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탄의 열기를 반이(反李)의 대열로]
[‘비상식 대 비상식’이 부른 20대 민심의 두 차례 변곡점]
['이기적 세대'라는 비난 그만 듣고 싶다면]
반탄의 열기를 반이(反李)의 대열로
[김대중 칼럼]
두 가지 더해져야 이길 수 있다
하나는 '탄핵 반대 물결'의 부활
또 하나는 단일화 플러스 알파
우파 후보의 승자와 패자가
하나 되어 전국을 누비면서
살신성인 드라마 새로 써야
2020년 이후 한국의 정치판에서 보수·우파는 번번이 좌파에 패했다. 윤석열이라는 번외의 인물을 내세워 간신히 좌파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우파는 그 이후 연전연패하고 있다. 먼저 지난 총선에서 역대 유례가 없는 압도적 표차로 좌파에 대패했다. 그 열세에서 허우적거리다 비상계엄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대통령 탄핵의 국면을 맞았고 우파는 거기서도 지고 이제 새 대통령을 뽑는 세 번째 시험에 들고 있다. 여기서 또 지면 우파는 정치 동면(冬眠) 상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세상은 앞으로 5년 ‘이재명 좌파’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던 지난 3개월여 보수·우파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이대로 밀릴 수만은 없다는 절박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보수 대통령을 구한다는 명분보다 이 세상이 5개의 재판이 걸려 있는 형사 피고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그런 절박감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파면당해 쫓겨난 지난 한 주 서울의 거리는 놀라우리만치 조용했다. 탄핵이 기각되고 대통령이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반탄 열기는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탄핵이 기각되고 대통령이 복귀하는 결정이 내려졌어도 거리는 이렇게 조용했을까? 거리는 좌파의 아우성으로, 정치판은 야당의 욕설로 가득했을 것으로 짐작되고도 남는다. 우파는 재판에서 지고 거리의 투쟁 면에서도 졌다.
국면은 차기 대통령을 뽑는 제3라운드로 이동하고 있지만 탄핵은 이미 옛일처럼 잊히고 있다. 우리 국민의 적응 능력이 뛰어나서일까, 보수의 망각 능력이 탁월해서일까? 탄핵에 성공한 쪽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준비한 듯이 대통령 후보를, 그것도 한 사람으로 거의 좁혀서 본게임에 나서고 있고, 탄핵을 당한 쪽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후보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등판시키려는 여권 내의 움직임이 표면화하자 후보 싸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선거는 겨우 한 달 반 남짓 남았는데 우파는 아직도 우왕좌왕, 좌고우면, 우후죽순, 갈팡질팡 같은 단어들을 연상시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반해 대통령 탄핵으로 기가 올라 있는 좌파는 대선에서도 승기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여론조사가 이재명씨의 단독 선두를 가리키고 있다.
보수·우파의 패착은 이번 부산 교육감 선거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대통령의 탄핵이 코앞인데, 그래서 우파의 단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 부산 교육감 선거에서 우파 후보가 둘이 나와 결국 두 사람 다 합쳐서도 좌파에 지고 말았다. 보수는 저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그래 가지고는 좌파를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런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도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국민 여론의 눈총이 따가워 단일화를 하기는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입은 상처, 그리고 단일화 이후의 ‘먼 산 보기’나 불협조 등이 이제까지 범(汎)보수의 작태였음을 감안할 때 ‘말로만 단일화’는 있으나 마나고 하나 마나다.
나는 이번 대선을 민주당의 이재명 대(對) 국민의힘 어느 누구의 대결로 보기보다 좌파 대 우파의 대결로 보고 있다. 이재명과 민주당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의 진로와 정체성을 가르는 요소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씨가 당선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5년 또는 그 이상 좌파의 길로 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재명씨가 출마하면서 내건 ‘진짜 민주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말하는 진짜 민주주의란 양극화, 즉 분배의 불균형을 없애는 것이고 그것은 곧 공산주의의 또 다른 이론적 배경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이제껏 가짜 민주주의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보수·우파는 두 가지 요소가 겸비돼야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하나는 ‘탄핵 반대 물결’의 부활 여부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전국을 누볐던 ‘보수·우파+중도 보수’의 물결과 기운이 되살아나면 이재명 좌파를 저지할 수 있다. 둘째, 단일화가 극적으로 이뤄지고 승자와 패자가 하나가 되어 전국을 누비는 살신성인의 드라마가 연출될 수 있다면 말이다. 그것은 좌파 정권이 대한민국에 몰고 올 변화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것이 지난 80년간 우리가 고군분투하며 쌓아 올린 공든 탑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상기하는 작업에서부터 비롯해야 한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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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 대 비상식’이 부른 20대 민심의 두 차례 변곡점
[한규섭 칼럼]
조기 대선으로 ‘캐스팅보터’에 관심이 쏠린다. 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 직후인 2022년 4월부터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총 1468건의 정당 지지율 조사를 분석했다. 베이지안 방법론을 적용해 각 조사 업체의 고유한 경향성(하우스 효과)을 보정하고 대표적 캐스팅보터로 볼 수 있는 20대 유권자의 정당 지지율 추이를 추정한 후 두 주요 정당 간 지지율 차이(국민의힘 빼기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변곡점 분석(Change Point Analysis)을 했다. ‘변곡점’은 그 시점을 전후로 가장 큰 평균 지지율 변화가 일어난 시점이다.
우선 윤석열 정부 내내 20대의 탈(脫)국민의힘 현상이 매우 뚜렷했다. 대선에서 국민의힘 집권을 견인했던 20대의 지지율이 새 정부 출범 후 불과 석 달 만인 2022년 8월 첫째 주 국민의힘 우세에서 민주당 우세로 역전된 후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12·3 계엄 선포 직후 하락세가 가속화하며 12월 8일 역대 최대치인 15.1%포인트까지 뒤졌다.
하지만 12월 8일을 기점으로 다시 두 정당 간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해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 한 달 만인 2025년 1월 13월경 또 다른 변곡점이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탄핵안이 통과된 12월 12일을 전후해 20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더니 2025년 3월 1일 무려 939일 만에 두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재역전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정반대의 양상이었다.
이런 20대를 ‘극우’로 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20대의 롤러코스터 같은 지지율 변동 원인이 뭘까. 첫 번째 변곡점의 원인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식적 계엄이다. 안 그래도 근로시간 유연화, 의정 갈등 등에서 보인 정부의 무기력함과 공감 능력 부족에 국민의힘 지지를 철회하던 20대의 실망감이 비상식적 계엄 선포로 극에 달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직후 “늘 청년들 곁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실제 20대 정서는 그의 기대와 괴리가 있다. 4월 2주차 한국갤럽의 주간 정례조사에서 20대의 73%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잘된 판결”이라고 밝혀 가장 진보적인 세대로 꼽히는 40대(79%)나 50대(77%)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반면 두 번째 변곡점의 원인은 민주당의 비상식적 행태다. 국회에서 탄핵안 통과를 앞두고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를 ‘내란죄’라고 하더니 정작 헌재의 심판 과정에서는 탄핵소추 사유에서 이를 삭제했다. 헌재 결정을 앞당겨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꼼수’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또 확실한 탄핵 ‘인용 표’를 확보하기 위해 진보 성향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을 압박하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 소추해 국정 공백을 초래한 데 이어 최상목 부총리 탄핵까지 압박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부터 계속된 ‘줄탄핵’은 비상식의 ‘끝판왕’이었다.
6·3 대선의 키를 쥔 20대 등 부동층은 ‘비상식’이 일상화된 두 진영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지를 마주한 상태다. 한국갤럽의 4월 2주차 조사에서 ‘장래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의견을 유보한 20대 응답자가 무려 55%에 달했고, 전혀 당선 가능성이 없는 ‘기타 인물’을 꼽은 응답자도 5%였다. 결국 20대의 거의 60%가 부동층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두 정당 모두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다. 납득할 만한 ‘상식적’ 후보를 선출해 내는 정당이 20대 표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20대가 생각하는 ‘상식적’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성장동력 상실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를 구할 능력과 전문성이 있는 후보가 아닐까. 아니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국민 통합의 ‘서사’가 있는 후보일 수도 있다.
이를 해낼 진영은 어디일까.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양쪽 모두 ‘상식적’ 후보 선출에 실패하는 것이다. 그런 조짐들이 농후하다. 민주당에서는 당원 표 비중을 높인 경선 강행에 ‘들러리 경선’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어느 주자가 떠오르면 끌어내리기에 급급해 ‘갈등적 경선(Divisive Primary)’이 심화되고 있다. 이 암울한 ‘비상식 대 비상식’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무조건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가장 최근인 4월 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표 한 명의 지지율이 37%로 보수 주자 모두를 합친 것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동아일보(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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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세대'라는 비난 그만 듣고 싶다면
뉴질랜드 30년대생 닮은 86세대
多數를 무기로 복지·세금 큰 혜택
불만 가득 청년들 友軍 만들려면
미래 세대에 권한 주고 양보해야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이 걷고, 누구에게나 많이 주겠다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볼 때마다 뉴질랜드 복지 제도를 다룬 ‘이기적 세대(Selfish Generation?)’라는 책이 떠오른다. 복지와 조세 영역에서 특정 세대의 독주가 어떻게 비롯됐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잘 보여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톰슨은 뉴질랜드 사회복지가 1930년대생의 이해관계에 맞춰 시작됐고,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30년대생은 결혼 적령기엔 가족수당, 살 집이 필요할 땐 주택수당, 은퇴할 땐 연금제도가 도입됐고 강화했다. 나이가 들어 필요 없어진 복지제도는 가차 없이 축소했다. 그들이 고소득자 대열에 합류한 1980년대에는 누진적 소득세 제도를 대폭 손봐 세금 부담도 낮췄다.
이들이 복지와 조세 제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건 먼저 다수였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사회 진출 시기와 경제 성장 시기가 맞물리면서, 삶의 질 개선 의제의 주도권도 잡을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뒷감당은 젊은 세대의 몫이었다. 톰슨에 따르면 1930년생은 평생 번 소득의 20%를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로 내고 37%만큼의 혜택을 받았다. 1955년생의 경우 낼 돈은 소득의 29%로 폭증했고, 혜택은 27%로 급감했다.
한국에서 ‘x86’이라 불리는 60년대생 대졸자들은 뉴질랜드 30년대생과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먼저 2010년을 전후해 활성화된 복지 의제의 핵심 지지 집단이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고소득자였지만 자산 축적 규모는 작았고, IMF 사태를 겪으며 사회적 리스크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녀 양육에 뒤따르는 부담을 줄여주고, 국공립 보육 시설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 집중적으로 도입됐다. 60년대생이 장노년이 되자 문재인케어 등 건강보험이 강화됐다. 반면 이 세대가 가장 손해를 보게 될 국민연금 개혁은 은퇴를 몇 년 앞둔 시기까지 계속 미뤄지다, 50대 대기업 부장이나 초급 임원에게 가장 유리한 방안으로 낙착됐다. 청년들이 연금 개혁안에 반발하는 건 당장의 세대 간 부담의 불균형 때문만이 아니다. 몇 년 뒤 다시 논의될 ‘개혁안’에서 확정적으로 부담이 뛸 게 뻔해서다.
조세 정책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이 공세적으로 감세론을 꺼내는 건 대통령 선거 승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2010년 30·40대-고소득-저자산이었던 주력 지지층이 이제는 중장년-고소득-고자산 집단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금융 소득, 부동산 보유, 상속 증여에 뒤따르는 세금을 낮춰주는 데 민주당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게 된 것이다.
60년대생의 이해관계가 바뀌면서 세대 간 동맹 관계도 변했다. 반값 등록금 같은 의제로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던 방식은 불가능해졌다. 상위 10% 안에는 너끈히 드는 장노년 상위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중심으로 수혜 대상을 고령자와 자산가로 넓히겠다는 행보가 이어지는 이유다.
문제는 보수 정당이다. 입으로는 ‘86 청산론’을 외치지만, 정책 의제는 별 차이가 없다. 의제만 보면 고령 자산가들만 신경 쓰는 게 그들의 사회경제 정책 실상이다. 오죽하면 명문대 로고가 새겨진 야구 점퍼를 입은 젊은이들을 화동(花童)으로 쓴다는 냉소가 나올까. 그 냉소의 결과는 여론조사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선 두 달 전인 2022년 3월과 지난주인 4월 2주 차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60대는 탈(脫)보수 현상(국민의힘 지지율 52%→36%)이 뚜렷하고, 20~30대는 보수·진보를 모두 꺼리는 무당층 유권자(20대 32%→39%, 30대 22%→ 28%)가 늘었다.
불만에 찬 청년층을 우군으로 삼고 싶다면 어떻게 이 세대 간 불균형을 끝낼지 명확히 밝혀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노후 문제는 세대 간 재분배가 아니라 세대 내 재분배로 해결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예 젊은 세대에 경제와 복지 문제의 방향타를 넘기는 것도 방법이다. 진심으로 ‘이기적 세대’를 이기고 싶다면 기득권부터 내려놓을 때라고 생각한다.
-조귀동 경제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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