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日 지식인들의 서명운동] [일곱 살 아들의 실패한 反日] 피해를 본 한국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불편한 존재.. [여론·소송·국내戰으론.. ]

뚝섬 2019. 7. 31. 06:43

日 지식인들의 서명운동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을 최근 만나 1965년 한·일 협정부터 일본 경제 보복까지 설명을 들었다. 요약하면 '일본이 외교 문제로 무역 보복을 하는 건 잘못이지만 문재인 정부도 일을 방치하다 이제 와 반일 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였다. "조국식 선동이 먹히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힌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언론에 글을 써보라고 했더니 일제히 손사래를 쳤다. 친일파 낙인 찍기 무차별 공격에 지레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비슷한 얘기를 방송사 지인으로부터도 들었다. "한·일 관계 토론을 하려 해도 패널을 못 구한다"는 것이다. '의병식으로 문제가 해결되겠냐'는 취지로 말한 방송사 앵커는 교체됐다. 다들 '그냥 입 닫고 말자'고 체념하는 분위기다.

▶나라 안팎이 엄중한데 역사와 세상사를 공부한 지식인들은 고개를 파묻고 있다. 짠맛 잃은 소금처럼 지식인이 침묵한다. 자크 아탈리는 "세상이 잠든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을 지식인이라 했고, 매천 황현은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다"고 했다. 지식인 정의가 동서고금에 다양하지만 핵심은 '지식만 가졌다고 지식인이 아니다'가 될 것 같다. 역사에 기억되는 지식인은 어두운 밤에 외로이 등불을 들었다. 우리 지식인은 술자리에서 개탄만 한다


 

▶일본이 경제 보복에 이른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자고 말만 꺼내도 '토착 왜구'로 매도되는 풍토에 지식인이 숨 쉴 공간은 없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일본인 교수는 20년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해왔다. '왜 일본인이 이런 일을 하느냐'고 한국 기자가 물으니 "양심을 속일 수는 없었다"고 했다. 일본만 해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사실에 근거하고 논리를 갖추면 받아들인다고 한다.

 

▶일본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가 그제 본지 인터뷰에서 아베 내각이 "한국을 적()으로 만들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치다 변호사를 비롯해 일본 지식인들은 경제 보복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받는데 2000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이 적이냐"고 아베 정부에 물었다. 일본도 국민 60%가 아베의 경제 보복에 찬성하는 등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분위기인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치다 변호사 등을 '일본의 양심'이라고 추켜세우는 우리 사회에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일본이 적이냐"고 묻고 "정부는 반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말하는 지식인이 누가 있나.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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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아들의 실패한 反日

 

기자의 일곱 살 둘째 아들은 일본 만화 캐릭터 피카추의 팬이다. 둘째는 첫 유치원을 일본 오사카에서 다녔다. 기자가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연수할 때 유치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금도 '밥 한 그릇 더 주세요' "오카와리(お代り·'한 번 더 먹는다'는 일본어)"라고 말할 때가 있다. 둘째의 일본 사랑은 기자가 워싱턴으로 발령받은 뒤에도 계속됐다.

그랬던 둘째가 한글을 배우고 위인전을 읽으면서 달라졌다. 이순신·유관순·안중근 위인전 등을 읽고 나더니 올 초 "일본이 한국을 너무 많이 괴롭혔다. 일본 사람과 친구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기 나름대로 '소신'을 가진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피카추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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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둘째의 브레이크 없는 반일(反日) 감정이 유치원 교실 속으로 들어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5월쯤 같은 반 일본인 친구에게 "너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어!"라고 소리를 친 것이다. 말리는 선생님한테도 버릇없이 행동했다. 결과는? 부모 소환이었다
.

선생님은 둘째를 앞에 놓고 "역사 문제는 슬픈 일이야. 그렇지만 같은 반 친구와는 잘 지내야 하는 거야"라고 타일렀다. 워싱턴 주변의 유치원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외교관과 주재원들의 아이들이 다닌다. 과거사 문제로 어느 한편을 들 경우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둘째는 일본 친구와 놀지 않겠다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다만 과거엔 당당히 소리치던 녀석이 이제 일본 친구를 보면 슬슬 피해 다닌다. 기자는 둘째를 보면서 어쩌면 한국인에게 반일이란 DNA에 새겨진 감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우리가 일본에 역사적으로 당한 고초가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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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권의 수출 보복 조치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치졸하다. 문제는 그런데도 국제사회에서 과거사란 민감한 문제 앞에서 한국 편에 서 줄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국조차 과거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때문에 둘째의 선생님처럼 "그래도 잘 지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미 국무부나 의회가 한·일 갈등에 대해 하는 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미·일 삼각 공조의 균열에 북한과 중국·러시아만 뒤에서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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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만 생각하는 정치인은 한·일 갈등 속 '거북선 횟집'에서 밥을 먹은 것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일곱 살도 분노하게 할 수 있는 반일 감정을 어떻게 관리할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과거는 잊지 말아야 하지만 이 때문에 판이 깨지려 할 때 가장 억울한 것은 한국이다. 기자가 선생님 앞에 불려가야 했듯, 피해를 본 한국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의준 워싱턴 특파원, 조선일보(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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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소송·국내戰으론 역부족

 

WTO 소송전은 장기 표류 가능성… 승소 여부보다 실효성 따져봐야
거친 언어 자제해 日 자극 피하고 원점에서 절충·타협 시도해야

 

일본 정부는 지난 7 1일 일부 품목의 대한국(對韓國)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수출 허가 절차를 좀 더 까다롭게 변경하였고 이르면 8 2일에 일본의 우방국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로서는 화학약품, 정밀기계, 전자 부품, 특수 섬유 등 전략 물자 다수 품목에 대한 일본의 추가 수출 규제가 임박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세 가지 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첫째는 '여론전'인데 워싱턴이나 국제 외교 무대에서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알려 일본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 WTO(세계무역기구) 일반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 의제로 상정해 그 문제점을 설명한 바 있고, 향후 ARF(아시아지역안보포럼)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외교적 갈등을 공급망 교란으로 교차 보복하려는 일본의 행위는 글로벌 분업 체계를 흔드는 중대한 도발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국제 여론을 환기하고 지지를 구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거친 언어로 일본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태 해결의 열쇠는 결국 한·일 양국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협상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견지했으면 좋겠다.


둘째는 '소송전'인데 WTO를 통한 법적 대응 전략이다. WTO 회원국은 허가제 등을 통해 수출을 제한할 수 없다. 수출입 절차에서도 회원국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서만 수출 과정을 어렵게 해 수출을 지연한다면 이는 정부 조치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요구하는 WTO 협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 하지만 일본은 그동안 한국에 제공해왔던 특혜를 회수하는 조치라 WTO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으로 수출한 전략 물자가 북한에 유입될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수출 절차를 변경하는 것은 WTO가 허용하는 예외 조항에 속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로서는 충분히 다투어볼 만한 사안이다. 문제는 승소 가능성이 아닌 제소의 실효성에 있다.

WTO
에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입증하는 작업은 일정한 시간을 요한다. 2년 이상 걸려 나올 1심 결과에 대해 한쪽이 불복해 상소하면 사건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정원 7인인 WTO 상소위원의 결원이 미국의 반대로 충원되지 않아 올 12월이 되면 단 1명만 남게 된다. 최소 3인이 필요한 상소 기구의 기능은 올 연말로 정지될 운명이다
.

셋째는 '국내전'인데 부품·소재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 전략 등이다. 그동안 성과도 있었지만 상당수 품목의 경우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워낙 커 국산화 자체가 가능하지가 않다. 민간 주도의 일본산 불매운동이나 일본 관광 자제 움직임 또한 효과가 불확실하다. 일본계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또 불매운동은 한국인 직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제주도 관광이 너무 비싸 가고시마를 선택한 한국 관광객들을 애국심에 호소해 국내에 계속 묶어 두기도 쉽지 않다
.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는 한·일 과거사를 둘러싼 일본의 외교적 불만이 통상 영역에 전이되어 표출된 사안이다. 따라서 통상 당국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정부가 벌이는 '여론전' '소송전' '국내전'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지만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양국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핵심 외교 사안들을 올려놓고 원점에서 새롭게 절충과 타협을 시도하는 정면 돌파가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선일보(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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