 골프를 실내로 옮겨 스크린 파크 골프장이 경로당에 들어서고, 아파트 커뮤니티 내 골프 연습 시뮬레이터 설치도 유행이다.

 

국내 스크린 골프 매장 수는 8000곳 이상,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필드 골프 대체재로 여겨지던 스크린 골프가 또 다른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프로 선수가 나서는 스크린 골프 투어도 인기를 끈다. 스크린 투어에서 10승 이상 거둬 ‘스크린 골프의 황제’로 통하는 김홍택은 KPGA 투어에서도 두 차례 우승했다. “필드 한 번 나갈 돈으로 스크린 골프를 10번 칠 수 있었다”는 그는 스크린 투어에서 돈을 벌어 실제 투어 준비를 했다고 한다.

 

▶초기엔 타구 거리와 방향 정도만 측정했던 스크린 골프 기술은 갈수록 크게 발전했다.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주도로 지난 1월 개막한 TGL 리그에는 관련 신기술이 집약돼 있다. 레이더 장비 18대, 광학 카메라 8대가 동원된다. 스크린에서 35야드 떨어진 티박스에서 샷을 하면, 추적 시스템이 35야드까지 공이 그린 궤적을 관찰해 이를 바탕으로 나머지 궤적을 추정한다. 이 정보를 TGL 맞춤형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넘겨받아 ‘페어웨이 안착’ ‘경사면에 떨어져 왼쪽으로 튐’ ‘러프에 떨어져 짧게 튀고 멈춤’ 등 결정을 내린다.

 

스핀 속도, 발사 각도, 공과 클럽 속도는 물론이고 공이 어떤 브랜드 모델인지 식별해 그에 따른 공기역학적 특성까지 계산에 반영한다. 스크린과 티박스 사이를 35야드로 정한 것도 실험 결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가장 이상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거리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술에는 오차 범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같은 데이터도 여러 기술을 활용해 중복 측정한다. 실제 TGL 경기 중 공 대신 디벗(뜯긴 잔디 조각)이 날아간 궤적이 측정돼 오류가 나기도 했다.

 

5층 건물 높이 초대형 스크린, 홀마다 굴곡이 바뀌는 회전 모형 그린 등 TGL은 전통적 골프에 각종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실험이다. 18~49세 젊은 시청자가 40%를 넘나든다. 골프의 재해석이자 혁신이란 찬사, 경기가 아니라 예능에 가깝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이 야심 찬 시도가 TGL이 내세우는 대로 ‘골프의 미래’가 될 것인가.

 

-최수현 기자, 조선일보(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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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골프를 화~악! 끊어 버릴 겁니다”

 

운악산 아래, 선힐CC  

 

한때 골프에 취미를 붙여 인도어 골프연습장도 다니고 필드에도 서너차례 다니던 때 였는데... 그때 꽤나 재미있던 글이 있어 퍼 다 놓은 글이 생각났기 때문... 골프에 푹 빠진 사람이었던 같은데, 매우 재미있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놓았더랬다. 

 

오랜만에 우연히 본 글인데도, 역시나 웃음이 난다. 오래된 글이라 출처가 확실치 않지만, 한 차례 다시 읽어 본다. 

 

이제 골프를 화~악! 끊어 버릴 겁니다”

 

대체 우스운 것이 이 노무 골프라는 운동입니다. 앉아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참, 기도 안 차는 것이.... 나 원, 운동 같지도 않은 것이 말예요, 하구 나면 뭐 한 번을 즐겁게 해주길 하나, 친구 간에 우정을 돈독히 해주나

 

열은 열대로 받구, 시간은 시간대로 날아 가구, 돈은 돈대로 들구, 어디 그 돈만 드나, 과외로 또 내기 한답시고, 최소 몇 만원 알토란 같은 돈 남 주고...

 

남들 농사짓는데, 놀러 다닌다구 손가락질은 제일 먼저 받죠, 가뭄, 수해 한 번 왔을 때, 골프채 들고 다니면 돌멩이라도 맞을 분위기이고, 정권이 한 번 바뀌기만 해도 눈치 보느라고 가재미 눈이 되질않나, 공직에 있는 친구들은 의당, 아들내미 이름으로 부킹을 하고... 열심히 연습했다고 잘 맞기를 하나, 않한 놈이 운으로 버디를 하질 않나...

 

공 한 개 값이면 자장면이 곱배기로 한 그릇. 물에 빠뜨려도 의연한 체, 허허 웃어야지, 인상 쓰면 인간성 의심받죠(자장면 한 그릇 물에 쏟아 놓고 웃어 보세요, 아마 미친 놈이라고 할 텐데...). 웬수같은 골프채는 무슨 금딱지로 만들기라도 했나, 우라지게 비싸죠, 드라이버랍시고 작대기 하나가 33인치 칼라 평면 테레비 값이죠, 그것도 모자라 비밀병기랍시고 몇 십 만원, 그 노무 채 넣구 다니는 가방도 툭하면 몇 십만원. 오늘 좋다고 해서 사놓으면 내일 구형이라고 또 새거 사라 하고....


풀밭 좀 걸었다고 달래는 돈이 쌀 한 가마니 값. 그나마도 한 번 치려면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 빽까지 동원을 해야 하고, 노는 산 깎아서 골프장 만들어도 ‘좁은 땅덩어리’에 골프장 만든다고 욕먹고, 나무 심고 잔디 키워놔도 농약 친다고 욕먹고, 여름이라고 햇빛을 피할 수 있나, 겨울이라고 누가 따스한 입김을 한 번 불어주나,

 

땡볕에 눈보라에, 제대한 지가 언제인데 툭하면 산등성이로 기어올라가 각개전투해야 하고, 호수랍시고 물 만 보면 피해 다녀야 하고, 공이 갈 만한 자리에는 무슨 심술로 모래웅덩이 파놓고, 그린키퍼는 공 못 들어가게 할라구 꼭 처녀 엉덩이 꼭대기 같은 데다 콧구멍만하게 뚫어놓고…

 

잘 맞으면 ‘일 안하고 공만 쳤나?’ 욕먹고, 안 맞으면 ‘저 새끼, 운동신경 더럽게 없어.’ 욕먹고, 퍼팅 들어가면 돈독 올랐다 욕먹고, 못 넣으면 ‘오토바이, 공무원, 소신 없다’ 욕먹고, 길면 쓸데없이 힘쓴다 욕먹고, 짧으면 쫄았다고 욕먹고, 돈 몇 푼 따면 곱빼기로 밥 사야 되고, 돈 잃으면 밥 안 사주나 눈치봐야 되고, 집에 오면 알아서 왕비 비위 맞추느라 설거지 해야 되고, 아들내미 성적 떨어져도 공치는 아비 잘못...

 

골프쳐서 오더 따면 ‘누구나’ 따는 오더이고, 못 따면 ‘골프까지 쳤는데, 그것도 못 따오냐’ 욕먹고, 안 맞아서 채 한 번 집어 던졌다간, 상종 못할 인간으로 찍히고, 신중하게 치면 늦장 플레이라고 욕먹고, 빨리 치면 ‘촐싹댄다’고 욕먹고, 화려하게 옷 입으면 ‘날라리냐?’ 욕먹고, 점잖게 입으면 ‘초상집 왔냐?’고 욕먹고. 시원하게 입으면 ‘노출’이 심하다, 따듯하게 입으면 ‘쪄죽을 일 있냐?’ 욕먹고.

 

인물 좋으면서 잘 치면 ‘제비 같은 놈’이라 욕먹고, 인물 좋으면서 못 치면 ‘겉만 뻔드르르하다’고 욕먹고, 인물 나쁘면서 잘 치면 ‘니가 그거라도 잘 해야지.’ 욕먹고, 인물 나쁘면서 공도 못 치면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욕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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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하면서 공치면 까분다고 욕먹고, 진지하게 공치면 열 받았냐고 욕먹고. 도우미 언니하고 농담하면 시시덕댄다고 욕먹고, 아차 한 마디 잘못했다간 성 희롱한다고 욕먹고, 농담 안 하면 또 분위기 망친다고 욕먹고.

 

싱글 하면, ‘사업하는 놈이 공만 친다’ 고 욕하고, 싱글 못하면 ‘그 머리로 무슨 싱글?’ 하고 욕하고 새채 사서 잘 치면 ‘돈이 썩어나냐?’ 욕먹고, 못 치면 ‘돈으로 공치냐?’고 욕먹고 새 채 안 사면 ‘죽을 때 돈 다 싸 갖구 갈거냐?’ 욕 먹구.

 

바이어가 공치자 해서 채 들고 나갈라면 세관에 신고해야 되고, 그나마도 몇 번 하면 세무조사 한다고 겁주고, 선물로 준 채 들고 들어오면 밀수꾼처럼 째려보고, 새벽골프 나가면, 그렇게 공부를 좀 하지하고 욕먹고, 남녀 어울려 공치면 바람났다고 욕먹고, 남자끼리만 공치면 호모 놈들이라고 욕먹고, 이글, 홀인원 한 번 하면 축하는 못할망정, 눈들이 퍼래서 뜯어 먹고, 골프사이트 한 번 들어가면 ‘일은 언제 하냐’며 욕먹고, 맘먹고 골프채 한 번 닦으면 세차나 좀 하지 하고 욕먹고, 마누라한테 욕먹고, 장인어른한테 욕먹고, 어머님한테 욕먹고, 아들놈한테 원망사고, 직원들한테 눈치 보이고, 거래처한테 욕먹고.....

 

잘 쳐도 욕먹고 못 쳐도 욕먹고, 자주 쳐도 욕먹고, 자주 안쳐도 욕먹고, 새 채로 쳐도 욕먹고, 헌채로 쳐도 욕 먹고, 새벽에 쳐도 욕먹고, 낮에 쳐도 욕먹고, 비올 때 쳐도 욕먹고, 눈 올 때 쳐도 욕먹고, 날 좋은 날 쳐도 욕먹고, (아, 이제부턴 ‘욕먹고’를 빼고 써야지.)

 

조용히 쳐도, 시끄럽게 쳐도, 천천히 쳐도, 빨리 쳐도, 멀리 쳐도, 짧게 쳐도, 잘 맞아도, 안 맞아도, 돈 내고 쳐도, 접대받고 쳐도, 우짜든지 욕을 먹게 되어 있는......

 

이런 골프를 왜 하느냐 이겁니다. 우리 공치는 사람들, 전부 제 정신입니까? 저는 어제부터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이제 욕먹기도 지쳤고, 돈 쓰기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고.... 등등 한 이유로 너무 너무 화딱지가 나서 말입니다. 분명히 만천하 여러분들에게 선언을 합니다.

 

이제 골프를 화~악! 끊어 버릴 겁니다. 이제부턴 골프채를 만지지도 않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아이구, 속 시원해라.

에, 또.....그러니까... 말하자면...

 

다음에 칠 때까지만요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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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골프를 못 치는 46가지 핑계는?

 

#1 환갑이 지나면 ‘깜빡’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좀전에 약을 먹었던가?” “(신발끈을 매면서)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라는 건망증에 하루에도 몇 번씩 시달리게 된다. 약 한 번 안 먹는다고 탈이 생기지 않고, 행선지를 잊었다면 잠시 후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골프 치러 갈 때 건망증이 도지면 낭패를 본다. 어떤 60대 중반인 사람은 1년에 한두 번씩 옷 넣는 가방을 차 드렁크에 싣지 않아 엄청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골프화를 안 가져가 라운딩 내내 애를 먹을 뻔했다.
   
얼마 전 골프장에 도착해 로커룸에서 신발을 챙기는데, 집에 두고 온 게 아닌가. 1주일 전 빗속의 라운딩으로 신발이 젖어 베란다에서 말렸는데, 새벽에 급히 나오며 챙기지 못한 것. 골프장에서는 신발을 아예 대여하지 않았다. 마침 가죽 신사화가 아닌 내 발에 꼭 맞는 캐주얼화여서 샷하는 데 지장이 없어 보였다.
   
초반엔 문제가 없었는데, 5번홀에서 티샷한 공이 벙커에 빠지자 난감해졌다. 벙커에서는 어드레스한 상태에서 신발로 모래 바닥을 깊게 파 스탠스를 안정시켜야 미스 샷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캐주얼화로는 바닥이 파지질 않는다. 벙커샷을 대충 할 수밖에 없었고, 더블보기를 저질렀다.
   
기분이 나빠진 탓인지 6번홀부터는 바닥이 미끄러워 샷 자체가 흔들렸다. 방법이 없어 대충 칠 수밖에 없었는데, 전반을 마치니 동반자인 친구가 “어, 내 골프백에 예비 신발이 있는데 진작 줄 걸~” 하며 골프화를 꺼내는 게 아닌가. 그 신발은 운좋게 사이즈까지 맞았다. 그 덕분에 코스가 어려운 후반에 전반보다 5타나 줄여 내기의 승자가 됐고, 동반자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샀다.   
   
#2
희한한 이유로 골프를 못 친 경우가 1주 후에 또 생겼다
   
아파트 주민들과 친선 라운딩을 하게 됐는데, 문제는 사용 차량. 공교롭게 세 사람이 부인이나 자녀가 그날 불가피하게 차를 써 나머지 한 사람 것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됐다. 그런데 그 차량은 트렁크에 골프백이 두 개밖에 들어가지 않는 ‘볼보’ 승용차였다. 그래서 차량 주인은 풀백, 세 사람은 모두 하프백을 준비해 트렁크에 가까스로 실었다. 나는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과 웨지 각 2, 퍼터’ 등 정상 클럽의 절반을 가져갔으니 제 실력을 발휘하기는 언감생심. 아니나 다를까, 150~160m 7번 우드로 컨트롤 샷 하고 110~120m 8번 아이언을 짧게 잡고 치는 바람에 거리, 방향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골프 못 치는 핑계는 120가지가 된다고 흔히 말한다. 두 가지 희귀한 경험을 한 것을 계기로 갖가지 사례를 모아 보았다. 먼저 가장 흔한 이유부터 보자.
   

1 잠을 못 자거나 설쳐서(야근, 과음, 놀음 등)

2 아픈 탓에(감기, 몸살, 통증 등)
3 부인이 바가지 긁어서
4 진행이 너무 밀려(특히 파3홀에서 10~20분 대기하거나, 전반 9홀 마치고 그늘집서 20분 이상 쉬면 좋던 리듬 깨짐)
5 그늘집에서 술 마시느라(머리로 열이 올라와 집중력 떨어짐. 특히 막걸리는 이뇨작용이 있어 2~3홀마다 소변을 마렵게 해 샷을 망가뜨림)
6 동반자의 신경 거슬리는 행동이나 말 때문에
7 캐디가 신입이거나, 경력자라도 마음에 안 들어서(퉁명한 대응, 거리 판단 미스 등 서비스 부족)
8 캐디가 너무 예뻐서(괜한 흑심으로 집중력 흐트러짐)
9 날씨 탓(, , 바람, 황사 등)
10 코스가 너무 어려워(벙커가 많거나 러프가 길거나 익숙하지 않은 양잔디 등)
11 코스에 적응 못 해(이틀 연속 라운딩의 경우, 둘째 날이 첫날보다 코스가 어려우면 4~5타를 까먹기 마련. 이와 반대로 둘째 날이 더 쉽다면 4~5타는 줄일 수 있음)
12 (식사 잘못한 탓인지) 배탈이 나서
13 (라운딩 도중) 가벼운 부상 탓으로
14 모자를 깜빡하고 못 가져와서(쓰던 모자를 안 쓰면 괜히 신경 거슬려 집중력 저하)
15 클럽을 한두 개 집에 두고 와서(마음이 불안한데다 특정거리를 못 맞춤)
16 늘 복용하는 약을 안 먹어서(식후에 고혈압, 당뇨약을 꼭 먹어야 하는데 집에서 약을 가져오지 않은 탓에 라운딩 도중 혈압·혈당 체크로 괜히 신경 거슬림)
17 골프화 때문에(임대 골프화나 새 골프화는 발에 익숙하지 않아 미스샷 유발)
18 휴대폰 벨소리 때문에(라운딩 중에는 진동으로 전환시켜야 하나 어떤 이는 업무상 전화를 받기 위해 ‘소리’로 고정, 동반자 티샷할 때 수신 벨소리로 리듬을 깨는 경우가 더러 있음)
19 라운딩 중 자세 교정하느라(‘백돌이’들이 싱글 핸디캐퍼를 만나면 원포인트 레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지적이라도 라운딩 중의 교정은 오히려 혼란이 와 당일 샷은 망가짐)
20 부인과 오랜만에 운우지정(雲雨之情)
을 나눈 탓에(정력 소진)

21 골프장까지 두 시간가량 장거리 운전한 탓에(운전피로가 풀리지 않아 첫홀부터 샷이 잘 안 됨)
22 동반자의 샷 방해(퍼팅 라인에 서 있으면 퍼팅 집중력 떨어짐. 또 어드레스 자세 들어갔는데 옆으로 지나가며 발자국 소리 내면 미스샷 유발)
23 운이 안 좋아서(친 공이 도로나 나무에 맞아 페어웨이가 아닌 반대방향의OB 지역이나 워터 해저드로 빠짐)
24 동반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매너 나쁘거나 말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 등. 어떤 고약한 동반자는 지갑을 안 가져왔다며 티샷 전 돈을 빌렸는데, 전반 9홀 만에 잘 치며 빌려간 돈을 바로 갚아 나머지 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함)
25 접대골프(당연히 잘 칠 수 없음)
26 (집에서) 안경을 안 가져와(목표물이 흐릿하니 정확성이 떨어짐)
27 용변이 마려워서(신경이 예민해져 집중 안 됨)
28 골프 총무하느라(1년에 한 번 있는 대회 치를 때, 총무는 여러모로 바빠 라운딩에 집중할 수 없음)

29 부인 동반하느라(샷을 잘하나, 못하나 여러 가지 신경쓰다 보면 자신의 플레이는 소홀하게 됨)
   

다음은 흔치 않은 핑곗거리다.
   
30
회원권 시세 때문에(거의 모든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떨어져 회원권을 가진 골프장엘 가면 회원의 기분이 안 좋다. 13000만원을 주고 산 회원권 값이 3000만원대로 떨어진 친구에게 라운딩 중 짓궂게 “요즘 이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얼마지?”라고 속을 끓이면 그 친구는 바로 멘붕이 와 OB를 내게 됨)


31 홀컵 정리요원 때문에 (가끔 그린에서 홀컵을 옮기는 직원과 부닥치게 된다. 직원이 퍼팅하는 골퍼의 옆에 바짝 붙어 깃대를 들고 서 있으면 신경이 거슬려 쉬운 1m짜리 퍼팅도 실수하게 됨)
32 처음 본 동반자 낯 가리기(내 친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늘 낯을 가려 핸디캡보다 7~10타 더 치기 일쑤)
33 동반자가 학창시절 짓궂은 에피소드 떠올리며 트라우마를 건드릴 때(; “너, 1 때 남성 심벌이 매우 작았었는데…” )
34 이상한 문자 수신(訃音 등 걱정이 많아짐)
35 회장한테 갑자기 불려가는 바람에(친구들과의 라운딩을 위해 집을 나서는데, 회사 회장에게서 전화와 “갑자기 한 자리 비었는데, 별일 없으면 합류하라” 해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회장을 모시게 됐을 때. 동창생의 경험담)
36 주식 시세 하락(중간에 휴대폰으로 주식 시세 체크했는데 보유 주식이 하락한 데 영향받아 샷이 흔들림)
37 동물들의 방해(샷을 하려는데 연못의 오리가 뛰쳐 오르거나 퍼팅 시 벌레가 기어오거나 벌이나 모기가 귀에 붙는 등. 호주에서 경험한 바로, 티샷한 공을 펠리컨이 알인 줄 알고 물고가 ‘로스트볼’로 벌타 받은 적 있음)
38 비행기, 작업차 등의 방해(비행장 옆 골프장이라면 갑자기 비행기가 이륙하며 굉음을 낼 수 있다. 티샷 하는데 난데없이 작업차가 나타나 집중에 혼란을 주기도)
39 동네 아줌마한테서 전화옴(동반자가 전반을 38타로 마치며 기세 등등했으나 후반에 전화 몇 통 받고 완전 무너졌는데…. 사연인즉, 남의 차를 얻어 타고 오면서 아파트에 주차해 놓은 자신의 차 스몰라이트를 미처 끄지 못함. 그래서 지나가던 동네 아줌마들이 친절하게도 차 유리창에 붙은 휴대폰 번호를 보고 “스몰라이트 끄셔야겠네요~”라고 여러 번 전화를 걸어오는 바람에 좋던 리듬이 깨져 후반에 50타 기록. 요즘 새 차는 라이트가 자동으로 꺼져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음)
40 기온 변화에 따른 옷을 준비 못 해서(초봄이나 초가을, 아침엔 쌀쌀했지만 후반 들어 기온이 10도 이상 오를 경우 반팔이나 가벼운 긴팔 티셔츠를 준비 못 했다면 땀 뻘뻘 흘리며 무너질 수 있음. 모 방송사 사장은 후반에 기온이 크게 올라갔는데도18홀 내내 두꺼운 옷을 입어 전반 39, 후반 55타를 기록한 것을 목격한 바 있음)
41 갑작스러운 블랙아웃 현상(2012 LPGA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마지막날 18번홀에서 김인경이 30㎝짜리 퍼팅을 놓쳐 우승을 대만의 쳉야니에게 넘겨줌. 퍼팅하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나도 같은 경험을 한 바 있음)
42 거액의 내기 때문에(스트로크 내기 할 때 돈 잃은 사람이 2배판, 3배판을 불러 1타당 액수가 커지면 샷이 흔들릴 수 있음. 친구들과 1타당 1만원 내기를 하다 마지막 3홀에서는 1타당 3만원짜리를 한 적이 있는데, 손과 가슴이 떨린 경험이 있음)
43 수면제 때문에(어떤 이는 라운딩 전날 푹 자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했는데 수면제를 적게 먹었는지 깊이 못 자고 밤새 자다 깨다 했다고. 이런 탓에 당일 라운딩 중 졸음이 와 샷이 완전히 망가져 동반자들을 즐겁게 해줬음)
44 그늘에 가려(2015 1123일 열린 LPGA투어 CME그룹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렉시 톰슨은 마지막 파5홀에서 투온을 시켜 이글 혹은 버디가 예상됐다. 그러나 커다란 나무 그늘이 톰슨의 주변을 덮친 탓에 거리감을 잃은 톰슨은 어이없는 퍼팅으로 파로 마감, 우승 놓쳤음)
45 같은 홀에서 박인비는 2.5m 쉬운 퍼팅을 남겼으나 스트로크 시작하는 찰나에 센바람이 불어 치마가 잠시 흔들, 역시 집중력 흐트러져 버디 놓치고 우승권에서 탈락.

46 작업하는 할머니 때문에(여주썬밸리CC에는 73세의 할머니가 그린 보수를 하는데 퍼팅하기 직전, 그 할머니가 “왼쪽으로 두 컵 봐야 돼~”라고 한마디 거들어 동반자들 ‘빵’ 터짐. 집중력 잃어 쉬운 퍼팅 미스).

   
마지막으로 추가할 것은 ‘이상하게 안 맞는다’이다. 사실 이상하게 안 맞는 원인불명은 이 세상에 없고, 본인이 이유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여기에 내가 모르는 희귀한 이유를 몇 개 더 붙인다 해도 60개는 넘지 않아 보이니 흔히 골퍼들이 말하는 120가지 핑계는 과장된 것이다. 하여간 골프 못 치더라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 말고 실수를 겸허하게 인정하는 게 다음 라운딩을 위해 좋지 않을까? 물론 위에 적은 핑계들을 잘 외워 사전에 방지, ‘실수의 덫’에 빠지지 않는 게 핸디캡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지만.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주간조선(24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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