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법률 공장 된 대한민국
톰 빙엄 "법치"
참으로 오랫동안 '법치국가'에서 사는 것이 많은
국민의 염원이었다. 사법부가 정부의 시녀였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삶의 조건이었을 때 법치국가는 국민이 열망한
이상향이었다.
그런데 이 정부가 그들의 '통치행위'를 완벽히
뒷받침할 법률을 제조해서 환상적인 '법치국가'를 실현할 모양이다. 이 정부는 이제껏 현존 법을 편의대로 잡아 늘이고 구부려 전직 대통령 구속,
사실상 종신형 선고 등 무수한 관제 테러를 자행했다. 잘나가던 나라 경제를 마구 찧고 까불어서
일자리가 소멸되고 가계가 무너지고 전국에 눈물과 비명이 낭자하더니 급기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묻지마
복지, 선심용 대형 토목사업 등으로 국고를 마구 탕진하면서 한편으로 국민에게서 세금을 압착기로 짜내서
모든 계층, 연령대가 두루 고통받는 평등, 공정,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4개 정당을 발아래 두고 국회를 부리며 마음대로 법을 제조해서 자유자재로 '통치'할 작정이다. 그렇게
제조되는 법은 이성과 양식과 도덕의 결정체로서 국가의 질서와 국민의 안녕을 보장하는 법이 아닌 정부와 입법부가 짬짜미해서 찍어내는 위조지폐 같은
법이다.
국격을 처절하게 짓밟으면서 이미선이라는 '보물'을
헌법재판소에 비치해서 합헌선을 확보해 놓고 본격적 개헌 작업에 착수하려는 것 같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일반 국민은 계산법도 이해 못할 수상한 방식으로 선거구와 의원을 배분해서 개헌 의석을 확보할 심산인데, 그보다 먼저 '공수처'를
신설할 필요가 있는 모양이다. 현 청와대에 수사를 받아야 할 직원이 많지만 공수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보임'이라는 치사한 편법을 쓰는 것을
보니 의도가 매우 미심쩍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이제 곧 3권이
통합되어서 세계 최고의 능률 국가가 될 것이다.
영국의 대법원장을 역임한 톰 빙엄 판사의 저서 '법치'를
보면 영국의 법관은 법 집행을 통해 사회질서를 수호하면서 동시에 피의자를 상처받고 억울하지 않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심한다. 무절제한 겁주기용 압수 수색과 겁박용 소환 조사가 횡행하는 우리 법 집행과는 너무나 다르다. 빙엄 판사는 말한다. 스탈린이나 나치의 법이 잘 보여주듯이 법령에
따라 집행하는 행위라 해서 모두 '법치'가 아니라고. '법의 정신'이 말살된 '법치'국가의 국민은 슬프고 불안하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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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여당 案대로면 '괴물 기관' 된다
文 대통령 부탁에 與 '급가속'
'무소불위 권력기관' 되지만 대통령 말고는 눈치 안 봐
民辯 장악해 폭주할 수도
작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추진에
적극적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달라진 시점은 올해 초다.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홍영표 원내대표 등과 오찬 하면서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무렵 조국 민정수석이
공수처 설치에 힘을 실어달라는 글을 SNS에 올렸고 얼마 안 돼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명을 넘겼다. 한 여론조사 기관은 '공수처 찬성' 응답자가 80%가
넘는다고 발표했다.
선거제 개편도 애초 민주당이 큰 관심을 안 보이던 이슈였다. 하지만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에 태우려면 자유한국당을
뺀 야(野) 3당과 손잡아야 했다. 야 3당이 원했던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이 '패스트트랙 3종 세트'로 묶였다. 그 결과는? 국회는
완전히 둘로 쪼개졌고 국회 일정은 파탄이 났다.
문 대통령은 왜 이토록 공수처에 집착하는 걸까. "공수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훈(遺訓)"이란 친문 인사의 설명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검찰'에 '사법 살해'당했다고
보는 사람이다. 공수처 설치로 검찰을 거세하는 게 '최고의
복수'라고 여겼다.
법안을 들여다보면 공수처는 그저 '판·검사 수사처' 정도로
간주할 기관이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중앙·지방
행정기관, 검·경·군, 입법·사법부의 고위직이 수사 대상이다. 법조인들은 "무소불위의
'괴물 기관'이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 고위 간부는 "공수처가 생기면 민변에서 너도나도
손 들고 갈 것"이라며 "지금 좌충우돌하고
있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같은 사람들 손에 막강한 전속적 수사권까지 쥐여 주는 격"이라고
했다.
'민변'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민변 출신들이 진상조사단에서 일하는 방식을 지켜본 검사들은 한마디씩 했다. "그 사람들은 정의와
도덕은 자신들이 독점하고 거기서 벗어나면 욕을 한다. 굉장한 정치성과 진영 논리로 법치(法治) 핵심인 절차를 무시하고 목표에 집착한다." "그런 사람들이 공수처에서 폭주하면 공무원 사회는 완전히 얼어붙을 것"이라고도 했다.
상당수 검사는 지난 3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금 조치를 놓고 "불법 출금"이라고 했다. 한 현직 검사는 "당시 김 전 차관은 피의자 신분이 아니어서
긴급 출국 금지는 위법했다. 또 기관장 권한인 출금 요청을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가 한 것도 절차 위반"이라고 했다. 진상조사단 위세에 눌린 검사들이 뒤로 하는
얘기다.
사람을 잡아 가둘 수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검·경에 부여된 극단(極端) 권한이다. 그래서 우리 법 체계는 헌법을 정점으로 각종 법률에 견제
장치를 중층으로 쌓아놓고 있다.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절차
준수는 공수처도 예외가 될 수 없고 수사 대상에 따라 달라져서도 안 된다. 또 그 누가 공수처를 맡아도
똑같이 작동하는 통제 수단이 필요하다.
여당이 설계한 공수처는 그 점에서 기형적이다. 입법·사법·행정부가 모두 구성에 관여하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 말고 눈치 볼 대상이 없다. 감사원 감사 대상인지 혹은 수사처 검사와 수사관들도
공직자 재산 등록과 공개 대상인지도 불분명하다. 그 상태로 공수처가 꾸려지면 매명가들도 손쉽게 진입할
수 있다. 이것이 과연 '개혁'인가. 더구나 국민은 뭐가 뭔지도 모른다. 공수처 법안은 이런 상황에서 '패스트트랙 컨베이어 벨트'에 오르려 하고 있다.
-최재혁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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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선거법 독주 포기하고, 野 공수처법 대안 제시해야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의 신속 처리 법안(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는 끝내 그들만의 다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야는
법안 처리 여부에 국운과 헌법 질서 수호가 걸린 것처럼 맞섰는데 정작 국민은 무엇 하자는 법인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다는 독일식 정당 명부제를 한 번 더 변형한 선거법 개정안은 이 법으로 자기 운명이 갈릴 국회의원조차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공수처법도 국회의원 등을 기소 대상에서 빼는 짬짜미가 이뤄지더니 바른미래당을 달래기 위해 아예 법안을 새로
냈다고 한다. 국민 눈에는 난수표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대통령 요구 사항인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 표 확보 차원에서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같은 군소 정당에 선거법 개정 미끼를 던졌다고 한다. 작은 당이 의석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선거 제도를 도입해줄 테니 공수처법을
통과시켜 달라는 것이다. 이런 당리당략을 주고받기 위해 아무 연관 없는 두 법을 묶어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무리수가 지금의 사달을 만들었다.
꽉 막힌 정국을 뚫으려면 이 고리를 풀어야 한다. 민주당은 제1 야당이 반대하는 선거법을 끝까지 밀어붙여선 안 된다. 세상에
경기 규칙을 주요 경기 참가자 동의 없이 마음대로 바꾸는 경우는 없다. 어차피 될 일도 아니다. 만약 실제로 밀어붙인다면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당장
의석 수 감축이 제일 많은 호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부터 들고일어날 것이다. 여론 악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국당도 여당의 입법 추진을 모두 막겠다는 기세 싸움에만 매달릴 일이 아니다. 지금의 검찰이
대통령의 사냥개가 돼 수사권을 무분별하게 휘두르고 있는 것은 공지 사실이다. 이 정권 들어 2년째 진행돼온 적폐 사냥에 시달리다 명(命)을 달리한 사람이 벌써 다섯 손가락을 채웠다. 검찰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공수처법 신설은 검찰 견제 방안의 하나로
역대 정권에서 검토돼 왔다. 이대로면 정권이 바뀌어도 검찰에 의한 비극은 반복된다.
야당은 공수처 신설로 대통령 사냥개가 둘로 늘어날 뿐이라고 한다. 우리 현실에서 일리가
있다. 공수처장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긴요하다. 이것만 돼도 우리 권력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공수처와
같은 새 조직을 만들 필요 없이 검찰총장을 여야 합의로 임명할 수 있게 하고 검사 인사권을 사실상 검찰총장과 검찰위원회에 일임하는 제도 개선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도 야도 완승의 욕심을 접고 한 발씩 뒤로 물러서 타협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조선일보(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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