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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짜리 해골] [두려워하는 것들, 2차 대전 이후 일본이.. ]

뚝섬 2026. 3. 20. 06:10

[1000억원짜리 해골]

[두려워하는 것들, 2차 대전 이후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1000억원짜리 해골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영국 데미안 허스트(61)의 ‘상어’를 봤다. 4m 길이의 실제 상어를 포르말린 수조에 넣은 현대 미술의 걸작이다. 흥미로운 건 이 상어가 ‘원작’의 상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방부 처리 실패로 1991년의 원작 상어가 썩기 시작하자 작가는 새 상어를 구해 통째로 갈아 끼웠다. 비평가들이 “원작이 훼손됐다”고 비판하자 허스트는 대답했다. “개념은 그대로다. 중요한 건 당신이 이 거대한 상어 앞에서 무엇을 느꼈느냐다.”

 

▶아이디어를 중시한 개념 미술은 100년 전에도 있었다. 변기를 가져와 ‘샘’이라 이름 붙인 마르셀 뒤샹이 원조고, 작업실을 공장이라 부르며 작품을 찍어낸 앤디 워홀이 뒤를 잇는다. 예술은 유일무이한 것이라는 통념을 깨뜨린 선배들이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수천억짜리 권력’으로 만든 첫 인물은 데미안 허스트다. 그는 수백 명의 박제사·공예가 등 조수를 두고 외주 시스템으로 작품을 양산한다. “개념이 곧 예술이다. 나는 건축가처럼 설계하고 지시할 뿐이다.”

 

▶허스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것은 ‘죽음’이다. 상어 작품의 원제는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다. 부패하는 소 머리에 파리가 들끓는 작품 ‘천년’에서는 죽음을 외면하고 싶은 현대인에게 ‘메멘토 모리(네 죽음을 기억하라)’를 주문한다. 의학과 과학을 맹신하며 죽음을 늦추려는 세태를 복제약 대량 전시로 비판하는 ‘약국’ 시리즈도 그의 대표작이다.

 

▶백금 두개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는 약 1000억원에 팔린 작품이다. 하지만 뒤늦게 작가 자신과 갤러리 대표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자전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그는 오히려 화를 냈다. “작가가 자기 작품의 가치를 믿고 직접 투자해 지분을 갖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념 아닌가?” 세계에서 가장 부자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의 자산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늘부터 데미안 허스트 개인전이 열린다. 그의 작품 대규모 전시는 국내 처음이다. 제목은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그 유명한 ‘상어’와 ‘다이아몬드 해골’이 모두 포함됐다. 우리가 잊고 살고 있는 죽음과 자본이라는 피할 수 없는 ‘괴물’을 미술관으로 끌고 들어와 작가는 묻는다. 진실이냐 거짓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당신이 무엇을 믿고 싶으냐다.” 요즘 유행인 ‘탈진실’을 말하는 것 같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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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는 것들, 2차 대전 이후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폐소공포증(claustrophobia), 곤충공포증(entomophobia), 고소공포증(altophobia). 우리는 살며 다양한 두려움을 느낀다. 의학적으로 인정받는 공포 증세만 수십 가지이고, 미국인 20% 이상이 병적 수준의 공포를 느껴 본 적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공포증은 왜 생기는 걸까? 불결 공포증(mysophobia)이나 뱀에 대한 공포증(ophidiophobia)같이 신체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공포는 아마도 진화적 원인을 기반으로 할 것이다. 불결은 질병을 가져오고, 뱀은 먼 과거 나무 위에 살던 우리 조상에게 그 누구보다 두려운 존재였을 테니 말이다. 반대로 현대사회에서나 관찰할 수 있는 인터뷰 또는 시험에 대한 두려움은 대부분 어린 시절 불행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뉴욕대의 조지프 레두(Joseph LeDoux) 교수는 많은 공포증은 경험도 진화도 아닌 인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지적 공포증이란 무엇일까? 자신을 보호하느라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두려움이 아닌, 지적으로 만들어지는 두려움이다. 개인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인지적 공포는 그룹이나 국가 차원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사라지며 동유럽 공산주의 제도가 무너질 무렵, 사회주의의 '승리'를 꿈꾸던 서유럽 공산당 당원들은 '평생 믿었던 것을 무의미하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가장 원했던 것이 무엇인가? 서양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2차 대전 이후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들이 그렇게 되고 싶은 서양인들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대일본제국'의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무의미해진 과거의 이데올로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는 국가. 모두 진실에 대한 공포증, 그러니까 veritasphobia에 걸려 있는 것이다.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조선일보(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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