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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쌀 사줄 건가… 차라리 '한국형 안남미' 수출로 활로 찾자]

뚝섬 2024. 10. 28. 10:19

[언제까지 쌀 사줄 건가… 차라리 '한국형 안남미' 수출로 활로 찾자]

[52만t을 사료용으로.. 쌀값 폭락 막으려 7000억 손해 '고육策']

 

 

 

언제까지 쌀 사줄 건가… 차라리 '한국형 안남미' 수출로 활로 찾자

 

1인당 쌀소비량 56kg, 30년 전의 절반… 과잉생산에 재고 넘쳐
나농민 눈치보는 정부는 쌀값 떠받치려 막대한 세금 투입하는 악순환
글로벌 쌀소비 증가 겨냥해 동남아 품종 키워 수출하는 전환 필요
 

 

가을이 되면 쌀 가격을 올려 달라는 농민 시위와 정부의 대책 발표, 그리고 반발이라는 연례 행사가 반복된다. 이달 쌀 가격은 80kg 기준으로 전년 대비 13.6% 하락한 18만8156원이다.

 

지난 9월 10일 정부는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햅쌀 10만5000t을 사들여 동물 사료용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과잉 공급되는 쌀을 시장에서 격리해 쌀값을 떠받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쌀 가격이 예상보다 더 하락하자 추가로 9만5000t을 더 매입하기로 했다. 그래도 농민들은 80kg 기준 20만원이라는 목표 가격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쌀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실시한 2023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이었다. 1993년의 110.2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올해는 1인당 쌀 소비량이 53.3kg으로 감소할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상하고 있다. 생산량도 2021년 388만t에서 2023년 370만t으로 감소하긴 했다. 하지만 소비량이 감소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여기에 더해 세계무역기구(WTO)와의 약속에 따라 매년 40만8700t의 쌀이 5%의 관세로 의무 수입되고 있다. 이 가운데 10%는 밥쌀용 쌀로 분류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쌀값이 오르기 힘든 구조다. 이 와중에 정부는 양곡 비축·판매 과정에서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비축된 쌀 대부분이 3년을 넘기게 되면 주정용 또는 사료용으로 헐값에 판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이유로 우리나라 쌀이 맛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아지고 있다. 맛있는 밥의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쌀의 단백질 함유량이 6.5% 미만이고 부서짐이 없고 투명한 완전미의 비율이 90% 이상이어야 한다. 단백질 함량을 낮추기 위해서는 질소비료를 10아르(약 300평)당 7kg 이하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9kg을 사용하는 데 비해 일본은 5kg 내외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통 과정에서도 품종별로 완전미를 선별해서 판매하기보다는 여러 품종이 혼합되고 쇄미(부서진 쌀)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 맛과 관계없이 저렴한 쌀을 찾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은 현미 상태로 저온에서 유통되는 데 비해 우리는 보관 과정에서 수분 관리 등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농민 입장에서는 애써 좋은 쌀을 재배해도 제값을 받기 어려우니 정부에게 쌀값을 떠받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품질에 따른 가격 차이가 없으니 비용을 더 지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미래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최근 일본 정부가 발간한 쌀 소비 및 생산 동향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의 쌀 소비량 감소 속도보다 6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쌀 소비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쌀 소비가 더욱 빠르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고온 다습한 기후의 일상화는 쌀 생산량을 더욱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5~9월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10아르당 쌀 생산량은 최대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빈번해지는 집중호우 및 병충해 증가로 인해 생산량이 일부 감소할 수도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쌀 생산량이 증가할 가능성은 높다.

 

위기에 봉착한 쌀 산업을 둘러싼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식 및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우리의 쌀은 철저하게 밥쌀 중심의 국내 소비에 초점을 맞춰왔다. 오로지 내수 산업으로 간주해왔던 것이다. 우리 쌀의 높은 생산 가격과 더불어 품종이 일부 국가에서만 선호되는 단립종(자포니카)이라는 한계로 세계 쌀 시장에 대한 진출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2000년 3억9400만t이던 세계 쌀 소비량은 2022년 4억9900만t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동남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장립종(인디카)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 이상이다. 흔히 국내에서 안남미라고 부르는 품종이다. 만약 우리가 장립종 쌀을 대량으로 생산해 수출할 수 있다면 쌀 과잉 재고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폭우로 인한 침수 등 이상 기후에 내성이 강한 장립종 재배는 기후변화로 인한 아열대화에 대한 효과적인 적응수단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장립종 벼 재배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전남 해남의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법인은 2021~23년 장립종을 유기농으로 재배해 상품화에 성공했다. 올해는 영산강 간척지에서 축구장 36개 규모에 이르는 26ha의 논에서 장립종 벼를 재배하고 있다. 세종대 진중현 교수가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장립종 품종인 IPS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하는 등 국내 실정에 적합한 장립종 품종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해남군과 CJ제일제당은 장립종 쌀 수출 전문 생산단지 조성과 햇반 등 가공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식품 시장은 시장의 선호에 따라 몇 배씩 가격이 차이가 난다. 장립종 품종 가운데 세계 최고로 꼽히는 품종은 캄보디아가 1999년 개발한 프까룸돌이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적인 쌀 가격이 t당 600달러 내외인데 비해 이 품종은 t당 96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장립종 품종을 t당 1080달러 수준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의 농업 기술과 생산 기반 시설 수준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고려해보면 해볼 만한 일인 것이다. 아열대 작물이던 쌀을 만주와 타슈켄트 등 중앙아시아까지 재배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은 우리 조상들의 노력이었다. 당연한 것이 아닌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던 것이다. 이제 다시 변화를 도모할 때가 됐다.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조선일보(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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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만t을 사료용으로… 쌀값 폭락 막으려 7000억 손해 '고육策'

 

-얼마나 남아돌기에…
정부가 창고 쌓아둔 쌀 170만t… 적정 재고량 80만t의 2배 넘어

-21년 만에 '한 가마 13만원' 깨져
쌀생산 그대로, 소비는 매년 감소, 쌀값 이 추세로 계속 떨어지면 정부, 농가 쌀보조금 다 못 줄 판

내년에 정부가 올해보다 5배나 많은 쌀을 가축 사료용으로 풀겠다고 결정한 것은 쌀값 폭락세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사료용으로 내놓겠다고 한 52만t은 올해 햅쌀 중 식량용으로 유통될 물량의 17%에 해당하는 양이다. 재고 쌀 52만t의 구입 가격은 8119억원이었다. 사료용으로 파는 가격은 1082억원이다. 7000여억원의 손실을 떠안는 셈이다. ㎏당 1400원대에 사서 208원에 파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사람이 먹을 귀중한 식량을 동물에게 먹인다는 여론의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정책 선택이다. 그만큼 쌀값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필사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과 2014년에도 재고 쌀을 사료용으로 넘기려다가 '동물에게 사람 식량을 주면 안 된다'는 반대에 밀려 포기했었다.

넘치는 쌀 재고, 추락하는 쌀값

정부는 가축 사료용으로라도 재고 쌀을 해소하지 않으면 쌀값 하락세를 막을 수 없다고 본다. 정부의 쌀 재고는 170만t으로 올해 쌀 생산량 420만t의 절반에 가깝다. 적정 재고량(80만t)의 배가 넘는다. 공공 비축미와 쌀 가격이 내려갔을 때 정부가 사들인 물량이 대부분이다. 워낙 정부 창고에 쌓아둔 물량이 많다 보니 '정부가 언젠가는 재고 쌀을 팔기 위해 내놓을 수 있고, 그러면 쌀값은 더 떨어진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져 있다. 그래서 불안감 해소를 위해 재고를 줄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미 쌀 가격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수요 초과분을 매입하겠다는 발표를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기는 등 쌀값 방어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10월 25일 산지 쌀값은 80㎏당 12만9628원으로 21년 만에 13만원대가 깨졌다.

워낙 가격이 내려가다 보니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해놓은 변동직불금 한도를 처음으로 초과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도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변동직불금이란 정부의 목표 가격(18만8000원·80kg당)을 정해놓고 실제 가격과의 차액 일부를 현금으로 농가에 보전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현재 가격대로라면 변동직불금 총량이 1조5024억원으로 WTO 한도(1조4900억원)를 초과한다. 따라서 가격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변동직불금을 정부가 약속한 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덜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럴 경우 농민들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WTO 한도를 초과해서 변동직불금을 주면 우리 정부가 WTO 제재를 받아 국제적인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로서는 비상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가 직불금으로 지출하는 돈이 워낙 많아 다른 농축산 사업에는 예산을 줄이는 실정이다. 정부는 내년에 쌀 직불금으로 2조3140억원을 책정해놓고 있다. 내년 농식품부 예산 14조4887억원의 16%에 이른다.

정부 "해법 찾기 어렵다"며 한숨

하지만 가축용으로 사료를 대량 방출하는 것은 근본적 처방이 아니다. 매년 30만t씩 과잉 생산되는 쌀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민들은 쌀농사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직불금제)가 있고, 기계화율이 90%가 넘어 농사짓기가 편하다는 이유로 쌀 생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쌀 생산량은 400만~432만t 사이에서 유지되며 줄어들 기미가 없다. 반면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량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06년 78.8㎏이었지만, 2015년 62.9㎏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따라서 생산을 줄여 수급을 적절하게 맞추는 방향으로 정부 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직불금 제도를 손보거나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서 농민들의 쌀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정치권에서도 해결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대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농업진흥지역(일명 절대농지)을 줄여 쌀 생산용 농토 자체를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식량 자급률이 20%대에 그치기 때문에 식량 안보상 불안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단 급한 대로 가축용으로라도 쌀 재고를 덜어내는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쌀 문제 해결에 협조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래건  기자, 조선일보(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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