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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제 아닌 일본식 '1.5당 체제' 초입이다] [국가 모든 권력을 쥐게 된 정권, 스스로 견제하고 중심 잡아야]

뚝섬 2020. 4. 17. 07:10

양당제 아닌 일본식 '1.5당 체제' 초입이다

 

코로나, 막말, 황 대표… 선거에 영향 미쳤지만
한국 정치 지형 변화가 근본적 원인
통합당이 '강남당'이고 '늙은 당' '가진 당'이면 앞으로도 패할 것

 

이번 총선 결과는 코로나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황교안 대표나 막말, 코로나 지원금 때문이라고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제 한국 사회는 복지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등 '보수'를 내건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힘든 구조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 황교안, 막말이 다 없었어도 지금처럼 큰 차이는 아니겠지만 민주당이 승리했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 득표는 공고한 호남 몰표와 304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 반()통합당 표, 그리고 우리 사회 양극화에 따라 '가진 자'에게 반감을 갖게 된 광범위한 계층의 연합이다. 과거에는 민주당은 호남 표가 주축이었다. 하지만 젊은 층 반통합당 표와 계층적 지지 표가 그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 1997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본격적으로 양극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5년 전체 인구의 70%가 넘던 중산층이 작년엔 52%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스스로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52%보다 더 적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충격적인 구조 변화다. 이 큰 변화가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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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세대는 1980년을 전후해 출생한 사람들이다. 민주화 이후에 성장한 세대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른다. 이들이 10~20대 때 IMF 외환 위기가 닥쳤다. 경제가 고도 성장을 멈춤에 따라 당연히 되던 취직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된 고통을 몸으로 겪은 세대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값에 절망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황 대표의 'n번방' 발언이나 통합당 후보의 '3040은 논리가 없다' '세월호' 발언 등은 이들을 사전투표장으로 몰려나가게 만들었다
.

'
지역+3040+계층'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이번 선거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선거의 승부를 가르는 수도권에서 민주당 득표는 통합당에 비해 서울에서 11.4%포인트, 경기에서 12.6%포인트, 인천에서 11.8%포인트 앞섰다. 수도권에서만 771만표를 얻어 통합당을 176만표 능가했다. 승자 독식인 소선거구제에서 이 정도 표 차이는 싹쓸이를 가능케 한다. 중도층을 상당수 흡수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특성상 '지역+3040+계층'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극보수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과 그의 탄핵을 계기로 달라졌다. 4년 전 총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지역+3040+계층'은 조금씩 굳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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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갈등, 세대 차이, 계층적 불만 의식은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소득 주도 성장이나 탈원전, 조국, 울산 선거 공작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이 근본 문제와 맞서게 될 때 사람이 어느 쪽을 택할지는 분명하다
.

통합당은 이번에 다시 한 번 '강남당()'임이 드러났다. '강남'은 우리 사회에서 선망을 받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위화감 내지는 반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통합당이 유권자들에게 '강남당'으로 인식되는 한 앞으로 얼굴과 간판을 바꿔도 완패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지역+3040+계층'이 거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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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세대와 계층적 비판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제 민주당을 '같은 편' '우리 편'으로 여기게 되고, 통합당을 '가진 자들의 편' '너희 편'으로 느끼기 시작하면 한국 선거는 민주당 독주 체제로 들어서게 된다. 울산 선거 공작 혐의로 기소된 사람 3명이 모두 당선된 것은 불법행위를 했느냐보다 '우리 편'이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3040 세대 직장인들이 "문재인이 잘한 것도 없지만 통합당은 정말 못 찍겠다"고 하는 것은 아예 ''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 정권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해도 이 '우리 편' 의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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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구조가 이렇게 굳어지면 한국에서도 일본식 '1.5당 체제'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선거마다 만들어지던 절묘한 균형은 역사의 유물이 되는 것이다. 일본 중의원은 야당이 여당의 2분의 1이지만 존재감은 10분의 1도 되지 못한다. 진짜 야당 역할은 여당 내 반대파가 한다. 그래서 일본은 다른 민주 국가처럼 여야 양당 체제가 아니라 1.5당 체제라고 한다. 한국에서 2년 뒤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면 한국식 1.5당 체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 지금은 그 초입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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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이 1.5당 체제를 막으려면 근본을 바꿔야 한다. 지역 갈등은 쉽게 바꿀 수 없는 문제이지만 3040 세대의 마음을 얻고 계층 문제를 푸는 것은 노력에 따라 가능한 일이다. 당 대표를 뽑는 대의원들을 젊은 층으로 물갈이하고, 당의 얼굴들을 젊게 바꾸고, 당 복지 정책을 보완해 나가면 유권자들의 시선이 바뀐다. 기본소득제와 같이 합리성을 갖춘 제도는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진지하게 토론해봐야 한다. 통합당이 참패의 원인을 코로나와 황교안, 막말에서만 찾는다면 1.5당 체제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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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모든 권력을 쥐게 된 정권, 스스로 견제하고 중심 잡아야

 

민주당이 총선에서 기록적인 압승을 거두면서 문재인 정권은 행정부·사법부·지방권력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했다. 민주화 이후 이런 권력은 없었다. 민주당이 비례 정당을 포함해 단독으로 국회 180석을 확보했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이든 만들고 고칠 수 있다는 뜻이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물론 상임위원장 자리 대부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한다. 모든 상임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20대 국회에선 군소 정당의 손을 빌려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렸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요식 절차가 됐다. 국회선진화법 아래에서 그나마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민주당 의석으로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정권 독주를 견제해야 할 야당은 이제 국회법상으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 정권은 이미 사법부도 완전 장악했다. 문 대통령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수장 등 최고 법관 자리를 자신들과 사적 인연이 있거나 코드가 맞는 인물들로 채웠다. 대법관 14명 중 10명이 현 정권에서 교체됐다. 5명이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이나 민변 출신이다. 주요 법원의 요직도 코드 일색이다. 헌법재판소도 장악했다. 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9명 중 8명이 현 정권에서 임명됐고 6명이 진보 성향이다. 국민 기본권은 물론 대통령 탄핵, 정당 해산, 정부 부처 간 권한 쟁의 등 우리 사회의 쟁점에 관한 최종 판단이 정권 뜻대로 되게 됐다. 중앙선관위도 문재인 캠프 출신 인사가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이제 권력 분립이란 말은 의미가 없어졌다
.

문 정권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해 지방권력도 이미 장악했다. 17곳 광역단체장 중 14명이 민주당 출신이고 광역의회 의장도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다. 지방의회 역시 싹쓸이 수준이다. 기초단체장도 절반이 훨씬 넘는 곳을 차지했다. 시도교육감도 대부분 친()전교조 성향이다. 판·검사를 수사하는 공수처장은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됐다. 공영방송 등 대다수 언론도 이미 정권의 응원단이 돼 있다. 이렇게 완벽하게 한 세력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은 전무후무할 지경이다.

 

이제 앞으로 대선까지 2년 동안 선거도 없어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을 일도 없다. 오만과 독주가 벌어질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다. 책임을 물을 사람도 없다. 모든 권한을 가졌기에 책임도 스스로 질 수밖에 없다. 여당 내부에서라도 적절히 브레이크를 잡고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지 않도록 평형수 역할도 해야 한다. 무한 권력을 가진 정권은 이제 전례없던 시험대에 올라섰다.

 

-조선일보(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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