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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강제 변경은 선거 불인정과 민주 위기 부른다] [군사 정부도 이러진 않았다] ['의회주의자 문희상' 유감]

뚝섬 2019. 5. 1. 08:17

선거제도 강제 변경은 선거 불인정과 민주 위기 부른다

 

한국당을 뺀 4당이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의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30일 새벽 강행했다. 한국당 의총장에서는 "더 이상 20대 국회는 없다" "의원직을 총사퇴하자"는 등의 말들이 나왔다. 다른 일은 몰라도 이 문제만큼은 한국당의 반발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규칙을 선거에 참가하는 주요 정당의 동의 없이 강제로 바꾼다는 것은 민주 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폭거가 후진 독재국가도 아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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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추진하는 선거제도는 최근 정당 지지율로 계산해보면 민주당과 한국당 간 의석 격차가 현재보다 더 벌어지고 정의당 등 군소 정당 의석은 늘어난다고 한다. 민주당에 정의당, 민주평화당을 더한 범여 성향은 거의 확실하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한국당은 이렇게 선거제도를 바꾸면 범여권 의석이 개헌 정족수인 3분의 2를 넘나들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정당이 이 제도 변경을 찬성할 수 있나. 민심을 얻어서가 아니라 제도를 바꿔 이기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선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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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은 선거라는 경기를 치르기 위한 규칙이다. 4당이 하자는 선거법 개정은 상대 팀이 발을 잘 못 쓴다는 약점을 노려서 그동안 하던 농구 대회를 축구 대회로 바꾸자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도가 바뀌어 한국당이 잃게 되는 의석은 나머지 4당이 나눠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4당 간에 찰떡 연대가 이뤄진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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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새 선거제도가 사표(死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개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표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대선거구제를 민주화 이후 1988년 총선 때부터 지금의 소선거구제로 바꾸면서는 "민의를 제대로 담게 됐다"고 여야가 함께 평가했었다. 그때 야당이 지금 민주당이다. 선거제도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을 뿐이지 더 낫고 못하고를 가를 수 있는 게 아니다. 4당이 밀어붙이는 선거제도는 내각제에 맞는 것이다. 4당이 모델로 삼은 독일도 내각제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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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승복 않는 선거법 처리를 끝내 강행하면 한국당과 국민 상당수는 선거 자체를 인정할 수 없게 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헌정사에서 선거법을 어느 한쪽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수결로 처리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 "선거법은 경기의 규칙이다. 지금까지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 상정으로 선거법이 의결된 전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했다. 지금 여당에 들려줘야 할 얘기 그대로다.

 

-조선일보(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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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정부도 이러진 않았다.. 팩스 제출·病床 결재로 선거법 날치기

 

한국당을 뺀 4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하기 위해 '작전'을 개시했다. 선거법과 한 몸인 공수처법을 패스트 트랙(신속법안처리)에 올리는 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반대에 가로막히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오 의원을 강제로 사임시키고 다른 의원을 보임했다. "임시 회기 때는 사·보임이 안 된다"는 국회법 조항에 대해선 국회 사무처가 "문제없다"고 길을 터줬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특위위원 교체 신청서를 팩스로 전달했다. 당내 반대 의원들의 저지를 피하기 위해서다. 전날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은 뒤 "저혈당 쇼크가 왔다"며 입원했던 문희상 의장은 병상에서 환자복을 입고 결재했다. 권은희 의원도 반대하자 팩스 전달, 병상 결재가 또 반복됐다.

이 법들이 안건으로 지정되면 이르면 10, 늦어도 내년 3월에는 국회 본회의 표결이 이뤄진다. 1 야당인 한국당이 반대하는 선거제도로 내년 4월 총선을 치르려는 것이다. 기존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표 대결로 각 당 의석이 정해지는 반면, 새 제도는 정당 득표율로 각 당 전체 의석을 정한 뒤 그 안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배분한다. 축구 시합이 배구 시합으로 바뀐다고 할 정도로 큰 변화다. 선거제도 자체로 한국당 의석이 줄어드는 데다 친박 성향 신당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당에만 치명적이다. 나머지 4당의 의기투합이 이뤄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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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날치기 처리는 있었지만 게임의 규칙인 선거제도만은 여야 합의로 정한다는 원칙이 지켜져 왔다. 그런데 스스로 '촛불 혁명'으로 태어났다는 정권이 군사 정부도 않던 선거법 날치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여야 협치는 국민의 명령"이라던 국회의장이 병상 결재라는 편법까지 써가며 이런 무리수에 동참했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조선일보(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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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주의자 문희상' 유감

 

문희상 국회의장은 자타가 일컬어 온 '의회주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문 의장은 "모든 나랏일은 국회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을 자주 인용했다. 여야의 국회 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를 스스로 강조하고 실천해왔다.

문 의장은 작년 7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을 때도 여야 의원들 앞에서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한 국정 운영은 20대 국회의 태생적 숙명"이라고 했다. 국민이 선거에서 다당제를 선택했으니 "집주인인 국민이 만든 설계도에 따라 일꾼인 국회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여당엔 "정권 2년 차에도 야당 탓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야당에는 "요구할 건 요구하되 내줄 것은 내주라"고 했다. 그는 여야 대치로 국회가 헛돌 때마다 각 당 대표나 원내대표들과 식사 자리를 갖고 "싸우더라도 국회에서 싸우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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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즘 문 의장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평소 공언해 온 '의회주의자'가 맞는지 갸웃거리게 한다. 여당이 '게임의 룰'인 선거제를 제1 야당의 동의 없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겠다고 나섰지만, 문 의장은 이를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의원을 강제로 사임시키려 한 것도 병원에서 결재했다.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컸지만, 문 의장은 '관례'를 앞세워 허가했다. 국회법은 임시국회 사·보임을 금지하고 있고, 의원 스스로 부득이한 사유로 신청할 때만 허용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사·보임 신청서를 팩스로 보내는 꼼수를 썼지만 순순히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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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 2월 정 의장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로부터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특검을 연장하는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일방 처리는 반()헌법적 작태"라며 "교섭 단체 간 합의가 없으면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며 단호히 거부했다. 같은 해 5월에는 한국당이 지도부를 따르지 않는 김현아 의원을 소속 상임위에서 강제로 사임시키려 했다. 이번 사·보임과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 의장은 "국회의원의 양심을 지켜주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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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추진에 항의하는 임이자 의원의 얼굴을 만진 것으로 '성추행' 논란에까지 휘말려 있다. 성추행 의사가 없었다 하더라도 병원으로 가기 전 사과부터 하는 게 평소 그다운 행동이 아니었을까. 문 의장은 작년 9월 김성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스피커를 자처하고 있다"고 비난했을 때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했다. 이런 오해가 더 커지기 전에 문 의장 스스로 성숙한 '의회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경필 정치부 기자, 조선일보(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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