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공익신고자 김태우 유죄.. ] [‘뭉개기·봐주기 9년’에 김학의.. ]

뚝섬 2022. 8. 13. 07:08

[공익신고자 김태우 유죄, 이러면 누가 권력 비리 고발하나] 

[‘뭉개기·봐주기 9년’에 김학의 최종 무죄… 부끄러운 檢 흑역사] 

[쏟아지는 민간인 사찰 의혹, '미꾸라지' 입 막아 될 일인가] 

[청와대 유전자]

 

 

 

공익신고자 김태우 유죄, 이러면 누가 권력 비리 고발하나

 

법원이 문재인 정권 때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를 인정했다. 이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하면 김 구청장은 직을 잃는다.

 

김 구청장은 정권 초 청와대 특감반원 당시 수집한 권력형 비위 의혹 30여 건을 세상에 알렸다. 최종 유죄판결을 받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이 포함돼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비리는 영원히 은폐됐을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폭로 내용 중 30여 건 중 4건에 대해 유죄로 판결하면서 “(그의 고발이) 인사와 감찰이라는 국가 기능에 위협을 초래할 위험을 야기했다”고 했다. 국가 기능에 위협을 초래한 것은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감찰 무마 아닌가.

 

법원은 또 “수사기관 고발이나 감사원 제보 등 제도적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관련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권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언론에 폭로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만 돌아간다면 국가가 공익 신고자 보호 제도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권력형 비리는 99% 내부 고발로 세상에 알려지지만 고발자는 당장 권력 내부의 보복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발자는 자신을 보호하려고 언론을 통해서도 비리를 세상에 알린다. 국가가 공익 신고 제도를 통해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구청장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문 정부 당시 국민권익위원회조차 그를 공익 신고자로 인정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 신고와 관련해 신고자의 범죄 행위가 있을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김 구청장이 고발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행위는 법 규정상 공익 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의 폭로가 공익 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국민권익위와 반대로 본 것이다. 법을 협소하게 적용해 법의 궁극적 목적인 사회 정의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원은 김 구청장 개인의 비위 혐의를 거론하면서 “범행 동기도 좋지 않다”고 판결했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가장 상투적인 공격이 그의 도덕성을 흠집 내는 것이다. 윤영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 했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희대의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울물을 흐리고 농간을 부린 것은 문재인 청와대로 밝혀졌다. 법원은 이번 판결로 한국 사회에 정착돼온 공익 신고 제도에 흠집을 냈을 뿐 아니라 잠재적 공익 신고자의 용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조선일보(22-08-13)-

_________________

 

 

‘뭉개기·봐주기 9년’에 김학의 최종 무죄… 부끄러운 檢 흑역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고교 동창인 건설업자에게 받은 4300만 원의 수뢰 혐의에 대해 그제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 전 차관이 또 다른 건설업자로부터 13차례 성 접대와 1억6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앞서 무죄가 확정됐다. 9년 전 별장 성 접대 동영상으로 불거진 김 전 차관의 부적절한 스폰서 접대를 사법적으로는 단죄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김 전 차관이 처벌을 피한 것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때문이다. 2013년 경찰이 성 접대 동영상을 입수해 수사했지만 검찰은 체포영장을 반려하면서 수사를 방해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 검찰은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했다. 3년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검찰은 재수사를 했고, 성 접대를 한 건설업자 외에 김 전 차관이 고교 동창으로부터 받은 스폰서 의혹까지 보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성 접대와 수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검사가 뇌물 공여자의 진술을 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이 좀 더 일찍 수사했거나 늦었더라도 제대로만 했다면 김 전 차관은 무거운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기소독점권이라는 특권을 갖고 있던 검사들의 스폰서 관행을 외부에 알린 것도 김 전 차관 사건이었다. 김 전 차관의 접대 의혹을 알고 있던 동료가 적지 않았다고 하는데, 김 전 차관은 성 접대와 뇌물을 받았던 시기에 검사장과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스폰서 문화가 성 접대로 이어져 곪아 터질 때까지 검찰은 자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을 검찰은 되돌아봐야 한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흑을 백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김 전 차관 사건으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무엇보다 검찰에 검사 비리 수사를 맡겨선 안 된다는 것이 증명됐다. 담당 검사와 수사 지휘 라인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도 누구 하나 수사하겠다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자 무리한 조사를 했다. 검찰개혁의 도화선이 된 김 전 차관 사건을 검찰은 두고두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동아일보(22-08-13)-

 _______________

 

 

쏟아지는 민간인 사찰 의혹, '미꾸라지' 입 막아 될 일인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학계, 여야 정치인, 언론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한 정황이 새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9일 의원총회에서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의 컴퓨터 화면에 남아있는 활동 목록을 공개했다. 그 목록 속에는 진보 진영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배경, 수감 중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업자가 부정 사업으로 공공기관 예산을 수령했다는 의혹, 특정 언론이 현재 추적 취재 중인 소재 등이 포함돼 있다. 특감반의 직무 대상 범위인 고위 공직자, 공공기관 임원, 대통령 친·인척 등 비위 활동 수집과는 동떨어진 내용들이다. 나 원내대표는 "민간인 사찰을 마구잡이로 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간 일부 드러난 민간인 관련 조사에 대해 정책 결정에 참고하기 위한 활동인 것처럼 설명했지만 학자의 대통령 비판, 전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의 비위 의혹, 언론의 취재 동향 등은 정부 정책 활동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런가 하면 김 수사관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이 산하 고속도로 휴게소 카페 매장에 설치하는 커피 기계 공급권을 같은 당 출신 우제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는 내용의 첩보를 10월 말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 결과 문을 연 카페 8곳 중 7곳이 우 전 의원 업체의 커피 기계를 쓰고 있었다. 2009년 이 사장이 원내대표 시절 우 전 의원은 원내대변인을 맡았을 만큼 두 사람은 가깝다. 이 자체로 특혜와 비위 커넥션을 의심하기에 충분하지만 청와대는 첩보를 검토하지도 않았다. 공공기관장이 관련된 이런 의혹을 캐고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특감반의 고유 업무인데 눈을 감아 버린 것이다. 그러고는 '김 수사관이 11월 초 업무 배제 직전에 낸 보고서라서 검토할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댔다. 전 정권 관계자들이 연루된 일이었다면 이랬겠는가.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미 18일 김 수사관의 골프 접대 의혹을 확인한다며 수도권 골프장 7~8곳을 압수 수색했다. 같이 골프를 친 기업 임원들을 줄줄이 소환했고 그들의 휴대전화도 제출받았다. '신속한 감찰·수사'를 위해 대검 감찰1과 검사 4명에 특별감찰단 검사 3명 대부분이 투입됐다고 한다. 6급 공무원 한 명 수사하는데 검사 6~7명이 달라붙은 꼴이다. 청와대 특감반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반대로 해야 할 일은 자기편이 관련됐다는 이유로 뭉갠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런 의혹들을 '미꾸라지' 한 마리의 분탕질로 규정하고, 검찰을 동원해 그의 입을 틀어막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겠는가.

 

-조선일보(18-12-20)-
___________
 

 

청와대 유전자

 

윤흥길 소설 '완장'에서 주인공 종술은 무위도식하다 저수지 감시원이 된다. 얼마 안 되는 월급에도 그 일을 맡은 것은 감시원 완장 욕심 때문이다. 도둑 낚시를 하던 초등학교 동창 부자(父子)를 적발해 두들겨 팬 그는 '좁쌀 권력'에 취해 자신을 고용한 사장에게까지 행패를 부린다. 문제가 커져 해고된 뒤에도 그는 완장 차고 매일 저수지에 나간다. 무슨 짓을 해도 나는 옳고 선하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청와대 대변인이 민간 사찰 의혹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표현은 시인 아니면 개그맨, 또는 완장 찬 종술이나 쓰는 것이다. 권력의 선민(選民)의식은 고대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이 정부는 유난하고 집요하다. '우리는 선하다'는 주장이 스스로 지겨운지, 이제 '우리의 선량하고 정의로움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DNA 서열에 박혀 있다"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정권의 집단적 '내로남불'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부자 고발로 의혹이 불거졌으니 사실관계를 따져 해명하는 게 정상 대응이다. '민간 정보 수집'과 '민간 사찰'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데 "우리 유전자에 그런 것 없다"고 답했으니, 이제 머리카락 뽑아 유전자 감식하면 되는 건가. 노무현 대통령도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한국은행 국채를 발행해 메이저 신문들을 국유화하겠다"고 했다는 증언이 나오자 "내 머릿속에 그런 개념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기들끼리만 뼛속까지 정의로우니 보수 언론의 합리적 문제 제기는 무조건 '악의(惡意)'이고 친정부 매체의 지적은 '건설적 비판'이 된다. 

 

▶유전자 운운하며 선민의식과 순혈주의에 빠지면 자칫 엄청난 패악을 부릴 수 있다.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워 흑인을 박해한 미국 KKK, 양친 모두 이탈리아계여야 한다는 미국 마피아, 북한 '김씨 왕조'의 백두 혈통도 그렇다. 아리안족 유전자의 우월성을 주장한 히틀러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가. 일본 극우 집단도 걸핏하면 한국과 중국인을 공격하며 DNA를 들먹인다. 

 

착한 사람은 스스로 "나 착해"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나 홀로 옳고 선하다고 하는 것이 바로 독선(獨善)이다. 독선에 빠지는 일을 경계하지 못하면 아집(我執)을 부르게 된다. 이 정부가 옳은지 그른지, 선한지 아닌지 판단은 국민 몫이다. 유전자까지 들먹이며 외쳐봐야 결국 완장 빼앗기고 고향 떠나는 종술 꼴 나는 것이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8-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