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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생태계 바꾼 스마트폰 20년… ] [필름 카메라의 퇴장]

뚝섬 2026. 3. 26. 09:31

[사진 생태계 바꾼 스마트폰 20년… AI시대, 다음 주자는?]

[필름 카메라의 퇴장]

 

 

 

사진 생태계 바꾼 스마트폰 20년… AI시대, 다음 주자는? 

 

스마트안경에 사진과 글자 등이 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메타 홈페이지

 

‘인공지능(AI) 시대에 스마트폰은 살아남을까?’

올해 1월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위 제목의 기사를 냈다. AI 업체들이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기기에 도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스마트폰이 디지털 세계의 절대 강자 역할을 해온 지 20여 년. 해당 기사를 보며 스마트폰이 그동안 사진에 끼친 영향을 되짚어 보게 됐다. 사진이 아니었다면 스마트폰의 폭발적 보급도 없었을 것이고, 스마트폰을 빼고 최근의 이미지 동향을 얘기할 수도 없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에 300만 화소가 넘는, 당시로서는 고화질 이미지센서가 내장되면서 스마트폰은 디지털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카메라를 휴대하는 시대를 연 것이다. 촬영으로 그치지 않았다. 찍은 사진을 단체 대화방, 소셜미디어 등에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해 줬다. 이것이 기존 PC 시대와 절대적인 차이였다. PC 모니터보다는 작지만 기존 폴더폰보다 화면도 커졌다. 사각 액자 모양의 관문(포털)이 모두의 손에 쥐어졌다.

 

스마트폰은 기존의 ‘사진 질서’를 파괴했다. 오프라인 사진 전시회를 생각해 보자. 작가는 일단 촬영, 편집, 인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진작가들은 촬영보다 그다음 작업이 더 힘들다는 푸념을 한다. 후보정과 인쇄 작업이 그렇다. 색조나 톤 등 원하는 느낌을 맞추기 위해 손을 보고 숱하게 출력을 한다. 비용도 많이 든다.

인쇄를 마쳤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액자 작업을 하고 큐레이션을 거쳐야 한다. 전시회와 동시에 책이나 사진집을 내게 되면 지난한 출판 작업까지 해야 한다. 동영상은 더하다. 편집이 촬영보다 몇 배 더 손이 간다. 이미지 시장은 ‘전시-편집-인쇄-출판-유통’ 등 생태계가 만만치 않았다. 혼자서 다 하기 힘들었다. 협업과 분업이 필수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위 과정을 혼자 손바닥 위에서 해결하게 했다. ‘고퀄’ 이미지가 아니라면 PC도 필요 없다. 촬영 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보정하고 홈페이지에 올리면 그곳이 곧 24시간 열린 가상 전시장이 된다. ‘촬영-편집-전시-배급’을 홀로 처리하는 완벽한 개인 매체이자, 독립된 플랫폼을 갖춘 ‘완결된 유니버스’가 탄생한 것이다. 소비자도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사진을 감상한다. 도구 하나로 누구나 사진작가가 되는 시대를 열었다.

이렇게 소셜미디어와 블로그, 홈페이지에 꾸준히 업로드를 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많아졌다. 사진전은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프로작가들이 이 스마트폰 생태계에 뛰어들기도 한다. 협업과 분업의 생태계를 혼자 다 감당하겠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이라 PC 모니터나 인화된 사진보다 보기 좋다”고 예찬하는 사진작가도 만나봤다.

스마트폰의 독립적인 이미지 세상은 다른 업계에도 영향을 줬다. 관광·요식 업계가 대표 사례다. 2019년 ‘노 저팬’ 운동 당시, 일본 관광이 급감한 이면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었다. 불매 취지에 공감한 이들도 있었지만, “어차피 눈치가 보여 인스타그램에 여행 사진을 올릴 수 없으니 안 간다”며 예약을 취소한 경우가 많았다. 여행이라는 본질보다 사진 인증이 더 중요한, 주객전도 현상이었다. 편한 복장의 관광도 옛말이다. ‘핫플’에는 코트나 구두 등 정장 차림의 관광객이 많다. 심지어 옷을 갈아입어 가며 사진을 찍는다. 폰카 세계가 만든 풍속도다. 식당과 카페도 ‘사진 맛집’이 유리하다.

부작용도 물론 있다. 가짜 사진의 폐해다. 최근 중동 사태에서 보듯 전황이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틈을 타 가짜 이미지들도 속도전처럼 퍼진다. 진위가 파악되기도 전에 이미 소셜미디어를 점령한다.

스마트폰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했다면, AI 시대엔 어떤 도구가 사진의 대세가 될까. AI 업체들은 스마트안경·워치 등 증강현실(AR) 기반의 웨어러블 기기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노리고 있다. 섣부른 예측이긴 하지만 일단 스마트폰 같은 사각 평면은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안경의 경우 이용자와 동시에 같은 것을 보며 알고리즘으로 상황을 해석한다. 작가가 무심코 지나친 주변을 짚어주며 ‘당신이 좋아하는 소재’라고 알려 촬영을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작가의 소셜미디어 팔로어들 스마트안경에 곧장 전송해 줄 것이다. 이런 방식이 사진의 미래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할지 궁금하다.

 

-신원건 사진부 기자, 동아일보(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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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의 퇴장

 

20여 년 전만 해도 카메라 셔터는 함부로 누를 수 없었다. 필름 한 통을 갖고 24장 또는 36장밖에 찍을 수 없는 데다 찍고 나서도 현상·인화에 돈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도 결혼식 사진, 신혼여행 사진을 망쳤다는 낭패담이 드물지 않았다. 필름이 제대로 감기지 않거나 필름에 빛이 들어가는 바람에 원했던 사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름을 현상소에 맡기고도 며칠 기다려야 했다. 현상·인화를 하자면 그만큼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 세대는 '필름이 뭐냐'고 할지도 모른다.

▶"버튼만 눌러라. 나머지는 우리가 한다(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 코닥 창업자 조지 이스트먼은 1888년 첫 필름 카메라를 내놨다. 유리판을 갈아 끼우고 직접 현상·인화를 하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코닥은 120년 넘게 필름, 필름카메라 분야 선도기업이었다. 그랬던 코닥이 2012년 파산신청을 했다디지털 카메라를 먼저 개발하고도 아날로그식 필름 카메라에 집착하다 뒤처졌기 때문이다

 

▶필름 카메라가 밀려난 다음 한동안 전문가용 디지털 카메라(DSLR)가 인기를 모았다. DSLR도 가고 이젠 스마트폰 세상이다. 갈수록 화질이 좋아진 데다 손쉽게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 카메라 회사인 캐논이 그제 필름 카메라 사업을 접겠다고 발표했다. 2010년 필름 카메라 생산을 중단했으나 재고 상품은 팔아왔는데 그마저 중단한다는 것이다. 이제 일본 카메라 메이저 중 니콘만 필름 카메라를 판다. 

 

▶흐름을 거꾸로 타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필름카메라를 모방한 스마트폰 사진 앱이 인기라고 한다. 필름 한 통마다 찍을 수 있는 사진은 딱 24장.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촬영할 수밖에 없다. 필름을 다 쓰고 사흘 지나야 스마트폰 화면에 사진이 뜬다. 사진은 디카처럼 명료하지 않고 흐릿하다. 옛날 사진처럼 아날로그 느낌이 들어 좋다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은 무한정 찍어대도 필름값이 들지 않는다. 야생화 사진을 찍는 사람이 늘고 무수히 많은 음식 블로그가 등장한 것도 그런 카메라 기술의 진화 덕분이다. 하지만 마구 찍을 수 있다보니 찍은 사진에 대한 애착은 덜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사진은 비행기 기내식 먹는 기분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필름 카메라의 퇴장에 익숙했던 것 하나가 또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기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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