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늘 휘젓는 중·러, 그 틈 타 독도 건드리는 일본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어제 합동으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러시아 군용기는 우리 영공(領空)까지 침범했다. 외국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처음이라고 한다. 합참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 각 2대는 3시간 12분 동안 남해와 동해 KADIZ를 헤집고 다녔다. 이와 별도로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는 경고사격을 받고 이탈했다 21분 뒤 다시 진입했다. 중·러 폭격기가 편대를 이뤄 KADIZ에 들어오고,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영공 재진입을 한 것으로 볼 때 실수가 아니라 계획된 도발이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패권 쟁탈전을 벌이는 중국, 역내 영향력 증대를 모색하는 러시아는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장기적인 목표 아래 주요 변곡점마다 KADIZ 무단
진입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8차례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했다. 러시아는
하루에 4차례 KADIZ를 침범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중·러의 반복되는 횡포에 형식적인 항의만 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5월 러시아 군용기의 진입은 언론에 공개조차 안 해 일본 발표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미온적인 대응이 영공까지 위협받는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중·러가 흔들리는 한·미·일 삼각 안보 체제의 대응을 시험해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중에서 한국을 만만한 약한 고리로 보고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이런 마당에 일본은 이날
우리 군의 경고사격과 관련, "일본 영토에서의 이러한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독도 영유권'까지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간접 공유하고 있는 일본은 중·러의 팽창 야욕에 함께 맞서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한국이 위협받는 틈을 자기 이해관계를 챙기는 데 활용한 셈이다. 아무리 우리와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해도 야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이 하나같이 우리를 우습게 보고 시험 삼아 건드려 보고 있다. 요란했던
'판문점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실무협상을
외면하면서 북핵 폐기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김정은은 SLBM 3발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 시찰로 '핵보유국'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북을
압박·억제해야 할 한·미 동맹은 대북 제재 등을 둘러싼 불신(不信)으로
예전 같지 않다. 우리 군은 평화 무드에 취해 한·미 훈련을 축소한 것도 모자라 북이
문제 삼자 훈련 명칭마저 바꾸려 한다. 중·러의 이번 도발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거기에 맞설 준비가 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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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하고 창피하고 민망하고
대한민국 안위 걸린 문제… 임기응변 정치 쇼로 다뤄져
남쪽 땅에서 열린 회담에서 미·북이 북핵 거래
옆방으로 밀려난 대통령… '중재 외교' 웃음
민망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북한 간의 북핵 협상에는 CVID라는 영문 이니셜이 반드시 등장했다. 이 말이 어느 틈엔가 사라졌다. 특히 트럼프에 와서 이 말이 뜸해지더니
근자에는 아예 없어졌다. 이제 북핵과 관련해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는 고전(古典)이 됐다. 그 자리에 '핵폐기'도 아니고 북한식 '비핵화'라는
단어가 들어서더니 엊그제 판문점에서 벌어진 트럼프-김정은 리얼리티 쇼에서는 그나마 종적을 감췄다. 이제 CVID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어졌다.
남북 회담, 미·북 회담 등의 목적과 핵심은 북핵의 폐기에 있다. 적어도 5000만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그렇다. 그런데 대북 외교는 이제 주변 국가 지도자들의 정치·권력의 놀이터로 변질되고 있다. 판문점 회동인지 회담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안위가 걸린 문제가 심각히 논의되고 신중히 준비되기는커녕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적인 정치 쇼로 다뤄지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급조'된 쇼는 이미 예고(?)된 듯해서 더욱 불쾌하다. 며칠 전 북한은 일개 국장급을 내세워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너희는 빠지라'며
남쪽 대통령을 모욕했다. 그러더니 마침내 남쪽 땅에서 남쪽 대통령은 빼고 자기들끼리 마주 앉았다.
트럼프는 판문점 면담의 깜짝 트윗 쇼를 벌이면서 잠깐 만나 '세이(say) 헬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15분쯤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실제는 50분이 넘었다. 트럼프는 회담에서
2~3주 내에 실무 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실무 절차를 정하는 데 무슨 50분씩이나 걸리나. '세이 헬로'는
위장이었나? 자유의 집 다른 방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문 대통령은 이것을 미리 알고 있었나, 몰랐나? 알았다면 그 역시 동조자(?)고, 몰랐다면 '순진의 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 우리 쪽 자유의 집 회의장에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장식돼 있었다. 이런
것은 준비가 필요하며 급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장소 제공자인 우리 쪽에서 몰랐을
리 없고 알았다면 단순히 세이 헬로 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했어야 한다. 그것을 알았는데도
준비 도와주고 모르는 척했다면 문 정부는 국민을 속인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 판문점에서 독재자의 땅 북한으로 넘어갔다 온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것을 알 만한 정치적 식견과 내공이 있는지도 의심된다. 그저 옆집
땅 밟은 것 정도로만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답례로 김을 워싱턴에 초대한다고 했다. 만일 김정은이 워싱턴에 간다면 이제까지의 '한반도 게임'은 완전히 성격이 달라진다.
판문점 쇼에서 대북 협상의 본질인 북핵 폐기는 온데간데없고 '세기적'이니 '역사적'이니 하는
정치적 수사(修辭)만 풍성했다. 그 회담에 걸린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안위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 밀실 게임에서 어떤 거래가 오고 갔는지 모른다. 트럼프에게 귀동냥을 할 뿐이다. 이것은 싱가포르 회담이나 하노이 회담과도 그 성격이 다르다.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대한민국 안위가 걸린 북핵 문제를 미·북이 거래하도록 했다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평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용인(容認)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옆방으로 밀려나 구경꾼 신세가 된 것은 국민으로서도 창피한 일이다. 양자회담이
끝난 뒤 마무리 언론 쇼에는 모습을 드러내 자신이 대단한 일을 중재(?)해낸 듯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는 '우리 대통령'의 모습은 대단히 보기 민망했다.
북핵 문제는 결국 이렇게 귀결될 것 같다. 북한은 엊그제 최룡해의 입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한국의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도 비핵화의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라고 한발 뒤로 뺐다. 미국의 트럼프는 아직은 '비핵화 없이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핵 완전
폐기까지는 못 가고 단계적·동시적을 명분으로 북핵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핵 게임에서는
김정은이 이기는 쪽으로 갈 것이다. 그것이 한국의 불행이다. 다만
내년 선거에 한국에서 집권당이 패배하고 미국에 새 대통령이 들어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김대중 고문, 조선일보(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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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과 '김정은
핵보유' 거래, 용납할 수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의미 있는 합의는 사실상 없었다. 2~3주 내에 미·북 간 실무 협의가 시작된다는 정도였다. 미국
언론은 "북한이 핵무기를 언제, 어떻게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견해차는 좁혀진 것이 없다"고 했다.
김정은의 생각이 그대로인 한 북한 실무자들이 핵 시설 신고와 검증에 합의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트럼프는 "빠른
시간 내에 북핵을 없애겠다"는 장담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사라졌다"는 말만 한다. 트럼프가 이번에 "2년 전에는 한반도 상황이 안 좋았는데 내가 대통령이 된 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하는 그 '진전'이
바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이다.
트럼프는 이것을 내년 11월 대선 때 주요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려고 한다. 트럼프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정치 이벤트를 계속하는 것은 대선 때까지 북의 도발 중지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칼자루를 김정은이 쥐게 된다. 김정은이
미국 대선 중요한 시점에 ICBM 발사를 준비하면 트럼프가 어떤 양보를 할지 모른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판문점 회동 사실 사진 35장을 공개했다.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다급하게 찾아왔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선을 망칠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마주 앉은 판문점 한국 지역 '자유의 집' 회의실에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번갈아 7쌍씩 내걸렸다. 태극기는 없었다. 이곳은 싱가포르나 하노이가 아니다. 더구나 한국은 북핵의 최대 피해 당사자다. 그런데도 한국 영토에서
만난 미·북 정상은 한국을 존재하지 않는 나라인 양 취급했다. 북한이 미·북 구도에 한국이 끼어드는
걸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반도 운전자'가 '촉진자'가 되더니 이제 관중석으로 밀려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서 한국 측 입장을 대변할 유일한 사람이다. 한국의 입장은 5100만 국민이 김정은의 핵인질, 핵포로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북핵 협상의 본질보다는 미·북 이벤트, 남북
이벤트 자체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북 협상의 감시자 역할을 포기하고
고삐를 놓아 버리면 북핵 협상 구도는 철저히 미·북 양자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흘러가게 된다. 그런
우려는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판문점 회견에서 북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해 "나는 미사일 발사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영토에 날아올 수 없기 때문에 미사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북 미사일이 한국 영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엔 관심도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가 대북 제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가능성이다. 제재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다. 제재가 김정은 체제의 숨통을 조이고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김정은은 제재로 자신이 망할 수도 있는
벼랑 끝에서만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어떤 이벤트를 벌이든 대북 제재만은 지켜야 한다.
트럼프가 제재 해제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김정은도 트럼프, 문재인
정부 때가 아니면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년 11월 대선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다급해지는 시기를 노려 도발을 위협하며 제재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그때까지 대북 제재를 지켜내는 것이 북핵 폐기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한국
정부는 반대로 갈 것이다. 국민이 눈을 뜨고 있는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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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정치 이벤트 벌이든 북핵 폐기로 가는 길이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세 번째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김정은과 기념 촬영을 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처음 북한 땅을 밟은 것이다. 판문점에 동행한
문재인 대통령과 미·북 정상 세 사람이 함께 얘기를 나누는 장면도 연출됐다. 69년 전 전쟁의 세 당사국
정상들이 전쟁이 멈춘 경계선에서 회동한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이다. 그러나 이날 만남은 그 상징성을
빼고 나면 어떤 성과가 있었던 것인지 불투명하다.
미·북 정상회담 의제는 첫째도 둘째도 북핵 폐기다. 그 문제가 아니라면 초강대국 대통령이
지구 반대편 조그만 나라의 독재자를 1년 새 세 번이나 만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미·북 핵 협상은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북한은 우리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두 차례나 발사했다. 한반도 안보 환경이 더 불안해진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방한 직전엔
핵무력 완성을 자축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날 회동은 하루 전 오사카 G20 회의를 마치고 서울 방문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곧 한국에 가는데 김정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안부 인사(say hello)를 나누고 싶다"고 하면서 알려졌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다섯 시간 만에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답했다. 실제로는 트럼프의 방한 결정 때부터 물밑에서 깜짝쇼가 논의됐을 것이다. 회담
의제를 조율할 실무 접촉은 물론 없었다. 북핵 회담이라기보다는 트럼프 재선용 이벤트에 김정은이
호응해준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인
2년 전 상황은 매우 위험했었는데 그 사이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반도를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동을 재선 도전의 도약대로 활용하려고 한다. "김정은을 워싱턴에 초청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김정은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까지 직접 찾아와 만나달라고 했다는 식으로 주민에게 자랑만 해도 통치 기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도
김정은도 비핵화 빠진 이벤트로 정치적 이득을 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실무 협상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그동안 핵
문제를 잘 모르는 트럼프와의 담판만을 고집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중심으로 꾸린다는 협상팀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라는 기존 원칙을 유지할 것인지, 김정은이 그런 실무 협상에
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치인들이 표를 위해 이벤트를 벌일 수 있다. 막을 수도 없다. 다만 무엇을 하더라도 5100만 한국민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김정은을
핵 포기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대북 제재만은 건드려선 안 된다. 그 책임이 문재인
대통령 어깨에 놓여 있다.
-조선일보(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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