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隨想錄]

[정답 가르치지 않는 美 교사]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

뚝섬 2024. 2. 9. 09:12

[정답 가르치지 않는 美 교사]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취업도 안되는데... 자기계발서 백날 보면 뭐해"] 

[우리의 욕망, 자기계발서는 알고 있다]

 

 

 

정답 가르치지 않는 美 교사

 

[특파원 리포트]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144만 유튜버인 마크 맨슨. 그는 최근 과학, 기술,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한국인들이 왜 정신건강 문제를 많이 겪고 자살을 많이 하는지 알아보려고 한국을 방문한 뒤 만든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24분 3초짜리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마크 맨슨 유튜브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미국 작가 마크 맨슨의 한국 방문 동영상이 최근 화제가 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치열한 경쟁, 끊임없이 타인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유교 문화,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물질주의 등이 한국인들에게 스트레스와 절망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진단이 맞든 틀리든, 화제가 된 것을 보면 공감하는 사람도 꽤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주제와 관련해 미국에 살며 ‘이런 점은 배우면 좋겠다’고 느꼈던 일화가 하나 떠올랐다. 어느 날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교사와 아이들이 곤충 도감을 함께 보는 동영상을 보내줬다. 한 아이가 거미 다리를 세어보고 “8개다”라고 말하자, 다른 아이가 “아닌 것 같은데”라며 다시 세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이미 셌던 다리를 중복해 세고는 “9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는 “10개”라고 했다.

 

이쯤 되면 선생님이 “거미 다리는 8개”라고 가르쳐 주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한 순간, 교사는 “너희가 거미 다리가 몇 개인지 알아보려고 한 것이 참 흥미롭구나”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 까닭을 나중에 물어보니 “지금 나이에는 답을 아는 것보다 우선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이후 아이가 더듬더듬 글자를 쓰기 시작하자, 교사는 “절대 철자법을 지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이 스스로 글자를 깨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기쁨을 느끼고 있는데, 철자법을 들이대면 그런 자긍심과 재미가 사라진다는 얘기였다.

 

대치동 영어 유치원에서는 만 4~5세부터 철자법 시험을 보고 만 6세쯤이면 거의 완벽한 글을 쓴다는데, 이런 교육법 때문인지 미국에는 나이가 더 들어서까지 철자법을 틀리는 아이가 흔하다. 그래서 “학교에서 도대체 뭘 가르치는 거냐. 이래서 미국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미국인도 꽤 많다.

 

그럼에도 일정 나이까지는 한국도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생각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는 대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생’이 그렇다. 꼭 어느 대학을 나와야, 돈을 얼마나 벌어야, 어떤 집·차·옷을 갖춰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일이 뜻대로 안 돼도, 친구와 다르게 살아도, 각자 나름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너무 어려서부터 정답 찾기를 하다 보면 그런 ‘자기 나름의 생각’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어디 어디 대학을 못 가면 인생이 망한 것이고, 급여가 얼마 이하면 O백충(O백만원 급여 생활자를 비하하는 말)이고, 어느 나이에 어떤 차는 타야 하고…. 이렇게 없는 정답도 자꾸 만들어 내서 공연히 서로를 쥐어뜯는다. 거미 다리를 세다가 인생론으로 비약이 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정답 찾기를 좀 덜 해야 한국인들이 더 행복해질 것 같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조선일보(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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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최근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제목의 한국 관련 유튜브 영상이 화제다. 미국 베스트셀러 ‘신경 끄기의 기술’(2016년)의 저자 마크 맨슨이 여행기 형식으로 한국 사회의 극심한 경쟁과 정신건강 문제 등을 짚은 영상이다. 착점이 흥미롭다. 영상 도입부는 아파트 이층 침대에서 합숙했던 과거 스타크래프트 게임 프로팀의 집중 훈련을 소개한다. 한국의 케이팝 스타나 운동 선수, 첨단 기술도 이 같은 경쟁 압박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성공했다는 것. 하지만 ‘100점이 아니면 0점이나 마찬가지’라는 식으로 도태되는 이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영상은 한국 사회가 물질주의와 돈벌이를 강조하면서도 개인주의와 자기표현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한국인이 물신을 숭배해서 그런 게 아니다. 양극화한 노동 시장이 고착돼 모두가 소수의 대기업 정규직이 되기 위해 달려야 하는 탓이다. 선점한 이들만 ‘지대(地代)의 이익’을 누리다 보니 영상 속 전문가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항상 실패의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일부 대목은 다소 피상적인 느낌도 든다. 영상은 ‘유교적 수치심(shame)과 (타인에 대한) 비판(judgement) 문화’가 문제라고 했다. 사람이 부끄러움을 알고 남의 평판을 의식하는 걸 중시하는 건 그나마 물질주의가 한국을 모두 좀먹는 것을 막는 방패다. 오히려 미국에서 대낮에 마약에 찌든 이들이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현실은 극단적 개인주의의 해독과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이 가족을 중심에 놓고 사는 것이 문제’라고 짚은 건 앞뒤 맥락을 더 살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압축적 발전을 하며 사회가 져야 할 책임을 가족에게 지워 왔다. 가족 안에서 특히 여성이 양육을 하며 미래 노동력을 키웠고, 살림을 하며 현재의 노동력을 재생산했고, 노인을 부양하며 과거의 노동력을 책임졌다. 하지만 과거 한국 사회는 이를 무시했다. 노동력이 스타크래프트의 SCV(일꾼)처럼 마우스를 클릭하면 만들어지는 셈 쳤다. 그러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고 가장이 가족을 부양하는 구조가 해체되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인 미국도 우리보다 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인종 마약 이민 범죄 총기 등 많은 사회문제를 갖고 있다. 우울증 유병률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말은 충격 요법으로 받아들여도 좋겠다. 제작자 맨슨의 격려 섞인 믿음처럼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관용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삶이 각자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개성적으로 살아도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 패자가 부활할 수 있게 안전망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조종엽 논설위원, 동아일보(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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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안되는데… 자기계발서 백날 보면 뭐해"

 

[N포세대 도서 구입 패턴 변화]

2006
, 자기계발·토익 강세… 10년 사이 순위권에서 사라져
"노력 강조하는 자기계발 대신 '미움받을 용기' '자존감 수업'
내면 다스리는 대처법에 관심"


교보문고 대학()생 베스트셀러 10

 

 *자료: 교보문고 대학()베스트셀러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방송인 유병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변화하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하라'가 내용의 전부다."( '거대한 사기극' )

이들의 주장이 맞아떨어진 걸까.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췄다는 요즘 청년들이지만, 자기계발서는 10년 전보다 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교보문고에 의뢰해 2006년과 2016년의 대학생·대학원생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자기계발서는 10위 안에 1권만 턱걸이했고 토익 문제집은 순위에서 사라졌다. 10년 전인 2006년에 상위 10위 안에 1 '마시멜로 이야기'를 비롯해 자기계발서 3권과 토익 문제집 3권이 들었던 것과는 큰 차이다.

'노력' 강조했던 자기계발서 약세

2006년에는 100위 안에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7) 12권이 있었던 자기계발서는 2016 7권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10년 전에는 7권 있던 '/에세이' 분야 도서는 16권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노력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를 읽어봐야 바뀌는 게 없다는 생각을 한 대학생들이 시와 에세이에서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20대가 1~2월에 어떤 책을 샀는지 100위까지 순위를 확인하자 2011 14권에 달했던 자기계발서는 2016 7권으로 줄었다. 작년 5월 말 문제 유형이 바뀐 신(
)토익 시험이 등장하면서 토익 학습서는 순위권 밖으로 빠졌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대리는 "상반기에는 예전 토익 학습서가, 하반기에는 신토익 학습서가 팔리면서 판매량이 분산됐고 판매 기간도 짧아 판매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N포세대의 자기계발서 회의론

7일 교보문고에서 책을 고르던 신보람(21)씨는 "취업도 불가능해 보이는데 자기계발서를 읽어서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자기계발서가 마약 같은 일시적 마비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실제 해결책은 못 되고, 기업도 취업 과정에서 스펙보다는 인문학적 지식을 요구하면서 자기계발서가 과거보다 덜 나오고 덜 팔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일찍 일어나서 열정적으로 살며, 아파도 청춘이니 견디라고 했던 기존 책을 '미움받을 용기' '자존감 수업' 같은 책들이 대신 채웠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스펙을 키우고 열정적으로 살라는 기존 자기계발서는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했지만 지금은 '미움받을 용기'처럼 내면을 다스리는 대처법으로 관심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문으로 포장한 자기계발서?

'시크릿' '긍정의 힘' '마시멜로 이야기' 같은 전통적인 자기계발서는 줄어들었다. 대신 인문학으로 포장한 자기 성찰 성격의 책들이 등장했다는 시각도 있다. 2016년 교보문고 대학생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한 '미움받을 용기' 9위인 '자존감 수업'은 심리학을 주제로 한 인문 서적이지만 동시에 자기계발서 성격도 띤다. "당신이 불행한 까닭은 환경이나 능력 탓이 아니라 그저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미움받을 용기의 주장은 심리학보다는 격려를 담은 자기계발서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런 책들은 서점 성향에 따라 책 분류가 인문과 자기계발 사이를 오가기도 한다. 가령 '자존감 수업'은 교보문고에서는 인문으로, 예스24에서는 자기계발로 분류돼 있다.

2013년 나온 책 '거대한 사기극'(북바이북)은 자기계발서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저자 이원석씨는 "2010년대 들어 자기계발서가 쓸모없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자기계발서 저자를 조롱하는 인터넷 문화도 나타났다" "'인문학'이라는 방패로 자기계발서라는 혐의를 피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양지호 기자, 조선닷컴(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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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욕망, 자기계발서는 알고 있다


내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건 돈인가, 성공인가, 행복인가?
인기 있는 자기계발서를 보면 그 시대의 욕망이 보인다.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00년대 초 출간됐던 이 자기계발서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며 많은 이들에게 근면하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물론 '아침형 인간'의 선풍적인 유행 후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잡아먹힌다'거나, '올빼미형 인간' IQ가 높다는 등의 반론도 있었지만 여전히 '아침형 인간'을 지향하고 찬양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책은 시대를 반영하지만, 그 중에서도 자기계발서는 특히나 '내가 원하는 삶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와 같다. 사람들에게 많이 읽혔던 자기계발서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원하며 살아왔는지 살펴봤다.

 

 

 

 

IMF 겪은 아빠들, 부자가 되자!

 

 

"한 분의 아버지는 몇 푼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했고, 다른 아버지는 투자하는 쪽에 관심을 기울였다2000년 출간되어 아직까지도 읽히는 책. 부자들이 들려주는 돈과 투자의 비밀을 소개하며 부자들에게서 배우는 여섯 가지 교훈을 담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 4세대인 저자는 열심히 정직하게 일해서 돈을 벌지만 항상 쪼들리는 가난한 아빠 대신, 자본가의 마인드를 갖춘 친구의 부자 아빠를 롤모델로 삼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부자는 돈을 만들 수 있는 머리가 있고, 중산층은 부채 역시 자산이라 생각하고 부자를 위해 일을 하며 가난한 자는 수입 대비 지출이 똑같아 평생 '쥐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라고 얘기한다책대로였다면 모두 부자를 선택하고 비도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부자가 되었겠지만, 우리의 부자에 대한 열망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

 

키워드로 본 문화 2000 - '대박' 

 

-어수웅 기자(0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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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신문을 읽어내려가다 시선이 멈춘다. 하이틴 스타 ○○○ CF ‘대박’. 한 신문 내에서도 ‘대박’은 한 페이지 걸러 한 번씩 제목으로 뽑혀 나온다. 인기가수 ○○○ 4 100만장 ‘대박’, 중국집 종업원 우연히 주운 복권 ‘대박’, 인터넷 사이트 경품 ‘대박’, ‘대박’ 꿈꾸는 묻지마 투자, 하다못해 한 줄 짜리 광고에 실려있는 사진관 이름도 ‘대박 사진관’, 동네에 있는 음식점 이름도 「대박 생고기집」이다. 이쯤되면 그 많다는 대박 하나 따내지 못한 ‘나’는 뭔가.

 

 2000년 한국, 사람들의 욕망을 가장 잘 드러낸 화두는 ‘대박’이다. 구태여 수치를 들 필요도 없다. 2의 조성모를 꿈꾸며 노래방을 들락거리는 당신의 아들, 2의 심은하를 노리며 성형외과를 출입하는 당신의 딸까지. 그런가 하면 새로운 부의 축적논리를 제시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100만부 넘게 팔리며 부모들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상반기의 코스닥, 벤처 신화는 차곡차곡 적금붓던 서민들에게 주식시장과 경마장을 경배케 했다.

 

지금 한국 사회를 엄습한 것과 같은 의미의 「대박」이란 말은 물론 사전에 없다. 흥부에게 횡재를 안겼다는 큰 박을 뜻하는 것일까? 어쨋든 올 한해 있었던 몇몇 연예인과 20대 젊은이들의 ‘대박’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것이 장미빛 꿈이 아니라 자신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6월 탤런트 부부 손지창, 오연수와 그의 어머니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하다 104억원짜리 ‘대박’을 터트렸을 때 사람들은 “어쩌면 나도…”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고, 강원도 정선에 생긴 한국 최초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에 쌈짓돈을 들이 붓기 시작했다.

 

벤처 신화로 20대 사장, 30대 회장이 속출하면서 이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가 수백, 수천억원으로 치솟았을 때 사람들은 “새파란 네가 하는데 나라고 못하란 법 있냐”며 벤처를 차렸고, 주식시장에 앞다투어 돈을 들이밀었고, 그리고…, ‘쪽박’을 찼다. 

 

사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대박’에 성공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다운받는 데 2만원씩 받았다는 B양 비디오는 20만명이 클릭, 40억원의 대박을 한 약삭빠른 네티즌에게 안겨줬고, 몇몇 눈밝은 개인투자자들은 침몰한 주식시장에서 ‘개미신화’를 이룩하기도 했다. 

 

하지만 돈도 없고 특출한 능력도 없는 개인들은 기껏해야 수십억원 상금을 노리고 500원짜리 복권을 긁거나, 한 달 동안 매일 자동차 한 대 씩을 추첨해서 경품으로 준다는 인터넷 회사에 응모 엽서를 보내거나, 그것도 안되면 자신이 세운 가게 이름으로 ‘대박’을 새겨넣을 따름이었다. 

 

2000년 한국에서 불고 있는 ‘대박’ 열풍을 한 꺼풀 열고 들여다 보면, 그 이면에는 한없이 우울한 한국인의 초상을 발견한다. 특히 ‘대박의 꿈’은 한국사회에서 무너져 가는 중산층의 반증이라는 데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97 IMF환란이 있기 전 까지 한국인들은 차곡차곡 돈 모으고, 적금 붓고, 성실하게 일하면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무너져 내린 평생직장의 꿈과 침체된 경제는 그런 믿음을 근원부터 뒤흔들었다. 착실하게 일하면 언젠가는 집사고 차를 살 수 있다는 서민들의 소망은 단순한 바램만으로 끝나 버렸고, 일확천금이 아니면 신분이나 계층 상승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의 말을 빌면 “성실한 노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다. 

 

직장은 늘 불안하고, 차곡차곡 저축하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고, 삶을 계획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 되어버린 사회 분위기. 더군다나 ‘새로운 천년’이라는 미사여구로 2000년의 한국인은 한껏 부풀었었다. 거기에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디지털 강국’을 구호로 내세우며 벤처신화를 과장했던 이 정권도 ‘대박 공화국’에 일조했다는 혐의를 벗기 힘들다. ‘디지털화 된 대박의 꿈’이라고나 할까. 시인 유하는 최근 그의 시집 ‘천일마화’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부진한 인간이 부진마 경주를 선호한다, 999배당이여/한 순간에도 있다, 삶을 역전시킬 찬스가……/파우스트: 580? 내게 웬 돈이 저렇게 많이 걸렸을까?/사라: 그건 네가 2착 내에 들 가능성 0.1%도 안되는,/진정한 의미의 똥말이기 때문이야’(‘천일마화-프루프록의 연가’ 중에서) 대박과 쪽박은 결국 양날의 검. 그 둘은 종이의 앞 뒷면이며 제로섬 게임이다. 1명의 대박을 만들기 위해 999명의 미시적 고통은 필수적이다. 대박의 꿈이 깨지고 쪽박을 차는 순간, 남는 건 냉소 뿐. 2000년 한국에서 불었던 ‘대박의 꿈’은 그래서 더욱 우울하다. 

 

변화가 필요하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2000) 

 

", 인생은 변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잖아. 우리도 그렇게 해야 돼" 

 

자기계발서계의 이솝우화. 치즈에 대한 짧은 우화를 통해 현대인들이 지향해야 할 삶의 지침을 제시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인생의 지혜를 일깨워주고 있다. 아마존 비즈니스 부문의 베스트셀러 1위를 하고, 세계 언론에서 새 천년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며 화제를 모았다. 

 

주위 환경은 계속 변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변화가 우리에게 낯설다는 이유로 변화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변화가 필요함에도 위험하다는 핑계를 대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수용하려 들지 않기도 한다. 치즈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에 대한 열망을 가져다 줬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 치즈를 옮겼을까' 저자 스펜서 존슨을 만나다

 

근면하라, 성공할지니 

 

-김종호 기자(1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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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리더 / 부모리더 1분 차이


당신의 치즈가 사라졌다
기다릴 것인가? 찾아나설 것인가?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 꼬마 인간 헴과 허는 맛있는 치즈를 찾아다니는 것이 일과였다. 미로 속을 열심히 뛰어다닌 끝에 그들은 치즈가 가득 찬 창고 'C'를 발견, 매일 그곳에 가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치즈를 먹었다.

생쥐들은 치즈 창고를 발견한 후에도 매일 아침 창고에 가서 어제와 다른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반면 꼬마 인간들은 창고의 치즈가 평생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변화에 대비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치즈가 없어졌다.

생쥐들은 놀라지 않았다. 창고의 치즈가 조금씩 줄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쥐들은 다시 미로 속으로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섰고, 끝내 새로운 치즈 창고 'N'을 발견했다.

반면 꼬마 인간들은 새로운 치즈를 찾아 나서는 대신, 누군가 다시 창고에 가져다 놓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사라진 치즈는 돌아오지 않았다. 꼬마 인간 헴과 허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둘은 헤어졌다.

헴은 계속 기다리기로 한 반면, 허는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났다. 허는 미로 속을 헤맨 끝에 마침내 새 치즈 창고 'N'을 찾아냈다. 생쥐들은 그곳에 먼저 와 있었다. 그는 교훈을 얻었다.

"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 놓는다. 변화를 예상하고 신속히 적응하라. 두려움을 떨치고 새 치즈를 찾아 떠나라. 사라진 치즈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는 더 가까워진다."
 

 

1998년에 출판된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70)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Who Moved My Cheese?〉는 나오자마자 전 세계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천만권이 팔린 이 책은 눈앞의 작은 성취에 안주하며 변화를 꺼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일임을 깨우치게 했다. 국내에도 2000년 번역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에서 '치즈'는 직업·돈·건강·인간관계·집·자유 등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치즈를 마음속에 두고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자신이 찾던 치즈를 얻게 되면 누구나 그것에 집착하며 얽매인다.

그러나 세상은 계속 변화한다. 그것이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치즈는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었다. 치즈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고, 남아 있는 치즈는 오래되어 맛이 변해가고 있었다.

'변화의 딜레마'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변화는 이제 모든 기업, 나아가 국가적인 화두가 됐다. 기존 사업의 판을 흔드는 애플(Apple)의 파괴적 혁신에 전 세계 통신·휴대폰·인터넷 업체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 문제는 비즈니스 영역 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누가 내 경쟁자가 될지 모르는 세상이 됐다는 점이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은, 꼬마 인간 헴처럼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Weekly BIZ는 최근 방한한 스펜서 존슨 박사를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리더십 연구의 대가로 〈선물〉, 〈피크 앤드 밸리〉 등의 책으로도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그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유명한 켄 블랜차드(Blanchard) 박사(Weekly BIZ 2 13일자 인터뷰)와 절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출간돼 20년 동안 1500만권이 팔린 〈1분 경영〉을 함께 쓰기도 했다. 존슨 박사는 이어 〈1분 엄마〉, 1분 아빠〉, 1분 선생님〉, 1분 세일즈맨〉 등 '1분 리더십' 시리즈를 잇달아 출간, 큰 성공을 거뒀다. 책 제목에 공통적으로 '1'을 쓴 것은 일의 핵심만 잘 지키면 시간을 별로 들이지 않고 큰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가정의 달을 맞아 먼저 그에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1분 팁을 부탁했다. 그는 "대개 엄마는 칭찬은 잘하는데 꾸중이 서툴고, 아빠는 질책은 잘하는데 칭찬에 인색하다"고 말했다.

"물론 질책을 하는 것도 아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죠. 하지만 질책을 꼭 해야 한다면 30초 동안 잘못된 행동을 꾸중한 뒤 나머지 30초 동안에는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사랑스러운 아이란다' 라는 말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아빠들이 이것을 잊는 것 같습니다. 아빠들에게 또 하나 낯설고 어려운 것이 아이들이 올바른 일을 했을 때 칭찬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에서 아빠에게 칭찬받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일 수 있습니다."

인터뷰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이뤄졌다. 그는 하나를 물으면 열을 대답할 정도로 다변이었고, 시종 농담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덕분에 1시간의 인터뷰가 불과 20분 만에 끝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갔다.

 

화제를 다시 '치즈'로 돌렸다.

―박사님의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변화하는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우화(
寓話)를 통해 쉽게 가르쳐줍니다. 우화 형식으로 쓰게 된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윈스턴 처칠이 말하길 '나는 배우는 것은 좋아하지만 가르침을 당하고 싶진 않다'고 했어요. 사람은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내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독자 스스로 책 속의 캐릭터들을 관찰하면서 '이런 캐릭터가 되고 싶다'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스스로 배우는 계기를 주기 때문에 제 책이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책의 또 한가지 장점은 얇아서 금세 다 읽을 수 있다는 점이죠.(웃음)"

―이 책을 쓴 특별한 배경이 있나요?

"1979년 무렵이었어요. 저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죠. (그는 방황의 내용이 개인적인 것이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때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조금 바보 같아 보이는 네 가지 캐릭터를 만들어서 이야기를 꾸며봤어요. 변화의 공포에서 벗어나 웃고 싶어서 그런 이야기를 만들었죠. 그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다가 친하게 지내는 켄(켄 블랜차드 박사)과 만난 자리에서 말해줬습니다. 그 후 켄이 전 세계에 강연을 다닐 때 제 이야기를 인용하기 시작해 널리 퍼지게 됐죠. 나중에 켄의 권유로 이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게 됐고요."

존슨 박사는 원래 의사였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아일랜드로 건너가 왕립외과대학(Royal college of surgeons)을 나왔다.

의사가 된 그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유독 병원을 자주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었다. 꾀병은 아닌데 왠지 모르게 계속 다치거나 아파서 병원을 들락거리더라는 것이다. 그는 그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눠 봤다. 그는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가족에 대해서든 무엇에 대해서든 매우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상처나 통증을 치료하는 것으론 부족하고, 마음속에 뿌리깊게 자리 잡은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완치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게 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지금 이 순간

―박사님은 책 〈선물·The Present〉에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몰두할 때 행복해진다고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 요즘의 직장인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가치는 저 자신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 역시 앞만 보고 사는 사람이었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학에 가서는 좋은 의과대학에 진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식으로 항상 미래만 보고 살았습니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살고 있었던 거죠. 스스로 현재를 즐기고 현재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기까지는 아주 오래 걸렸습니다. 저는 요즘도 가끔 심호흡을 하면서, '현재 할 수 있는 게 뭐지, 현재 가지고 있는 게 뭐지, 이 순간을 즐기자'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일깨워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의 평화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죠. 한번 해 보세요."

―많은 사람은 반복되는 일상 업무 속에서 쉽게 지치거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한 리더십이 중요한 겁니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잘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일을 즐기지 못해서입니다.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게 되면 당연히 게을러질 수밖에 없죠. 사실 그 부분은 인간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나 역시 게을러질 때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게을러질 때에도 내가 지금 이 일을 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을 해냈을 때 무엇이 달라질지, 지금 하는 일이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깨닫고 나면 행동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스스로를 리드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고, 이 일을 하다 보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제 일정이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우 빡빡합니다. 조찬회와 인터뷰, 강연까지 잡혀 있죠. 처음에는 '내가 이걸 다 해야 하나, 하기 싫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힘들고 피곤한 오늘 일정을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도 '한국

사람들과의 만남이 참 좋았다'고 기억할 수 있게, 즐겁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늘 미팅과 인터뷰에 더 열정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힘을 얻었어요. 원래는 '하기 싫은 일'이었는데,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로 바뀐 것이죠. 저는 이런 것이 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즐겁게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시각(

視角)을 어떻게 갖느냐가 결국 상황을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끄러운 TV를 끄고 자신의 지혜를 들여다보라

존슨 박사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피크 앤드 밸리·Peaks and Valleys〉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좌절에 빠진 한 젊은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젊은이는 어느 날 산꼭대기에서 도사 같은 노인으로부터 인생에 대해 배운다. 산봉우리와 골짜기가 서로 연결된 것처럼 인생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서로 연결돼 있으며, 오늘의 시련을 슬기롭게 대처하면 내일의 행복을 창조할 수 있다는 교훈이었다.

―〈피크 앤드 밸리〉를 읽는 순간에 독자는 책 속의 청년처럼 인생을 크게 바꾸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터득한 것처럼 느낍니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과연 책에 쓰여 있는 이야기를 실제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책에서 말한 이론을 현실에서 제대로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자가 말하길 지식의 목적은 그것을 사용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이 책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자신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책에 나온 지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책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 독자들은 책의 어느 부분에서 멈춘 다음 '이 부분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에 이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한 다음, 거기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대부분 해답을 찾았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책에 대한 좋은 평가는 제가 아니라 독자들이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끄러운 TV를 끄고 조용한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이 가진 지혜를 들여다보세요. 책의 저자나 부모님, 배우자에게 들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분명한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자신에게 딱 맞는 해답이기 때문이죠."

존슨 박사의 말은 동양적인 느낌을 강하게 줬다. 그래서 "동양사상에 대한 연구도 하셨나요?"라고 묻자, 그는 "내가 아시아의 문화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그것을 꿰뚫어보다니 놀랍군요. 대단합니다"라며 과도하게 기자를 칭찬했다. 기자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자 그는 "이렇게 하는 게 바로 '1분 칭찬'입니다"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자신이 어떻게 동양사상을 알게 됐는지 이야기했다.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유하셨는데, 그중에는 유교에 대한 책도 있었어요. 아시아의 가치와 사상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균형입니다. 서구적인 가치인 '성취'와 더불어 동양에서 강조하는 '내면의 평화'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이런 균형이 깨지는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아시아 사람들도 물질적인 풍요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정말 소중하고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동양의 가치들을 잊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많이 칭찬하고 많이 웃어라

―켄 블랜차드 박사와 함께 쓰신 책 〈1분 경영〉을 보면, 조직 운영에 심리학을 접목시켰다는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책을 쓰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요.

"그 책은 켄과 제가 공저한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은 제가 거의 다 쓴 거예요.(웃음) 켄과 저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처음 만났어요. 켄이 자녀를 키우는 일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걸 듣고, 당시 제가 출판을 준비하고 있던 '1분 부모'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1분 목표'를 설정하고, '1분 칭찬'을 하고, '1분 질책'을 하라는 원칙이었죠.

그 뒤 켄이 경영에 관련된 책을 함께 써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직관적으로 '1분 부모'의 원칙을 '1분 경영'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것처럼, 경영자들은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죠. 켄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어요. 켄이 없었다면 그렇게 좋은 내용의 책이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켄은 굉장히 유머러스한 사람이라서 함께 작업하면서 많이 웃을 수 있었죠. 지금도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방금 친구라고 하셨는데, 존슨 박사님이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 걸요. (기자는 블랜차드 박사도 만난 적이 있다. 213일자 Weekly BIZ)

"(껄껄 웃으며) 그 말 꼭 켄에게 전해줘야지. 바깥에는 켄이 저보다 나이가 많은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제가 켄보다 6개월 먼저 태어났어요. 저는 켄에게 '나는 너보다 나이가 많아 더 현명해'라고 농담을 합니다. (연장자를 공경하는) 아시아에 살았더라면 켄이 나를 형님으로 깍듯이 모셨을 텐데.(웃음)"

―〈1분 경영〉에서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기업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잘한 일을 했을 때는 칭찬하지 않고,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크게 질책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것을 바꿔야 한다고 봐요. 직원들이 일을 잘했을 때 크게 칭찬을 해주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실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큰 효과가 나타났어요. 업무 능력이 향상되고 스트레스 지수가 감소했죠.

최근 중국
을 방문했을 때 놀랐던 것은 사람들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웃는 것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아시아 사람들이 웃을 여유도 없이 너무 열심히 일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많이 웃는 사람들은 삶을 즐길 수 있고, 모든 일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리더의 '본보기'가 조직을 바꾼다

―〈1분 경영〉의 내용은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로벌 기업처럼 조직이 커서 임직원들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은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 이론이 작은 조직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합니다. 하지만 큰 조직도 여러 개의 작은 하부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임원이 5명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뛰어난 리더는 스스로가 본보기가 되어 하부 직원을 선도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죠.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생전에 타인의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에는 3가지 방법이 있다면서, 첫째도 본보기(by example), 둘째도 본보기, 셋째도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CEO 스스로 직속 부하 임원에게 자신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가를 몸소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리더의 모습을 지켜본 임원들은 CEO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고, 스스로 실천하며, 자신의 부하 직원들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폭포처럼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전달이 되는 것이지요. 말로만 지시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리더가 직접 모범을 보이면 수십만 명의 직원들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조직문화라는 것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조직문화 내에서 구성원들은 일을 즐길 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을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리더로서 당신은 두 가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첫째는 〈1분 경영〉의 이론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둘째는 그럼에도 사람들은 리더의 본보기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존슨 박사에게 〈1분 경영〉의 모태가 된 '1분 부모' 이야기는 어떻게 개발하게 됐었는지 묻자, "나 자신의 경험담"이라고 말했다.

"제가 칭찬에 대한 책을 구상하고 있을 때 샌디에이고의 해변가에 있는 집에 살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백사장에서 놀다가 모래를 묻힌 채로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주 꾸중을 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밖에서 서로 과자를 나눠 먹으며 사이 좋게 놀길래 아이들에게 얼른 오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내가 자신들을 혼내려는 줄로만 알고 아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왔어요. 그때 저는 아이들에게 '너희가 과자를 나눠 먹으며 노는 것을 봤어. 아주 잘했다. 너희들을 사랑한다'며 안아주었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굉장히 당황해 하더군요.(웃음) 그렇게 하고 나니, 제 기분도 좋고 편안해지더군요. 나는 왜 진작 아이들이 좋은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하지 못했을까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좀 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서양 도사' 존슨 박사와의 인터뷰는 특별했다. 보통 세계적인 경영 구루나 CEO와 인터뷰를 하고 나면 새로운 지식을 많이 배워 머리가 묵직해지곤 했다. 반면 존슨 박사와의 인터뷰를 마치자 오히려 머리가 가벼워졌다. 그리고 마음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충만해 오는 느낌이었다.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 (2003)


"아침형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까 성격까지 변하는 것 같아요"

문명이 야행성 인간을 양산하고 있는 시대에,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며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는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몸과 정신에 가장 바람직한 습관인 구체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이 책 이후 '아침형 인간의 24시간 활용법', '아침형 인간 성공기',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 등 관련된 많은 책이 나오며 선풍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그러나 압박을 느낀 사람들을 응원하는 '아침형 인간 강요하지 마라', '올빼미형 인간으로 승부하라' 등 반대되는 내용의 책도 만만찮게 나왔다.


아침형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공'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 남들보다 인생을 두 배로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행복을 꿈꾸다



마시멜로 이야기 (2005)


"나는 가장 유혹에 굴복하기 쉽고 강렬한 매혹에 빠져들 수 있는 시절에,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꾹 참고 있었네"

성공에 대한 욕망은 '행복'으로 이어진다. 책은 삶의 행복과 성공의 진정한 의미를 전한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전혀 새롭고 특별한 차원에서 조명한다. 성공은 고통과 시련이 아니라, '즐거움''행복'의 대가라는 것이다.


원제는 '마시멜로에서 눈을 떼지 마(Keep Your Eye on the Marshmallow)'. '마시멜로 실험'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60주간 베스트셀러였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였다. 작가는 "마시멜로 이론은 철저히 미루는 게 아니다. '전부 다 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10%만 아껴두라는 거다. 이 책에 썼듯이 마시멜로 이야기의 핵심은 '균형(balance)'이다. 그러자면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의 힘을 빌려서…



긍정의 힘 (2005)


"우리는 우리 뜻대로 인생의 행로를 결정할 수 있다"

미국의 차세대 종교지도자로 꼽히던 조엘 오스틴 목사의 책으로, 이 책이 말하는 마음의 힘은 '하나님 안에서 품는 긍정의 힘'이다. 죽음 앞에 선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는다.

 

저자가 안내하는 7단계를 거침으로써 평범함을 넘어 잠재력을 끝까지 발휘할 뿐 아니라, 발목을 잡고 있는 부정적인 태도를 벗어던져 비전을 품을 수 있도록 인도한다.


다소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만, 미국의 베스트셀러라는 후광을 받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책의 '믿는대로 된다'는 부제도 한몫했다. 책에 등장하는 긍정, , 성공, 습관, 아침, 칭찬 등은 모두 당대 유행하던 자기계발서의 내용과 비슷하다. 처세서와 비슷한 이 책의 이름이 개신교라는 한계를 뛰어넘게 했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

 

 


시크릿 (2007)


"당신은 무엇이든 바꿀수 있다"

자기계발과 명상을 결합해 건강과 부, 행복을 가져다주는 '비밀'을 알려준다는 책이다. 2007~2008년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인 생각과 간절한 믿음이 만났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삶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당신' 안에 있다는 믿음은 원하는 것을 실제로 이루어지게 하는 창조력을 지닌다고 말하고 있다.


부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다소 허황돼보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 책은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지친 마음 '토닥토닥'



서른 살이 심리학에 묻다 (2008)

 

"만일 당신이 도망치고 싶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대부분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대학 입학 전후로 IMF를 겪고, 커서는 취업난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20대를 보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인생의 한 전환기로서의 서른 살의 삶이 '왜 외롭고 우울한지'에 초점을 맞춰 위로하고 있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서른 살의 삶을 조명한 책으로, '마음'을 읽어주는 자기계발서로의 전환점 역할을 했다. 이 시기 서점을 휩쓴 건 '불안한 30'였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외에도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서른과 마흔 사이' '서른 살'이라는 나이를 직접 거명한 책 3(64352)이 부자 되라는 책 7권을 합친 것(62225)보다 많이 팔렸다.

 

 

멘토의 등장



아프니까 청춘이다 (2010)


"잊지 말라.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부지런히 '스펙'을 쌓고 취업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음을 깨닫고 좌절하는 청춘들에게 많은 위로가 된 책.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말이 담겼다.


저자는 매우 불안하게 흔들리고, 외롭고 막막하고 미숙한 청춘들에게 '란도샘'이라고 불리며 부모님에게는 말 못할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멘토'로 통한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러나 책의 인기에 힘입어 "해결책도 없이 위로만 하면 무슨 소용이냐"는 회의론도 등장했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청춘에게 강조하는 '노오력'과 다름없게 느껴질 법도 하기 때문이다.

 

 

'힐링' 빠진 대한민국… 집단 무기력 현상 우려돼

쉼 없이 산 당신에게 던진 '쉼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12)


"용기내어 지금 가고 있는 길, 묵묵하게 가면 돼요"

종교적 색채가 강했던 '긍정의 힘'과는 다르게, 종교를 초월한 혜민 스님의 위로와 성찰이 담겼다. 한국인 승려 최초로 미국 대학교수가 된 혜민 스님은 '혼자서 도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트위터가 빠른 속도로 리트윗되며 화제가 됐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저자 혜민스님

 

저자는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훈계'가 아닌 '공감'을 통해 해법에 다가간다. 스님이 쓴 책이지만 종교와 세대를 초월한 치유의 메시지를 던지며 상반기 출판 시장에서 '힐링' 열풍을 이끌었다. 중국, 대만, 일본에도 판권이 팔렸다.

 

'힐링' 에세이 판매 껑충, 청년 취업난 덕분?

혜민 스님 책, 최단기간 100만부 돌파

 

 

 

 


'내 행복'이 우선이다

 

 

 

미움받을 용기 (2014)

 

 

"단적으로 말해,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일세"

이름도 낯선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 '설사 미움을 받더라도 자기의 행복이 우선'이란 평범한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은 강력했다. 교보문고에서 51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출간 1년여 만에 100만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책은 일본의 철학자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과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남의 인정'을 갈구하는 자기 계발의 시대에 '인정 욕구를 포기하라'는 일본인 공동 저자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주장에 대중의 마음이 흔들렸다는 해석이 많다.



"남의 인정이 필요한 사람은 자립할 없어"

칭찬 받으려 애쓰지 마라… 인정해 주는 사람 없어도 행복할 있다

 

나의 무기, 자존감

 

 

 

 

 

자존감 수업 (2016)


"무기력에 빠진 사람, 당장 책을 덮고 나가서 걸으라"

기존의 심리학 책이 갖고 있던 철학적 사유에 의학적 분석을 덧붙인 책이다. 출간 두 달 만에 30쇄를 찍으며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 불안정한 사회에서 자신에 혼란을 느끼며 스스로 자존감의 붕괴가 온 사람들이 많이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책에서 자존감 회복 훈련법 40여 가지를 소개하고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 일'을 적었다. 상담을 받지 않고 책을 통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자신의 책을 '자존감 사용 설명서'이자 '자존감 회복방법'이 담긴 백과사전이라고 했다. 마치 요리책에서 재료에 맞는 요리법을 골라내듯, 독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 읽어보라는 것이다.


혼란한 시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 '자존감'

 

-글·사진 서경리 톱클래스 기자(17-01-08)-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 저자 윤홍균 정신과 전문의


‘나는 누구인가’ ‘지금 가는 길이 맞나?’ ‘내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세 가지 질문의 연결고리에는 ‘자존감’이 있다. 자존감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self-esteem)’에 대한 만족감 지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당신은 괜찮은 사람입니다”


한때 유행하던 ‘힐링’이 가고 ‘자존감’이 화두다. 힐링이 몸과 마음에 대한 치유라면 자존감은 몸과 마음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자기 검열의 단계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치유 이전에 내면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 윤홍균(40)은 저서 《자존감 수업》에서 “튼튼한 자존감은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다.

 

‘자존감 트레이너’를 자처하는 윤홍균은 이름 있는 작가도 아니요, 인기 명강사도 아니다. 오히려 책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초짜 작가’다. 2013년부터 블로그에서 닉네임 ‘윤답장’으로 심리 상담을 해주며 유명세를 탔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잡지와 신문에 이름을 알린 게 전부다. 그런 그의 책이 출간 두 달 만에 30쇄를 찍으며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왜 이토록 사람들이 그의 책에 열광하는 것일까. 마포구 공덕동에 자리한 윤씨의 개인 병원에서 그 이유를 물었다.

 

“사회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자신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사회가 불안정하다 보니 자기 자신을 못났다 생각하고 자존감의 붕괴가 시작되고 그런 말들이 떠오른 것이지요.


희끗희끗한 머리, 코에 안경을 걸친 그는 얼핏 봐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나직하게 읊조리듯 작은 목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달랬다.

 

그동안 서점가에서는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책이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다. 지금까지의 심리학 책이 철학적 사유에서 그쳤다면, 그의 책은 의학적 분석을 곁들였다는 차별성이 있다.


“승려와 목사, 신부가 영성을 바탕으로 신앙적인 구원을 한다면, 심리학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요. 저는 의사니까 실질적인 진단과 치료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합니다.


윤홍균 원장은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의과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가 자존감을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남양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일하면서부터다.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불안, 중독, 우울 증상의 한가운데에는 자존감이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자존감이 낮을 때 실패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중독과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서처럼 쓴 책이에요.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가족 걱정이 되더군요. 아이들이 커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방어막이 될 무언가를 남겨줘야겠다 싶었어요. 그때 떠오른 게 자존감이에요. 내가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불행했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다 생각했을 때 가장 행복했거든요. 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싶었어요.

 

저자는 책에서 자존감 회복 훈련법 40여 가지를 소개하고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 일’을 적었다. 상담을 받지 않고 책을 통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자신의 책을 ‘자존감 사용 설명서’이자 ‘자존감 회복방법’이 담긴 백과사전이라고 했다. 마치 요리책에서 재료에 맞는 요리법을 골라내듯, 독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 읽어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자존감이 낮으면 큰일이 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인생 전부는 아니에요. ‘자존감이 낮으면 안 좋은 건가?’ 아니거든요. ‘당신도 괜찮은 사람이다’ ‘자존감이 낮아도 괜찮다’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윤 원장은 책에서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순수한 상태에서 타인이 함께할 때 삶의 진정성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너와 똑같다’라는 것이다. 그는 대가족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항상 형의 비교 대상이었다. 학교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뒷자리에서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해지는 경쟁에서 항상 주춤했다. 과학고에 응시했다가 떨어졌고, 대학도 한 번에 붙지 못했다. 심지어 재수를 위한 입시학원 시험에서도 탈락했다. 어렵게 들어간 의과대학에서는 유급을 당하기도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도태된 느낌을 받았다고 무덤덤하게 이 모든 얘기를 풀어 놓았다.

 

“잘할 줄 알았는데 못한다는 걸 알았다고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걸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결과가 나옵니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


윤홍균 원장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좋은 집안에서 나고 자란 이들을 ‘금수저’로, 가난한 집안을 ‘흙수저’로 나누는 ‘수저 계급론’이 사회적 쟁점이다. 태생적인 박탈감에서 나온 이 말은 시대가 가진 우울한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자존감의 상실도 지금의 사회가 할퀴고 간 아픈 생채기이자 흔적이 아닐까? 윤홍균 원장에게 우리나라 청년들의 자존감 상태는 어떤지 물었다.

 

“최근 30년간 대학 진학률이 30%에서 70%대로 늘었어요. 모든 경제지표에서 떨어진 유일한 것이 경제성장률과 20대 남성 취업률이라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경쟁에 뛰어들었고 그만큼 많은 사람이 경쟁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청년들이 취업에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그의 방식대로 말하자면 자존감은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떨어뜨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자존감은 일종의 사회라는 텃밭에 뿌려진 씨앗 같은 것이다. 환경이 척박하면 자존감이 성장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감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자생력이 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녀도 ‘나는 왜 이리 못났을까’ 하면 자존감이 낮은 거고,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나는 잘났지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을 뿐이야’ 하면 자존감이 높은 거라고 말한다. 현재 상황이 아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각기 다른 영역입니다. 그 교집합을 찾을 필요가 없어요. 자신을 틀 안에 가두지 마세요. 그리고 지금, 여기(here & now)에 집중하세요. 과거에 집착하면 후회스럽고 미래를 생각하면 혼란스러워요. 당장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자존감에 자양분을 줄 수 있을까. 자존감이 낮은 이들을 위한 치료법으로 그날의 감정을 수첩에 적어볼 것을 권했다. 지금 나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를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라는 것이다.


“기본 방식은 안에 있는 것을 바깥으로 꺼내는 것이에요. 억압된 것을 표현하는 것이죠. 마음속에 있는 것이 배출돼야 해결할 수 있어요. 표현 방식에서는 타인에게 숨겨야 하거나 나만의 은밀한 활동이 아니라 떳떳한 방향으로 발산해야 해요. 운동처럼 몸을 쓰는 신체 활동이나 예술 활동이 올바른 예이죠. 또 지속해서 자기 관리를 해야죠. 꾸준히 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역시 자신만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긍정적인 혼잣말을 되뇐다. 출근길에는 “나는 괜찮은 의사다, 나는 괜찮은 작가다”를, 퇴근하면서는 “나는 괜찮은 남편이다. 괜찮은 아빠다”를 말이다. 철저하게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는 것도 그의 철칙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결과물이 없다는 것에 힘들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인생을 사계절로 나눈다면 꽃 피는 봄이 10대이고, 20~30대는 초록이 가득한 여름이에요. 푹푹 찌고 잡초와 더불어 엄청난 성장을 하지요. 하지만 아직 열매를 맺기에는 일러요. 여름에 열매가 안 맺히는 것은 본인의 문제가 아니에요. 의지 박약이나 잘못된 길을 걷기 때문이 아니라고요. 자책하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조선닷컴(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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