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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크 투어'] [정치는 쇼다?]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

뚝섬 2025. 11. 19. 10:36

[국회 '다크 투어']

[정치는 쇼다?]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

 

 

 

국회 '다크 투어'

 

2008년 국회에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높이 7m, 무게 65톤의 대형 돌이 세워졌다. 개원 6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이었고, 이 돌에는 당시 국회의장과 사무총장 이름이 새겨졌다. 그러나 2억1000만원이 든 이 조형물은 모양 때문에 ‘남근석’으로 불렸고, 다음 국회의장은 “흉측하다”며 치우라고 했다. 이 돌은 지금 인적이 드문 곳에 흉물로 남아 있다.

 

▶2015년에도 국회에 8000만원을 들여 과일나무 조형물을 세웠다가 치웠다. 고추, 포도, 감자, 가지가 한데 어울린 모양처럼 정치도 어울리자는 취지라는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는 정권이 바뀌고 의장이 바뀔 때마다 새 조형물을 만들고 허물고 치운다. 국정감사 기간 상임위원장 딸 결혼식이 열렸던 한옥처럼 새 건물과 조형물은 누구의 업적으로 기록된다.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작년 12월 3일 계엄 이후 국회가 또 조형물을 추가하고 있다. 지난 77주년 제헌절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돌이 세워졌다. 뒷면에는 “국회가 계엄군을 막고 계엄을 해제시켰다”는 글을 새겼고, 밑에는 국회의 각종 자료를 넣고 100년 뒤에 개봉하겠다며 ‘타임캡슐’을 묻었다.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계엄 1주년을 앞두고 ‘국회 다크 투어’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다크 투어는 어두운 역사나 범죄 현장을 찾는 여행으로 역사의 교훈을 찾기 위한 것이다. 아우슈비츠, 체르노빌, 킬링필드 해골 전시관이 대표적이다. 국회 다크 투어의 기획자는 탁현민씨다. 그는 계엄군이 헬기에서 내린 장소, 의원들이 담을 넘은 곳, 유리창이 깨진 곳 등이 투어 코스로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우원식 의장이 넘었던 벽에 조형물을 만들면 훼손될 수 있다며 아예 헐어버리는 방식으로 기억하겠다고 했다. 내년부터 제헌절은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다. 18년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계엄 사태를 이유로 공휴일 재지정을 지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법 위반으로 파면됐고, 그에 대한 법적 책임도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권력은 헌법을 잘 지키고 있는가. 공무원 부역자를 가린다며 영장도 없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대법원을 손본다며 내란 재판부, 4심제, 판검사 처벌을 위한 ‘법 왜곡죄’ 등 각종 위헌적 법률을 추진하고 있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들을 파면하고 강등시키려 한다. 모두 헌법 위반 문제가 제기된다. 계엄 1년에 진짜 필요한 건 누구나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다짐이어야 한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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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쇼다?

 

이회창·박근혜 선거 캠프에서 모두 일했던 사람이 둘의 당락이 왜 갈렸는지 설명했다. 유세 현장에서 이회창은 '대쪽'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어려워했다. 그 바람에 옆에 사람을 세우느라 애를 먹었다. 반대로 박근혜는 '비운의 드라마' 느낌을 줘 곁에 몰려드는 사람을 떼어 놓느라 진땀을 뺐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이회창은 호감 가는 대중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은 남아공의 만델라 전기 발간을 기획했다. 일흔여섯에 대통령에 당선된 만델라를 등장시켜 70대로 접어든 자신도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그림을 만들고 싶어했다. 김대중은 대선에서 이긴 직후 '행사 기획'을 전담하는 비서관을 새로 만들었다. 청와대에 마침내 'TV 쇼' 전담이 생긴 것이다. 사실 세계 주요국 대부분의 권부엔 쇼 전담이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TV 연출에 탁월한 참모 덕분에 재선까지 했다는 평가도 있다.

 

▶'문재인 청와대' 쇼 전담인 탁현민 행정관은 문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뭔가 화려하게 튀는 장면이 등장하면 '탁현민 작품'이라고들 했다. 대중 공연 기획사 출신답게 대통령 행사에 가수나 노래를 많이 등장시킨다. 어제 회견에서도 최근 지지율이 하락한 20대와 50대에 인기 있는 노래를 다섯 곡이나 틀었다. '어려움을 함께 넘어가자'는 등 선곡 이유를 담은 보도 자료까지 냈다.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붉은 카펫 계단을 배경으로 모두 연설을 한 뒤 영빈관으로 옮겨가 기자들과 문답한 것도 처음이다. TV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김정은도 아버지·할아버지와는 다르게 쇼를 매우 좋아한다. 중국을 찾은 김정은이 입은 옷과 모자는 66년 전 김일성이 방중(訪中)했을 때와 아주 똑같았다. 서구식 서재로 꾸민 방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는 쇼도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이다. 정치 쇼는 사람들의 '낭만' 심리를 겨냥한 것이다. 대중(大衆)은 복잡한 내용보다 TV 화면에 비친 이미지에 영향받는다. 

 

▶아무리 쇼가 중요해도 실질을 앞설 수는 없다. 문 대통령도 "이제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국민 눈총이 따갑다. 그래서인지 임기 초에 신선하게 보이던 탁현민 쇼에도 '역겹다'는 인터넷 댓글이 적잖다. 고용 참사와 특감반 문제, 신재민 전 사무관 폭로 같은 현안들은 쇼나 연기(演技)로 잠시 가릴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해소할 수는 없다. 

 

-최경운 논설위원, 조선일보(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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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과 함께 서울 마포구의 한 호프집을 찾았다. 경선 때 앙금을 씻고 회포를 풀자는 '호프 타임'이었다. 여성 비하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기획한 행사였다. 사회를 맡은 탁 행정관 요청에 따라 네 사람은 셔츠 소매를 걷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대선 승리를 다짐했다.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넥타이는 풀었지만 그 자리에 마이크를 달았고, 서로의 눈 대신 방송 카메라를 보며 건배사를 했다. 30여 분 행사가 끝난 후 일부 후보 측에서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 27~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는 장소만 마포 호프집에서 청와대로 바뀌었을 뿐 '보여주기식 소통'의 본질은 그대로인 느낌이다. 이번에도 탁 행정관이 기획한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양복 상의를 벗은 채 청와대 잔디밭에서 기업 총수들과 생맥주잔을 부딪쳤다. 방송에 출연한 유명 셰프가 섭외돼 현장에서 갖가지 안주를 만들었다. 청와대 측은 어떤 안주가 나왔고, 안주마다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상당한 공을 들여 설명했다.

카메라 앞에서 문 대통령은 맥주잔을 든 채 기업 총수들의 근황이나 스포츠 관련 가벼운 질문들을 던졌고, 총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화답했다.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기업들은 저마다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놓고 경쟁하듯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법인세 인상 대상으로 현 정권이 목표로 설정한 '초(
超) 대기업'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증세 논의는 없었다. 기업들이 민감해하는 최저임금 인상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권력과 자본의 속성상 기업 총수들이 먼저 문 대통령이 불편해할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드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가장 큰 경제 보복 피해를 본 신동빈 롯데 회장은 사드 이야기 대신 "정규직을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발전소 기기를 공급하는 박정원 두산 회장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번 간담회를 앞두고 "격식도, 시나리오도, 시간제한도 없다.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했었다.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기업 총수들과 증세나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끝장 토론'을 했다면 어땠을까. '최순실 사태'를 거친 문 대통령이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솔직하게 듣고 정경유착 문제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면 어땠을까. 양복 상의를 벗고 생맥주잔을 부딪치는 퍼포먼스가 없었어도 국민은 '이전 정부와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며 진짜 변화를 체감했을 것이다.
 

 

-박국희 정치부 기자, 조선일보(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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