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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뺨치는 막장의 정치] [高宗 허세 생각나는 文의 6조 경항모 쇼]

뚝섬 2021. 1. 7. 06:30

 

‘펜트하우스’ 뺨치는 막장의 정치

 

권선징악 없어진 K막장 드라마.. 정치에서도 事必歸正 없어지면 어쩌나
사이코는 “진실은 우리가 만든다”.. 사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다

 

성공한 ‘막장 드라마’에는 공식이 있다. 첫째, 음모 배신 살인 불륜 같은 악행과 복수. 착한 주인공과 악당이 선명하게 대립돼 욕을 하면서도 안 볼 수 없게 된다. 둘째, 출생의 비밀 등 복잡한 관계. 왜 막장이 될 수밖에 없는지 합리화하면서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낸다. 셋째, 권선징악의 결말. 그럼에도 정의(正義)는 살아있음을 알려 희망을 갖고 현실을 살게 해주는 거다.

5일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과거의 공식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진보적이다. 부동산 문제로 국민 분노가 들끓는 지금, 100층짜리 호화 아파트의 비극은 “모두 다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던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반듯하고 선해 보이는 겉모습에 속지 말라는 새해 교훈도 짜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이 K막장 드라마는 인과응보가 없어 묘하게 시사적이다. 예전 막장극에선 악한도 결국 잘못을 뉘우치거나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어 손발이 오글거리는 감동을 주었다. 과거엔 정권 비리가 드러나면 대통령들이 국민 앞에 사과를 했던 것이다. 검찰이 대통령 무서워 대충 수사를 덮으면 야당에서 들고일어나 특별검사를 사실상 지명했고, 대통령의 인사권에서 자유로운 특검은 살아있는 권력을 추상같이 단죄했다. 검찰총장을 찍어내거나 헌법에도 없는 수사기구를 만들진 않았다는 얘기다.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블루하우스와 겹쳐 보인 건 “진실은 우리가 만든다”는 남자주인공 주단태 때문이다. 겉보기엔 완벽을 추구하는 신사지만 결코 잘못을 인정 않는 사이코패스다. “쟤 하나 때문에 우리가 똥물을 뒤집어쓸 수 없다”며 더 큰 죄로 악행을 덮는 모습은 섬뜩할 정도다. 그가 욕망의 화신 같은 팜 파탈 천서진과 다시 펜트하우스를 차지하고 파티를 여는 결말은 불길하기까지 하다.

 

드루킹 대선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생의 비밀일 수 있다. 이 사건의 김경수 경남지사는 작년 2심에서 대선 여론 조작 혐의가 유죄로 판단돼 징역 2년이 선고됐음에도 대법원 무죄 판결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의 원톱 최측근인 그로선 진실도 자신들이 만든다고 믿고 싶을지 모른다.

 

블루하우스가 윤석열 검찰총장 하나 때문에 ×물을 뒤집어쓸 수는 없다며 법무부 장관 추미애를 앞세워 벌인 일들은 모조리 실패했다. 건전한 상식으로, 법관의 양심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사법부 덕분이다. 그러나 추미애 못지않은 강성 친문 의원 박범계가 후임으로 내정돼 2020년 뺨치는 막장 혈투가 우려될 판이다.

K막장 드라마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 거듭되면서 충격의 강도가 갈수록 커지는 자극의 역치(閾値)가 발생한다. 문재인 정권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 일으킴으로써 대통령비서실장이 멀쩡한 국민을 ‘살인자’라고 소리쳐도 놀라지도, 분노하지도 않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러나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내 집을 놓고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면 소 같은 국민도 못 참는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사이코패스나 다름없다. 부동산 안정을 목표로 24번이나 규제 정책을 내놓고도 성과가 안 났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방향을 바꿔야 옳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회견에서 “급격한 가격 상승이 원상회복될 때까지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며 일로매진을 강조하는 놀라운 모습이었다.

 

국민의 자유와 소유를 규제한 결과 지난해 집값은 9년 만에, 전셋값은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실패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대신 그보다 더한 규제론자 변창흠을 앉힌 것도 정상으로 봐주기 어렵다. 작년 서울 집값이 2.67% 상승했다는 한국부동산원 조사가 미심쩍긴 해도 작년 1∼9월 7.4% 오른 독일이나 5.4% 오른 영국, 4% 오른 미국 10개 도시보다는 훨씬 적게 올랐다. 그 선진국들이 내놓는 ‘공급확대, 규제완화’ 대책은 쏙 빼고 엉뚱한 정책만 내놓는 것이 막장 부동산 정치다.

막장 드라마는 그나마 현실이 아니어서 즐기면 그만이다. 살아있는 국민을 놓고 벌이는 막장 정치는 국민 심성을, 나라 근간을 피폐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처럼 막장 미드를 연출했던 미국이 마침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선출해 정상(正常)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우리에게도 선거가 있다는 희망으로 2021년을 버틸 일이다. 마스크 단단히 끼고.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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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宗 허세 생각나는 文의 6조 경항모 쇼

 

쇼통령, 쇼정권이라지만 6조~10조원 들여 필요도 없고 군 전력 해치는 경항모 쇼까지 할 줄은 몰랐다

 

고종이 1903년 3400t급 군함을 해외서 구입했다는 의외의 사실을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 글에서 읽었다. 함선은 80mm포 4문으로 무장했다. 지금 한국의 해군 차기 호위함이 2800t급에 길이가 122m에 달하니 3400t급이면 상당한 규모의 군함이다. 당시 조선은 세계 최빈국이었다. 말이 나라지 이미 붕괴한 상태였다. 해군은 물론이고 육군조차 유명무실했다. 그런 처지에 왜, 무슨 돈으로 운용하려고 3400t급 군함을 구입했을까. 답은 당시 국방장관의 상소에 있다.

 

국방장관은 고종에게 “대한제국은 3면이 바다인데 군함 한 척이 없어 이웃 나라에 수치스럽다”고 했다. 군 작전상 필요에 대한 언급은 없고 ‘부끄러워서’ 군함을 사자고 했다. 그해 4월에 이 군함이 제물포항에 들어왔다. 양무(揚武)호다. 그런데 양무호는 단 한 번도 군 작전에 투입된 적이 없다. 항해 자체가 없었다. 애초에 작전용이 아니라 과시용이었다. 첫 번째이자 아마도 유일했을 임무는 고종 즉위 40년 경축 예포 발사였다고 한다. 그나마 발사하지도 못했다. 알고 보니 적당히 수리한 고물선이었다. 여기에 한 해 국방 예산 4분의 1을 탕진했다. 관리비와 이자도 내지 못했다. 고종은 군복까지 외국에서 수입했다. 그에게 군은 허세 부리는 과시용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쇼의 도구였다.

 

완쪽 사진은 의전 행사용으로 전락한 태국의 경항모. 오른쪽은 한국 해군 대형 상륙함 독도함.

 

문재인 정부가 함재기 10여 대인 경(輕)항공모함을 도입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반대로 주춤하는 듯하더니 결국 경항모 사업을 군 중기 계획에 기어이 포함했다. 국민 세금이 6조원대나 드는 사업이다. 실제로는 10조원이 넘을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고종의 양무호가 떠오른 것은 이 경항모의 군 작전상 소요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은 기본적으로 광대한 해역의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력이다. 미국 영국 구(舊)일본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바다가 넓고 해외 영토를 가졌던 나라들에 필요했다. 최근 중국이 이에 가세하고 있고 일본도 항모 재건에 나섰다. 중국은 해안선 길이만 1만km에 이르고 일본은 EEZ(배타적 경제 수역)가 우리 8배가 넘는다. 규슈에서 태평양 미나미도리시마까지 1800km에 달한다. 우리는 지켜야 할 바다가 넓지 않다. 육상 기지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이 동, 서, 남해 EEZ 어디든 빠르게 도달한다. 공중 급유기 도입으로 독도, 이어도도 충분한 작전 범위 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자체가 항공모함이다.

 

정부는 경항모로 동남아 해상 교통로를 보호한다고 한다. 해상 교통로 보호는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 전체의 과제다. 믈라카(옛 말라카) 해협과 같은 해상 교통로를 가로막는다면 전 세계에 대한 선전포고인데 지금 그럴 나라가 어디에 있나. 경항모 한 척으로 해상 교통로를 지킨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항모는 스스로를 지킬 수 없어 구축함 잠수함 등과 전단을 이뤄야 한다. 별도 조기경보기도 필요하다. 북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도 바쁜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나. 무엇을 하겠다고 이 막대한 돈을 퍼붓는다는 건가.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우리 공군 기지를 파괴할 경우에 대비한다고 한다. 우리 공군력의 95%가 육상에 있다. 전투기 10여 대를 탑재하는 경항모 전력은 5%도 안 된다. 경항모에 쓸 6조원이면 전력의 거의 전부가 있는 공군 기지 방어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사거리가 수백km에 달하는 초음속,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 개발도 빨라지고 있다. 만약 중·일의 항모가 우리 영해를 위협한다면 곧 개발할 우리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중·일은 이미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경항모는 작전상 이득은 작고 위험은 매우 큰 6조짜리 대형 표적이다.

 

더 황당한 것은 경항모용 F-35B 전투기를 구입한다며 기존 F-35A 전투기 구입을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수직 이착륙기인 F-35B는 값이 F-35A보다 무려 50%나 비싸지만 성능은 더 떨어진다. 북한 지하 벙커를 파괴할 1t급 대형 폭탄은 실을 수도 없다. 작전 반경도 훨씬 짧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으로 F-35A인데 경항모 도입한다고 이 핵심 전략 무기 구입을 미룬다는 것이다. 미루다 흐지부지될 것이다. 김정은이 가장 좋아할 소식이다.

 

경항모 도입 발표는 일본이 헬기 항모를 F-35B 탑재 경항모로 개조한다고 공개한 이후에 나왔다. 비전문적이고 유치한 경쟁 심리라고 생각한다. 고종 시절에 비유한다면 ‘일본에 비해 폼이 안 난다’는 것 아닌가. 실질 작전용인가 허세용인가. 태국이 허세용 항모를 도입했다가 왕실 의전용으로 쓰고 있다. 경항모급 크기인 독도함은 이미 아시아 최대 ‘행사용’ 함정이라고 불린다. 항해 일수보다 항구 정박 일수가 훨씬 길다. 이런 배가 또 하나 늘게 됐다. 그래도 예산 6조원을 따게 된 해군은 좋아하고, 반대해야 할 공군은 문 대통령 눈치를 보고 있다. 쇼통령, 쇼정권이라고 했지만 6조~10조원을 들여 필요도 없고 군 전력을 해치는 경항모 쇼를 할 줄은 몰랐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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