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게 남겨진 시간은 8개월뿐이다
하노이서 실패한 김정은, 美에 입장 변경
요구하지만
트럼프 재선 캠페인 전 남은 시간은 8개월뿐
미 재무부·볼턴팀은 이미 새로운 제재 리스트 작성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동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바쁘게 움직였다. 자신의 권력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신형 전술 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했고, 미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을 공격하는 한편,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총괄한 책임자를 교체했다. 최근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북한의 '최고 존엄'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근본적으로 오판했다. 트럼프가 외교정책 승리를 갈망한
나머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추가로 하지 않고,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정도만 내놔도 미국이 경제
제재를 전면 해제할 것으로 믿은 것 같다. 김정은은 '플랜 B'조차 가져오지 않았다. 하노이 실패에 낙담한 그는 이제
어떡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에 연말까지 입장을 바꾸라고 하지만, 사실 공은 북한 코트에 넘어갔고, 시계는 째깍거리고 있다. 김정은에겐 트럼프가 대통령 재선 캠페인에
완전히 몰두하기 전까지 불과 8개월이란 시간이 있을 뿐이다. 트럼프는
임기 마지막 해가 되면 공화당 내 경쟁자를 물리친 뒤,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싸우는 데 몰두해야
한다. 또 뮬러 특검 보고서에서 동력을 얻은 민주당 하원 의원들이 추진하는 각종 의회 조사에서도
치열한 방어전을 치러야 한다. 그런 트럼프에겐 북한과 '빅
딜'을 할 시간도,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는 올 하반기 김정은이 일부 제재 해제를 위해서라도 '영변+α(다른 의심스러운 핵 시설)'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건 김정은에게 '나쁜
딜'이 아니다. 지금까지 개발한 핵·미사일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전임자 누구도 하지 못한 성취를 이뤄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트럼프와 협상하지 않고 트럼프 임기가 끝낼 때를 기다릴 것이라는 쪽이 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 이미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고, 그로부터 '(국제적) 정통성'을
얻었다.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유예)을 유지해 대선을 치르는 트럼프를 화나게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김정은은
얼마 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워싱턴
제재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김정은은 시간을 버는 게 덜 위험한 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다리면 협상 타결
기회를 놓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지지율 40% 안팎인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할 수 있다. 트럼프는 여전히 북한 입장에선 협상 타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통령이다. 차기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는, 평화조약
같은 '고가(高價)' 품목을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어떤 미국 대통령도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김정은이 보이지 않는 한,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하노이를 떠난 후에도 북한과 협상을 맺으려 하고 있다. 자신의 대선 캠페인을 떠받치기 위해서 외교적 성취를 선전하고, 국내
정치 공방에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북 협상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열렬한 지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2022년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한국의 또 다른 진보 쪽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김정은이 올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내년에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현재의 제재를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 재무부와 '볼턴팀'은 이미 새로운 대북 제재 조치와 관련, 방대한 리스트를 작성했다. 다만 지금은 이 전략을 트럼프에게 설득시킬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뿐이다. 볼턴은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좌절하는 때를, 그래서 강력한 새 정책들을 꺼내들 때를 기다릴 것이다. 따라서
점점 줄어드는 시간은 김정은에게 그가 원하는 것, 즉 제재 완화와 평화조약 등을 갖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진정으로 북한의 경제와 안전을 튼튼하게 하고 싶다면, 단순히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트럼프와 협상 타결에
나서야 한다.
-수미 테리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선임 연구원, 조선일보(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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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盟도 北도 곁에 없이 외톨이로 맞는 '판문점 선언' 1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취임 후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그날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고 온 겨레가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새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한반도 정세가 실제로 그렇게 흘러왔다면 오늘 두 정상은 한자리에서 그동안의 이행 사항을 자축하는 행사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문 대통령 대신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달려갔다. 판문점 선언을 상징하는 수확으로 꼽혔던 남북 연락사무소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9주째 기능이 중단된 상태다. 판문점 선언 1주년 하루 전인 26일에도 소장회의가 무산됐다. 남북 정상 핫라인은 한 번도 가동된 적이 없다.
선언에 담긴 '완전한 비핵화'는커녕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북핵은 오히려 확충됐고
2020년까지 핵탄두 100개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북 비핵화 협상은 궤도 이탈 상태에서 겉돌고 있다. 김정은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는 미국의 차후 태도에 달렸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오늘과 내일 정상회담을 갖고 골프도 함께 친다. 두 사람은
"완전한 비핵화까지 대북 제재 유지" 입장으로 뭉쳐 있다. 지난 23일 중국 국제 관함식에는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참석했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끼리 이리저리 짝짓기하고 있는 사이 한국만 외톨이다. 한반도
운전석에 앉았다던 우리 처지가 이렇다. 지난 연말까지 성사시킨다던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허공에 떠버렸고, 문 대통령이 "북한의 여건에 따라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도 답이 없다. 주한
미 대사는 며칠 전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의 북핵 해법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핵 폐기에 시동도 걸리지 않았는데 남북 경협을
서두르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표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26일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작은 창대해 보였던 판문점 선언이 1년 만에
미약하기 짝이 없는 신세가 된 것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가짜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북핵을
머리에 인 한반도 평화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판문점 선언의 성공적 이행을 바란다면 북한에 진짜
비핵화를 설득할 구상부터 새로 가다듬어야 한다.
-조선일보(1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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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
윌리엄 샤이러 "제3공화국의 융기와 쇠망"
지난 14일 골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타이거 우즈의 우승은 감동적이었다. 10년
전 골프 황제 우즈가 도덕적 해이로 몰락했을 때 많은 팬이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 후 우즈는 부상과
불명예, 실의의 진창에서 허우적거렸으나 분골쇄신의 노력으로 옛 기량을 회복했다. 그의 재기는, 인간은 각오가 철저하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듯해서 참으로 기뻤다.
하노이에서 비 맞은 개가 되어 평양으로 돌아간 김정은이 '재기'할 길이 있을까? 김정은이 자기 국민 1000만을 굶겨 죽이더라도 정권 수호용 핵은 절대 놓지 못하겠다는 한, 탐식과
방탕으로 자기 명을 단축할지언정 국민과 함께 굶을 생각은 하지 않는 한 그가 죽음의 수렁에서 자신을 건져 올릴 길은 전혀 없다.
김정은은 지난 12일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촉진자,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라"고 나무라면서 "민족의 이익을 위한 당사자가 돼라"고 주문했다. 나무라기엔 만만치 않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반성하고 계약서 고쳐 써 오면 한 번 더 만나 주겠다고 너그러운
미끼를 던졌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주문한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고 민족의 이익을 위한 당사자가 돼라'는 아마도 북한을 원조하게 허락해 달라고 세계만방
싸다니지 말고 세컨더리 보이콧을 감수하고 당장 북한에 돈과 쌀 갖다 바치라는 주문이 아닐까? 불행하게도
문 대통령은 그의 요구라면 무엇이나 따를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은 한국과 북한이 같이 목 졸려 사망하는 길이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 안으로…'라고
말미를 준 것은 유화의 제스처로 트럼프의 경계를 늦추고 그동안 핵잠수함 건조와 핵탄두 소형화 작업을 끝낼 수 있는 시간을 벌려고 던진 수일 것이다. 그에 대해 트럼프는 "우리 서로 속내를 환히 아니까 3차 회담도 재미있을 거야"하는 식의 응대를 했다. 약이 오른 김정은은 폼페이오와 볼턴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이 어이없는
요구에 미국 정계는 분노하기보다 크게 웃은 것 같다.
독일의 제3공화국 역사에 반드시 상세히 기록되는 1944년 7월 20일의 히틀러 암살 시도는 성공했더라면 2차 대전의 사상자를 최소 1000만명은 줄일 수 있었겠기에 그 실패가
너무나 안타깝다. 김정은 역시 1년 일찍 죽으면 수백만의
생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처자식을 포함해서.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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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할 대통령 될겁니다"
김정은 2002년 父처럼 방러 추진… 시진핑, '왜구'라 했던 日과 화해
위기 때 友軍 확대는 외교 상식… 고립 자초 韓, 누가 두려워할까
2002년 새해를 맞은 김정일은 불안했다.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이 북·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선제공격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2001년 장쩌민 방북 등으로 조성된
유리한 정세는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김정일은 2002년 8월 블라디보스토크로 달려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9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평양으로 불렀다. 일본 지원을 받으려고
'북이 일본인을 납치했었다'는 고백까지 했다. 미국
압박에 대응하려면 한국 '햇볕'과 중국 '혈맹'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봤다.
안보 위기일 때 우군(友軍)을 넓히는 것은 외교
상식이다.
김정은이 다음 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을 만난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은 이 상식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아베 총리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일·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고 말한 것도 흘려듣지 않았을 것이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만 믿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했다간 쪽박 찰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을 것이다. 2002년 김정일처럼 러시아와 일본과의 접촉 면을 넓히려 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일·러 4강 외교가 중요한 건 한국이나 북한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을 싫어하는 건 중국도 한국 못지않다. 1930~1940년대 중일전쟁에서 죽거나 다친
중국인이 2000만명이다. 난징 대학살에선 30만명이 희생됐다. 시진핑 주석은 2014년 중일전쟁을 촉발한 '노구교 사건' 77주년을 맞아 일제를 '르커우(日寇·도적, 왜구)'라고 불렀다. 대일 '역사 전쟁'에서 우군을 확보하려고 한국에도 공을 들였다. 그해 방한해 "임진왜란 때 양국이 같이 싸웠다"고 했다. 당시 중·일 관계는 회복이 어려워 보였다. 그랬던 두 나라가 지금 '우호'를
자랑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광우병 발생으로 막았던
일본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고, 일본은 다음 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신실크로드)' 포럼에
참석하기로 했다. 일본 외무상은 "일·중 관계가
정상화됐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좌충우돌하는
국제 정세에서 국익을 지키려고 해묵은 감정을 뒤로 돌린 것이다. 이것도 상식이다.
이 정부 외교는 이런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 최대 우군인 미국과의 동맹부터 흔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가 빠른 시일 내 북·미 대화의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힌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대화를)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요청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면전에서 거부당했다. 민주주의와
시장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의 관계는 사상 최악이다. 광복 70년이
넘었는데 정권은 아직 항일 운동 중이다. 중국에는 '사드 3불(不)'로 주권까지
양보했지만 대놓고 무시당한다. 국빈 방중한 대통령은 '혼밥'을 했고 대통령 특사는 두 번이나 하석(下席)에 앉아 시진핑을 만났다. 북핵은 그대로인데 우군 확대는커녕
있던 우군과도 멀어지고 있다. 김정은이 북만 바라보다 고립되는 한국을 두려워할 리 없다. 시정 연설에서 문 대통령보고 "오지랖 넓은 촉진자, 중재자 행세 그만하라"고 한 것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대선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중국이 가장 믿을 만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지금 어떻게 됐나.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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