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교육의 사회]
[공포의 교실]
[교사 상대 '청부 폭력(?)']
죽은 교육의 사회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내가 교탁 위로 뛰어 올라왔을 때는 뭔가 중요한 까닭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나? 나는 여러분이 다른 각도에서 끊임없이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좀 더 높은 곳에서 보면 세상은 달라 보이거든.” 몇몇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님의 행동에 놀라 멍청히 앞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좋다! 모두들 여기 올라와서 직접 느껴 보도록!” -N. H. 클라인바움 ‘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죽여 버리겠다며 담임에게 목공용 양날 톱을 휘두른 초등학생, 젊은 여교사의 수업 시간에 상의를 벗거나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들이댄 남자 중학생, 여선생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겠다고 교탁 아래 카메라를 설치한 고등학생. 이런 일이 1년에 2000건 넘게 신고된다. 처벌이 쉽지 않아 덮이는 사례는 더 많다.
교권 추락은 우리 사회가 자초한 일이다. ‘세상에서 네가 제일 귀해.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며 부추긴 결과다. 1990년에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을 이상적인 교사라 믿은 대가다.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을 키우겠다는 키팅의 교육관은 바람직하다. 일부 폭력적인 교사를 묵인하던 시절, 변화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키팅은 선생님 대신 선장이라 불리길 원했다. 교과서는 거짓투성이라며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현재의 만족이 유일한 진리인 양 ‘카르페 디엠’을 속삭였다. 스스로 교탁을 밟고 올라섰고 학생들에게도 그 위에서 교실과 교사와 동급생을 내려다보게 했다. 학교와 수업의 의미를 해체하고 전통과 권위에 맞서라고 가르친 셈이다.
키팅과 함께 ‘참교육’과 ‘열린 교육’이 자리 잡았다. 개성, 인권, 자유만 앞세우며 ‘분노하라. 네 잘못이 아니다’ 말하는 유명인들이 멘토라 불렸다. 부모와 교사도 ‘안 된다. 틀렸다’ 말할 수 없게 됐다.
잘못을 혼내는 어른이 없고, 그른 것을 바로잡아줄 스승도 없다. 대신 텔레비전과 인터넷에는 비웃고 싸우고 해치고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본 대로 배운 대로, 똑같이 따라 하고 있을 뿐이다.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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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교실
영화 ‘친구’에서 아버지 직업을 묻는 교사에게 고교생이 “건달입니다”라고 하자 교사가 손목시계를 푸는 장면이 나온다. 2000년대 이전 중·고교를 다닌 남자라면 그 디테일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지금부터 흠씬 때리겠다’는 예고다. 실제 신경 거스른 학생을 불러내 교단부터 교실 끝까지 뺨을 때리며 몰고 가는 등 교사의 학생 폭행은 적지 않았다. 그런 날이면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때는 그런 일을 ‘교육적 체벌’로 여기고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요즘 그랬다간 당장 소송이다. 이젠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일이 흔해졌다. 7년 전 경기 이천의 어느 고교에서 벌어진 ‘매 맞는 기간제 교사’ 사건은 큰 충격을 줬다. 수업 시간 중 학생들이 촬영한 영상엔 남학생 5명이 교사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담겼다. “그만하라”는 교사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오죽하면 교권 침해 보험도 나왔다. 어느 보험사가 만든 이 보험엔 2018년 한 해에만 3863명이 가입했다.
▶교사들은 “큰 소리로 꾸짖으면 소송 대상이 되고, 뒤로 나가 서 있게 하면 인권 침해로 몰리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9년 전 한국교총이 ‘교사들의 애환과 자긍심 찾기’ 수기를 공모했을 때 어느 교사가 올린 글의 제목이 ‘사면초가(四面楚歌)’였다. 상황은 지금도 그대로다. 교총이 지난 7월 전국 유·초·중·고 교사 8655명을 설문조사했더니 응답자의 61%가 주 5회 이상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접했다고 했다. 교사 10명 중 6명이 하루 한 번꼴로 수업 방해나 욕설 등의 문제로 시달린다는 것이다.
▶교실 붕괴는 미국이 원조급이다. 지난해 미국 어느 고교에서 학생이 장애가 있는 교사를 때리고, 다른 학생이 그 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미국 10대들 사이에 교사 폭행 장면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선생님 때리기(Slap a teacher)’ 챌린지가 유행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북한 외무성까지 “미국에선 철부지 어린이들마저 패륜아로 전락되고 있다”고 한마디 거들었을 정도였다.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로 여교사를 아래 위로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돼 논란이다. 지난 26일 동영상 플랫폼에 게재된 영상이다. 교실엔 상의를 벗은 학생도 있었다. 그래도 교사는 그냥 수업을 진행했다. 아마 제지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일상화되기도 했을 것이다. 교실이 교사에게 공포의 공간이 되고 있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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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상대 '청부 폭력(?)'
그 시절엔 운동장 조회를 하든 교외로 소풍을 가든 제일 키 큰 분이 선생님이셨다. 중1 때까진 대개 그랬다. 아이는 교복, 선생님은 사복 차림이시니 금세 눈에 띄기도 했다. 요즘은 초6·중1 학교 행사에 따라갔던 학부모가 깜짝 놀란다. 담임은 반에서 키 작은 아이와 비슷한 '높이'일 때도 있다. 키 큰 아이가 신체적으로 선생님을 내려다본다.
▶교사가 학생을 때리면 뉴스가 아니었다. 행여 학생이 선생님을 밀치면 뉴스였다. 요즘은 복잡하다. 지난달 TV에서 이런 뉴스를 들었다.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의 뺨을 수차례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나운서는 분명 '사건'이라 했다. 천안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이걸 '사건'이라고 하다니…" 하면서 고개를 갸웃하면 꼰대다.

▶맞은 학생, 학부모, 때린 교사, 3자 대면을 하면 잘잘못 가리기가 쉽진 않겠으나, 이유 불문 체벌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폭행은 너무 흔해졌다. 학부모가 교장실에 난입해서 선생을 불러다 무릎 꿇리고 뺨을 때린 일도 있었다. 그 탓일까. 학생도 스스럼없이 선생님 몸에 손을 댄다. 학생의 교사 폭행은 2014년 86건, 작년엔 165건이다.
▶급기야 아이가 친구에게 돈 줄 테니 담임을 때려 보라 제안한 일까지 벌어졌다. 한 중학교의 과학수업 중에 학생이 느닷없이 선생님의 뒤통수를 두 차례 때렸다. 맞은 교사는 20대 초반 여성이었는데, 폭행을 당한 뒤 병가를 냈다고 한다. 가해 학생은 "친구가 담임을 때리면 2만원을 준다기에 장난으로 그랬다"고 했다. 더구나 폭행을 당한 교사는 담임도 아니고 부임한 지 몇 년 안 된 선생님이었다. "담임은 때리기 무서워 연차가 낮은 여교사를 때린 것 같다"고 했다. 학생은 '정학 10일' 처분을 받았는데 "너무 가볍다"는 여론이 일었다.
▶'스승님은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먼 옛날 말이다. 요즘은 젊은 여교사가 교실 문 열고 들어가기 겁난다고 고백한다. 오죽하면 교권 침해 보험도 나와있다. 아이는 '학교 교사'보다 '학원 선생님'을 더 존경한다. 새로 생긴 학생 조례 때문에 겁낼 필요도 없다. 예전에도 선생님 별명을 부르고 짓궂은 얄개 짓을 걸기도 했다. 선생님 몸에 손을 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요즘 중학생에겐 '돈 2만원'쯤, '선생님 뒤통수'쯤은 장난거리다. 이 꼴 저 꼴 보기 싫다며 조기 은퇴를 했던 교사 친구가 생각난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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