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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 김구, 윤석열처럼… “어흥!” 하는 공직자가 필요하다] [도처에 손 놓은 공무원들 ... ] ....

뚝섬 2021. 1. 9. 07:02

 

[처칠, 김구, 윤석열처럼… “어흥!” 하는 공직자가 필요하다] 

[도처에 손 놓은 공무원들, 정부가 진공 상태 아닌가]

[대통령 아닌 국가에 충성하는 美 공직자들.. ]

[영혼을 판 관료들]

[영혼없는 공무원]

[바람보다 빨리 눕는,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입니다."]

 

 

 

처칠, 김구, 윤석열처럼… “어흥!” 하는 공직자가 필요하다

 

[서민의 문파타파] 소설 ‘영원한 유산’과 정은경

 

일러스트=안병현

 

“작전가로서의 처칠은 정말이지 형편없었다네! 정말이지 처칠 때문에 영국군은 여러 번 궤멸당했고....꼴 사나운 모습을 만방에 드러내고 말았어.”

 

소설가 심윤경이 쓴 ‘영원한 유산'의 주인공인 호주 외교관은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이 사실 장수로서는 무능하기 짝이 없고, 그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처칠이 승리의 상징으로 각인된 이유는 뭘까? 그 외교관은 말한다. “사실상 그가 할 줄 알았던 거의 유일한 것은 이것뿐이었네. 바로, ‘어흥!’이라고 하는 것이지.”

 

무슨 말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외교관은 백범 김구 선생을 예로 든다. 선생은 일본에 타격을 줄 군사력은 물론이고 외교적 교섭력도 없었지만, 처칠처럼 ‘어흥’이라고 말할 수 있었기에 조선 민중이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처칠이나 김구가 너무 오래전 인물이라 현실감이 없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자. 2019년 7월 검찰총장이 된 윤석열은 조국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의 비리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정권의 탄압을 받기 시작한다. 정권 측은 윤 총장의 장모와 아내 등 가족을 괴롭혔으며, 그와 함께 조국을 수사했던 검사를 죄다 좌천시켜 버린다. 웬만한 독재 정권이라면 이 정도 하고 말았겠지만, 문재인 정권의 집요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들은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권언 유착으로 엮으려 했고, 순전히 모욕을 가할 목적으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윤석열이 계속 버티자 그들은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명령을 내렸고, 얼마 전에는 자기들끼리 징계 위원회를 구성해 정직 2개월 징계를 먹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윤 총장은 지난 1년여 동안 대통령을 등에 업은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을 뿐, 현 정권에 이렇다 할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

 

다시금 ‘영원한 유산'을 인용한다. “요컨대 그(김구)는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목숨을 부지한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네. 그러나 그의 살아남음이 실로 한국 민족이 굴하지 않는 기백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지 않았는가? 그가 죽었거나 변절했다면 조선 민중은 무엇을 표상으로 삼아 자부심을 느꼈겠는가? 그는 처칠과 마찬가지로 ‘어흥’이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네.”

 

일방적 폭력을 당하던 1년여 동안 윤 총장은 사표를 던지지 않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수십 번 사표를 던졌겠지만, 윤 총장은 그 굴욕을 온몸으로 견뎌냈다. 국감에 끌려나가 곧 장관이 될 박범계에게 “똑바로 앉으라”는 말을 듣고, 김남국 같은 이한테는 “공부 하나도 안 해왔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윤 총장은 참고 또 참았다. 왜? 자신이 그만두는 것이야말로 저들이 원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인내는 현 정권이 얼마나 사악한 존재인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 줬다. 조선 사람들이 김구를 보면서 독립에 대한 희망을 가진 것처럼, 지금 국민은 윤석열을 보면서 언젠가는 정의가 구현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대선 출마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윤석열이 현재 지지도 1위의 유력 대권 후보가 된 것도 다 그 덕분이다.

 

한 나라의 고위 공직자는 처칠과 김구, 그리고 윤석열처럼 ‘어흥’ 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권력이 시킨다 해도, 자신이 판단할 때 그 지시가 부당하다면 거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질병관리청장인 정은경의 행보는 매우 아쉽다. 한때 정은경 청장은 우리 국민의 영웅이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코로나19로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질 때,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코로나를 잘 막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늘 초췌한 모습으로 TV에 나와 확진자 숫자를 발표하는 그의 모습에서 국민은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그녀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심지어 2022년 대선 후보로 정은경을 거론하는 사람마저 있었다.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해서, 지금 그녀를 보면서 안쓰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방역을 정치화할 때마다 정은경은 침묵했으니까. 11월 중순, 코로나 확진자가 300명 이상씩 발생한 적이 있다. 이보다 10여 일 전에 있었던 민노총 집회를 확산 원인으로 지목하는 게 맞지만, 서울시 방역통제관 박유미가 한 말은 다소 황당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주관한 8.15 집회가 코로나 재확산의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정은경이 나서서 “그건 너무 나갔다”고 한마디 해주면 좋으련만, 그녀는 그러는 대신 언제나처럼 확진자 수만 읊었다. 둘째, 11월 중순 이후 감염병 전문가들은 1~2주 후면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이 넘는다고 경고하면서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병상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따르지 않았다. 이쯤 되면 정은경이 나서서 선제적 방역을 주문해야 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도 정부는 3단계를 시행하는 대신 ‘3단계보다 더 강력한 2.5단계’ 같은 말장난을 하고 있지만, 정은경은 이에 대해선 침묵한다.

 

하나만 더 예를 들자. 지난 9월 11일,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청이 있는 오송으로 가 정은경에게 청장 임명장을 줬다. 대통령이 차관급 인사에게 직접 임명장을 주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청와대로 부르는 대신 현장으로 직접 가는 일은 처음이었다. 아마도 대통령은 당시만 해도 인기가 있던 청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퍼포먼스를 통해 지지율을 올리고 싶었던 것 같다. 정은경이 정말 방역을 생각했다면, 임명장 같은 건 비대면으로 달라고 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하지 않았고, 질병관리청 직원 수백 명이 모인 자리에서 임명장을 받는다. 임명장을 받는 순간 정은경은 행복했을까. 그건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정은경은 윤석열과 달리 ‘어흥!’ 하는 공직자가 아니었고, 이는 자신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방역에 해를 끼쳤다고.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저자, 조선일보(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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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손 놓은 공무원들, 정부가 진공 상태 아닌가

 

7일 오전 서울시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 도로에서 출근길 차량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최근 도대체 중앙정부, 지방정부란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 묻게 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 나라 공무원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서울시는 대설과 한파 늑장 대처로 시민들이 며칠 동안 교통 대란을 겪게 했다. 기상청이 일찌감치 “눈 예보를 확대했으니 제설을 대비하라”고 알렸는데도 서울시는 6시간 이상 지나서야 2단계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그때는 이미 일부 지역에 폭설이 내리고 퇴근 차량이 쏟아져 나와 제설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서울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기상청 예보가 부정확했다며 남 탓을 했다. 서울시는 사전에 시민들에게 폭설 대비 안내도 하지 않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자살하거나 물러났다. 그들 휘하의 조직이 건강했겠나. 서울시장이 없는 지금도 산하 교통방송은 폭설 교통 안내가 아니라 예능이나 정치 선전을 하고 있다.

 

서울 동부구치소는 바이러스 전파 초기에 방심한 데다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이후 대응도 엉터리로 해서 수용자 절반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사태를 야기했다. 첫 감염자가 나올 때까지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고, 밀접 접촉자와 일반 수용자를 구분하지 않고 강당에 모아놓거나 운동장·목욕탕을 같이 쓰게 해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 법무부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공직자가 수백 명에 이를 텐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련해서도 데모를 하면 그 직종을 빼주는 등 정부 스스로가 신뢰를 허물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이 코로나 백신 구매 경쟁을 벌이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백신 구매에 나서지 않다가 국민이 다른 나라 접종 속도전을 바라만 보게 만들었다. 담당 공무원들이 감사원에 백신 도입 관련 문의를 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동안 손 놓고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는 한 달 전에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 가능성’을 보고받았는데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유조선이 나포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란이 통상적이지 않은 경고 신호를 계속 발신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국민은 나라를 잘 관리해달라고 막대한 세금을 내 공무원들에게 급여와 연금을 주고 있다. 현 정권 출범 후 공무원을 연평균 3만명 가까이, 합쳐서 무려 9만명이나 늘렸다. 공무원 시험을 치를 때마다 젊은이들이 구름처럼 몰려 수십 대 일,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처우와 복지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 공복의 자세는 고사하고 일상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 지침에 따라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정부 혁신의 하나로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런데 정권 초기부터 적극 행정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지난 정부 전체를 적폐로 몰면서 공무원에게 인사 등 불이익을 주면서 공무원 복지부동이 시작된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등 무리하고 왜곡된 정책 강요도 공무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렸다. 대통령 이하 정권 핵심들이 내년 4월 보선 등 오로지 선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사실을 공무원들이 다 알고 있기도 하다. 힘 들일 필요 없이 수십 조원씩 빚내 돈을 뿌리는 정책이 거듭되면서 방만하고 나태한 정서가 정부에 만연하고 있다.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방만한 정부와 공무원 사회의 해이가 어떤 문제를 부를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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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닌 국가에 충성하는 美 공직자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에 육군 중령이 출석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파견 근무 중인 빈드먼 중령은 군 정복을 입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국익과 안보를 해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통화를 직접 청취했던 빈드먼 중령은 앞서 NSC 상급자에게 통화의 심각성을 두 차례나 보고했었다고 한다.

우리 현실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선거 득표용 '김정은 쇼'에만 목을 매는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국익을 해치고 나라의 안위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전문가가 아니라도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 군 관계자들이 직을 걸고 그런 소신을 밝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군 최고 관계자가 "6·25가 북의 전쟁범죄냐" 질문에 눈치를 보며 답을 못 하거나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이해할 부분이 있다"는 이적(利敵) 행위와 같은 답변을 하는 장면들만 목격했을 뿐이다.

북핵이 폐기는커녕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 우리 군이 이를 막을 수 있나. 그런데 어떻게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나. 미군 없이는 북핵 미사일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요격도 못 하는데 어떻게 전쟁 지휘를 하나. 무슨 수단으로 북핵으로부터 국민을 지킨다는 건가. 그런데도 이렇게 직언하는 군인이 단 한 사람 없다. 군복만 입었지 군인이 아니다.
 

 

군인이 진급에 목을 걸고, 군 인사권이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빈드먼 중령은 의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백악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가 휘장을 단 남색 정복 차림으로 의회 소환에 응한 것은 "내가 충성하는 대상은 트럼프라는 개인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지금 한국 군인들은 누구에게 충성하고 있나.

빈드먼 중령뿐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현직 관료들이 야당이 주도하는 탄핵 조사에서 줄줄이 소신 증언에 나서고 있다. 주러시아 대사로 지명된 국무부 부장관은 인사 청문회에서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가 우크라이나 압박에 관여했다면서 대통령이 자기 직위를 이용해 정적(政敵)에 대한 수사를 외국에 요청하는 것은 "미국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35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인 현 국무장관의 최측근 참모는 백악관이 청문회 증언을 막으려 하자 사표를 내고 의회에 출석했다.

이런 정통 군·관료들 덕분에 공적(公的) 가치에 대한 이해가 없는 트럼프의 즉흥적인 국정 운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시스템이 그나마 버티는 것이다. 우리 경제·산업 정책 관료들은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 엉터리 근거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스스로 내다 버리는 탈(脫)원전 자해에 대해 직언 비슷한 것을 꺼내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자리 하나 얻고 승진하겠다고 궤변으로 감싸고돌기 바쁘다. 나라 경제가 타격을 받고, 국민 부담이 늘어나고, 자신의 관료적 양심이 파탄 나도 제 자리 보전만 하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런 대한민국 군·관료 덕분에 5년 왔다 가는 정권의 임기 절반도 안 돼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꼴을 보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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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판 관료들

 

"경제 발전의 주역을 맡아야 할 386 세대가 대학 시절 (데모하느라) 경제 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청와대 386들이 발끈했다. 온갖 비난과 인신 공격을 당했지만 이 부총리는 멈추지 않았다. "과거에 매달리는 정책에만 온 나라가 빠져 있다. 뒷다리만 잡아서 시장경제가 되겠느냐." 대한민국의 경제 기적은 경제 관료들의 헌신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 앞에서도 소신을 펴는 경제 관료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박물관 유물(遺物) 같은 한국 관료의 전통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했다. 승진시켜주고 좋은 자리 보내주는 인사권자 앞에서 관료가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요즘 한국 관료들은 영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판 것 같다. 정권의 총대를 메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영합한다. 물론 보상을 기대할 것이다.

 

▶야당의 경제 비전 '민부론'을 공격하는 여당 문건을 작성한 곳이 기획재정부로 확인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시해 민부론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이 내용이 민주당에 전달됐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관료들이 여당 당원 역할을 했다. 대통령이 우리 경제에 엉뚱한 말을 쏟아내 조롱거리가 되는데도 누구 하나 직언하는 관료가 없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 위기론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다른 의도를 가진 발언"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것을 아첨이라고 한다. 탈원전 같은 국가 자해 정책에 직을 걸고 고언하는 공무원도 단 한 명 없다.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정권의 하수인들이다.

▶과거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료들은 '노 맨(No Man)'으로 유명했다. 예산실장 만나기가 대통령 다음으로 힘들다고 했다. 그런 불평을 예산 관료들은 국민 세금을 지키는 명예로 여겼다. 예전 같으면 소득 주도 성장, 세금 주도 성장 같은 황당한 정책에 기재부 실무자들이 반발했을 것이다. 국민 세금 지키려고 억척같던 예산실 전통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정권 코드에 맞춰 입장 바꾸는 공무원을 두고 관료들 사이에서는 "개종했다"고 한다. 종교를 바꾸는 것이다. 머리가 좋으니 쉽게 논리도 만든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엘리트 관료들이 사석에서 "다음엔 좌파 정권이 들어설 테니 미리 줄 잘 서야 한다"고 했다. 정치 예측력도 정치인 뺨친다. 바람이 불기도 전에 드러눕는 풀잎이다. 선배들이 이룩한 대한민국을 이들이 해칠 것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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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판 사람들

 

2009년 6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낸시 레이건 여사의 팔짱을 끼고 백악관으로 들어왔다. 오바마는 연설대에서 "역경의 시대에 레이건의 낙천적인 가치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위원회' 설치안에 오바마가 서명하는 자리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여사님, 서명합니다"라고 하자, 87세의 낸시 여사는 "오케이"라고 활기차게 화답했다. 2년 뒤 레이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우표 발행 등 풍성한 행사가 잇달았다. 레이건은 공화당, 오바마는 민주당이다.

▶미 우정공사(USPS)는 올 5월 케네디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시대지만 민주당 대통령인 케네디 100주년 기념행사는 에어쇼·기념식·전시회 등 다채롭게 열렸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국민들은 케네디의 젊음과 희망을 떠나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1974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탄생 100주년을 전후해서는 전 세계 100여 나라에서 우표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덩샤오핑 전 주석, 저우언라이 전 총리, 류샤오치 전 주석 등 여러 정치인의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만들었다. 2013년에는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 전 부총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우표가 나왔다. 다양한 행사도 열렸다. 그들이 모두 공(功)만 있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와 사회를 통합해 가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엊그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취소했다. 우표발행심의위원회가 작년 5월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심의위원 17명 중 16명이 작년과 올해 같은 사람이다. 우본은 '반대 여론이 커졌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반대는 작년에도 있었다. 게다가 작년엔 참석자 만장일치였다. '영혼을 어디다 팔아먹었느냐'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우정사업본부는 2008년 윤봉길 의사 탄생 100주년, 2016년 화가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2015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탄생 100주년 때는 '현대 한국 경제인' 기념우표를 만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 업적은 움직일 수 없다. 우표 한 장 발행하는 데도 내 편 네 편을 따지는 편협함이야말로 수백년 내려온 적폐 중 적폐다. 7년 후 김대중 전 대통령, 10년 후 김영삼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때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정녹용 논설위원, 조선일보(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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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보다 빨리 눕는,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입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초 감사원의 내부 보고서가 논란을 불렀다. 혁신도시 사업 효과가 뻥튀기됐다는 골자였다. 혁신도시는 노무현 정부의 대표 사업이었다. 야당과 친노 그룹은 "표적 감사"라며 반발했다. 이들이 더 분노한 것은 당시 감사원장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었다. 원장은 노무현 정부가 임명한 사람이었다. '옛 주군(主君)을 칼로 찔렀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무렵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 부쩍 오르내렸다. 국정홍보처의 변신이 특히 화제였다. 노무현 정부 때 정권 홍위병 노릇 하던 홍보처가 180도 달라졌다. 노 대통령이 아직 청와대에 있는데도 국정 브리핑 등에서 당선자 일정만 홍보했다.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집중 공격 당하던 홍보처의 한 간부는 그 유명한 코멘트를 날렸다.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입니다." 

 

▶이 말은 원래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했다. 베버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전문성을 강조한 것인데 한국에선 자리 보전을 위해 정권 따라 소신 파는 걸 밥 먹듯 하는 공무원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변신 1'인천공항공사 사장이었다.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방문한 문 대통령 앞에 그는 화끈한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비정규직 1만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는 로봇을 도입해 인력을 절감하겠다고 큰소리쳤었다. 

 

▶엊그제 기획재정부 2차관이 성과연봉제 폐기를 발표했다. 그는 동서발전 사장 시절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장서 노동계에서 임명 철회 요구를 받을 정도였다. 웃지 못할 풍경들이 공직사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살수차 예산을 늘리려던 경찰은 집회 현장에 살수차를 보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은 농민 백남기씨 사망 원인을 외인사(外因死)로 바꿨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와 누리 과정 정책을 뒤집었다. 

 

세상의 모든 공직자가 영혼 없는 것은 아니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 미국 법무장관은 대통령의 특검 해임 지시를 거부하며 사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내리자 항명한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 사례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 새 정권의 철학에 맞춰야 하는 공무원의 처지를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군기 반장으로 나서 '반성문'까지 강요하는 마당이다. 그렇다 해도 오로지 자리를 위해서 어제까지 했던 말과 정책을 같은 입으로 뒤집어야 하는 공무원들 처지가 씁쓸하다. 풀의 생명력을 노래한 김수영의 시 가운데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박정훈 논설위원, 조선일보(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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