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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 박물관] [한국 명절 선물이 된 미국 스팸]

뚝섬 2022. 9. 11. 05:45

[스팸 박물관]

[한국 명절 선물이 된 미국 스팸]

 

 

 

스팸 박물관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스팸박물관 내부의 한국관 전시. 미군이 주둔했던 우리나라에서 스팸은 도시락 반찬으로, 또 부대찌개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오스틴시에 호멜(Hormel)사가 있다. 각종 포장 식품을 세계 80여 국에 수출하는 대형 식품 기업이다. 경제 공황 시기였던 1927년, 창업자의 아들 제이 호멜이 독일인의 도움을 받아 돼지의 비선호 부위인 엉덩이와 어깨 살을 이용한 통조림 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1937년에 직사각형의 알루미늄 통에 진공 포장된 가공육 스팸(SPAM)을 출시했다. ‘(부패로부터) 정지 버튼이 눌러진 고기’라는 표현처럼 몇 년간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여 ‘신비로운 고기(Wonder Meat)’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 미네소타 주 오스틴 시의 스팸박물관(SPAM Museum).

 

실제로 미국인들 중에는 한 번도 스팸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건강한 음식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외면받은, 싸구려로 취급되는 식품이다. 스팸의 유행은 전쟁과 관련이 깊다. 간편한 군사 보급품이었던 까닭에 동맹국의 병사들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영국은 스팸을 2 대전의승전 음식으로 기억해서 지금도 (pub)에서 안주로 판매한다.

 

미군이 주둔했던 일본, 필리핀, 그리고 스팸을 넣은 김밥 ‘무수비(Musubi)’를 탄생시킨 하와이 등의 지역에서 보편화되었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1970년대 스팸이 진열되어있던 도깨비시장의 풍경은 이제 하나의 추억이 되었지만 여전히 도시락 반찬으로, 또 부대찌개의 재료로 인기가 높다. 이번 추석에도 스팸 선물 세트는 어김없이 높은 판매를 기록할 것이다.

 

하루에 10만개 이상이 생산되는 스팸과 다른 가공육 제품을 위해서 오스틴 인근 도축장에서는 하루 2만여 마리의 돼지를 잡는다. 이 작은 시내에 스팸 버거, 스팸 베네딕트, 스팸 피자, 스팸 브라우니 등 스팸이 포함된 메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열 군데가 넘는다. 그리고 불후의 베스트셀러를 기념하기 위해서 2001스팸 박물관(SPAM Museum)’ 세워졌다. 내부에는 제품 탄생의 역사, 가공 과정과 재료, 스팸 소비가 높은 나라들을 별도로 분류하여 그 역사와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전 국민이 스팸을 좋아하는 나라”라는 표현처럼 한국관도 전시의 한편을 차지, 유연석 배우가 출연한 광고가 상영되고 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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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절 선물이 된 미국 스팸

 

상온 보관 가능하고 부드러워 2차 대전 당시 군용 식량 지급
서양에선 '햄의 대용품' 푸대접
햄 몰랐던 동양에선 別味 인식… 부대찌개·밥반찬 등으로 안착

 

올 설 명절 가장 많이 받을 선물로 스팸(SPAM)을 꼽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스팸 선물 세트는 지난해 추석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불경기에다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실속형 선물 세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판매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스팸의 고향인 미국 사람들은 한국에서 스팸을 즐겨 먹을 뿐 아니라 명절에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로 긍정적 이미지를 가진 음식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미국에서 원치 않지만 계속해서 받게 되는 공해 같은 이메일이나 전화를 '스팸 메일' '스팸 전화'라고 부를 정도로 스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이처럼 좋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뭘까.

스팸은 1937년 미국 식품 제조 업체 호멜(Hormel)에서 개발했다. 한국에선 통조림 햄의 대명사로 여겨지지만, 스팸은 햄이 아니다. 서양에서 햄이란 명칭은 돼지 넓적다리(뒷다리)로 만든 육가공품에만 붙일 수 있다.

스팸의 주재료는 돼지 어깻살이다. 호멜사(社)는 미국과 서유럽에서 버려지던 이 값싼 부위에서 뼈를 발라내고 곱게 갈아서 소금과 물, 감자, 결합제(보존제), 설탕, 아질산나트륨 등을 섞어서 통조림 육가공품으로 만들었다.

호멜에서는 이 신제품이 햄과 비슷한 맛이지만 넓적다릿살로 만들지 않았기에 햄이라 이름 붙일 수 없었다. 호멜사는 100달러를 걸고 신제품 이름을 사내(社內) 공모에 붙였다. 여기서 호멜사 임원의 형제가 출품한 스팸이 채택됐다. '양념된 햄(spiced ham)' '남는 고기(spare meat)' '돼지 어깻살과 햄(shoulder of pork and ham)' '미국산 특수 가공육(specially processed American meat)' '특수 가공 미군육(specially processed army meat)' 등 여러 설(說)이 있지만 스팸이란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확실히 확인된 건 없다.

 

1939년 발발한 2차 세계대전은 스팸에 엄청난 행운이었다. 미국 국방부는 스팸을 군용 식량으로 지정한다. 당시 햄과 비슷한 육가공품 중 상온(常溫) 보관이 가능한 제품은 스팸이 유일했다. 칼로 썰어 먹어야 하는 햄과 달리 스팸은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는 장점도 있었다.

국방부는 1945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엄청난 양의 스팸을 납품받아 미군 병사들에게 지급했다. 스팸은 미군을 따라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한국뿐 아니라 하와이·괌·오키나와·필리핀 등 아시아와 영국 등 유럽 심지어 당시 연합군 동맹이던 소련에까지 지원됐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스팸을 "전시 별미(wartime delicacy)"로 추억했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는 "스팸이 없었다면 우리 군대를 먹일 수 없었다"고 고마워했다.

고기는커녕 먹을 음식조차 부족하던 시기를 한참 전에 벗어났음에도 한국에서 스팸은 간편하고 맛있는 밥반찬으로 자리 잡았다. 부대찌개는 물론이고 두툼하게 썬 스팸을 듬뿍 넣은 '스팸 김치찌개'를 최고의 소주 안주로 꼽는 주당(酒黨)도 많다.

하와이에서는 일본 오니기리(주먹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구운 스팸을 밥덩이에 얹고 김으로 감싼 '스팸 무스비'를 즐겨 먹는다. 오키나와에서는 전통 볶음 요리 '찬푸르'에, 필리핀에서는 샌드위치·오믈렛·수프 등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스팸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큰 사랑을 받게 된 반면 유럽에서는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사라지다시피 했다. 같은 전투식량 또는 구호물자로 소개됐지만 원래 햄을 먹던 서양에선 스팸이 '햄의 값싼 대용품'으로 여겨진 반면 햄을 몰랐던 동양에선 '미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별미 고기 요리'로 인식됐기에 이런 차이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짭조름하면서 고소한 맛이 쌀밥과 유난히 잘 어울리는 데다 젓가락으로 집어 먹기 알맞다는 점도 아시아의 스팸 사랑을 설명하는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

6·25 휴전 후 미군 주둔부터 따지면 65년, 1987년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것부터 따져도 한국인이 스팸을 먹은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이제 스팸을 한국인 식생활의 일부로 봐도 되지 않을까. 오늘 저녁 스팸 김치찌개나 얼큰하게 끓여 먹어야겠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조선일보(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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