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태영호]
[헌법 위에 김정은 심기 있나]
[탈북자 첫 지역구 출마]
[태영호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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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태영호
미래통합당 태구민 당선자가 국회에 등원할 때쯤이면 다시 '태영호 의원'이 될 것 같다. 그는 이미 법원에 개명 신청을 했고 5월 중 허락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한민국 주민등록 등록 당시 '1964년생 태구민'으로 일부러 생년과 이름을 바꿨던 그는 선거에서
주민등록상 이름을 써야 했다. 국회의원이 된 마당에 북한의 추적을 피하려는 가명은 쓸모없게 된 셈이다.
▶태씨가 서울 강남갑에서 출마해 당선되자 이를 조롱하는 게시물이 인터넷에 올라온다고 한다. 지하철
역삼역을 '력삼력'으로 바꿔 부르고 '강남구 재건축 때 새터민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짓게 해달라'는 요구가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북한도 태씨 당선이 못마땅한지 갑자기 "강남은 부패의 소굴"이라며 "최순실도 이곳에서 부화 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외신들은 태씨의 국회 입성을 전 세계에서 히트했던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해 '강남 스마일' '강남
스타일 민주주의'로 표현하며 긍정 평가하고 있다. BBC는 "태씨는 한국에서 조용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줄곧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고 3만3000여 탈북자를 대변해왔다"며 "이번 승리의 정치적 의미가 무엇이든, 목숨을 걸고 탈북한
사람들에게 희망적 신호를 준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로까지 다루며 "북한 주민이 정권에 맞서 일어선다면 태씨는 그들이 민주주의를 이해하게끔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태씨는 사실 '북한의 강남' 출신이다. 그는 중학교 때 이미 베이징에서 유학한 전형적 엘리트였다. 대외경제성에서
영어 통역을 했던 그의 아내는 북한 내 최고 특권층인 항일 빨치산 가문이다. 태씨 장인은 김일성정치대학
총장을 지냈다. 태씨는 책 '태영호의 서울 생활'에서 "평양의 SKY캐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를 음악 유치원에 보내고 피아노 가정교사를 붙였으며 영국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한 것도 아이들 교육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탈북한 뒤 총선에
출마해 4선 의원 출신 경쟁자를 누르고 탈북자 최초의 지역구 의원이 됐다.
▶북한은 태씨를 '밥버러지' '인간쓰레기'라고 부르며 미성년자 강간범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부유하고 교육열 높은 동네에서, 그것도 야당 후보로 출마해 주민
58%의 지지를 받았으니 북한 주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다. 태씨도 "이번 출마는 북한 엘리트들에게 '김정은에게 등을 돌리고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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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위에 김정은 심기 있나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은 12일 논평을 내고 "남북관계의
파국을 몰고 올 것으로 예견되는 이를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 공천하는 것이, 안보를 중시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한국당이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를 영입하며 서울 지역구에 공천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범여권 현역 의원이 공개 반발에 나선 것이다. 천 의원은 태 전 공사 영입에 대해 "남북 간의 역사적
합의에 대한 부정이자 북한에 대한 전면전 선포"라며 공천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민중당 역시 전날 "남북관계 발전을 바라는 국민을 우롱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반발은 태 전 공사를 보는 여권의 시각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태 전 공사의 행보 하나하나를 걸고 넘어졌다. 태 전 공사가 지난
2018년 국회에서 강연을 하자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 시국에 (태 전 공사를) 국회에 불러서 이런 걸 해야 하느냐"고 했다. 김경협 의원도
"태 전 공사가 기자회견하며 북한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내질렀다"고 했다. 이번 영입을 두고도 친문(親文) 성향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카페는 태 전 공사와 한국당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종북(從北) 몰이'하던 한국당이
진짜 '공산주의자'를 영입했다" "태영호가 간첩일 수도 있다"는 글이
다수였다. 태 전 공사가 범죄자라는 북한의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그대로 옮겨 나른 글도 많았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약 1년 동안 국정원
산하 싱크탱크에서 자문위원으로 근무하다 사퇴했다. 친문 네티즌 주장대로라면 문 대통령부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태 전 공사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천 의원 주장은 헌법 가치를 부정한 것이다.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상, 탈북민 역시 엄연한 우리 국민이다. 또 헌법은 제10조에서 행복추구권을, 25조에서 공무담임권을 국민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피선거권이
있는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8년 전 김일성대 출신 조명철 전 통일교육원장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전례도 있다. 법무부 장관 출신 5선
의원인 천 의원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태 전 공사 출마가 올바른 남북관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여권 주장처럼
장애가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건 유권자가 판단할 일이고, 태 전 공사 역시 지역구에 출마해 심판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북한에 대한 전면전' 운운하며 태 전 공사 출마 자체를 부정하는
이에겐 이렇게 반문(反問)할 수밖에 없겠다. 대한민국 헌법이 중요한가, 김정은 심기가 중요한가.
-윤형준 정치부 기자, 조선일보(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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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첫 지역구 출마
2010년 사망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생전에 '북 망명
정부'를 세워 이끌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다. 황 비서는
그때마다 "'망명 정부'라는 걸 만들면 북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며 "대한민국이
북 민주화 운동과 통일의 기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그럼 정치인이 돼서 북 민주화를 이끌어 달라"고
하자 "나는 철학 하는 사람이다. 언젠가 탈북자
중에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탈북자 출신 첫 의원은 2012년 나왔다. 조명철
전 김일성대 교원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다. 조 전 의원 이후 '정치 꿈'을 꾸던 탈북자가 여럿 있었다.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출마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 벽이
높았다. 한 탈북자는 "지역구에 나가려면 혈연·지연·학연
중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며 "정치적으로
뿌리내릴 지역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1953년
휴전 이후 내려온 탈북자 3만3000여명 가운데 지역구 의원에
도전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한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어제 한국당 공천으로 4·15
총선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강남 지역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는 "(탈북자인) 태영호
같은 이도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지역의 대표자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 주민과 엘리트들이 확인하는 순간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성큼
더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럴 것이다. 그동안 김정은 집단은 "배신자(탈북자)들이 남한에서 3등
국민 대접받는다" "하인 취급 당한다"고
선전해왔다. 태영호 출마 뉴스만으로도 북 주민과 엘리트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태 공사 망명 직후 북은 "특급 범죄자"
"밥 버러지"라고 맹비난했다. 김씨
일가의 '신성(神聖)'을
깨는 태영호 자서전이 나오자 "인간쓰레기가 최고 존엄을 헐뜯고"라며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를 일방 통보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황장엽 암살조'를 내려보냈고 처조카 이한영을 총으로 암살했다. 김정은도 고모부를 고사총으로 산산조각 낸 데 이어 이복형을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살해했다.
▶태 전 공사가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다. 지금 서울에는 '김정은 찬양조'에 '태영호
체포조'까지 활개치고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유권자와 악수해야
하는 지역구 선거에 나가려는 건 보통 결단이 아니다. 이런 용기들이 모여 태 전 공사가 자서전에 쓴
것처럼 "노예 상태인 북한 주민 해방"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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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자서전
1997년 황장엽 노동당 비서가
망명했을 때 북한의 첫 반응은 '납치극'이었다. 그러나 망명 사실이 굳어지자 곧바로 "비겁한 자여, 갈 테면 가라"고 낯빛을 바꿨다. 잠시 관망하던 북은 황 비서가 "김일성은 속물" "김정일은 비겁하다"며 김씨 일가를 직접
겨냥하자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때 등장한 '인간쓰레기'란 표현은 북이 탈북자들을 비난하는 용어가 됐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03년 7월
서울 강연에서 북 인권 상황을 지옥에 비유하며 김정일을 "폭군"이라고 했다. 그 가운데 김정일을 40여 차례 호칭 없이 이름만 불렀다. 격앙한 북은 볼턴을 'Human scum(인간쓰레기)'이라고 했다.
▶북은 16일 대남 통지문으로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를 일방 통보하며 "천하의 인간쓰레기까지 최고 존엄을 헐뜯고"라고 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김정은을 언급하는 내용의 자서전을 내자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같은 날 볼턴 보좌관도 비난했다. 그런데 트럼프와 회담을 앞둔 탓인지 볼턴은 '인간쓰레기'가 아니라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했다.
▶흔히 북한을
김씨 왕조 국가라고 하지만 신정(神政) 체제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왕은 사람이지만, 신은 하늘에 있는 존재다. 북한 김씨의 '절대성'과 '무오류성'이 무너지면 신(神)에서 사람으로 내려와야 한다. 누가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도 결국 사람이다'고 말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이 김씨들과 운명 공동체인 특권 집단이 북한 당·군 간부들이다. 김씨의 신성(神聖)이
깨지면 이들에게도 위협이 된다. 만약 이 중 누군가 김씨에 대한 비판을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북 간부들로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김씨 일가 비판에 대해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격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의 구조 자체가 그렇다.
▶태영호 자서전 중 김정은 어머니 고용희와 친형 김정철에 관한 내용이 김정은에겐 가장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북에서 천대받는 재일교포 출신인 고용희를 공개하기 어렵다. 다른
왕손(정철)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서방 언론의 김씨 일가 관련 폭로에는 '모략과 날조'라고 할 수 있지만 고위 탈북자의 말은 무게가 다르다. 해외 인터넷에
접속하는 북 주민이 가장 먼저 검색하는 키워드가 '김정은 가족'이라고
한다. 태영호 자서전 같은 진실이 가짜를 몰아내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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