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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교주 정명석의 범죄 행각.. ] [신돈의 나라] ['私通'의 역사]

뚝섬 2023. 3. 13. 10:41

[JMS 교주 정명석의 범죄 행각... 그 ‘배후’는] 

[신돈의 나라, 라스푸틴의 왕국]

['私通'의 역사]

 

 

 

JMS 교주 정명석의 범죄 행각... 그 ‘배후’는 

 

1차 세계 대전 때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남부 전선에서 공세를 펴면 승리할 수 있다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요승’ 라스푸틴의 말을 따랐다가 독일에 대패하고 우크라이나 곡창 지대를 내줬다. 많은 장군이 “말도 안 되는 작전”이라고 말렸지만 끝까지 라스푸틴을 믿었다. 라스푸틴에게 성폭행당한 귀족 여성들이 그의 비행을 고발하면 황제는 오히려 고발한 이들을 벌했다. 러시아 최고의 교양을 가진 황제가 맹신에 빠져든 계기는 라스푸틴이 벌인 의료 사기극이었다. 황제의 아들이 앓던 혈우병이 라스푸틴을 만난 뒤 우연히 호전되자 황후까지 그를 ‘신의 사람’이라며 의지했다. 심지어 러시아 혁명 이후 총살당할 때도 라스푸틴 사진을 부적처럼 몸에 지녔다고 한다.

 

▶중국 청나라 말기 폭력적인 외세 배척에 나섰던 의화단의 모태는 ‘현세 부정’ 교리를 가진 백련교였다. 서양 귀신 배척이라는 맹목적 믿음에 포박돼 서양인만 보면 끔찍한 살인극을 자행했다. 열강 군대가 진압에 나서자 “신령이 지켜주기 때문에 총알도 몸을 뚫지 못한다”는 미신에 기대어 맨주먹으로 맞섰다. 이런 광신의 배후엔 이들을 이용해 외세를 몰아내려 했던 청나라 황실이 있었다.

 

역사적으로 정치·사회 엘리트와 종교는 자주 손을 잡았다.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일본 최대 불교 종파 창가학회가 만든 게 공명당이다. 한국에서는 경전인 ‘나무묘호렌게쿄(南無妙法蓮華經)’로 유명하다. 이들의 영향을 받는 정재계 실력자가 수두룩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다. 종교가 지켜야 할 기본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당수가 팔 벗고 가교로도 나선다.

 

일본이 통일교에 관대했던 것도 이런 전통에서 비롯됐다. 총리가 드러내고 통일교 조력자로 나선 사례도 있다. 그런데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범이 일본 내 통일교 신도의 아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통일교 배후 정치인’ 색출 파동으로 일본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통일교 단체에 회비를 냈다는 이유로 장관이 쫓겨났고, 정권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쳤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고발한 JMS 교주 정명석씨의 범죄 행각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법조인과 장교, 공직자, 언론인, 수의사 등 사회 엘리트가 배후에서 정씨를 도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일찍이 “새로운 종교는 자아에 대한 시험을 요구한다”고 했다. 귀를 사로잡는 메시지를 접했을 때, 특히 사회 지도층이라면 자신이 맹목적으로 끌려들어가지는 않는지 돌아볼 책무가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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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의 나라, 라스푸틴의 왕국


최순실 게이트 막장극 앞에 국민 심정 갈갈이 찢기고 國格 시궁창에 추락해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란 사실


총체적 혼돈이다. 사상 최악의 국정 농단 사태가 온 나라를 초토화하고 있다. 국가 극비 문건인 청와대 인사·회의 자료와 정부 외교·안보·군사·경제정책 문서를 사인(私人) 최순실이 사전에 '보고'받았다.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성난 민심 앞에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 지도자로서 그는 전면적 신뢰 상실의 재앙을 자초해 나라를 나락에 빠트렸다.

최순실 게이트는 희대의 요승(
妖僧)인 고려 말 신돈(辛旽·?~1371)과 제정러시아 말기 라스푸틴(G Rasputin·1869~1916)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왕과 황제의 무한 신임을 빌미로 권력 1인자로 나랏일을 전횡하다 국가를 망쳤다. 하지만 라스푸틴과 달리 신돈에겐 혁명가의 얼굴이 있다. 공민왕(1330~1374)이 신돈을 스승으로 삼아 과감한 개혁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신돈의 전민변정도감(田民辨正都監)은 기득권 세력의 사회·경제적 기반을 겨냥했다. 토지제도와 노비제도를 일신한 혁신 정책이 성공했더라면 왕조 재건에 탄력이 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돈의 권력 남용에 권문세족의 반발과 공민왕의 변심이 겹쳐져 신돈은 몰락한다.

라스푸틴에겐 신돈의 개혁적 면모가 전무했다. 정식 수도사이기는커녕 무식하고 방탕한 떠돌이 '돌중'에 지나지 않던 라스푸틴은 신비주의적 최면 요법으로 황후를 사로잡았다. 외아들 알렉세이 황태자의 혈우병을 라스푸틴이 '치유'한 게 계기였다. 황제와 황후의 전폭적 신임을 업은 라스푸틴은 온갖 국사(
國事)에 개입하고 포악한 중세(重稅) 정책으로 민중 폭동을 야기한다. 장관 인사를 좌지우지한 데다 전쟁터에 나간 황제에게 신의 현몽(現夢)을 내세워 군사작전까지 지시해 러시아군의 참패를 부른다. 한마디로 황제와 황후는 라스푸틴의 꼭두각시였다. 나라를 걱정한 황족들이 라스푸틴을 살해한 게 1916년 12월이었으나 로마노프 왕조는 정확히 두 달 후 붕괴한다.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은 신돈보다는 라스푸틴을 빼닮았다. 혹세무민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호가호위(
狐假虎威)로 거부(巨富)를 일군 협잡꾼이다. 일제(日帝) 순사 출신인 최태민은 1970년대에 승려와 목사를 참칭했다. 불교·기독교·천도교 교리를 합친 '영혼합일법'(일종의 최면술)에 기초한 '영세계(靈世界)'를 주창했다. 스스로 미륵이자 태자 마마를 자칭하는 신흥 종교 교주가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퍼스트레이디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호된 질책에도 불구하고 고() 육영수 여사의 현몽을 앞세운 최태민을 평생의 '멘토'로 따랐다. 최태민을 승계한 최순실과도 '피보다 진한' 40년의 인연을 이어왔다. 그 결과가 최순실 게이트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최순실 사태의 핵심은 도대체 최순실이 어떤 존재이기에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 자체를 사유화했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이화여대 같은 명문 사학 위에 왕처럼 군림했느냐 하는 의문이다. 그 답은 자명하다. 국가 극비 문서들을 청와대가 최순실에게 사전 '보고'한 사실이 입증하는 최순실의 실질적 '국정 기획과 결재 상황'이 모든 걸 설명한다. 최순실은 '한국의 라스푸틴' 최태민을 훨씬 넘어섰다.

박 대통령은 전무후무한 국기 문란 행위의 장본인으로 전락했다. 공적인 나랏일을 민간인 최순실과 함께 밀실에서 사유화함으로써 민주국가 시스템 전체를 파괴하고 주권자인 국민을 모독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막장극(
) 앞에 시민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겼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시궁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국가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이다. 무너진 나라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가 최대의 국가 현안으로 등장했다.

혼군(
昏君)이 지배하는 난세에는 간신과 내시가 설친다. 법치주의를 우롱한 '우병우 사태'에서 본 그대로다. 암군(暗君) 곁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친 의인(義人) 하나 없는 암흑의 시대다. 하지만 이런 어둠 속에서도 태양처럼 빛나는 사실이 엄존한다. 21세기 한국은 신돈의 나라가 아니다. 한국 시민은 라스푸틴의 왕국을 단호히 거부한다. 국가는 임기 5년의 공복(公僕)에 불과한 대통령의 소유물이 아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오로지 '국민 모두의 것'이다. 국가원수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박 대통령이 꾀할지도 모르는 어떠한 정치공학적 책략도 즉각 분쇄되어야 마땅하다. 헌법이 선언한 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나라의 주인은 결코 대통령이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조선일보(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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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通'의 역사


"내가 당신을 기둥서방 만든 거네?" 가수 출신 퍼스트레이디 브루니가 남편인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했다는 말이다. 대통령 부부 사이의 이런 은밀한 대화를 담은 녹취록이 2년 전 언론에 유출돼 프랑스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비선(秘線)
정치 참모인 파트리크 뷔송이 대통령궁을 드나들며 5년간 몰래 녹음한 게 샜다. 최고 권력자의 비선은 공식 라인에서 수행하지 못하는 내밀한 임무도 하지만, 자칫 권력의 존립을 흔들기도 한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는 백악관 시절 '막후 실력자' 또는 '여왕 낸시'로 불렸다. 장관 부인들과 모임을 주도하고 정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총격을 당했다. 이후로 낸시 여사가 캘리포니아의 점성술사 조앤 퀴글리에게 크게 의지했다는 사실이 비서실장을 지낸 로널드 리건의 회고록에서 공개돼 논란이 됐다. 낸시 여사는 점성술사에게 길일(吉日)을 받아 대통령 전용기 이·착륙, 기자회견 등 대통령 일정을 짰다고 한다.

 

어리석고 유약한 통치자의 눈과 귀를 가려 나라를 기울게 한 비선 실세의 대표로는 러시아 제정 말기 요승 라스푸틴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황태자의 혈우병을 낫게 했다고 황실의 신임을 얻은 라스푸틴은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국가 대사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라스푸틴에게 아첨해 한자리한 인물이 가득한 러시아 황실은 몰락을 자초했다. 

 

구한말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명성황후는 충주목사 집으로 피신했다. 그곳서 과부 무당이 환궁 날짜를 점쳐줬는데 들어맞았다. 왕비는 이 무당을 데려와 '진령군'으로 책봉하고 극진히 예우했다. 진령군에겐 아무 때나 임금과 왕비를 알현할 기회가 주어졌다. 국가 대사가 진령군의 조언을 받아 이뤄지기도 했다. 진령군 입을 통하면 안 열리는 벼슬길이 없으니 그의 집에 돈 싸들고 오는 사람, 의남매 맺자고 찾아오는 인간이 줄을 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까지 미리 받아 손봤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순실의 컴퓨터 파일 중에 '오방낭'이란 파일 묶음도 있었다. 오방낭은 오색 조각을 이어 만든 복주머니다. 박 대통령 취임식 날의 '희망 복주머니' 행사도 괜히 나온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며칠 전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 고친다"는 폭로가 나왔을 때 청와대 비서실장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 그 봉건시대보다 못한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 공식석상에선 '불통'이고 사사로운 사이인 '사통(私通)'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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