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마”] [그래도 “우리 이니 잘한다”는 철벽 40%에게]

뚝섬 2021. 1. 11. 06:16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마”

 

‘秋 재신임’ 靑 청원 41만명 넘어
과거 문파식 무조건적 지지 아냐
朴·MB 사면도 親文 반대가 장애물
대통령도 ‘퇴임 이후’ 생각할 시간
文도 문파도 멈출 때가 됐다

 

글의 서두로 시작하기엔 불편한 이름이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재신임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청원인데, 참여 인원이 41만 명을 넘는다. 청원이 처음 올라간 날은 지난해 12월 17일. 청와대가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한 다음 날이다.

당시 발표된 문 대통령의 워딩은 이렇다. “추 장관 본인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말로는 ‘본인의 사의 표명’이라고 했지만 당시 정황을 종합하면 검찰개혁, 아니 검찰장악을 위해 칼춤을 추게 했던 추미애의 존재가 마침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고 느낀 여권 핵심부가 경질한 것에 가깝다. 청와대는 밝히지 않아도 될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하고, 문 대통령은 ‘마지막’이란 단어를 붙여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대통령의 의중에 반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수십만 명의 친문세력이 동의 버튼을 누른 것이다. 청와대 토론방에는 추 장관을 내친 대통령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지지자들의 글도 올라왔다. 과거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던 문빠(이하 ‘문파’로 순화)식 무조건적 지지가 아닌 것이다.

비슷한 일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논란에서도 벌어졌다. 사면론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했지만, 대통령과의 교감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게 정치적 상식이다. 이 대표 측은 ‘독자 행동’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낙연은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박근혜·MB 사면론 같은 메가톤급 폭탄을 던질 정도로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면론은 문파 내부에서 강한 역풍을 불렀고, 결국 ‘당사자의 사과’ 같은 불가능한 조건이 붙거나 선별 사면론이 나올 정도로 옹색해졌다.

 

사면권자인 대통령으로선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자신의 임기 전후 감방에 간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적어도 ‘박근혜 사면’만이라도 퇴임 전에 털고 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퇴임 이후에도 두 전직 모두 감옥에 있는 한 문 대통령도 편히 발을 뻗고 자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면에 대해선 아직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언명(言明)한 대로 ‘진영 바깥’의 비판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지만, ‘진영 내부의 비판에는 굉장히 아파하고 귀를 기울인다’. 결국 친문 진영의 사면 반대가 문 대통령이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된 셈이다.

바로 이런 현상들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의 또 다른 징표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던 문파들마저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는 마’라고 변하는 것. 이는 팬덤 정치를 조장해온 문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문파의 스타 문재인이 도리어 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시간이 오고 있다.

소위 대깨문(대××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사람들은 ‘문 대통령과 끝까지 간다’고 외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연예계 스타에겐 임기가 없으나 대통령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14개월밖에 남지 않은 지금, 문 대통령도 ‘퇴임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적폐청산이니,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의 검찰장악)이니 칼바람을 일으켜 수많은 ‘적’을 양산(量産)하는 게 부담스러운 때가 됐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8일 “새해는 통합의 해”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통합”이라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취임식부터 말로는 ‘통합’을 외치고도 역대 최악의 분열로 치달은 대통령이지만, 이번에 말한 ‘마음의 통합’은 다르게 들렸다. 문제는 대통령이 박근혜 사면 같은 임기 말 통합 행보를 보일 경우 문파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누구나 좋아하는 정치인이 있을 수 있고, 지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문파의 관계는 건강한 정치적 지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문 대통령을 절대 선(善)으로 보고, 문재인과 그 주변에 신성불가침 영역의 울타리를 세운 뒤 누군가 그 영역을 침범하면 떼로 몰려가 응징하는 극성 팬덤. 그 위험한 팬덤을 자제시키기는커녕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용해온 대통령이 ‘너무 멀리 나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은 이미 늦은 때일 것이다. 문 대통령도 문파도 멈출 때가 됐다.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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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이니 잘한다”는 철벽 40%에게

 

40% 철벽 지지층만이 정권의 무한폭주에 제동 걸 힘이 있다
아무리 ‘우리 이니’를 사랑하는 지지자라도 나라 거덜 나는 꼴은 바라진 않을 것이기에

 

리얼미터가 실시한 12월 1주 차 집계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6.4%포인트 내린 37.4%였다. 하락은 했지만 여전히 40% 내외의 지지율을 이어갔다. /뉴시스

 

문재인 정권이 이토록 막무가내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40% 내외의 철벽 지지층을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법을 무시하고 폭주해도 국정 지지율은 40%의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다. 법치를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흔들고 경제를 망가트리고 부동산을 망쳐도 40% 지지층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니 겁날 게 없다. 야권이 지리멸렬이니 40%만 있으면 어떤 선거도 이길 수 있다 생각할 것이다정권 재창출만 성공한다면 위법과 권력남용과 실정(失政)의 책임을 덮을 수 있다. 조폭 같은 무리수를 두어가며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는 것도 그런 계산이 서 있기 때문이다.

 

대깨문’으로 불리는 극단적 골수 지지층은 대략 수천 명 수준이라고 한다. 나머지 40%의 대부분은 저마다 합리적이고 다양한 지지 이유를 갖고 있을 것이다. 문정권이 촛불혁명의 후계자란 인식, 약자와 서민 편에 서줄 것이란 믿음, 불공정·불평등을 개선해줄 것이란 기대감 등등이 있을 수 있다. ‘노무현의 비극’에 미안함을 가진 이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야당에 대한 비호감이 정권 지지로 반사돼 나타났을 수도 있다. 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이유들이다. 문 정권을 떠받치는 국민 40%의 판단과 정치적 선호를 존중한다.

 

그런데 ‘철벽 40%’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말이 있다. 문 정권이 벌이는 이 기막힌 국정 파괴극의 실상을 알고는 있는가. 온 나라를 ‘한번도 경험 못한’ 꼴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지한다는 건가. ‘우리 편’ 의식, 진영 편향에 빠져 정권의 잘못에 애써 눈감는 것은 아닌가. 우리 이니’만 지킬 수 있다면 나라가 거덜 나도 괜찮다는 건가.

 

문 정권이 이렇게까지 윤석열 제거에 혈안이 된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칼날이 대통령에까지 들이닥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울산 선거 개입 사건을 파헤치며 권력 심장부를 겨누자 추미애를 법무장관으로 보내 검찰 장악에 돌입했다. 대통령이 연루된 원전 수사가 본격화되자 검찰총장 직무 정지라는 초유의 암수(暗數)까지 강행했다. 그 과정은 온통 불법과 위법으로 얼룩져 있다. 검찰 개혁’으로 포장했지만 권력 비리를 덮으려는 정치 공작에 다름 아니다아무리 우리 편 정권이라도 범죄 은폐까지 지지한단 말인가.

 

문 정권은 못사는 사람을 더 못살게 하는 정책을 추진한 역대 최초의 정권이다. ‘소득 주도’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저소득층 일자리를 빼앗고 빈곤층 소득을 줄였다. 정책 아닌 ‘부동산 정치’로 집 없는 청년·서민을 영원한 무주택의 감옥에 가두어 놓았다. 약자 편이라던 정권에서 소득 격차, 자산 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졌다. 잘못된 정책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수정·보완 없이 밀어붙였다. 무능이나 실수가 아니라 정책적 고의의 결과였다. 집값 하나만으로도 문 정권은 서민 편에 설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잘했다는 건가.

 

문 정권은 공정과 정의를 짓밟은 정권이다. 반칙과 특권의 화신과도 같은 조국을 정의 담당 장관에 임명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에 ‘기생’한 윤미향에게 의원 배지를 달아 주었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며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살라 하더니 자기들은 위장 전입하고 자녀 유학 보내며 특권 코스를 달렸다.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며 온 국민을 겁주더니 다주택은 기본이요, 재개발 재테크에다 딱지 투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문 정권은 역대 최고의 거짓말 정권이기도 하다. 취임식 연설부터 거짓말투성이였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더니 내 편만 챙기는 반쪽 대통령이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겠다더니 불통과 오만을 치달렸다. 권력을 나누겠다더니 제왕처럼 권력을 휘둘렀다. 분열·갈등을 끝내겠다더니 온갖 곳에서 편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는 일로 날밤을 새웠다. 이런 거짓말 위선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단 말인가.

 

행정부와 국회, 법원, 검찰까지 장악한 문 정권은 겁나는 것이 없다. 야당 견제에도, 언론 비판에도 눈조차 깜빡하지 않는다. 이 정권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것이 지지율이다. 지지층이 돌아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 어떤 꼴을 당할지 잘 알기 때문이다. 40%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순간 ‘문재인 독재’는 동력을 잃게 된다. 더 이상 오만과 불통의 통치를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철벽 40%’만이 문 정권을 정신 차리게 할 힘을 갖고 있다. 소수의 ‘대깨문’을 제외한 대부분은 합리적 판단을 하는 지지자라고 생각한다. 문 정권에 대한 사랑이 너무 큰 나머지 불편한 사실을 보려 하지 않을 뿐이다. 40%가 ‘묻지 마 지지’를 끝내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이 정권의 무한폭주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은 맹목적 지지가 아니라 감시의 채찍을 들 때다. 아무리 ‘우리 이니’를 사랑하더라도 나라가 엉망이 되는 것을 바라진 않을 것이기에.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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